개발의 역사

서부 활극에서 총잡이들이 멋지게 대결하는 장면이 흔하게 묘사되지만 사실 권총은 전선에서 전투를 벌이는 용도의 무기가 아니다. 제1차 대전 당시에 있었던 참호전처럼 피아가 뒤엉켜 싸운 초근접전에서 사용한 적도 있었으나 이는 극히 예외적이라 할 수 있다. 군에서는 주로 고급장교, 전차병, 조종사 같은 이들이 호신용으로 휴대한다. 경찰도 주요 사용자 중 하나지만 역시 제한적인 용도로 사용한다.

이처럼 권총이 주력 화기가 아닌 보조적인 무기로 취급받는 이유는 사거리가 짧고 파괴력이 부족한데다 정확도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수시로 발생하는 총기 사고에서 보듯이 살상력이 없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전쟁터에서 권총으로 교전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권총은 역사가 상당히 오래된 무기임에도 정작 전쟁사에서 의미 있는 전과를 올린 사례를 발견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처럼 위력이 작은 권총이 종종 역사를 바꾼 엄청난 무기가 되기도 한다. 휴대가 간편하고 숨기기가 쉬워서 중요한 인물을 암살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일이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거대한 전쟁의 시작을 이끌기도 했다. 제1차 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던 FN M1910이 바로 여기에 해당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1900년 출시된 FN M1900을 시작으로 브라우닝(John M. Browning)이 설계하고 벨기에의 FN(Fabrique Nationale de Herstal)이 제작하는 방식으로 탄생한 일련의 권총들은 상업적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다. 유럽에서 브라우닝이 권총을 의미하는 단어로 쓰였고 무명의 FN이 일약 세계적인 총기 제작사로 등극했을 정도였다. FN M1910은 그러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4번째이자 마지막 권총이다.

원래 같은 설계를 바탕으로 미국용은 콜트(Colt Firearms)가, 유럽용은 FN이 나누어 생산할 예정이었으나 콜트가 기존에 양산 중이던 M1908에 만족하면서 FN에서만 제작이 이루어졌다. 기본적으로 FN M1900을 기반으로 개발이 이루어졌는데 최대한 휴대가 편리하도록 작고 가볍게 설계되었다. 따라서 FN M1910은 브라우닝의 전작들인 콜트 M1903, 콜트 M1908의 영향도 많이 받았다.

최초로 스프링이 총열을 감싸는 방식을 사용했는데, 후에 등장한 발터 PP나 마카로프처럼 소형의 권총들에 즐겨 사용하는 제작 기법이 되었다. 천재적인 엔지니어가 설계하고 경험이 많은 제작사가 만든 권총답게 개발 과정에 어려움은 없었고 성능도 준수했다. 또한 전작들의 명성이 있었기에 양산 시작과 동시에 세르비아군 공급을 시작으로 각국의 군경 및 민간에 판매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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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비교적 구조를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블로백 방식으로 작동하는데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프링이 총열을 감싸고 공이가 직접 작동해 사격이 이루어지는 스트라이커 격발 구조여서 총의 크기를 작게 줄일 수 있었다. 또한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돌출된 가늠자가 없고 대신 슬라이드 상부에 파여진 홈을 통해서 조준을 한다. 안전 레버를 비롯한 3중의 장치 덕분에 안전성이 대단히 뛰어나다.

콜트 M1908처럼 해머가 슬라이드 내부에 있어서 외형으로는 마치 해머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총이 굳이 멋있을 필요는 없지만 이렇게 최대한 구조를 단순화시킨 덕분에 FN M1910은 외형이 상당히 미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총열을 교환하면 사용하는 탄환을 바꿀 수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탄창에 7발을 장전할 수 있는 .32 ACP탄 사용 모델과 6발 장전이 가능한 .380 ACP탄을 사용하는 모델이 별도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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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FN M1910은 1910년부터 양산이 시작되어 10여 개국에 판매가 이루어졌고 1983년 단종 될 때까지 꾸준히 제작되었다. 생산 및 사용 시기가 20세기를 관통하므로 다양한 분쟁에 등장했지만 앞서 언급처럼 전투용 무기로는 빈약한 권총이어서 특별한 활약상은 없다. 다만 1932년 프랑스 대통령 폴 두메르(Paul Doumer) 암살, 1935년 미국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던 휴이 롱(Huey Long) 암살처럼 비극적인 사건에 사용되었다.

그중 1914년 6월 28일 사라예보에서 있었던 총성은 그야말로 세계사를 흔들어 놓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황태자 부부가 세르비아계 민족주의자였던 가브릴로 프린치프(Gavrillo Princip)의 FN M1910(,0.380 ACP 일련번호 19074)에 암살당하면서 이후 4년 동안 1,000만 명의 생명이 죽어간 제1차 대전이 시작되었다. 이전부터 충돌 가능성이 팽배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이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불쏘시개가 되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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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FN M1910 :　기본형

FN M1922 ： 1922년 화력 강화를 위해 총열과 슬라이드를 늘린 개조형

FN M1955 : 1955년 브라우닝 총기사(Browning Arms)에서 미국 내수용으로 도입한 모델

FN M1971 : 1971년 조준장치, 손잡이 등을 개량한 모델

하마다 식 : 1941년 일본의 하마마분지(浜田文治) FN M1910을 참조해 만든 자동권총

68식 : 북한이 무단 카피한 복제형. 원형을 FN M1910으로 볼 것인가는 논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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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제작사: Fabrique Nationale
- 구경: 9mm, 7.65mm
- 탄약: 9×17mm 브라우닝탄(.380ACP), 7.65×17mm 브라우닝탄(.32ACP)
- 탄창: M1910 : 6발(.380ACP), 7발(.32ACP)
           M1922 : 8발(.380ACP), 9발(.32ACP)
- 전장: M1910 : 153mm 
           M1922 : 178mm
- 중량: M1910 : 590g 
           M1922 : 700g
- 유효사거리 : 30m
- 작동 방식 : 블로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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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