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일찌감치 대항해 시대를 개척한 네덜란드는 동쪽으로는 동인도(인도네시아), 서쪽으로는 서인도 제도까지 진출하였다. 그러나 18세기에 들어서 해군력의 열세에 밀려 영국과 프랑스에 주도권을 내어주었고, 이후 열강의 경쟁에서 다소 소외되고 있었다. 1차 대전 당시 중립을 선택한 네덜란드는 전쟁에 참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1939년 9월에 2차 대전이 일어나면서 독일이 프랑스를 침공하자 중간에 위치한 네덜란드도 점령을 당하였다. 본국에서 떨어져 인도네시아에 주둔하던 네덜란드 해군은 1942년에 일본 해군이 필리핀을 점령하자 위기에 놓였다. 네덜란드 해군은 일본 해군에 맞서 미국과 호주 해군과 연합하였으나 모두 패전하였다. 네덜란드 해군은 본토와 인도네시아를 모두 점령당하자 영국으로 망명한 네덜란드 임시정부에 소속되어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하였다. 2차 대전이 끝나고 냉전이 시작되면서 네덜란드 해군은 NATO군의 일원으로 소련 잠수함의 대서양 진출을 차단하는 임무를 담당하였다. 따라서 해군의 전력도 항공모함 기동함대를 중심으로 해상초계기, 대잠헬기까지 포함하는 입체적인 전력을 확보하였다.

반면에 해군의 주요 임무에 속하는 상륙작전은 상대적으로 우선순위가 낮았다. 네덜란드는 대항해 시대부터 해외로 진출하면서 해병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평시나 전시에 군함이나 주둔지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해병대 전력이 필요하다. 네덜란드 해군은 냉전이 끝난 이후에도 1개 여단 규모의 해병대를 보유하고 있다. 2차 대전 직후 네덜란드 해군은 미 해군으로부터 전차상륙함(LST)을 인수하였으나 단기간만 운영하고 영국 해군으로 이관하였다. 1950년대 이후 네덜란드 해군이 항모기동함대를 중심으로 하는 대잠작전에 중점을 두면서 상륙함 전력은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웬만한 중소국가의 해군도 1~2척 정도는 보유하는 전차상륙함을 네덜란드 해군이 확보하지 않은 것은 NATO군의 연합작전에 의존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후 항공모함이 점차 퇴역하자 1970년대부터 네덜란드 해군은 상륙함의 확보를 검토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영국 해군이 1970년대에 노후 항공모함을 모두 퇴역시키고 인빈시블(Invincible)급 소형 항공모함을 확보한 점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인빈시블급은 배수량 22,000톤에 불과한 소형 항공모함이지만 500명 규모의 해병대가 탑승하여 상륙작전을 전개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다목적 설계는 1982년에 벌어진 포클랜드(Falkland) 전쟁에서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이러한 영국 해군의 사례에 따라 네덜란드 해군은 1980년대에 들어서 대형 상륙함(ATS, Amphibious Transport Ship)의 확보를 추진하였다. 네덜란드 해군은 1984년부터 1988년 12월까지 상륙함의 탐색개발을 진행하면서 주요 성능이 확정하였다. 문제는 네덜란드 해군이 대형 상륙함 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하기에는 비용측면에서 부담이 크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스페인 해군도 비슷한 개념의 상륙함을 검토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네덜란드와 스페인 해군은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할 것을 협의하였고, 1992년 6월에 협약서에 서명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본격화된 신형 상륙함은 인포서(Enforcer class)급이라고 불린다. 인포서급은 1994년부터 기본설계가 시작되었으며, 네덜란드 다멘 조선소(Damen Shipyards), 스페인 바산(Empresa Nacional Bazán de Construcciones Navales Militares S.A) 조선소가 분담하여 건조를 진행하였다.

인포서급 상륙함은 기본 선형을 기반으로 각국 해군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배수량 10,000톤에서 16,000톤까지 다양하게 건조할 수 있다. 네덜란드 해군과 스페인 해군이 각각 2척씩 도입하였으며, 영국 해군에 4척, 호주 해군에 1척이 수출되었다. 한편 포르투갈 해군도 1척을 도입할 예정이다. 

인포서급의 선도함인 로테르담(Rotterdam) 도크형 상륙함(LPD, Landing Platform Dock)은 네덜란드 해군이 도입한 첫 번째 대형 상륙함이다. 로테르담급은 상륙정만 보유하던 네덜란드 해군과 해병대의 상륙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높여주었으며, 네덜란드 해군의 평가도 높다. 네덜란드 해군은 로테르담급의 선체를 확대 개량한 요한 데 비트(Johan de Witt)급을 도입하였다. 로테르담급과 요한 데 비트급은 네덜란드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상륙함 전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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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로테르담급은 미 해군 롤리(Raleigh LPD-1)급에서 처음 채택한 도크형 상륙함(LPD)의 전통적인 선형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평갑판을 가진 선체를 기본으로 함수에는 대형 함교 구조물, 함미에는 웰 도크(well dock), 헬기 비행갑판(flight deck)을 설치하였다. 다만 선형의 설계는 군사규격이 아닌 민간상선 표준을 채택하여 건조비용을 절약하였다.

함미에 위치한 헬기 비행갑판의 아래쪽에는 상륙정을 수용하는 거대한 웰 도크가 있다. 상륙정이 진수할 때에는 4,000톤의 해수를 밸러스트 탱크(ballast tank)에 주입하여 함미를 약간 가라앉게 한다. 로테르담급은 완전무장한 해병대 1개 대대를 실을 수 있다. 해병대원은 함교 구조물의 위쪽에 승선하며, 차량과 중장비는 웰 데크 앞쪽의 차량 갑판에 적재한다. 주요 장비로는 전차 30대 또는 장갑차 160대를 탑재할 수 있다. 그리고 웰 데크와 비행갑판도 유사시 차량과 보급품 적재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웰 데크에는 소형 상륙정(LCVP) 6척 또는 대형 상륙정(LCU, LCM) 4척을 실을 수 있다.

작전이 시작되면 1달 동안 해병대원이 선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하고 있으며, 유사시 대량발생 환자의 치료를 위해 수술실 2실, 중환자 10개 병상, 일반 환자 100개 병상 규모의 병원을 갖추고 있다.

기관

최대속도가 높지 않은 상륙함의 성격 상 연료효율이 높은 디젤전기 추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디젤전기 추진방식은 기계적인 변속기가 없으며, 저속에서 고속까지 넓은 영역에서 부드러운 항해가 가능하다. 기관실에는 스토크 베르칠레(Stork Wärtsilä) 12SW28 디젤엔진으로 구동하는 발전기가 조합된 주기관 4기가 설치되어 있다. 구동방식은 디젤발전기에서 발생하는 전기동력으로 고속 전동기 2대, 저속 전동기 2대를 선택하여 구동하는 2축 추진방식이다. 그리고 선내의 전기시설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별도의 디젤 발전기 1대가 설치되어 있다. 한편 함수에는 옆방향 조종을 위해 측방향 추진기(side thruster)를 가지고 있다.

전투체계/센서

상륙함의 성격상 본격적인 전투체계는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상륙함대 지휘를 위해 네덜란드 탈레스(Thales)에서 개발한 전술정보처리체계(SEWACO, SEnsor, WeApon COntrol system)를 탑재하고 있다. SEWACO는 전술데이터링크(tactical datalink)와 연결되어 각종 전투상황을 주고받을 수 있으며, 모든 상황을 화면에 표시한다. 대공탐색 레이더(radar)는 네덜란드 탈레스에서 개발한 DA 08 레이더를 탑재하다. DA 08 레이더는 약 210 km 거리까지 대공표적 탐지가 가능하다. 네덜란드 해군은 현재 사용하고 있는 DA 08 레이더를 NS100 AESA 레이더로 교체할 예정이다.

무장

자체 방어를 위해 네덜란드 탈레스에서 개발한 골키퍼(Goalkeeper) 30 mm 근접방어체계(CIWS) 2문을 탑재하고 있다. 그리고 필요에 따라 12.7 mm 기관총을 추가로 설치할 수 있다.

헬기

상부구조물 뒤쪽에 헬기 격납고가 있으며, 웰 데크 위쪽으로 넓은 비행갑판을 확보하고 있다. 격납고에는 NH90/AS532 중형헬기 6대 또는 AW101 대형헬기 4대를 격납할 수 있다. 헬기 비행갑판에서는 동시에 2대의 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다.

한편 로테르담급은 필요에 따라 대잠작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경우 NH90 NFH 대잠헬기에 대잠어뢰, 소노부이(sonobuoy)를 탑재하여 대잠작전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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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

로테르담급(총 1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L800	로테르담 (Rotterdam)	1996.1.25	1997.2.22	1998.4.18	로얄 쉘데 조선소 (Royal Schelde Shipyard)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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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로테르담 도크형 상륙함은 NATO 해군에 소속되어 상륙작전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NATO 해군의 연합작전을 수행할 때에는 네덜란드 해병대와 더불어 다른 국가의 해병대 병력도 탑승한다. 대형 선체에 넉넉한 적재공간을 갖추고 있는 로테르담급은 인도적인 구호활동이나 해외파병에도 많이 동원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1999년 코소보 전쟁으로 인한 난민구호활동, 2000년 에티오피아 유엔평화유지활동(UNMEE), 2003년 라이베리아 유엔평화유지활동(UNMIL)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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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함명 : 로테르담급
- 함종 : 도크형 상륙함(LPD)
- 만재배수량 : 12,955톤
- 전장 : 166.0 m
- 전폭 : 25.0 m
- 흘수 : 5.9 m
- 최대속도 : 21 kt
- 항해거리 : 6,000 nm/12 kt
- 승조원 : 136명(사관 16명)
- 상륙병력 : 640명
- 함대지휘요원 : 25명 
- 주기관 : Stork Wärtsilä 12SW28 디젤발전기 × 4(14.6 MW), Holec 전동기(16,320 마력)× 2, 2축 추진
- 무장(함포) : Thales 골키퍼 30 mm CIWS × 2, 12.7 mm 기관총 × 10
- 방어체계 : SRBOC × 4
- ESM/ECM : ARGO AR-900
- 레이더 : DA 08 대공탐색 레이더, ARPA 대해상탐색 레이더
- 헬기 : NH90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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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