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령도·연평도 등 서북 도서 지역에서 지난 4월 이후 K-9 자주포 사격 훈련과 한·미 연합 해병대 훈련(KMEP) 등이 중단돼 온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최대 사거리 80여㎞에 달하는 '천무' 신형 다연장 로켓과 북 해안포 공격용인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사거리 25㎞) 역시 지난 4월 이후 실사격 훈련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백령도 해병대 찾아간 국회의원들 -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16일 서해 백령도에 주둔 중인 해병대 6여단을 방문해 K-9 자주포, 다연장 로켓 천무, 스파이크 미사일 등을 살펴보고 있다. 해병대는 지난 4월 이후 서북 도서에서 포 사격 훈련을 중단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일보
남북은 지난달 평양 정상회담을 통해 서북 도서를 포함한 완충 수역 내에서 11월부터 포 사격 훈련을 중단키로 합의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북 도서는 지난 4월 이후 이미 6개월째 훈련 중단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이는 4·27 판문점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취한 조치로 보인다. 군 내에선 "북한의 국지 도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1년 만들어진 서북도서방위사령부(서방사)가 사실상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16일 "서북 도서에서의 K-9 자주포 사격 훈련이 지난 4월 이후 중단됐고 훈련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병력들이 육지에 나와 사격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K-9은 최대 사거리가 40㎞에 달해 북 도발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응 수단이다. 백령도·연평도에는 30여문의 K-9 자주포가 배치돼 매년 3~4차례씩 해상 사격 훈련을 실시해왔다.
군 당국은 대신 K-9 자주포 장병들을 배에 태워 육지로 보내 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의 K-9으로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2사단 K-9은 경기도 연천 훈련장이나 포천 미군 훈련장으로 이동해 사격 훈련을 실시 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군의 한 소식통은 "서북 도서에 배치된 K-9으로 실제 사격을 해봐야 유사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데 타부대의 자주포로 훈련하는 것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미군 측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천무' 신형 다연장 로켓은 K-9 자주포와 함께 연 3~4회, 스파이크 미사일은 연 2회 정도 실사격 훈련을 해왔다. 군 당국은 훈련 중단에 따라 K-9 자주포처럼 해당 병력들을 육지로 보내 훈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서북 도서 한·미 연합 해병대 훈련은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매년 네 차례가량 실시돼 북한의 도발을 억제해왔다. 보통 중대~대대급 규모였다. 현재 포항에서 한·미 연합 훈련이 실시되고 있지만 서북 도서 현지 지형과 분위기 등을 익히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지난달 남북 군사 합의에 대해 예비역 해병 준장인 차동길 단국대 교수는 "전략적 가치가 매우 높은 서북 도서를 스스로 고립시키고 도서 부대의 전투력을 약화시켜 서방사도 무력화시킨 게 문제"라고 말했다. 서방사는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이후 서북 도서 방어를 전담하기 위해 해병대사령부를 모체로 2011년 6월 창설됐다. 육·해·공군 합동 참모진으로 구성된 우리 군 최초의 합동작전사령부다.
서북 도서는 유사시 북한 근접 공격 발진 기지로서 그 존재만으로도 북 전투력을 분산시키고 심리적으로 북 정권을 위협하는 '목의 비수'와 같은 존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