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미국은 뛰어난 각종 총을 만들어 낸 나라지만 정책 담당자의 오판으로 군용으로 제때 도입이 이루어지지 못한 경우가 생각보다 많았다. 제1차 대전을 상징하는 최고의 살상 병기로 유명한 맥심기관총(이하 맥심)도 그런 사례 중 하나다. 1884년 미국인 하이람 맥심은 이후 기관총으로 불리게 되는 혁신적인 자동 화기를 발명했지만 군의 무관심으로 납품에 실패했다. 이에 영국으로 건너가 판매에 성공하고 1899년 귀화까지 했다.

맥심의 위력에 주목한 유럽 열강들은 제1차 대전 이전부터 이를 면허 생산해 사용했다. 전쟁 초기의 진격이 멈추고 참호전이 시작되자 피아 모두가 사용한 맥심은 현실에 등장한 지옥을 연출한 가히 최고의 살상 병기가 되었다. 반면 미국은 1917년 전쟁에 뛰어들었을 때 마땅한 기관총이 없어 쩔쩔매는 아이러니를 연출했다. 이처럼 기관총의 초기 역사는 유럽에서 이루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정)러시아도 일찍부터 맥심을 주목한 나라다. 1904년 발발한 러일전쟁에서 비록 패했지만 뤼순공성전처럼 일부 전투에서는 일본군에게 엄청난 사상을 안겨주었는데 이때 맥심이 대단한 역할을 했다. 효과에 만족한 러시아가 기존 제식 소총탄인 7.62x54mmR을 사용할 수 있도록 약실을 개조해 1910년부터 면허 생산한 맥심이 한국전쟁 당시에 공산군이 사용하기도 했던 PM M1910이다.

맥심의 최대 단점은 최소 5명이 달라붙어야 할 만큼 무거운 무게였다. 공격 중에는 도수 운반하기가 어려워 주로 진지에 거치해 방어용으로 사용했다. 특히 이동용 바퀴와 사수보호용 방패까지 포함하면 무게가 64kg에 이르렀던 PM M1910은 맥심의 변형들 중에서도 가장 무거웠다. 전쟁이 끝난 후 열강들이 앞다투어 보다 가벼운 기관총의 개발에 나섰으나 러시아의 뒤를 이은 소련은 192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제1차 대전 이후 적백내전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계속되었기 때문이었다. 사회가 어느 정도 안정된 1928년이 되어 소련 군사위원회는 PM M1910을 대체할 새로운 기관총에 대한 소요를 제기했다. 요구 사항은 소부대 전투는 물론 대공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연사력과 화력이 강력하지만 기동전을 대비해 무게가 가벼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많은 엔지니어들이 개발 경쟁에 참여했는데 바실리 데그차료프(Vasily Degtyaryov)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는 소부대용 경기관총인 DP를 제작한 경험과 기존의 여러 기관총들을 참조해서 부가 장비를 제외한 총기 자체의 무게가 PM M1910의 절반에 불과한 새로운 기관총을 개발해 당국에 제출했다. 치열한 경쟁 끝에 1934년 그의 제출안이 채택되었고 실험 과정에서 드러난 이런저런 문제점들을 수정한 후 제2차 대전 발발 직후인 1939년 9월 22일, 데그차료프가 만든 7.62mm 기관총이라는 뜻의 DS-39라는 이름으로 제식화되었다.

DS-39의 양산과 동시에 PM M1910의 제작을 중단했을 만큼 새로운 기관총에 대한 소련군 당국의 기대는 상당했다. 하지만 생산과 동시에 실전에 투입해 본 결과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점이 나타났는데, 특히 1939년 11월에 시작된 겨울전쟁에서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 주었다. 툭하면 급탄 불량이 발생했고 야전에서 정비도 쉽지 않았다. 무기가 부족했던 핀란드군도 노획한 후 곧바로 전선에 투입하지 못하고 개량한 후에야 사용했을 정도였다.

대대적으로 손을 봐야 했으나 1941년 독소전쟁이 발발하면서 신뢰성 있는 무기의 공급이 당장 급했던 소련군은 PM M1910의 생산을 재개하면서 DS-39를 단종시켰다. 덕분에 탄생한지 불과 2년 만에 생을 마감했고 역전의 노장인 PM M1910의 대체는 1943년부터 도입이 이루어진 SG-43 기관총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었다. 이처럼 DS-39는 상당히 기대가 컸지만 PM M1910의 뒤를 잇지 못한 실망스러웠던 후계자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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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DS-39는 데그차료프의 전작인 DP처럼 가스작동식으로 연사가 이루어진다. 덕분에 탄약과 노리쇠의 규격에 제약을 덜 받았고 사격 시 총열이 움직이지 않아 정확도가 양호한 편이다. 또한 총열에 부착한 방열핀을 이용하는 공랭식이어서 무게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개발 당시에는 총열이 스크루로 고정되어 교환할 때 드라이버가 필요했고 그만큼 시간이 많이 걸렸으나 본격 양산형은 스위치에 고정되어 탈부착이 손쉽도록 개선되었다.

그러나 구조가 복잡해 생산성이 좋지 않고 정비 요소가 많았다. 통상적으로 소련제 총기는 거친 자연과 기후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간단하고 튼튼한 편이지만 DS-39는 그런 전통에서 조금 벗어났다. 특히 실전에서 탄 걸림 발생 시 문제 해결에 시간이 많이 걸려 병사들의 불만이 많았다. 또한 재고가 많은 기존 청동 탄피탄 대신 철재 탄피를 사용하는 탄환만 사용할 수 있어 보급 문제도 있었다. 이런 점도 DS-39가 조기 퇴출되는 원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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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DS-39는 독소전쟁이 발발한 1941년까지 10,345 정이 제작되었다. 개발 및 초기 생산은 데그차료프가 근무하던 코프로프(Kovrov) 조병창에서 이루어졌으나 본격 양산은 툴라(Tula) 조병창이 담당했다. 독소전쟁이 발발 후 해당 시설이 우랄산맥 동쪽으로 철수하게 되면서 생산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조기에 생산된 이유는 이 때문이라기보다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능과 안정성이 미흡했기 때문이었다.

전량 소련군에 배치되었고 핀란드와 독일이 노획된 일부 물량을 사용했다. 하지만 성능과 수량을 고려할 때 여타 기관총에 비해 전과가 많지는 않았다. 핀란드는 겨울전쟁과 독소전쟁 당시에 노획한 약 200정을 개조해서 재사용했는데 이중 145정이 지난 1980년대까지 예비군 비축 물자로 치장되었다. 독일은 MG 218(r)이라는 별도의 제식명을 부여해서 후방 점령지 같은 2선에 배치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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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DS-39 : 툴라 조병창에서 양산된 기본형

DS-39/VKT : 핀란드 VKT(Valtion Kivääritehdas, 조병창)에서 볼트에 감속 스위치를 부착하고 가스 피스톤이 작동 말단 부위에 그을음 제거를 위한 체임버를 부착한 개량형.

MG 218(r) : 독일이 노획 사용한 DS-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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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구경: 7.62mmR
- 탄약: 7.62×54mmR
- 전장: 1,170mm
- 총열: 720mm
- 중량: 14.3kg (총 본체) 42kg (부가 장치 포함)
- 유효사거리: 1.000m
- 작동 방식: 가스작동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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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