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10.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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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BM-13 다연장로켓

현대 다연장로켓의 지평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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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베를린 전투에서 화력지원 중인 BM-13 카츄사 로켓포 <출처: Public Domain>

개발의 역사

다연장로켓은 밀집되어 있는 적을 공격하는데 상당히 효과가 좋은 무기다.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에 최전선의 이라크군을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무기가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M270 MLRS은 이구동성으로 첫 손꼽을 만큼 대단한 전과를 올렸다. 이렇게 위력이 뛰어나니 현재 다연장로켓은 대부분의 군대에서 운용하고 있는 지상군의 필수적인 무기이자 귀하게 취급하는 주요 자산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최신 무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흔하고 종류도 다양하지만 유명한 신기전(神機箭)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되었다. 물론 오늘날의 다연장로켓과 과거의 신기전을 평면으로 비교할 수 없지만 로켓을 이용해 한 번에 많은 화살을 발사하는 기본적 운용 방식은 같다. 그런데 화차나 신기전은 당시에 값이 비싼 화약의 소모량에 비해 살상력이 떨어져 자주 사용되기 어려웠다.

신기전에서 보듯이 무기로써 다연장로켓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 출처: (cc) draq at Wikimedia.org >

옛 소련에서 개발한 BM-13 다연장로켓(이하 BM-13)는 이처럼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되었지만 효과가 떨어지다 보니 주력 무기로 사용하기가 어려웠던 다연장로켓의 역할을 새롭게 정립한 기념작이다. BM-13은 현재 사용 중인 모든 동종 무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기에 현대 다연장로켓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또한 단발식 야포 일색이던 오래된 포병의 역할과 전투 방법을 크게 확대시켰다.

BM-13은 1938년 6월, GAU(소련군 포병 총국)이 항공기에 장착해 공대지용으로 사용 중인 기존 RS-132 로켓을 지상무기화하기로 결정하면서 탄생했다. RS-132은 무유도 방식이어서 단발로 발사해 목표를 명중시키는 것은 운에 맡겨야 했다. 일거에 많이 투사하는 것이 효과는 좋지만 항공기에 다량으로 적재하기 어려웠다. 이에 RS-132를 지상에서 다연장 방식으로 운용하자는 대안이 나오면서 개발이 이루어진 것이다.

BM-13이 사용하는 구경 132mm의 M-13 로켓. 원형은 공대지 로켓인 RS-132다. < 출처: Public Domain >

이미 RS-132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하는 구경 132mm의 M-13 로켓을 만드는 데 그다지 어려움은 없었다. 핵심은 운용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범용 트럭의 측면에 로켓을 장착해 운용하는 방식을 연구했으나 실험 결과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판명되자 갈리코프스키(Vladmir. N. Galkovskiy)의 주장에 따라 차체 방향으로 상부에 설치한 레일에 로켓을 장착해 발사하는 방식으로 설계 변경이 이루어졌다.

1941년 3월 개발을 완료하고 M-13을 발사하는 전투차량이라는 의미의 BM-13으로 명명되어 일선 배치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실전에서 다연장로켓의 위력이 입증되지 않았던 상태였기에 일선에서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BM-13-16의 경우 한 번에 16발의 로켓을 투사할 수 있지만 재발사에 시간이 많이 걸려서 곡사포로 연사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본 것이었다. 때문에 그해 6월 독소전쟁 발발 당시에 단 40문만 일선에 배치되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 당시 독일 진지를 향해 일제 사격 중인 BM-13 포대 < 출처: (cc) RIA Novosti >
하지만 전쟁이 시작되자 지역 제압에 대단히 효과적인 무기임이 입증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소련의 일선 병사들은 카투사(Katyusha)라고 불렀는데 이후 BM-13과 그 파생형과 후속작들을 통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반면 가장 많은 곤혹을 치른 독일군은 발사 시 소음을 빗대어 스탈린의 오르간이라 불렀고 8cm Raketen-Vielfachwerfer 같은 카피형을 제작해 사용하기도 했다.
발사 시의 특유의 소음 때문에 독일군에서는 스탈린의 오르간으로 부르기도 했다. < 출처: 유튜브 >


특징

로켓은 발사 시 발생하는 충격을 외부로 방출할 수 있으므로 발사대를 장착하는 차량이 여타 자주포처럼 크거나 무거울 필요가 없다. 따라서 장착할 수 있는 운반체의 제약이 덜하고 그만큼 기동력이 좋다. BM-13은 당시 소련이 제작하거나 공여 받은 다양한 종류의 차량 등에 상하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레일을 거치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구조가 대단히 간단해서 운용과 정비가 편리했다.

BM-13의 간단한 구조를 알 수 있는 후면 모습. < 출처: (cc) Chris.O at Wikimedia.org >
정밀 타격이 가능한 최신 다연장로켓포와 달리 BM-13은 명중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대량의 로켓탄을 집중 발사해 일정 지역을 제압하는 것이 목적이어서 살상력과 사거리가 대폭 강화된 신기전이라고 정의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 운반체와 레일은 고정된 플랫폼이므로 BM-13의 위력은 전적으로 로켓에 의해 결정된다. 한 번에 발사되는 전체가 아닌 단지 단발로만 따지면 살상력에서 여타 포탄과 그다지 차이가 없다.
 
로켓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고 무유도 방식이어서 저렴하게 대량 생산이 가능했다. 대신 품질이 좋지 않아 비행 중 방향을 임의로 바꾸는 경우도 많고 연료의 양에 따라 사거리에 미치지 못하거나 목표를 초과해서 날아가는 사례도 흔하게 발생했다. 따라서 목표를 타격하는 용도가 아니라 주력 부대가 돌격하기 전에 적진에 마구 난사함으로써 심리적으로 타격을 입히는 용도로 사용했다.
미국에서 랜드리스로 지원받은 US6 트럭에 발사대를 거치한 BM-13N < 출처: (cc) Nick Lobeck at Wikimedia.org >

BM-13은 8개의 레일을 갖춘 것이 대부분이지만 48개의 레일을 갖춘 지상 거치형이나 선박 장착형처럼 그 종류가 다양하다. 4문으로 이루어진 1개 BM-13 포대가 10초 내에 투사할 수 있는 포탄의 양은 1개 포병 연대가 동시에 발사하는 포탄의 양과 맞먹는다. 비록 재장전에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이처럼 뛰어난 투사 능력은 기습적인 선제 타격을 가할 때 대단히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


운용 현황

배치가 시작된 때가 사상 최대였던 독소전쟁이 발발한 시점과 일치하다 보니 곧바로 실전에 사용되면서 효과가 입증되었다. 이에 1942년 말까지 3,237문이 생산된 것을 정점으로 해서 전쟁 말기까지 약 1만 문 정도가 양산되어 전선 곳곳에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스탈린그라드 전투 이후 소련이 전세를 역전해서 반격에 나설 당시에 BM-13은 소련의 공격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같은 역할을 담당했다.

발사 후 로켓을 재장전하는 모습 < 출처: Public Domain >
종전 후에는 운용과 재장전이 보다 편리한 튜브 형태의 발사 플랫폼을 사용하는 BM-14 같은 개량형이 등장하며 소련 내에서는 급속히 퇴출되었지만 동유럽 위성국가를 포함한 많은 친소 국가에 대량 공여되면서 세계 곳곳에서 활약했다. 1960년대 이전에 벌어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중동전쟁은 물론 최근 발발한 예멘 내전에도 등장했다. 과거의 무기지만 화력을 일거에 투사하는데 여전히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1950년대 제작된 ZiL-157에 거치된 BM-13. 하지만 종전 후에는 BM-14처럼 다연장로켓포는 튜브식으로 바뀌었다. < 출처: (cc) Schreibschaf at Wikimedia.org >


변형 및 파생형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본적으로 병렬로 연결한 레일을 기본 발사 플랫폼으로 하지만 이를 탑재하는 차량과 로켓의 형태로 나눈다면 BM-13의 변형과 파생형은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또한 직접 후계인 BM-14 이후의 모델들을 포함하면 소개가 곤란하다. 그래서  제식번호를 ‘BM-로켓 모델-발사대 수량’을 조합해 구분한다. 이에 따라 제2차 대전 당시 활약한 대표적인 차량 탑재형 변형 및 파생형은 다음과 같다.

- BM-8-8 : 미국에서 공여 받은 지프에 82mm 구경 M-8로켓 8발 장착

BM 8-8 <출처: Public Domain>
- BM-8-24 : T-40, T-60 경전차 차체에 82mm 구경 M-8로켓 24발 장착
BM-8-24 <출처: Public Domain>
- BM-8-36 : ZiS-5, ZiS-6 트럭에 82mm 구경 M-8로켓 36발 장착
BM-8-36 <출처: Public Domain>
- BM-8-40 : GAZ-MM 트럭에 82mm 구경 M-8로켓 장착
BM-8-40 <출처: Public Domain>
- BM-8-48: US 6나 포드-마몬 트럭에 82mm 구경 M-8 로켓을 장착한 형태
BM-8-48 <출처: Public Domain>
- BM-13 : ZiS-6 트럭 에 132mm 구경 M-13로켓 16발 장착
BM-13 < 출처: (cc) Cmapm at Wikimedia.org >
- BM-13-16 : ZiS-6 트럭 외 차량에 132mm 구경 M-13로켓 16발 장착
포드-마몬 트럭에 132mm 로켓을 장착한 BM-13-16 <출처: Public Domain>
- BM-31-12 : 미국에서 공여 받은 U3 트럭에 300mm 구경 M-31로켓 12발 장착
BM-31-12 <출처: Public Domain>


제원 BM-13-16

M-13 로켓

- 길이 : 1,420mm
- 직경 : 132mm
- 무게 : 42.5kg
- 탄두 중량 : 18.5kg
- 추진 체 중량 : 7.08kg
- 최대사거리 : 8,500m

ZiS-6 트럭

- 중량  : 4,230kg
- 적재량 : 4,000kg
- 길이 : 6,060mm
- 너비 : 2,250mm
- 전고 : 2,160mm
- 엔진 : 73마력 6기통 SV, 5555cc 수랭식
- 변속기 : 수동 4단
- 속도 : 시속 55km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