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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 공연, 드론봇 시연… 위문행사 같았던 건군 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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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0.02 02:37

병력·장비 퍼레이드 없이 첫 저녁 시간대에 공연 위주로 기념식
靑 "많은 국민이 보게 기획"… 野 "행사축소, 軍이 천덕꾸러기냐"

제70주년 국군의 날인 1일 오전 64위(位)의 6·25전쟁 국군 전사자 유해가 성남 서울공항으로 봉환(奉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68년 만에 조국을 찾은 6·25전쟁 국군 전사자의 유해들을 서울공항에서 직접 맞이했다. 최고의 예우를 갖춘 것이다. 반면 이날 국군의 날 기념식은 시가행진 없이 저녁때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공연 위주로 조촐하게 치러졌다. '북한 눈치 보기' 때문에 행사가 축소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유해 송환 수송기 첫 전투기 호위

이날 봉환된 64위의 국군 전사자 유해는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북한의 함경남도 장진, 평안남도 개천 지역 등에서 미·북이 공동으로 발굴한 것이다. 당초 미군 유해인 줄 알고 미국 하와이로 송환됐는데 한·미 공동 감식에서 국군 전사자로 판명돼 미측으로부터 넘겨받았다. 유해는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하와이에 있는 미국 국방부 전쟁 포로 및 실종자 확인국(DPAA)으로부터 직접 인수, 공군 C-130 특별 수송기에 실려 국내로 송환됐다. 유해를 실은 특별 수송기가 우리 영공 진입 이후엔 공군 F-15K·FA-50 편대가 호위를 했는데 이 같은 경우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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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년만에 돌아온 64용사… 文대통령, 한명 한명에 참전기장 수여 - 문재인 대통령이 국군의날인 1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국군 유해 봉환식에서 68년 만에 돌아온 국군 유해에 6·25 참전 기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 유해들은 1996~2005년 북한 함경도·평안도 등에서 미·북이 공동으로 발굴한 것으로 애초 미군 유해인 줄 알고 미국 하와이로 송환됐으나 감식 결과 국군 전사자로 판명돼 미측에서 넘겨받았다. 문 대통령은 이날‘호국 용사의 영(靈)’이라고 적은 국군 전사자 유해 64위에 일일이 참전 기장을 수여한 뒤 묵념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국군 전사자 유해를 향해 거수경례로 예를 표하고, 참전 용사 대표들과 헌화·분향했다. 이어 약 20분 동안 '호국 용사의 영(靈)'이라고 적힌 유해 64위에 일일이 6·25 참전기장을 수여한 뒤 묵념했다.

북한 지역에서 발굴된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 행사는 2012년 5월 이후 네 번째다. 이 중 대통령이 직접 참석한 것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지만, 대통령이 직접 일일이 참전기장을 수여한 것은 처음이다. 유해 64위는 발굴 지역과 유전자 분석, 한·미 양측 자료 대조 결과 국군 전사자로 판정됐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유해는 최종 신원 확인 작업을 거쳐 유가족에게 전달된 후 국립묘지에 안치된다.

◇저녁 시간 때 국군의 날 행사

하지만 이날 국군의 날 기념식은 5년 주기로 꺾어지는 해마다 대규모로 열렸던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났다. 건군 50주년이었던 지난 1998년에는 서울공항에서 특전부대 집단 강하, 태권도 시범 등 행사가 열린 뒤 도심에서 행진했다. 건군 60주년인 2008년에는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본행사에 이어 테헤란로 일대에서 24종 86대 장비를 동원해 시가행진을 했다. 반면 올해엔 행사 참여 군인이 580여명에 불과했고 처음으로 야간에 진행됐다. 북한은 올해 조선인민군 창건일을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2월 8일)로 옮겨 대규모 열병식을 했다. 9월 9일 정권 수립 70주년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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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수경례하는 文대통령과 내빈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열린‘제70주년 국군의 날’기념식에서 행사 참석자들과 함께 경례하고 있다. /뉴시스
가수 싸이가 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국군의 날 본행사에 첫 가수 공연 - 가수 싸이가 70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 국군의 날 본행사에 연예인 공연 순서가 정식으로 마련된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6시 반부터 시작된 기념식에선 가수 싸이의 공연, 태권도 시범, 지상 로봇을 비롯한 미래 전투 수행 체계 시연 등이 있었다. 태권도 시범의 일부는 '늙은 군인의 노래'를 배경곡으로 진행됐다. 낮 시간에 실시돼오던 국군의 날 행사가 저녁 시간대로 옮겨진 것과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많은 국민이 의미 있게 볼 수 있도록 프라임 시간대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개막 영상에서 6·25전쟁이나 북한군 모습은 거의 없었고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27 판문점 선언 당시 악수하는 사진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이제 우리 군이 한반도 평화의 맨 앞자리에 서야 할 때"라며 "힘을 통한 평화는 군의 사명이며 평화 시대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강한 군대"라고 말했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기획 단계부터 청와대 탁현민 선임행정관이 참여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는 북한 눈치를 살피고 비위를 맞추느라 대한민국 국군을 눈칫밥 천덕꾸러기로 만들지 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