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과정

유럽의 중소국가인 네덜란드는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어 대항해 시대를 개척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찌감치 유럽을 벗어나 동쪽으로 진출한 네덜란드는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긴 바닷길을 개척하였고 이에 적합한 해군력을 보유하였다. 이러한 특징은 인접한 독일이 육군 중심으로 해군 전력 투자에 인색했던 점과 대조된다.

2차 대전 이후 냉전 시대가 시작되자 네덜란드는 NATO의 주요 회원국가로서 상당히 넓은 해역의 작전을 담당하였다. 냉전 시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독일, 노르웨이는 소련 해군 발틱 함대의 대양 진출을 차단하는 임무가 우선이었다. 이러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네덜란드는 항공모함을 비롯한 수상전투함, 잠수함과 함께 대형 해상초계기까지 포함하는 입체적인 해군력을 보유하였다.

일단 북해로 진출한 소련 해군의 발틱 함대를 추적하는 임무는 네덜란드 해군과 영국 해군이 협력하여 수행하였다. 더불어 북극해에서 북대서양으로 남하하는 소련 해군의 북양함대를 차단하는 임무도 네덜란드 해군이 참여하였다. 특히, 소련 해군 잠수함의 진출을 차단하는 임무는 다른 임무보다 우선이었다.

그리고 네덜란드는 서인도 제도의 안전을 지킬 해군력도 필요하다. 이러한 작전 환경은 군사작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해상 경비, 해난 구조와 같은 해양경찰의 임무를 함께 수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환경에 따라 네덜란드 해군은 수상전투함과 다른 대형 경비함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1990년대 초에 냉전이 끝나고 러시아 해군의 전력이 크게 감소하자 잠수함의 활동이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에 강대국의 대결이 감소하면서 발생한 공백으로 인하여 해상 테러와 민간 상선에 대한 해적 행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주요 해상 교역로인 믈라카 해협, 아덴만 해역에서 자주 발생하는 해적 행위는 해군력을 동원하는 군사 작전이 필요한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새로운 해상 안보의 필요성에 대응하려면 과거 냉전 시기처럼 막강한 화력을 갖춘 대형 수상전투함은 적절하지 않으며 새로운 형태의 전투함으로 대응이 필요하다.

새로운 전투함은 공격적인 성격이 강한 중무장 수상전투함과 근본적으로 다른 성격이 필요하다. 우선 적 잠수함을 찾아 추격하는 임무를 수행하지 않기 때문에 소나(sonar), 어뢰와 같은 대잠 무장은 필요가 없다. 그리고 소형 해적선을 제압할 때 함대함미사일이나 대형 함포는 적절하지 않다. 한편 적의 대공 위협에 대응할 함대공미사일도 필요가 없다. 반면에 빠른 속도보다는 장기간 동안 먼 거리를 항해하기 위한 항해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소형 선박을 지속적으로 감시, 추적하기 위해서 고성능 감시정찰 장비가 필요하다. 또한 해상 사건 발생 시 즉각 대처가 가능한 고속단정과 헬기가 필요하다. 더불어 이러한 해상 작전을 장기간 수행하기 위해서는 승조원이 지치지 않도록 넓은 거주환경과 함께 충분한 연료를 탑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점은 과거 냉전 시기에 잠수함을 추적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수상전투함과 큰 차이점이 있다.

사실 이러한 해상 경비 임무는 일반적으로 해양경찰이 맡고 있지만,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려면 해군이 수행할 필요가 있다. 네덜란드 해군도 종전의 호위함으로는 이러한 해상 경비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느끼고, 새로운 임무에 적합한 원양경비함(OPV, Offshore Patrol Vessel) 도입을 추진하였다.

네덜란드 국방부는 2005년 국방백서를 발간하면서 원양경비함 확보 계획을 발표하였다. 네덜란드 해군은 신형 경비함의 구입에 필요한 5.3억 유로를 확보하기 위해 당시 사용하던 카렐도르만(Karel Doorman)급 호위함을 해외에 매각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거쳐 등장한 전투함이 바로 홀란드(Holland)급 원양경비함이다. 군사 작전과 민사 작전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홀란드급 원양경비함은 선도함에 자국의 이름을 붙일 만큼 네덜란드 해군을 대표하는 함정이라고 할 수 있다.

홀란드급 원양경비함은 북해 해역에서의 해상 작전 임무를 주로 수행한다. 더불어 네덜란드령 서인도 제도의 해상 경비 임무와 같은 민사 작전도 수행한다. 이러한 원양 작전을 장기간 수행하기 위해 네덜란드 해군이 보유한 다른 호위함보다 선체가 대형화되었다.

특히 장기간 동안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 연료를 많이 소비하는데, 홀란드급의 경우 디젤전기복합추진방식(CODOE, COmbined Diesel or Electric)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저속을 항해할 때는 2대의 발전기와 전동기를 사용하고, 고속으로 항해할 때는 2대의 디젤엔진으로 직접 추진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 해군은 6척의 카렐도르만급 호위함을 해외 국가에 매각하고, 4척의 홀란드급 원양경비함을 2012~2013년에 도입하였다. 도입 이후 유럽을 비롯하여 아덴만, 서인도 제도 해역의 해상 경비 임무에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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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홀란드급은 고속으로 적 잠수함을 추적하는 호위함과 달리 장기간 동안 해상 경비 임무를 수행하도록 개발되었다. 이에 따라 폭이 넓은 선체를 선택하여 험한 파도에서도 흔들림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폭이 넓은 선체는 속도성능에 불리하지만 원양경비함의 특성상 30노트 이상의 고속 항해는 필요하지 않으며, 홀란드급의 최대 속도는 22노트 정도이다. 함교 구조물은 스텔스 성을 고려하여 설계되었으며, 특히 평면 레이더 안테나(radar antenna)와 마스트(mast)가 하나로 합쳐진 복합 마스트(I-Mast 400)가 특징이다.

특히 원양경비함에 적합하게 의심 선박을 검문할 때 고속단정을 신속하게 내리도록 하고 있다. 홀란드급의 함미에는 고속단정용 슬립웨이(slipway)가 있어 직접 바다로 진수할 수 있다. 만재배수량 3,800톤 급 대형 군함이지만 전체적으로 자동화가 많이 적용되어 승조원은 불과 50명에 불과하다. 한편 조난자 구조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40명을 추가 수용할 수 있는 거주구역을 마련하고 있다.

기관

군함에서는 드문 방식인 CODOE 추진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은 저속에서는 디젤발전기에서 생산하는 전기로 추진하고, 고속에서는 대형 디젤엔진으로 직접 추진하는 방식이다. 가스터빈을 주로 사용하는 호위함보다 연료를 많이 절약할 수 있다. 또한 더 많은 연료를 적재할 수 있어 항해 거리가 연장되는 장점이 있다. 고속 항해할 때는 주기관인 2대의 MAN 12V 28/33D 디젤엔진 (7,240마력)을 직접 스크루(screw)에 연결하여 구동한다.

저속 항해할 때는 3대의 캐터필러(Caterpillar) 3508B 디젤발전기(1,300마력)에서 생산하는 전기로 전기모터를 구동한다. 해상 경비 임무를 겸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군함이기 때문에 피격에 대비하여 2축 추진 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기관실은 각각 분리되어있다.

디젤전기복합추진방식은 순항할 때 연료를 절약할 수 있고 전동기의 특성상 미세한 선박 조종이 가능하다. 이러한 성능은 의심 선박을 검문할 때와 같이 해상 경비 작전을 수행할 때 유용하다. 고속 항해를 주로 하는 종전의 수상전투함은 이러한 섬세한 선박 조종이 쉽지 않다. 홀란드급은 예인선의 도움을 받지 않고 방향을 전환할 수 있도록 측방향 추진기(side thruster)도 가지고 있다.

센서

해상 감시 임무를 수행할 때 가장 중요한 장비가 바로 고성능 감시장비와 통신장비이다. 홀란드급은 시마스터(SeaMaster) 400 전자식 장거리 대공 탐색 레이더, 시와처(SeaWatcher) 100 전자사식 해상 탐색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다. 특히 능동식전자주사방식(AESA) 레이더를 사용하면 수면에 떠있는 기뢰까지 탐지할 수 있다.

홀란드급은 레이더와 더불어 목표물을 확인하는데 유용한 게이트키퍼(Gatekeeper) 전자광학(EO) 감시 장비도 가지고 있다. 모든 센서(sensor)는 복합 마스트에 내장되어 있어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이 특징이다.

군함의 성격상 적군의 전자파를 탐지하는 전파탐지장치(ESM)와 데이터 링크(data link), 위성통신장비 등을 완전하게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 링크는 Link-11, Link-16, Link-22 일체를 탑재하고 있어 입체적인 해상, 공중통신망 구성이 가능하다. 위성통신은 이리듐(Iridium) 통신위성을 사용한다.

무장

해상경비 임무에 적합하지 않은 5인치 함포는 탑재하지 않는다. 대신 유사시 근거리 목표물에 순간적으로 많은 화력을 투사할 수 있는 3인치(76.2mm) 자동 함포 1문, 30mm 단장 체인건(chain gun) 1문을 전방에 집중 배치하고 있다. 더불어 의심 선박 검문 등 위험한 임무를 수행할 때 사용이 가능한 12.7mm 원격조종 기관총 2정, 7.62mm 기관총 6정 등으로 화력을 보강하고 있다.

적 잠수함을 탐지, 추적하는 호위함 고유의 임무는 담당하지 않기 때문에 소나(sonar), 어뢰, 미사일과 같은 강력한 무장은 탑재하지 않는다.

고속단정

의심 선박을 검문하거나 해안 지역에 특수부대를 투입할 때 주로 사용하는 고속단정은 원양경비함의 필수 장비라고 할 수 있다. 홀란드급은 고속구조정(FRB, Fast Rescue Boat) 1척, 고속단정(FRISC, Fast Raiding, Interception, and Special forces Craft) 2척 등 모두 3척의 고속단정을 탑재한다. 고속단정 중 1척은 함미의 슬립웨이를 사용하여 신속하게 내릴 수 있다.

헬기

홀란드급은 해상경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고속으로 도주하는 선박을 추적하여 차단할 수 있도록 1대의 헬기를 탑재하고 있다. 탑재하는 헬기는 NFH90 NFH 대잠헬기이며 해상 감시와 더불어 대잠 작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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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홀란드급 4척)

함번	함명	착공	진수	취역	건조	비고
P840	홀란드 (Holland)	2008.12.8	2009.10.30	2012.7.6	쉘데 조선소 (Schelde Naval Shipbuilding)	현역
P841	젤란트 (Zeeland)	2009.9.22	2010.11.20	2013.8.23	쉘데 조선소 (Schelde Naval Shipbuilding)	현역
P842	프리슬란트 (Friesland)	2009.11.26	2010.11.4	2013.1.22	다멘 조선소 (Damen Shipyard)	현역
P843	흐로닝겐 (Groningen)	2010.4.9	2011.4.21	2013.11.29	다멘 조선소 (Damen Shipyard)	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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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네덜란드 해군은 2007년 12월 20일에 4억 6,780만 유로의 예산으로 2곳의 다멘조선그룹과 4척의 홀란드급 원양경비함의 건조 계약을 체결하였다. 4척 중에서 2척은 쉘데조선소, 2척은 다멘조선소에서 건조되었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단기간 안에 4척이 모두 취역하여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홀란드급은 원양에서의 해상 경비 임무에 적합하며, 최근 아덴만 해역의 해적 소탕작전에서 주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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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만재배수량 : 3810톤 
- 전장 : 108.4m
- 전폭 : 15.24m
- 흘수 : 4.55m
- 최대 속도 : 22kt 
- 항해거리 : 5,000nm/16kt
- 승조원 : 50명 
- 주기관 : CODOE, MAN 12V 28/33D 디젤엔진 (7,240마력) × 2, Caterpillar 3508B 발전기 (1,300마력) × 3, 전동추진기 (800kW) × 2, 2축 추진, Rolls-Royce 측방향 추진기 (737마력) × 1
무장 : 3인치(76.2mm)/62 함포 × 1, Marlin 30mm/70 기관포 × 1, 12.7mm 원격조종 기관총 × 2, 7.62mm 기관총 × 6
- 레이더 : Thales SeaMaster 400(SMILE) 대공탐색레이더, Thales 시와처(SeaWatcher) 100 (SEASTAR) 해상탐색레이더, Consillium Selesmar 항해레이더
- 전투체계 : CAMS/Force Vision Guardion CMS, Link-11/16/22, SATCOM
- 전자광학체계 : Thales Gatekeeper
- 헬기 : NH90 NFH 대잠헬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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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 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 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