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소련. 러시아는 무기의 이름을 작명할 때 개발자(설계국)의 이름을 따서 명명하는 사례가 흔하다. 개발 주체에게 명예를 부여함과 동시에 그만큼 품질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라는 작명법이다. 총기와 항공기가 대표적인데, 특히 총기는 이름만으로도 어떤 기능이고 누가 만들어 언제 개발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다. 예를 들어 유명한 AK-47은 칼라시니코프가 만들어 1947년 제식화된 자동소총이라는 뜻이다.

바실리 데그차료프(Vasily Degtyaryov)는 제식명에서 흔하게 볼 수 있을 만큼 소련 총기 역사에 상당히 많은 흔적을 남긴 엔지니어 중 하나다. 대표적으로 경기관총인 DP-28, RDP 중기관총인 DS-39, DShK 대물저격총 PTRD 등이 그가 만들었거나 개발하는데 관여한 유명한 총기들이다. 상당수가 제2차 대전에서 맹활약 했는데, 거론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자동화된 총기 제작에 뛰어난 실력을 발휘했다.

데그차료프는 소련 기관단총의 역사도 선도했다. 기관단총은 기관총, 자동소총과 더불어 대표적인 자동화 총기 중 하나다, K1A 같은 예외적 사례도 있지만 반동을 잡기 위해 주로 권총탄을 사용하는 관계로 화력과 사거리가 약한 편이다. 현재도 특수전 같은 분야에서 사용 중이지만 자동소총이 등장한 이후 기관단총의 역할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엄밀히 말해 제2차 대전이 기관단총의 전성기라 할 수 있다.

전쟁 초기라 할 수 있는 1940년에 제식화된 PPD-40은 데그차료프가 만든 기관단총의 최종작이다. 다시 말해 새로운 기관단총이 아니라 그 이전에 있었던 모델을 개량한 형태라 할 수 있다. PPD-40은 제1차 대전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지옥의 참호전과 제2차 대전의 시작을 알린 전역 중 하나인 1939년 겨울전쟁에서 소련이 당한 혹독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등장한 기관단총이다.

러시아. 소련이 참전했던 제1차 대전의 동부전선도 단지 서부전선에 비해 강도가 덜했을 뿐이지 참호전으로 인한 고통은 마찬가지였다. 데그차료프는 전쟁 말기에 등장한 독일의 MP18 기관단총에 상당히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장차 전쟁에서 기관단총이 반드시 필요한 무기가 될 것이라 예상했던 그는 제1차 대전. 혁명 그리고 내전의 혼란기가 끝나고 어느 정도 사회가 안정된 1926년부터 P18을 참고해 개발에 나섰다.

그렇게 해서 1934년 탄생한 소련 최초의 기관단총이 PPD-34다. MP18처럼 블로백 방식을 택하고 25발 들이 탄창을 사용했다. 각종 성능 실험을 거쳐 이듬해부터 양산이 시작되었지만 정작 소련군은 정확도, 파괴력, 사거리가 미흡하다며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이런 시류는 소련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들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전쟁이 끝나자 근접전에서 난사가 목적인 기관단총의 효용성을 망각해 버린 것이었다.

이후 성능을 개량한 PPD-34/38이 1939년부터 양산되었으나 소련군은 여전히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NKVD 등에 소량만 공급되었다. 하지만 바로 그해 11월 발발한 겨울전쟁에서 소련은 뼈저린 경험을 했다. 유격전술로 대응하고 나선 핀란드군에게 혼쭐이 난 것인데, 이때 핀란드군이 사용한 주요 무기가 수오미 KP/-31 기관단총이었다. 결국 이런 망신을 겪고 나서야 기관단총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데그차료프는 수오미 KP/-31에 착용한 대용량 드럼 탄창에 주목하고 이를 PPD-34/38에 장착했다. 하지만 탄창을 총신에 직접 결합하는 구조로 말미암아 사격 중 급탄 불량이 자주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한 후속작이 바로 PPD-40다. 겨울전쟁을 겪으며 기관단총에 대한 인식이 바뀐 소련군 일선에 대량 공급되었고 이듬해 독소전쟁이 발발하자 종전 때까지 전선 곳곳에서 활약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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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PPD-40과 그 전작들은 권총탄으로 개발된 7.62×25mm 토카레프탄을 사용해서 사거리와 저지력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고 정확도도 기대할만한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단점은 RPD-40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만 근거리에서 연사에 중점을 둔 무기답게 분당 최대 1,000발을 발사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연사력을 자랑했다. 이는 같은 시기에 제식화된 독일의 MP40에 비하면 두 배 정도의 수준이었다.

종종 무거워서 사용하기 불편했다는 자료가 있지만 탄창을 제외한 3.2kg의 무게는 여타 기관단총과 비슷했다. 크롬 도금이 되어 있어 튼튼하고 내구성이 좋았지만 외부에서 충격을 받으면 오발 사고가 나곤 했을 만큼 안정성이 뛰어나지는 않았다. 사실 이는 PPD-40만이 아니라 오픈볼트 방식을 사용하는 기관단총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였다. 그래도 서로 사용하기 꺼려했을 정도로 평판이 나빴던 영국의 STEN 초기 모델 정도는 아니었다.

적어도 평균적인 성능은 제2차 대전 당시에 사용된 기관단총으로는 준수한 편이었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개량이 이루어지면서 구조가 복잡해졌고 거기에다가 절삭가공 방식으로 제작이 이루어져 생산성이 나빴고 그만큼 제작 단가도 비쌌다. 이는 PPD-40이 단명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다. 이듬해 성능으로 그다지 차이가 없지만 저렴한 가격에 대량 생산이 가능한 PPSh-41이 등장하면서 1942년 양산이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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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PPD-34부터 따진다면 PPD-40은 역사가 상당히 긴 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군부의 판단 오류로 인해 일선 주력 부대가 아닌 후방에서 소량만 사용되었고 전면전이 발발한 후 정작 대량으로 요구되었을 때는 너무나 강력한 후계자인 PPSh-41로 말미암아 서둘러 생을 마감해야 했다. 한마디로 성능 이외의 여건으로 말미암아 주인공 노릇을 하지 못하고 사라져간 기관단총이라 할 수 있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 8년동안 약 9만 정이 제작되었다. 후속작인 PPSh-41이 7년 동안 600만 정이 생산되어 전 세계로 펴져 나갔던 점과 비교한다면 그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중국, 스페인, 유고슬라비아 등에 소량이 공급된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소련군이 사용했다. 그럭저럭 성능도 좋은 데다 마우저탄이 토카레프탄과 규격이 비슷해서 독일군, 핀란드군도 노획해서 사용하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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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PPD-34 소련 최초의 기관단총

PPD-34/38 성능 개량형

PPD-40 대용량 드럼 탄창 장착이 가능한 개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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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구경: 7.62mm
- 탄약: 7.62×25mm 토가레프
- 전장: 788mm
- 총열: 273mm
- 중량: 3.2kg
- 유효사거리: 200m
- 작동 방식: 블로백, 오픈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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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