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핵무력 한마디도 언급 안한 北… "경제개발 위한 전투 준비하자"

글자크기 프린트
0 0

입력 : 2018.09.10 02:26

ICBM 빠진 北70주년 열병식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대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개막 연설에 나서 '경제 재건'을 강조했다. 2013년 이후 5년 만에 열린 9·9절 70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이 직접 연설에 나서지 않았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등장하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과 비핵화 협상 진척을 염두에 두고 전형적 '로키(low-key)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영남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모든 정치·군사·경제·문화 분야에서 엄청난 변화를 이루며 위대한 번영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부 세계의 공격 위협과 침략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당의 노력을 기반으로 강력한 군사력을 발전시켰다"며 "전쟁에 대비하는 동시에 경제 개발을 위한 전투도 준비하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등 국제사회를 자극할 수 있는 핵 관련 언급은 빼고 북한 정권의 경제 재건 목표를 강조한 것이다.
中리잔수 손잡은 김정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9일 오전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을 함께 참관한 뒤 손을 맞잡아 군중에게 답례하고 있다.
中리잔수 손잡은 김정은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리잔수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9일 오전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을 함께 참관한 뒤 손을 맞잡아 군중에게 답례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김정은은 주석단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특별대표로 방북한 중국 서열 3위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과 열병식을 지켜봤다. '경제 구축을 위해 모든 노력을!' '경제력 구축 기반을 앞에 두자!' 등이 적힌 팻말을 든 시민들의 행진도 이어졌다. AP통신은 "열병식 절반 가까이가 경제 건설을 위한 북한 국민의 노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됐다"고 전했다.

◇美 의식한 北 "경제 강국" 강조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새해는 우리 인민이 공화국 창건 70돌을 대경사로 기념하게 된다"고 성대한 9·9절 행사를 예고했었다. 그만큼 김정은이 연설을 하지 않은 것은 의외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정권 수립 70주년 성과로 내세울 경제·외교적 성과가 없었던 것"이라며 "대외적으로는 비핵화 협상 상대인 미국을 의식한 조치"라고 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김정은이 나서면 북 주민들을 의식해 연설 내용이 강경해지고 미국을 자극할 만한 내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김영남을 내세워 경제를 부각하면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한 것"이라고 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비핵화 협상에서 얻어낸 것도 없고 경제 면에서도 홍보할 치적이 없어 본인은 빠진 것"이라고 했다.

◇탄도미사일 뺀 '로키 전략'

이날 열병식에는 ICBM은 물론이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중·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등장하지 않았다. 대신 북한은 대전차 미사일 8발을 장착한 대전차(對戰車) 장갑차, 신형 포탑·포신을 장착한 152㎜ 자주포 등 일부 신형 재래식 무기를 선보였다. 미국과 국제사회를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비핵화 협상과 무관히 전력 증강은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열병식의 여군들 - 9일 오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9·9절 열병식에서 총을 든 여군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날 열병식에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유사시 수도권에 큰 위협이 되는 재래식 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열병식의 여군들 - 9일 오전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9·9절 열병식에서 총을 든 여군들이 행진하고 있다. 이날 열병식에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등장하지 않았지만 유사시 수도권에 큰 위협이 되는 재래식 무기들이 대거 등장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월 건군절 열병식에선 ICBM을 비롯,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공개했다. 하지만 이번엔 스커드·KN-02 등 단거리 탄도미사일도 등장시키지 않았다. 18일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측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해석됐다.

북한이 이날 처음 공개한 신형 대전차 장갑차는 한국군의 신형 K-2 '흑표' 전차와 주한 미군의 M1A2 SEP 신형 전차에 대응하는 무기다. 신형 152㎜ 자주포는 기존 152㎜ 자주포에 비해 사거리가 늘고 정확도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날 최대 사거리가 200여㎞에 달하는 신형 300㎜ 방사포(다연장 로켓), 최대 사거리 100~150㎞인 '북한판 패트리엇 미사일' 신형 KN-06 지대공(地對空) 미사일(일명 번개 5호)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