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

74식 전차의 주포는 서방측 제2세대 전차의 표준 무장이라 할 수 있는 로열 오드넌스사의 51 구경장 L7A1 105mm 강선포를 일본제강소에서 면허 생산한 것이다. 따라서 동급 포를 장착한 서방의 여타 전차와 화력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 대신 차체가 기울어 있어도 포의 자세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시키는 포신 안정화 장치처럼 사격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었다.

STB-1 프로토타입에는 패시브식 열 영상 장치를 설치했으나 가격이 비싸 이후 실험 생산분과 양산형에는 미국의 액티브식 적외선 열 열상 장비를 면허 생산해 장착했다. 세계 최초로 장착한 레이저 거리측정기는 아날로그식 컴퓨터와 연동해서 작동한다. 덕분에 최초 개념 연구 당시에 고려한 자동장전장치를 생략했음에도 초탄은 조준 완료 후 3초면 발사할 수 있고 4초 후에 차탄 사격이 가능하다.

구시대의 볼트 이음 방식 등을 채택해 혹독한 비난을 받은 61식을 교훈 삼아 74식은 방어력 향상에 특히 신경을 썼다. 아직은 신소재 복합장갑이 일반화되기 전이라 피탄 효과를 높이기 위해 경사 장갑을 채택했는데 당연히 용접으로 단단히 연결했다. 여타 전차처럼 정확한 방어력은 공개되지 않고 있으나 전면 최대 장갑이 200mm 내외로 추측되는데, 이는 소련의 T-62와 독일의 레오파르트 1의 중간 정도로 평가된다.

외형만으로 알 수 있듯이 74식은 소련의 전차 개발 사상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앞서 언급처럼 장갑에 경사를 준 둥그런 형태의 포탑도 그렇지만 여기에 더해 전차의 크기가 작은데, 특히 전고가 낮다. 제2세대 전차 중 스웨덴의 Strv.103 다음으로 낮은데 Strv.103가 제2차 대전 당시에 많이 사용된 돌격포처럼 무포탑이어서 74식이 가장 낮은 크기의 전차라고 할 수 있다.

덕분에 무게가 50톤에 이르는 M60은 물론 T-62의 41톤 보다 가벼운 38톤에 불과하다. 그런데 차체가 작아 무게가 덜 나가는 것이지만 재래식 장갑을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무래도 방어력에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작은 차체는 사실 일본의 교통 인프라와 관련이 많다. 신칸센을 제외한 일본의 철도는 협궤여서 폭이 좁고 터널의 높이가 낮아 화차에 전차를 싣고 운반하는데 애로가 많다.

비단 일본뿐 아니라 전차처럼 중량의 장비는 철도를 이용해 운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무래도 장거리 운송을 트레일러를 이용할 경우 효율적이지 못하다. 때문에 일본은 전차 개발 단계에서부터 크기에 대한 제약이 많다. 61식이 실패한 이유도 이와 관련이 있다. 1960년대 이후 일본 내에 도로가 많이 개설되면서 74식은 폭이 3m가 넘게 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개발 사상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일본제 무기는 해외 수출을 못하고 오로지 자국 내에서 소비하므로 수요량이 많지 않지만 기술력 확보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최대한 국산화하는 특징이 있다. 만일 국산화가 어려우면 면허 생산을 해서라도 직도입을 자제한다. 74식도 마찬가지여서 상당 중요 부품을 국산화했는데, 레이저 거리측정기 등은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동력 계통처럼 개발에 어려움을 겪은 분야도 있다.

750마력의 공랭식 10ZF 디젤 엔진과 반자동식 MT-75 변속기를 결합한 파워팩 개발에 성공했으나 완성하기까지 예정된 시간을 초과했을 만큼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고 최초에 원했던 목표 성능까지는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2행정이어서 소음이 상당하고 연비도 나빠 주행거리가 길지 못하다. 하지만 가속력이 좋고 전차의 중량이 가벼워 야지에서 최대 시속 53km의 준수한 속도를 낼 수 있다.

74식은 소련의 전차처럼 궤도에 지지륜 없는 구조다. 상대적으로 구조가 간단해서 정비 요소가 줄어들지만 급속 기동을 하면 종종 궤도가 이탈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산이 많은 일본의 지형을 고려한 유기압식 현가장치를 장착해 차체를 최적의 상태로 변화하거나 주포의 발사 범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제3세대 전차에는 보편적으로 적용되지만 74식이 제2세대 전차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시대를 앞선 기술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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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1974년부터 배치를 시작한 74식은 1989년까지 총 893대가 양산되어 전량 자위대에 공급되었다. 성능 상으로 제2세대 전차의 수준을 벗어났다고는 하나 여타 동급 전차에 비해 출현이 10년 정도 늦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특별히 뛰어난 성능으로 보기도 어렵다. 하지만 대외 수출을 염두에 두지 않고 오로지 일본에서 방어용으로만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개발 목적에 충분한 부합된 전차라고 평가할수 있다.

현재 자위대의 주력은 제3세대 전차인 90식이지만 여러 사정으로 341대만 생산하고 2006년 양산이 종료되었기에 74식의 역할은 계속 중요했다. 하지만 노후화가 심해 어려움을 겪다가 이를 대체할 목적으로 개발된 10식 전차가 2010년부터 본격 양산을 시작하면서 연간 40대 정도씩 꾸준히 퇴출되고 있다. 한때 개량을 해서 가동 연한 연장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자위대 기갑 전력을 90식과 10식으로 완전히 재편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실전 경험은 없다. 다만 특이한 운용 사례로 2011년 3월 21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당시에 시즈오카에 배치되었던 2대의 74식이 도저 블레이드를 장착한 후 잔해물 제거 및 통로 개척을 위해 투입된 적이 있었다. 전차의 하중이 가설한 전원 케이블을 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진입에 애를 먹고 있다는 보도 외에는 그 이후의 구체적인 활약상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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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74식 : 액티브식 적외선 열 열상 장비를 장착한 초기 양산형

74식 B형 : APFSDS를 운용할 수 있도록 FCS 등을 개량한 모델

74식 C형 : 짙은 녹색과 갈색의 2색 위장 도색을 한 모델

74식 D형 : 포신에 방열 슬리브를 장착한 모델

74식 E형 : 91식 성형작약탄을 운용할 수 있도록 FCS 등을 개량한 모델

74식 F형 : 92식 지뢰 지대 개척 롤러를 장착할 수 있는 모델

74식 G형 : 패시브식 열 영상 장비, 연막탄 발사기와 연동되는 레이저 감지 장치 등을 장착한 개량형

74식 도저 전차 : 장애물 제거를 위한 도저가 장착된 파생형

87식 자주대공포

78식 구난전차

91식 교량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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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생산업체: 미쓰비시 중공업
- 도입 연도: 1975년 
- 중량: 38톤
- 전장: 9.41m
- 전폭: 3.18m
- 전고: 2.25m 
- 장갑: 190mm
- 무장: L7A1 105mm 포×1
        M2HB 12.4mm 기관총×1 
        74식 7.62mm 기관총×1
- 엔진: 미쓰비시 10ZF V10 엔진 750마력(560kW)
- 추력 대비 중량: 19마력/톤
- 서스펜션: 유압식
- 항속 거리: 300km
- 최고 속도: 53km/h
- 양산 대수: 893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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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