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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역사를 살펴보면 무기의 발달에 힘입어 전쟁의 방법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전도 마찬가지다. 화약이 등장한 후, 보다 강력하고 사거리가 긴 함포를 보유한 쪽이 이기게 되면서 20세기 초에는 이른바 거함거포 시대까지 도래했다. 특히 영국과 독일이 치열하게 벌인 건함 경쟁은 나라 살림에 커다란 어려움까지 주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수백 년간 이어진 함포의 시대를 마감지은 것은 항공모함이었다.

주포의 사거리 밖에서 날아 온 함재기가 던지는 폭탄에 의해 승부가 결정되면서 거포의 효용성이 현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하지만 바다 한 가운데서 함재기를 운용하려면 항공모함도 전함 못지않게 덩치가 커야 했으므로 바다를 제패하려는 슈퍼파워에게 거함은 여전히 필요한 존재였다. 대함미사일은 그렇게 거포의 시대가 물러갔음에도 여전히 거함이 존재할 수밖에 없었던 패러다임에 커다란 변혁을 가져온 무기다.

특공 작전이나 최후의 결전이 아니라면 대함미사일 등장 이전에 체급이 다른 군함들이 대결을 펼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전함을 마주한 순양함이 도주하는 것이 결코 비굴한 행위가 아니었다. 먼 거리에서 강력하게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대함미사일이 등장하면서 그러했던 오래된 해전의 방법이 완전히 바뀌었다. 물론 대등하지는 않지만 처음부터크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싸움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 것이다.

GRAU(소련 포병 총국)의 분류 기준으로는 4K40, 나토 식별코드로 SS-N-2 스틱스(Styx)라는 다양한 이름으로도 불리는 P-15 테르밋(Termit)은 최초도, 동시대 최고의 성능도 아니었지만 대함미사일이 확고한 해전의 주인공이 되었음을 알려준 시금석 같은 존재다. 1955년 개발 당시에 소련 해군이 연근해에서 활동하는 소형 함정에 탑재하기 위한 용도로 구상했을 만큼 처음부터 주력함의 필살기는 아니었다.

라두가(Raduga) 설계국은 조만간 주력함에 배치될 예정이던 P-5(SS-N-3) 등을 참고해 개발에 나섰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소련의 대함 미사일은 철저하게 미국의 항공모함을 목표로 했기에 핵폭탄도 장착할 수 있을 만큼 탄두가 크다. 라두가는 작은 선체에서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를 축소하고 비행 성능을 좀 더 개량하면 연안에서 작전을 펼치는 함정도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보았다.

비행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익과 미익을 갖춘 비행기 형태로 설계가 이루어졌는데 1951년에 제작된 Yak-1000 실험기를 제작에 참고해서 개발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1957년 10월 첫 시험 발사가 이루어졌고 각종 실험을 거쳐 실전 배치가 결정되었다. 1959년 코마(Komar)급 미사일 고속정, 1960년에 오사(Osa)급 미사일 고속정에 탑재되는데, 이들은 P-15운용을 전담하기 위해 제작된 고속정이라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정도다.

처음부터 전술적 용도로 개발된 무기여서 별다른 제한 없이 해외에 대량 공급되어 해군력이 약한 중소 국가의 전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 주었다. 이후 초계함, 호위함, 구축함 같은 대형 함정에도 탑재가 이루어졌고 중국과 북한에서 복제 생산되면서 지대함, 공대함 버전처럼 다양한 변형이 등장했다. 현재는 구식 대함미사일 취급을 받지만 가격대 성능비가 좋아 여전히 많은 수량이 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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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P-15는 서방의 대함미사일과 비교하면 동체가 굵고 앞이 뭉툭해서 전반적으로 둔탁해 보이는 이미지다. 수많은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꾸준히 개량이 이루어지고 다양한 변종이 생겼음에도 기본적인 형상과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처럼 1960년에 최초로 배치된 이후 60여년 가까이 된 현재까지도 일선에서 활약 중이라는 점은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기본적인 설계가 잘 되었다는 의미다.

비행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채택한 마치 비행기 같은 델타형 주익과 대칭으로 설치된 3개의 방향 제어용 미익이 가장 인상적인 특징이다. 발사 시 추력을 보조하기 위해 동체 하부에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부스터 로켓을 장착한다. 개발 당시 참조한 P-5나 Yak-1000이 터보 제트 엔진을 장착했던 것과 달리 P-15는 액체 연료를 사용하는 로켓 엔진을 사용해서 비행 신뢰성을 높였다.

전방에 간단한 원추형 스캐닝 레이더와 아날로그 전자 장비를 갖추어 가격이 저렴하고 유지보수가 쉽다. 자이로 자동비행장치로 목표지점까지 비행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의 아네로이드 고도계를 사용해서 정밀도가 낮고 비행고도도 해발 120~250m 사이로 높아 상대방에게 쉽게 노출되는 편이다. 다만 탄두가 여타 대함미사일보다 큰 454kg에 이르러 목표에 명중될 경우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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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P-15와 그 복제품은 오래 동안 꾸준히 제작되어 정확한 생산량을 알 수 없고 대략 수천 발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러시아에서는 전량 퇴역했고 일부 동유럽 국가의 경우는 냉전 이후 서방 제 무기로 교체하며 도태시켰다. 그럼에도 저렴한 가격과 소형 함정에서 무난하게 운용할 수 있는 장점 때문에 20여 개국에서 여전히 중요한 무기 체계로 사용 중이고 중소 국가의 해군에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비록 현재는 구식 취급을 받지만 처음 언급처럼 P-15는 무기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1967년 10월 21일, 배수량 60톤의 이집트 코마급 고속정 2척에서 발사한 P-15들이 17해리(31km) 떨어진 1,730톤의 이스라엘 에일라트 구축함을 타격했다. 이로 인해 에일라트는 격침되었고 이스라엘은 47명 전사, 28명 실종, 91명이 부상당하는 참패를 겪었다. 이로써 대함미사일을 이용하면 체급의 차이를 넘어 교전이 가능함이 입증되었다.

1971년에 벌어진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도 상당한 활약을 펼치면서 대함미사일은 오랫동안 전투함의 주무기로 활약하던 함포를 밀어내고 가장 중요한 주력 무기로 등극했다. 더불어 거대한 주력함을 보유할 수 없는 많은 중소국가의 해군력을 신속히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오래 동안 내려온 해군력과 해전에 관한 공고한 고정 관념과 편견이 바뀌는 신기원이 열린 것이었다.

하지만 스틱스 쇼크라고 불릴 정도로 충격을 주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양한 대응책이 등장하면서 P-15도 한계를 드러냈다. 1973년 발발한 제4차 중동전 당시에 이집트, 시리아는 50여발을 발사했지만 한발도 명중 못시키지 못하고 이스라엘의 역습을 받아 10여척이 격침당하는 패배를 겪었다. 그런데 이때 아랍 국가의 함정들을 공격한 주무기도 대함미사일인 가브리엘이었다. 해전의 방식이 확실하게 바뀐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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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P-15 (SS-N-2A) : 초기 양산형으로 수출명 P-20

P-15U : 접이식 주익과 신형 유도 장치가 장착된 개량형으로 수출명 P-21

P-15M (SS-N-2C) : 사거리가 80km로 늘어난 개량형으로 수출명 P-26

P-15MC : ECM 장비가 설치된 불가리아 해군용 

P-15R (SS-N-2D) : P-15M 유도 장치 개량형으로 수출명 P-20M  

P-22 : P-20 개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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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복제형

SY-1 (C.201): P-15 복제형

SY-2 : 고체연료 로켓엔진을 장착한 개량형으로 수출명 FL-2

HY-2 (C.201) : P-15M을 기반으로 한 해안 포대용 지대함 버전

HY-2A : 유도 장치 개량형

HY-2B : 모노펄스 탐색 레이더가 장치된 개량형

C-201W : 터보제트 엔진을 채용해 사거리를 늘린 수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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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복제형

금성 1호 (KN-01) : P-15, SY-1 복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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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제작 : MKB Raduga
- 무게 : 2,580kg
- 전장 : 5.8m
- 전폭 : 2.4m
- 지름 : 0.76m
- 탄두 : 454kg
- 엔진 : 액체연료 로켓엔진, 고체연료 부스터
- 사거리 : 80km (P-15M)
- 고도 : 25~100m (P-15M)
- 속도 : 마하 0.95
- 유도 : 능동 레이더 유도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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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