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8.07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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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000, HK45, P30

HK USP 권총 파생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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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HS(미국 국토안보국)이 승인한 3대 HK 권총들. USP컴팩트, P2000, P2000SK.
HK는 90년대에 USP의 등장으로 중요한 전기를 맞았다. 그 직전까지도 권총 시장에서 퇴출될지 어떨지가 우려되던 업체에서 일약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는 전술용 권총 업체 중 하나로서 입지를 다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USP와 그 직접적인 바리에이션들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USP를 베이스로 만들어진 다른 권총들의 존재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다.

P2000

가장 먼저 등장한 USP베이스의 신형 모델이 2001년에 출시된 P2000이다. 얼핏 보면 USP컴팩트와 별 차이가 없는 총 같지만, 실제로는 적잖은 변화를 준 모델이다. 사이즈나 형태 자체로는 USP컴팩트와 비슷한 것이 사실이지만, P2000은 주로 인체공학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룬 총기이다.

P2000. 교체형 백스트랩들도 보인다. <출처: Heckler & Koch>
가장 큰 특징은 원래 USP시리즈에 달려있던 콘트롤 레버(안전장치 겸 디코킹 레버)를 없애버린 것이다. 이는 이 총이 군 보다는 경찰 시장, 특히 유럽 경찰시장을 더욱 주요 타겟으로 잡고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럽 경찰 시장은 1970년대의 독일 신형 권총 선정 입찰 이후 안전장치가 없고 더블액션 방아쇠와 디코킹 레버가 조합된 총기, 혹은 아예 글록처럼 스트라이커 격발기구가 있는 총을 선호하는 추세이다. USP도 지난번에 언급했듯 콘트롤 레버가 안전장치 기능이 없고 디코킹만 가능하게 한 버전이 있으나, P2000에서는 외부에 노출되어 걸리적거리는 레버를 없애고 뒤쪽에 버튼 형태의 부품을 설치해 이것을 누르면 해머가 안전하게 전진하도록 한 것이다.
HK P2000 <출처: ChronoSphere at English Wikipedia>

P2000은 이처럼 경찰 및 민간의 호신용 권총 시장을 특히 중시해서 나온 바리에이션으로, 슬라이드의 디자인도 보다 은닉휴대에 걸맞도록 앞부분의 모서리를 다듬는 등 최대한 걸리적거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손잡이 뒷부분(백스트랩)도 사수의 손에 맞춰 몇 가지 다른 크기의 것으로 교체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사용자의 체형에 맞추도록 했다.

P2000에서 도입된 또 하나의 특징이 피카티니 레일이다. USP는 전용 레일을 사용하고 있지만 곧 NATO표준이 피카티니 레일(MIL-STD-1913)으로 굳어지면서 업계의 흐름은 급속도로 피카티니 레일로 굳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HK는 P2000에도 피카티니 레일을 도입했으며, 이 시기에 여러 업체들에서 출시한 피카티니 레일 규격의 라이트나 레이저 등 다양한 액세서리들을 개조 없이 장착할 수 있게 되었다.

P2000SK. 교체형 백스트랩과 함께. <출처: Heckler & Koch>
P2000에는 크기를 더욱 줄인 P2000SK(Subkompakt: 영어의 subcompact) 모델이 존재한다. P2000자체도 USP의 컴팩트 버전인 USP컴팩트와 크기가 거의 같지만, 90년대부터 미국 시장에서 서브컴팩트, 즉 기존에 컴팩트로 분류되던 크기의 권총들보다 더 작은 권총들이 은닉 휴대용으로 큰 인기를 끌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발매된 것이다. P2000의 길이와 상하 폭을 모두 더 줄인 것으로, 탄창 용량도 더욱 줄어들었다(P2000은 9mm기준 13연발, P2000SK는 10연발 탄창 사용). 다만 두 총기의 탄창은 호환성이 있기 때문에 P2000의 탄창을 P2000SK에 장착하는 것은 가능하며, HK는 이를 통해 기존의 P2000 사용자들이 일종의 백업 개념으로 P2000SK도 구입하는 연계효과를 기대했다.
P2000SK에 라이트가 장착된 모습. P2000부터는 피카티니 레일 채택으로 호환성을 대폭 높였다. <출처: Heckler & Koch>
P2000/P2000SK는 원래 유럽 경찰 시장을 노리고 개발된 총이라 9mm(9x19mm)를 기본 탄약으로 설정했지만, 출시 시점에서 9mm보다 더 강력한 탄약을 선호하던 미국 시장을 무시할 수 없어 .40S&W와 .357SIG탄 사용 모델도 잇따라 출시되었다. .40S&W와 .357SIG탄 사용 버전은 9mm보다 탄창 용량이 한 발 적게 설정되었다. 미국 시장이 주 타겟이라면 .45ACP도 시야에 넣어야 정상이겠지만, 이미 USP45의 컴팩트 버전도 있는데다 비슷한 시기에 곧 소개할 HK45가 별도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P2000의 .45ACP버전은 개발하지 않았다.
P2000SK <출처: Bobbfwed / Wikipedia>
P2000은 상업적으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으며, 스위스 국경 경찰 및 연방 경찰에서 채택했고 캐나다 등 북미 지역에서도 공공 부문에서 일정 수준의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미국의 세관 및 국경 보호국에서 사용 가능한 권총들 중 하나로 선정되었고, 몇몇 경찰조직들도 채택했다. 본국 독일에서도 니더작센, 바덴-뷔르템부르크, 함부르크의 항만 경찰같은 조직들이 채택했다. 우리나라도 해양경찰에서 사용되는 모습이 언론 등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사격훈련 중인 미 국경경비대 요원 <출처: 미 공군>


HK45

앞서 언급했지만,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P2000의 사용 탄약 바리에이션을 넓혀가던 HK가 유독 미국 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탄약인 .45ACP는 바리에이션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이는 HK에서 .45ACP의 시장성을 의심해서가 아니었다. 바로 이 탄약을 위해 새로운 바리에이션이 동시기에 개발중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HK45이다.

HK45의 기원은 2001년 11월에 유명한 전술 강사이자 전직 델타 포스 대원인 래리 빅커즈, 그리고 마찬가지로 유명한 전술 강사인 켄 해커슨이 HK측에 1911계열의 클론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비록 이 제안 자체는 결국 HK측이 거부하면서 무산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 소비자들이 원하는 .45ACP탄 사용 권총을 따로 개발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로 시작된 것이 바로 HK45였다.

HK45와 HK45C <출처: Heckler & Koch>

이미 HK는 .45ACP탄을 사용하는 USP45와 USP45 컴팩트의 양대 제품이 있었으나 이 둘은 미국인들에게 익숙한 1911계열 총기들에 비해 손잡이가 굵고 불편한 점 등 미국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기에 문제가 있었다. 또 피카티니 레일이 아닌 전용 레일의 사용으로 액세서리 선택의 폭도 좁았다. HK는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는 새로운 권총을 P2000와 병행해서 개발하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2006년경에 등장한 총이 바로 HK45이다. 이 총은 USP보다는 P2000을 .45ACP에 맞게 대형화시킨 총에 가까운데, 슬라이드의 형태나 피카티니 레일의 도입, 교환식으로 된 백스트랩등이 이런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킨다. 하지만 단순하게 P2000의 구경/사이즈업만으로 완성된 총이 아니다. 보다 미국 시장의 요구를 잘 반영하여 설계되었다.

HK45C 택티컬 <출처: Heckler & Koch>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손잡이다. 보다 손에 잘 달라붙게 설계된 일명 ‘스파이더맨 그립’ 디자인은 물론이고, 각도나 두께를 가급적 1911계열에 가깝게 맞춘 것이다. 이를 위해 탄창도 12연발이던 USP45의 것을 포기하고 보다 얇은 USP45컴팩트의 탄창을 베이스로 길게 늘인 10연발 탄창을 새로 만들었다. 7~8연발 탄창에도 큰 불평을 제기하지 않는 1911팬이 기반이 된 .45ACP유저들이라면 탄창 용량 10발 정도는 얇고 파지감 좋은 손잡이가 있으면 충분히 감내할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HK45C <출처: Ckindel / Wikipedia>
또 P2000에서 사라진 콘트롤 레버를 다시 부활시켰는데, 이는 말할 필요도 없이 칵&락, 즉 해머(공이치기)가 젖혀진 상태에서 안전장치만 걸고 휴대하는 1911유저들에게도 어필하려는 시도였다. 또 콘트롤 레버의 형태와 위치도 하이 그립, 즉 손을 최대한 높은 위치에 두고 파지하는 전술용 권총 파지의 추세에 맞춰 조정하는 등 시대의 흐름을 최대한 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 원래 래리 빅커즈와 켄 해커슨은 콘트롤 레버의 디코킹 레버 기능도 없애려 했지만 설계 변경에 난항을 보이는 HK기술진들의 반대를 극복하는데는 실패했다.
HK45를 사격 중인 SWAT대원(실제 대원이 아닌 HK사 홍보직원) <출처: Heckler & Koch>

HK45는 사실 미군 특수부대, 더 나아가 미국 전군의 제식 권총이 될지도 모른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2005년부터 미군 특수전 사령부(USSOCOM)은 당시 팽배하던 9mm 위력과소론(9mm가 대인저지력이 너무 약하다는 주장)에 경도되어 기존의 9mm 권총들을 대체할 .45ACP탄 사용의 신형 권총을 선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며 여기에 미 육군 정규군이 가세하면서 최대 64만 5천정의 수요가 예상되는 신형 차기 제식권총 선정 프로그램인 JCP(Joint Combat Pistol)로 발전하게 된다.

여기에는 10종의 권총들이 후보로 거론되었으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것이 HK45였다. HK측도 프로그램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자사가 내세운 후보인 HK45의 승리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낙관론을 보였다. 이 총은 비록 이 프로그램을 위해 개발된 총은 아니었으나(JCP의 필수 요소중 하나가 NDI, 즉 Non-Development Item: 비개발 품목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위해 뭔가를 따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개발된 것이어야 한다는 뜻) HK측은 JCP에 큰 희망을 걸었는데, 이들에게는 아쉽게도 프로그램 자체가 예산부족 등 여러 이유로 처음에는 축소(64만정이 넘던 기대 채용 물량이 5천정으로 축소)되었다가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사실 HK45의 민간 시장 출시가 2006년경에 이뤄진 것도 JCP의 취소로 인해 기대되던 대량 군납이 무산되자 이에 대처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었다.

HK45택티컬 <출처: Heckler & Koch>

비록 기대했던 미군 납품은 무산되었지만, 개발 단계부터 미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최대한 맞춘 총이다보니 그만큼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45ACP에 대한 선호도 자체가 높은데다, 크기가 다른 1911계열 총기는 물론 다른 .45ACP탄 사용 총기들에 비해서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기 때문이다(USP40보다도 약간 작다). 특히 이 총은 HK가 미국에 새로 지은 뉴햄프셔 주의 현지 공장에서 제작된 첫 총기이기도 하다. 경찰용으로는 뉴저지주 포트 리(Fort Lee)의 경찰국 및 메인 주 경찰등에서 채택했고, 미국이 아닌 오스트레일리아의 서부 오스트레일리아 경찰 소속 전술팀인 TRG(Tactical Response Group)에서 채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원래 HK측이 예상한 것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작은 스케일이기는 하지만, 미군에 납품이 되기는 했다. 컴팩트 버전인 HK45C의 변형인 HK45C택티컬이 해군 씰(SEAL)팀에 납품된 것이다.

HK45택티컬을 테스트 중인 미 해병대원. 해군 씰팀이 HK45C 택티컬을 채택하기는 했다. <출처: Heckler & Koch>
HK45C는 HK45를 더욱 짧게 재설계한 총으로, 10연발 탄창이 8연발로 변경되었다. 은닉 휴대 등의 상황에 적합한 바리에이션으로 개발된 것인데, 여기에 소음기 장착용 연장 총열(Threaded barrel) 등을 장착해 전술용으로 개량한 모델이 HK45C택티컬이다. 씰 팀은 이것을 소음기를 장착한 특수전용 권총으로 도입하였는데, .45ACP라는 탄약이 탄자는 무거우면서도 탄속이 느려 소음기 사용에 유리하다는 점을 살린 것이다.
 
씰팀에서의 제식 명칭은 Mk.24 Mod.0이며, 유명한 빈 라덴 사살작전 ‘넵튠 스피어’에도 최소한 1정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은 씰 팀 채택 과정에서 무려 24,000발의 시험사격을 하고도 눈에 띄는 큰 문제 없이 멀쩡하다는 점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HK45는 영화 '존 윅(John Wick)'에서 주인공의 권총으로 사용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P30
P30 <출처: Heckler & Koch>
이처럼 P2000과 HK45가 나름대로의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그와는 별도로 또 다른 바리에이션이 등장한다. 바로 2006년에 등장한 P30이다.
수동식 안전장치가 추가된 P30S <출처: Heckler & Koch>
사실 HK의 입장에서는 P30이야말로 P2000을 개량해 세계 시장에 도전할 ‘정통’이었다. HK45는 미국 시장을 고려해 만든 일종의 ‘스핀오프’에 해당하는 총이었다. 그 때문에 P30쪽이 더 P2000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이름 자체도 P3000이었으나 보다 소비자들이 기억하기 쉽게 한다는 이유로 P30으로 줄였다고 한다. 사실 HK45와 P30은 독립적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이지만 나름 영향을 서로 주고받은 면도 있다.
P30은 백스트랩(손잡이 뒤)뿐 아니라 사이드 플레이트(옆판)까지 교환 가능하다. <출처: Heckler & Koch>
P30은 P2000과 마찬가지로 콘트롤 레버를 없애고 디코킹 버튼이 달려있다. 다만 소비자들의 취향이나 선택에 따라 수동식 안전장치 레버를 추가하는 것도 가능하며(이 모델이 P30S), LEM트리거나 DAO등의 방아쇠 모드를 선택하는 고객의 총이라면 아예 디코킹 버튼조차 달려있지 않다.
P30L. 사진은 안전장치 레버가 달린 P30SL
P30이 P2000이나 HK45와 다른 또 하나의 특징은 손잡이다. HK45까지는 백스트랩이 분리되어 교환되는 방식이었지만, P30은 손잡이 좌우 측면까지 분리-교환이 가능하게 되어있다. 이를 통해 보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손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HK P30
P30은 독일에서 64,000정 이상이 연방 세관, 에센 주 경찰등 여러 경찰기관에 판매되는 쾌거를 거뒀으며 스위스에서도 상당수가 경찰용으로 도입되었다. 노르웨이와 포르투갈, 헝가리 등에서도 경찰용으로 상당수가 도입되었다. HK에 의하면 2010년대에는 기존의 USP시리즈보다 더 상업적으로 높은 성공를 거뒀다고 전해진다. 성능면에서 HK가 실시한 테스트에서 약 91,000발을 쏘는 동안 단 4회의 부품 교환만 이뤄질 정도의 높은 내구성을 발휘했다.
P30SK <출처: Heckler & Koch>
P30에는 기본형 외에 슬라이드와 총열이 긴 P30L, 그리고 수동식 안전장치가 추가된 P30S/P30LS이라는 바리에이션이 존재한다. 또 길이를 최대한 줄인 서브컴팩트 버전인 P30SK도 존재한다.
Sig 229 vs HK P30

 

P2000

P2000SK

HK45

HK45C

P30

P30SL

P30SK

구경

9mm, .40S&W, .357SIG

.45ACP

9mm, .40S&W

9mm

무게

620g

606g

770g

720g

647g

687g

598g

길이

173mm

163mm

204mm

184mm

181mm

196mm

163mm

총열길이

93mm

83mm

113mm

99mm

98mm

113mm

83mm

34mm

32.5mm

39mm

39mm

34.8mm

38.8mm

34.8mm

높이

127.5mm

117mm

144mm

129mm

138mm

138mm

116mm

탄창용량

13(9mm), 12(40S&W/357SIG)

10(9mm), 9(40S&W/357SIG)

10

8

15

15(9mm), 13(.40S&W)

10


저자소개  

홍희범  
1995년 월간 플래툰의 창간멤버로 2000년부터 편집장으로 출간을 책임지고 있다. 2008년부터 국군방송 및 국방일보 정기 출연 및 기고를 하고 있으며, 세계의 총기백과, 밀리터리 실패열전 등을 저작하고 2차세계대전사, 컴뱃 핸드건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