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제2차 대전 초반에 독일이 보여준 경이적인 속도전은 전세계 군사전문가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전선의 주역이 된 기갑부대를 중심으로 각 병과의 전술도 이에 맞춰 변했는데 포병도 마찬가지였다. 선두 부대와 함께 이동하며 화력을 지원한 자주화된 독일 포병은 오래된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되었다. 자주포가 생소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정도로 위력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달은 것이다.

그런데 매체의 과잉 선전에 속아 전과 이상으로 현혹된 부분도 있었다. 독일이 전격전으로 불리는 전쟁 기법을 선보인 것은 사실이지만 제2차 대전 내내 독일군의 주력은 두발로 걷는 보병이었고 대부분의 포도 말들이 끌고 갔다. 필름이나 사진 속에서는 전차, 하프트랙, 자주포가 대단한 활약을 펼치는 것처럼 묘사되었으나 전선의 모든 곳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하기에는 전쟁 내내 턱없이 수가 부족했다.

하지만 독일이 상대한 이들은 그런 이면까지 알 수 없었다. 설령 알았다 해도 독일이 폴란드에 이어 프랑스마저 전광석화처럼 제압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당연히 독일이 선전하는 기갑부대는 모방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었기에 당장 성과를 올린 방법을 따라하지 않을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자존심은 그다음의 문제였다. 자주포도 마찬가지였다.

당장은 유럽에서 벌어진 전쟁이 남의 일이었지만 미군도 초조했다. 당시 미군의 기본 제식 야포는 M2 105mm 곡사포였다. 따라서 서둘러 개념 연구에 들어간 기갑부대가 사용할 자주포도 군수 여건 등을 고려해 이를 탑재하는 것이 좋다고 결론 내렸다. M3 하프트랙에 75mm 대전차포를 장착해 운용 중인 경험을 살려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1941년 7월, M3 하프트랙에 105mm 곡사포를 장착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렇게 개발된 실험용 T19 자주포는 사격 시 반동 제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국산 K-9 차체를 수입해 제작한 폴란드의 AHS 크라프(Krab)의 사례에서 보듯이 최신 자주포도 반동을 잡는 것이 쉽지는 않다. 뛰어난 정확도와 편이성을 자랑하는 오늘날 자주포와 달리 당시에는 이동 편의를 위해 그저 차량에 포를 탑재한 형태였지만 105mm 곡사포를 운용하기에 M3 하프트랙의 차체는 너무 부족했다.

이에 비슷한 시기에 배치를 개시한 M3 리(Lee) 중형전차의 차체를 이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등장했다. 1942년 1월 말, M3 리 전차의 차체를 오픈탑으로 개조하고 여기에 105mm 곡사포를 탑재한 실험용 T32 자주포의 개발이 완료되었다. 곧이어 2월 초부터 실시된 실험에서 드러난 소소한 여러 문제점을 개선한 후 4월 말부터 M7이라는 제식부호를 부여 받고 양산을 개시해 전선에 대량 공급되었다.

개념 연구부터 양산에 이르기까지 불과 1년도 걸리지 않았을 만큼 기록적인 속도였다. 공교롭게도 양산이 시작되었을 때는 미국이 진주만 공습을 받고 제2차 대전에 뛰어든 시점이었다. 그만큼 등장 시기가 적절했고 실전에서의 결과를 피드백해서 계속 성능을 개량해 나갔다. 지금도 많은 곳에서 사용 중일만큼 M2 곡사포는 성능이 좋은 포여서 일선에서 이를 탑재한 M7에 대한 반응은 상당했다.

자주포 개발에 어려움을 겪은 영국군도 대량으로 도입해 사용했다. 프리스트(Priest)라는 애칭도 영국군이 M7 우측 상단의 대공기관포탑이 마치 교회 설교단과 비슷하다고 부른 것에서 유래되었다. 결과적으로 M3 리 전차는 일선에서 온갖 혹평을 다들은 성능이 나쁜 전차로 기록되었지만 그 차체를 이용해서 탄생한 M7 프리스트는 연합군에게는 제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최고의 자주포로 명성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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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한마디로 M7은 신속하게 이동하는 데만 초점을 둔 기갑부대용 자주포다. 최대 69발의 각종 포탄을 탑재하고 전선을 신속히 이동하면서 화력 지원을 담당했다. 전면에 일부 장갑을 갖추기는 했지만 위가 뚫려있는 오픈탑 구조여서 방어력이 없다시피 했다. 하지만 전차나 돌격포와 달리 최전선에서 활약하지 않았고 오늘날처럼 즉각적인 대포병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크게 문제가 없었다.

자동화 된 각종 시스템을 갖춘 현대의 최신 자주포와 비교한다면 M7은 단지 발사 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단단한 차체에 기존에 사용하던 포를 올린 것뿐이다. 기본적으로 포 방패나 이동용 바퀴 등을 제거하고 M2 곡사포를 그대로 탑재한 구조다. 하다못해 가신도 차체에 고정한 형태여서 포의 성능이나 위력이 바뀐 것은 없다. 분당 8발의 발사 속도나 10,424m의 최대 사거리도 동일하다.

다만 포신의 가동 범위가 제한되었다. 좁은 차체에서 가동하기 위해 초기형의 포신 부앙각은 견인포보다 작은 +35 ~ -5도 사이다. 어차피 기갑부대가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개활지로 정해져 있고 M7도 이들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기에 크게 문제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자주포를 돌파용 장비로 운용하기도 했던 독일이나 소련과 달리 철저하게 미국은 야포로만 운영하고자 했다.

하지만 산악이 많은 한국전쟁에서 어려움을 겪은 후 후기형인 M7B2부터는 부앙각이 견인포와 동일한 +65도까지 올라가도록 개량되었다. 포신이 좌우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는 직사 교전 상황도 염두에 두고 최초 38도에서 45도로 넓어졌다. 그 외 대공용으로 12.7mm M2 중기관총이 차체 우측 앞 마운트에 거치되었다. 차체와 포가 이미 한창 양산 중인 것들이어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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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M7은 제2차 대전 종전 직전인 1945년 7월까지 총 4,315대가 생산되었다. 이중 M7B1이 826대고 그중 127대가 M7B2로 개조되었다. 최초의 실전은 영국군이 1942년 7월에 있었던 엘 알라메인 전투에서 이루어졌다. 미군은 그해 11월에 실시된 횃불 작전에서 실전을 경험했다. 이후 미군과 영국군이 주도한 이탈리아 전역, 서부전선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신속히 전개해서 화력을 지원한 덕분에 보병들로부터 대단한 찬사를 받았다.

한국전쟁에서도 활약했지만 전투 지역이 대부분 산악지대인데다 1951년 여름 이후 전선이 정체되어 견인포처럼 고정 거점에서 화력을 지원하는 역할을 담담했다. 이후 재고로 보유하고 있던 많은 물량이 서방 국가들에 공급되었다. 이스라엘군은 M7을 요긴하게 사용한 국가였는데 특히 제4차 중동전쟁 당시 골란 고원에서 벌어진 시리아와의 전투에서 상당한 활약을 펼쳤던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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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M7
M3 리 전차 차체를 기반으로 한 기본형

M7B1
M4A3 셔먼 전차 차체를 기반으로 한 개량형

M7B2
포신의 부앙각을 최대 65도까지 올릴 수 있는 개량형

캥거루
영연방군이 병력수송차량으로 사용하기 위해 포신을 제거한 개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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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전장 : 6.02m
- 전고 : 2.54m
- 전폭 : 2.87m
- 중량 : 23t
- 장갑 : 12~62mm
- 주무장 : 105mm M2 곡사포 1문(69발 탑재)
- 부무장 : 12.7mm M2 중기관총 1정
- 엔진 : 콘티넨탈 R-975 C1 엔진(400마력)
- 톤당 마력 : 17.4hp/t
- 현가장치 : 버티컬 벌류트 스프링
- 항속 거리 : 193km
- 최대 속도 : 39km/h
- 사거리 : 10,424m
- 발사 속도 : 분당 8발
- 승무원 : 8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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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