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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뱅가드급 잠수함에 탑재한 트라이던트 II SLBM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영국은 유일하게 돈을 주고 핵무기를 구입한 나라다. NPT에서 핵무기의 제작과 보유가 공식 인정된 5개국 중 하나인데다 미국의 동맹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영국도 맨해튼 프로젝트 당시에 상당한 역할을 담당했음에도 제2차 대전 종전 후 관련 기술 제공을 거부당했던 적이 있었다. 자신들만 핵무기를 보유하고 싶은 미국의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처럼 집요했던 미국의 희망은 1949년 소련이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한순간의 꿈으로 끝났다. 이후부터 미국과 소련은 상대보다 더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1950년대부터 20세기 말 전략무기감축협정이 조인되기 전까지 꾸준히 이어진 경쟁은 역설적이게도 강대국 간의 직접 충돌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이른바 핵에 의한 공포의 균형이었다.

이 시기에 양국은 핵폭탄과 더불어 이를 운반할 각종 수단의 제작에도 열성적으로 매달렸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금은 ICBM이나 SLBM 같은 미사일과 여기에 더해 가장 오래된 방법인 전략폭격기가 기본 플랫폼이 되었지만, 핵무기 만능주의 사상이 만연했던 초기에는 그 종류를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다양한 수단들이 존재했다. 상대보다 더 많은 수단을 갖춰야 이길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최초의 핵폭탄 리틀보이는 길이가 3m에 무게 4,400kg이었는데, 1950년대 초까지만 해도 이 정도의 폭탄을 목표지점까지 운반할 수 있는 수단은 중폭격기 밖에 없었다. 따라서 냉전 초기에 핵무기는 공군만이 운용할 수 있었다. 한방으로 전쟁을 끝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항공모함 무용론까지 나왔을 정도였다. 그만큼 위상이 떨어진 해군은 물론 육군도 핵무기를 운용하고자 했던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1950년대 이전에 육군에서 장거리 타격 플랫폼은 야포밖에 없었지만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이에 비하면 거포를 장착한 전함이 많았던 해군이 오히려 육군보다 핵무장에 유리한 상황이었다. 이렇게 해서 원자포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원자포는 핵무기를 숭배하던 당시의 시대상과 이런 시대를 맞아 도태되기 싫었던 육군의 의지가 반영된 무기라고 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원자포에는 로켓이나 미사일도 포함되지만 이 글에서는 핵탄두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발사하는 미국의 포로 한정지어 설명하고자 한다. 어감 상으로 첨단 이미지가 풍기지만 원자포라고해서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으면 원자포다. 다만 포에서 운용할 수 있을 만큼 탄두가 소형화되어야 한다. 1940년대 말까지 위에서 언급한 리틀보이를 폭발로부터 안전한 사거리 밖까지 발사할 수 있는 포는 없었다.

미 육군은 제2차 대전 당시에 255kg의 포탄을 64km까지 날렸던 독일의 K5 열차포를 참조해 원자포 개발에 착수했다. 마침내 1953년에 364kg의 W9 전술핵탄두를 30km까지 발사할 수 있는 역사상 최초의 원자포인 280mm 구경의 M65가 탄생했고 그해 5월 25일에는 최초의 실 사격 훈련까지 실시했다. 이는 현재까지 대포에서 발사해서 폭발한 유일한 핵폭탄으로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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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무기는 사용 중에 아군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운용된다. 그래서 위험 반경이 큰 무기는 아군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가까운 곳을 타격하는데 사용할 수 없다. 핵폭탄은 후폭풍의 우려도 있지만 낙진과 방사능의 위험 때문에 전술적 용도로 사용하는데 제약이 많은 무기다. 그만큼 먼 거리에 있는 목표를 공격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사거리가 짧은 원자포를 오늘날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개념이 처음부터 정립된 것은 아니었다. 파괴력은 잘 알았지만 방사능의 위험에 대해서는 상당히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핵폭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화염이나 폭풍으로부터 안전한 정도면 사용하는데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목표를 핵폭탄으로 먼저 공격하고 커져 올라가는 버섯구름을 보면서 보병이나 기갑부대가 돌격해서 점령하는 전술까지 등장했고 그런 훈련이 반복해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M65에서 사용한 W9포탄은 구경이 280mm에 무게가 364kg이었다. 같은 위력이었던 최초의 핵폭탄 리틀보이가 지름이 710mm에 무게 4,400kg이었던 점과 비교한다면 불과 8년 만에 상당한 기술적 진보가 이루어진 것이다. 하지만 W9로부터 5년 후에 등장한 W33포탄은 지름이 203mm에 무게가 110kg으로 줄었지만 오히려 파괴력은 2배 이상으로 강해졌을 만큼 발전 속도는 빨랐다. 소형화가 이루어진 만큼 다양한 포로 발사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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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M65는 총 20문이 제작되어 1957년부터 냉전시대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서독에 16문, 한국에 4문이 배치되었다. 하지만 지대지 로켓이나 미사일처럼 핵탄두를 더 멀리 쉽게 날릴 수 있는 보다 편리한 방법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1963년부터 전량 퇴역 처리 되었다. 이후 핵탄두를 운용할 수 있는 포들은 M65처럼 핵탄두 발사 전용이 아니어서 특별히 원자포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오늘날 서방 포병의 표준이라 할 수 있는 155mm 구경 곡사포로 W48, W82 핵탄두를 발사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포가 아니라 탄두의 보유량으로 핵전력을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포로 발사할 수 있는 핵탄두가 어디에 얼마만큼 배치되어 있는지는 당연히 비밀이다. 아무리 전술용이라고 해도 함부로 내용을 공개하기 힘들만큼 핵무기는 위험하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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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M65 원자포 : 사용탄두 280mm W9, W19
미 육군이 운용한 유일한 전용 원자포

16인치 함포 : 사용탄두 410mm W23
미 해군은 기존의 대구경 전함 함포를 이용했으나 전함들이 퇴역하면서 자연스럽게 핵투발 임무는 SLBM을 탑재한 잠수함으로 넘어갔다.

M110 자주포, M115 곡사포 : 사용탄두 203mm W33

데이비 크로켓(Davy Crockett) : 사용탄두 W54
사거리가 2~4km에 불과한 보병들이 사용하는 0.02kt의 초소형 핵무기로 M28, M29 무반동총으로 발사한다.

M109 자주포, M114, M198 곡사포 : 사용탄두 155mm W48, W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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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M65 기준)

- 무게 : 83.3톤 (견인 차량 포함)
- 전장 : 26m
- 전폭 : 4.9m
- 전고 : 3.7m
- 구경 : 280mm
- 유효사거리 : 30km
- 사용탄두 : W9 (무게 364kg, 위력 20kt), W19 (무게 270kg, 위력 20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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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