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7.12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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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턴 870 샷건

모두에게 사랑받는 베스트셀러 샷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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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밍턴 870으로 훈련 중인 미 해병들 <출처: 미 해병대>

개발의 역사

20세기 초 무렵 미국의 총기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바로 샷건(shotgun), 즉 산탄총이었다. 특히 원형 탄창집과 장전손잡이가 총열아래 달린 펌프액션(pump action)은 윈체스터 M1897이 등장하면서 총기사용자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었다. 펌프액션 샷건은 수평쌍대(side-by-side)나 수직쌍대(over and under)같은 전통적 복열(double barrel) 산탄총이나 반자동 산탄총에 비하여 저렴한 가격임에도 단순성과 신뢰성이 높고 2발을 넘도록 연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총기 구매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당연히 펌프액션의 오리지널이라고 할 수 있는 윈체스터 M1897과 이를 개량한 M1912(혹은 M12로도 불림)는 시장을 장악했다.

레밍턴 모델 10 트렌치 건 <출처: Public Domain>

레밍턴 모델 10의 설계자인 존 페더슨. 왼손에 M1903 볼트액션을 반자동 소총으로 만들어주는 페더슨 디바이스를 들고 있다. <출처: Public Domain>

한편 이 시기에 존 페더슨(John D. Pederson)이라는 총기설계자는 레밍턴(Remington)사를 위하여 새로운 펌프액션 샷건을 설계했다. 이것이 레밍턴 모델 10으로, 애초에 설계는 1908년에 마쳤으나, 이듬해가 되어서야 드디어 생산 준비가 되었다. 레밍턴 M10은 해머를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은 것이 특징이며, 튜브식 탄창으로 탄환을 장전하고 탄피를 배출하는 것을 모두 총몸 아래의 배출구로 하는 형식이었다.

레밍턴 M10은 윈체스터만큼의 대 히트작은 아니었지만 나름의 성공을 거두었다. 1차대전에 참전하는 미군도 윈체스터 M1897이나 M12 샷건을 주력으로 사용했지만,  일부는 레밍턴 M10으로 무장했다. 약 3,500정 정도가 1차대전에 참전하는 병사들을 위하여 트렌치건(Trench Gun) 사양으로 납품되었는데 , 총열은 23인치(58cm)로 짧아졌고, 총열 앞부분에는 총검을 장착할 수 있도록 개조되었다. 또한 원래의 26인치나 30인치 총열 모델은 공중표적 사격훈련용으로, 20인치의 숏배럴 모델은 군 교도대원용으로 도입되기도 했다. M10은 무려 27만여 정이나 생산되었다.

레밍턴 모델 17 샷건 <출처: icollector.com>
비록 레밍턴의 주력 펌프액션 샷건이긴 했지만 M10은 윈체스터 M12에 비하여 내구성이 부족하며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레밍턴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윈체스터 M1897의 설계자인 존 브라우닝의 특허권을 구입했다. 존 브라우닝은 M10처럼 총몸 아래 배출구로 장전과 탄피배출이 동시에 가능한 20게이지 샷건의 설계로 새로운 특허권을 1915년 획득했는데, 레밍턴이 이를 구매한 것이다. 레밍턴은 최대한 빨리 신형 총기를 만들어 1차대전에 참전하는 미군의 트렌치건으로 납품하고자 했다. 실제 제품 생산을 위한 세부설계는 다시 페더슨이 맡았고, 레밍턴사의 직원인 개리슨(G.H. Garrison)도 참여했다. 그러나 실제 총기가 완성되어 발매된 것은 1921년으로 이미 전쟁을 한참 전에 끝났기에 군용으로 채용되지는 못했다. M17은 모두 7만3천여 정이 만들어졌다.
레밍턴 M31 샷건 <출처: collectorsfirearms.com>
M17은 애초에 브라우닝의 설계대로 20게이지로만 만들어졌다. 그러나 이래서는 결코 윈체스터 M12의 적수가 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레밍턴 소속의 설계자인 크로포드 루미스(Crawford C. Loomis)가 M17을 12게이지 탄환용으로 개수하는 작업을 맡았으며, 그것이 바로 모델 31 샷건이 되었다. M31은 기존의 M10이나 M17과는 달리 탄피배출구가 별도로 총몸 왼편에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며, 12·16·20 게이지의 탄환 3개종을 사용할 수 있었다. M31은 1931년부터 49년까지 19만6천여 정이 생산되었다. M31은 윈체스터 M12를 압도하진 못했지만 그에 버금갈만큼 훌륭한 샷건으로 평가되었다. 또한 M31 샷건은 1933년 캔사스 시티 학살사건 이후 무장이 허용된 FBI에서 채용되면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미군 병사가 대공사격훈련용으로 개조된 레밍턴 M11 자동샷건으로 훈련중이다. <출처: 미 육군>
한편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자 레밍턴은 스포츠 총기의 생산을 줄이고 군용총기 양산체제로 전환했다. 스프링필드 M1903A4 볼트액션 저격소총이나 콜트 거버먼트 M1911A1 권총이 레밍턴에서 만들어진 것도 이런 배경에 기인한다. 원래 생산품인 샷건도 대공사격훈련용으로 납품했는데, M11 자동샷건 59,961정과 M31 펌프액션 샷건 8,992정을 납품했다. 전시생산을 통하여 레밍턴은 원가절감과 대량생산의 기법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1950년 레밍턴의 발매광고. 당시 최저가 모델의 가격은 69.95불이었다. <출처: remingtonsociety.org>
전쟁이 끝나면서 경기가 회복하면서 임금도 오르고 물가도 같이 올라가자 레밍턴의 관심은 제작단가를 낮추는데 집중되었다. 이에 따라 레밍턴은 크리텐든(L. Ray Crittendon), 헤일스톤(Ellis Hailston) 등 사내 설계팀을 투입하여 새로운 펌프액션 산탄총을 설계했다. 새로운 산탄총은 구조를 단순하게 하여 별도의 전용공구 없이도 총열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작공정과 시간을 단순화함으로써 가격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등장한 것이 바로 레밍턴 모델 870 펌프액션 산탄총이다.
레밍턴 870 익스프레스 <출처: Remington Repeating Arms>

탄창을 채용하여 신속한 탄창교체가 가능한 모델 870DM <출처: Remington>
레밍턴 870은 1950년 총기시장에 발매되자마자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처음부터 무려 15가지 변형모델이 동시에 출시되었고, 산탄총의 주요탄종 4가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냥용부터 군·경찰용까지 용도도 다양했다. 그리하여 발매한지 16년만인 1966년 생산 1백만 정을 기록했고, 그로부터 7년 후인 1973년에는 2백만 정 생산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1987년에는 드디어 3백만 정을 생산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만들어진 산탄총이 되었다. 1990년에 5백만정 판매를 기록했으며, 염가형의 870 익스프레스(Express) 모델이 등장하면서 판매는 더욱 촉진되어 1996년에는 7백만정 판매를 기록했다. 그리고 2009년에는 드디어 1천만 정 생산기록을 세웠다.
레밍턴 870 MCS로 훈련중인 미군 병사들 <출처: 미 국방부>
레밍턴은 이런 대히트 속에서도 꾸준히 870을 개량하고 있다. 대표적인 모델로는 모듈러 설계를 채용하여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MCS 모델이 있다. 또한 탄창을 사용하는 870DM 모델도 새로운 라인업으로 자리잡았다.
레밍턴 870 폴리스 매그넘 샷건의 리뷰영상 <출처: 유튜브/Mrgunngear Channel>

특징
레밍턴 870 샷건 <출처: Public Domain>
레밍턴 870은 총열 아래 원형 탄창집과 슬라이드 손잡이 장착된 전형적인 펌프액션 샷건이다. 레밍턴 870의 펌프액션은 슬라이드 손잡이가 좌우 2개의 액션 바(Action Bar)로 노리쇠에 연결되는 형식으로, 힘이 골고루 분배되어 부드럽고 신뢰성 있는 탄피배출과 장전이 가능하다. 전반적으로 작동방식은 레밍턴 7600 펌프액션 소총과 동일하다.
분해된 레밍턴 870의 모습. 총열이 쉽게 분해된다. <출처: gunsumerreports.com>

총몸의 가공과정 <출처: Remington>
총열은 총열 아래의 튜브식 탄창 끝에 달린 뚜껑을 돌리면 손쉽게 빠진다. 애초에 손쉽게 총기를 분해할 수 있도록 설계 되었기 때문이다. 레밍턴 870의 설계자들은 과거 샷건들처럼 총몸 안쪽으로 깊이 깎아서 볼트가 앞으로 튀어나기 못하도록 설계하지 않았다. 너무도 가공과정에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대신에 총열 끝부분을 확장시켜서 직접 볼트의 충격을 받도록 했다. 단 총열에 영향이 가면 안되므로 이 부분의 부품을 강화했다. 이로써 총몸의 가공도 간단해지고 분해결합도 간단해져서 손쉽게 총열을 교체할 수 있게 되었다.
레밍턴 870은 다양한 길이의 총열로 교체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연장 튜브를 장착하면 튜브식 탄창의 장탄수를 늘릴 수도 있다. <출처: rem870.com>

렘 초크 <출처: Remington>
한편 레밍턴 870은 초크(choke)가 고정식으로 발매되어 왔다. 초크란 샷건의 총열 끝에 장착하는 부착물로 산탄이 흩어지는 범위를 조절하도록 해주는 역할을 한다. 초크가 없는 경우에는 통상 25m 이하까지가 유효범위가 되지만, 초크를 장착하면 풀 초크의 경우에는 약 40m까지 산탄을 보낼 수 있다. 그런데 1986년부터는 레밍턴도 '렘 초크(REM Choke)' 시스템을 탑재하여 초크를 교체식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초기에는 12게이지 모델의 21인치 이상 총열에만 적용되었지만 점차 확대되었다.
레밍턴 870 MCS, 즉 모듈러 컴뱃 샷건의 부품구성 <출처: Public Domain>
손쉽게 분해결합이 가능한 레밍턴 870의 성능은 이후 모듈러 컴뱃 샷건(Modular Combat Shotgun)의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군과 경찰용 임무 등에서 다양한 임무프로파일에 따라서 통로개척용 브리칭건에서부터 전투용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도록 10·14·18인치 총열과 권총손잡이·개머리판 등을 원하는대로 조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운용현황

레밍턴 870은 군용과 경찰용으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여태까지 총 생산량은 1천1백만 정이 넘는다.

레밍턴 모델 870은 가장 대중적인 샷건으로 군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은 군산 공군기지에서 샷건 교육훈련 중인 장면이다. <출처: 미 공군>
일단 발매와 동시에 미군에 소수가 도입되어 초기모델인 870 윙마스터가 6.25 전쟁에서 쓰였다는 기록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870이 군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베트남 전이다. 미 정부는 1960년에 레밍턴 870을 3만8천여 정 구매하여 상당수를 남베트남 군에게 공여했는데, 일부는 미 해병대, 육군, 공군 등에서 사용했다. 특히 미 해병대는 1966년에 M7 총검을 장착할 수 있도록 한 12게이지 모델을 레밍턴 870 Mk.1으로 채용했다.
레밍턴 870은 베트남전부터 본격적으로 투입되기 시작했다. <출처: 미 국방부>

공군의 M870 AF 샷건 <출처: 미 공군>
한편 1970년대 테러의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레밍턴 870은 대테러용 총기로 활용되었다. 애초에 정밀한 사격이 요구되는 대테러작전에서 산탄총의 용도는 후방경계용 정도로 쓰였으나, 이후 특수탄환의 개발과 겹쳐지면서 통로개척용 총기로서 자물쇠를 파쇄하거나 출입문의 경첩을 파괴하여 진입하는데 사용되었다. 특히 통로개척용 총기로 사용될 경우에는 권총과 같은 보조화기로서의 성격이 강하여, 총열을 10인치 정도로 짧게 하고 개머리판 대신 권총 손잡이만을 채용하여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심지어는 총 자체를  개머리판이나 권총손잡이 없이, 마치 유탄발사기처럼 총기 아래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1993년 소말리아 모가디슈에서 작전 중인 델타포스의 공격팀 대원들. 맨 왼쪽의 대원은 M933 콜트 카빈의 개머리판 아래에 레밍턴 870 단축형을 결합했다. <출처: Paul Howe>


M870은 시위진압시 최류탄 발사에도 사용된다. <출처: 미 국방부>
경찰용으로서의 성공은 일일히 언급하기 힘들 정도이다. 파트너와 조를 지어 차량으로 순찰하거나 심지어는 홀로 순찰하는 경우 일선 경관에게 산탄총은 든든한 지원화력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레밍턴 870이 경찰관용 저살상용 샷건(less lethal shotgun)으로까지 활용되고 있다. 즉 콩주머니탄(bean bag round)이나 바톤(baton)탄 등 에너지 기반의 탄환을 사용하여 용의자를 제압하는 수단으로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탄환의 경우 관통의 효과가 없어 살상의 가능성이 낮지만, 그럼에도 강한 에너지로 인하여 피부가 찢기는 상해는 물론 급소에 맞을 경우 드물게 사망사건까지 발생하기도 한다.
LA 경찰국에서 사용하는 레밍턴 870 저살상 샷건. 실탄과 구분하기 위해 녹색을 사용했다. <출처: LAPD 제공>
미국 이외의 세계 거의 모든 국가에서 레밍턴 870은 어떤 형식으로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군 차원에서 채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보통 기지경비 등의 용도에 쓰인다. 통상은 특수부대들이 통로개척용 총기로 소수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는 중국도 불법카피로 악명높은 노린코 사에서 레밍턴 870을 카피한 총기를 만들어 자국군을 무장시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샷건이냐 권총이냐? 샷건 사용지침에 대한 교육영상 <출처: 유튜브>

제원
모델 870 익스프레스 씬쎄틱 택티컬 <출처: Remington>

(모델 870 익스프레스 씬쎄틱 택티컬 기준)

- 구경: 12 게이지 (여타 모델에서 16, 20, 26, 28, 410 게이지 사용가능)
- 작동방식: 펌프액션
- 총열길이: 18.5 인치(470mm) (통상 14~30인치)
- 전체길이: 38.5 인치(978mm)
- 중량: 7.5 파운드(3.4kg)
- 장탄수: 4발
- 가격: 420달러 (소비자권장가)



저자 소개

양욱 | Defense Analyst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을 공부했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 겸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며, 합참·방위사업청 자문위원,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