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의 아브로(Avro) 사는 영국 왕립공군(RAF: The Royal Air Force)에 납품할 랭카스터(Lancaster) 폭격기의 생산라인을 캐나다의 빅토리(Victory) 항공사에 깔았다. 당시 빅토리 항공사는 영국에서 설계한 항공기를 면허생산만 실시했던 캐나다 정부 소유 기업으로, 정확한 목적은 전쟁기간 중 영국 본토가 독일군의 폭격범위 안에 들어가게 되자 항공기 생산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캐나다로 시설을 분산한 것이었다. 빅토리 항공사는 전쟁이 끝난 1945년 11월 11일부로 모든 생산라인을 멈췄으며, 캐나다 정부는 곧 공장 전체를 호커-시들리(Hawker Siddley, 70년대에 BAe사에 통합)사에 매각했다.

호커-시들리는 빅토리 항공을 캐나다 내 자회사인 A.V. 로(Roe)와 통합시켰다. 하지만 호커-시들리가 A.V. 로를 1954년경에 매각하자 이를 캐나다 정부가 인수했으며, 이 때 사업을 재편하면서 항공사업을 맡는 ‘아브로(Avro) 캐나다’ 항공과 엔진 사업을 맡는 ‘오렌다(Orenda) 엔진’사 체제로 변경했다. 1955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아브로는 캐나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업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크로포드 고든(Crawford Gordon, Jr., 1914~1967)을 초대 사장으로 영입했으며, 이 때부터 도미니언(Dominion) 철강 석탄 주식회사, 캐나다 카 앤 파운드리(Canada Car and Foundry), 캐나다 철강 등 수많은 회사를 인수합병 했다. 아브로는 1958년 무렵 직원만 5만 명이 넘고, 44개가 넘는 자회사가 광업, 철강업, 철도업, 항공산업, 엔진제조업, 컴퓨터 산업과 전자산업까지 아우르는 캐나다의 초 거대 기업이 되었으며, 한 해 매출은 $4억 5천만 달러를 넘기며 캐나다 3위의 대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한편,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세계는 냉전이 시작되면서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간의 대결장이 되었다. 미국 본토를 직접 제압할 방법을 연구하던 소련은 유럽을 돌아가는 대신 북극을 거쳐 북미대륙에 직접 도달한 후 핵무기 투발을 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 개발에 박차를 가했으며, 미 공군과 캐나다 공군의 방어를 돌파하기 위해 초음속, 고고도를 비행할 수 있도록 개념을 잡았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은 소련의 장거리 폭격기를 저지하며 주요 시설을 보호할 수 있는 요격기의 개발에 돌입하게 되었다.

이에 캐나다의 아브로는 1950년대부터 요격기 개발에 돌입했으며, 캐나다 왕립공군(RCAF)을 위한 전천후 제트 요격기인 CF-100 카누크(Canuck)를 제작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카누크는 캐나다 공군뿐 아니라 벨기에 공군도 일부 도입하면서 총 692대 이상 양산되어 상업적으로도 대성공을 거둔 기체였으며, 이착륙 거리가 짧고 상승률이 우수해 요격기로도 큰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캐나다 공군은 곧 소련이 CF-100을 무력화할 수 있는 차세대 장거리 제트 폭격기를 개발한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이에 따라 카누크를 대체할 수 있는 초음속 전투기의 개발을 고려하게 되었다. 캐나다 왕립공군은 1953년 차기 전투기 요구도를 발행하면서 쌍발 엔진, 최고속도 마하 2+, 실용상승한도 6만 피트(18.3km), 전투반경 370km을 갖는 복좌식 전투기로 개념을 잡았다.

특히 적의 초음속 폭격기가 등장하면 재빠르게 출격하여 요격해야 했으므로 차기 전투기는 빠른 상승률과 고고도에서 뛰어난 기동성을 갖춰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는데, 이는 동시에 충족시키기가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또한 이 항공기는 소련이 개발 중일 것으로 예상되는 장거리 초음속 폭격기를 요격하기 위해 제작되었으므로, 캐나다 왕립 공군은 소련의 폭격기가 북극을 넘어 캐나다 영내로 들어오면 이들이 깊숙이 남하하여 캐나다나 미국의 주요도시에 도달하기 전에 격추할 수 있는 항공기를 원했다. 이 때문에 캐나다 왕립 공군의 복잡한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동체 크기가 큰 전투기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다.

캐나다 왕립공군은 1952년 3월에 최종 공식 요구도를 아브로에 전달했으며, 이에 따라 아브로는 CF-103이라 명명한 시험기체를 제작했다. 까다로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개발한 카누크의 대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아브로는 카누크를 기본설계로 잡아 주익의 후퇴각을 크게 한 기체를 최초 컨셉으로 잡았다. 이 때 아브로는 주익 설계를 위해 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이 연구한 제트기 연구자료를 일부 활용했는데, 이 연구에 따르면 음속 장벽을 돌파하는 초음속 기체가 되기 위해서는 날개 두께를 얇게 제작해야 하지만, 날개가 얇아질 경우 구조가 약해져 주익이 견딜 수 있는 하중이 낮아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아브로는 연구 끝에 기동성과 비행 안정성을 높이고, 얇아져서 구조가 약해진 주익의 약점을 상쇄하기 위해 삼각익 기체를 채택했다. 또한 아직 제트엔진 기술이 초창기였기 때문에 연료 소모량이 컸음으로, 충분한 연료를 수납하기 위해선 날개면적도 커져야 했다. 하지만 넓은 면적의 삼각익을 채택함에 따라 저속, 저고도에서 항력(drag)이 증가하며, 기동 중에도 높은 항력이 발생한다는 문제가 발견됐다. 하지만 애로우의 주 임무는 주로 영공에 침입한 적 폭격기를 추적 및 요격하는 것이므로 대부분의 경우 직선으로 비행할 공산이 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브로와 캐나다 왕립공군은 CF-105 후보 설계를 놓고 오랜 고민과 토론을 한 끝에 1953년 4월부로 “에어(AIR) 7-3” 안을 최종 채택했다. 최종 안은 복좌형 2인승에 쌍발엔진을 갖추고, 저속 임무 시 최대 항속거리 300해리(556km), 고속 요격임무 시 항속거리 200해리(370km)까지 비행해야 하며, 엔진 성능 또한 이륙 후 5분 안에 고도 5만 피트와 마하 1.5 속도까지 도달할 것을 요구했다. 아브로는 최초 설계에서는 날개가 동체 아래에 붙은 저익(低翼) 기체를 고려했지만 최종 설계에서는 구조적 안정성 때문에 고익(高翼) 기체로 확정했으며, 이에 따라 랜딩기어의 길이도 무려 3.65미터까지 길어졌다. 또한 얇은 날개에 공대공 미사일을 설치할 경우 발생할 구조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신형 기체의 주익이나 동체 아래에는 하드포인트를 설치하지 않는 대신, 오직 동체 내 내부무장창(weapons bay)에만 무장을 수납하도록 했고, 착륙속도가 높은 삼각익의 특성은 보완하기 위해 감속용 낙하산(드래그 슈트)을 설치했다.

최초 캐나다 왕립공군은 두 대의 시제기 제작을 의뢰했으나, 소련의 폭격기가 완성되기 전에 실전배치가 완료되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이 작용하여 아브로는 시제기를 제작하지 않고 곧장 양산단계로 넘어 감으로써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일명 ‘쿡-그레이기(Cook-Craigie) 계획’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일단 양산을 위한 생산라인이 먼저 깔린 후, 소량의 양산기체를 우선 제작하여 이들 기체로 시험비행을 계속 실시하고, 수정 소요가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생산라인에 직접 반영하는 방식을 취했다. 물론 이 방식은 기체가 실제로 날아 보기도 전부터 설비 투자를 실시하고, 설계 인력의 업무 부담이 커져 생산 리스크가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쿡-크레이기 계획은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대전제는 달성했다. 이러한 시행착오 끝에 1954년 첫 양산 설계가 나왔으며, 이를 토대로 곧장 미국과 캐나다에서 컴퓨터 시뮬레이션에 들어갔다. 또한 9개의 고정식 자유비행 모델을 만들어 고체연료식 나이키(Nike) 로켓 부스터와 연결한 뒤 풍동시험(風洞試驗)에 들어갔다.

이들 시험은 캐나다 온타리오 뿐 아니라 랭리(Langley) 섬의 미 국가항공자문위원회(NACA: National Advisory Committee for Aeronautics, 미 항공우주국 NASA의 전신) 시설에서 실시됐으며, 이 과정을 통해 주(主) 엔진으로 롤스-로이스(Rolls-Royce)사의 RB.106을 골랐지만, 1954년 RB.106 엔진 개발이 중단되어 버리자 라이트(Wright)의 J67 엔진을 대체 엔진으로 선택했다. 1955년에 J67까지 개발이 취소되자 아브로는 F-105 썬더치프(Thunderchief) 및 F-106 델타다트(Delta Dart)에 채택된 프랫 & 위트니(Pratt & Whitney) 사의 J-75 엔진을 선택했다. 하지만 아브로의 형제기업인 오렌다(Orenda)가 더 경량에 추력이 강한 “이로쿼이(Iroquois)” 엔진을 개발하고 있었으므로, 향후 이로쿼이가 완성되면 별도의 시제기에 얹어 테스트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P&W 엔진이 채택된 기체는 “마크 1(Mark 1)”으로 명명했으며, 향후 이로쿼이 엔진을 탑재할 시제기는 “마크 2”로 잠정 명명했다. 또한 최종 완성된 양산기체는 모두 “마크 3”로 명명하기로 결정했다.

CF-105에는 1950년대 말에 개발된 기체로는 매우 이례적으로 디지털 비행통제 시스템(DFCS: Digital Flight Control System), 일명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가 설치되었다. 애로우의 비행 통제 면 자체는 유압식으로 작동했지만 통제는 전기식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을 채택한 것이었는데, 이는 동체가 커 기계적인 설계로는 조종사가 기체의 조종 감도를 맞추기 어려웠기 때문에 선택한 방법이었다. CF-105 애로우는 시험용 항공기가 아닌 기체에 ‘플라이-바이-와이어’가 장착되어 비행을 실시한 세계 최초의 사례로 기록되었다. CF-105는 1955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으며, RL-201호로 명명된 첫 양산기는 1957년 10월 4일에 출고했다. 이날 출고식에는 13,000명의 축하객이 모여 캐나다 항공산업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탄생한 것을 축하했으나, 이날 하필 소련이 스푸트니크(Sputnik)를 발사한 날이었기 때문에 애로우의 출고 소식이 묻혀버리고 말았다. 첫 시제기는 1958년 3월 25일에 초도 비행을 실시했으며, 총 4대의 Mk.1 기체가 향후 18개월동안 완성되어 시험비행에 들어갔다. 시험비행 동안 CF-105는 우수한 컨트롤과 기동력을 보여주었으며, 세 번째 비행 때 처음으로 음속돌파를 실시해 마하 1.9까지 도달하였고, 기체가 급강하면서 일시적으로 마하 1.98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캐나다의 국가적 관심을 받은 화려한 시작과는 달리, 애로우 사업의 말로는 너무도 급작스럽게 찾아왔다. 1957년, 존 디펜베이커(John Diefenbaker, 1895~1979)가 이끄는 캐나다 진보 보수당(Progressive Conservative Party of Canada)이 집권정당을 꺾고 총선에서 승리했다. 존 디펜베이커는 이미 선거 전부터 애로우 사업이 “대표적인 진보 정권의 걷잡을 수 없는 예산 낭비 사례”라며 혹독하게 비난해왔기 때문에 정권 출범 후부터 사업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으며, 캐나다 정부는 최초 도입 예정 대수를 100대로 크게 줄였다가 1959년 2월 20일자로 사업을 공식 취소했다. 디펜베이커 정권은 사업 취소에 앞서 캐나다에 대한 위협요소와 방어수단, 방어체계의 비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으며, 애로우 사업을 취소한 직접적인 이유로 대륙간탄도탄(ICBM)의 등장으로 더 이상 재래식 폭격기가 미래의 핵심 위협요소로 판단되지 않았고, 적의 장거리 폭격기의 요격도 초음속 지대공 미사일을 개발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음을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맥도넬(McDonnell)사의 CF-101 부두(Voodoo) 전투기와 보마르크(Bomarc) B 미사일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는데, 사실 부두 역시 애로우와 비슷한 시기에 개발을 시작해 1954년에 초도 비행을 실시한 기체였으므로 어째서 애로우와 달리 부두는 구식 기체로 간주되지 않았는지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애로우 사업이 취소된 1959년 2월 20일은 캐나다 항공산업계의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로 불린다. 이 날을 기점으로 캐나다 항공산업계의 유능한 인재들을 모두 잃고 항공산업의 기반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애로우 사업 중단의 여파로 14,528명에 달하는 아브로 임직원 및 15,000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직원은 일순간에 실업자가 됐으며, 이렇게까지 사전 통보없이 사업을 취소시켜버릴 것을 예상 못한 아브로 또한 심각한 경영 상의 타격을 입었다. 해고당한 아브로의 직원 상당 수는 미국으로 이주하여 여러 방산업체와 NASA 등에 재취업했다. 짐 체임벌린(Jim Chamberlin) 같은 아브로의 엔지니어는 NASA 설계팀장이 되어 제미니(Jemini)나 아폴로(Apollo) 프로그램에 기여했으며, 일부 엔지니어는 영국에서 재취업하여 콩코드(Concorde) 초음속여객기 개발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아브로는 애로우 사업 중단으로부터 3년 후인 1962년에 폐업했으며, 산하 사업부는 캐나다의 드 하빌랜드나 맥도넬-더글러스, 보잉 등에서 인수했다.

---

특징

애로우 사업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녹아 있었으나, 당대에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측면이 있다. 우선 시제기 개발을 건너뛰고 양산단계로 곧장 넘어간 방법은 리스크가 크지만 개발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인 모험이었다. 특히 양산이 진행되는 상태에서 실질적인 시험은 모델을 제작해 수행했기 때문에 1호기가 거의 완성 됐을 당시 엔진이 최종 결정이 되어 있지 않았던 사실도 특이하다. 아브로는 최초 쌍발의 롤스-로이스제 RB-106 엔진을 채택하려 했으나 시행착오 끝에 최종 채택한 엔진은 P&W사의 J75-P-3 엔진이었다.

동체 설계도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기술이 많이 적용되었다. 우선 동체가 컸기 때문에 이 기체를 마하 1로 2.5시간 이상 재급유 없이 날게 하기 위해 최소 2,800갤론의 연료를 수납해야 했고, 이 때문에 날개 면적이 넓게 설계됐다. 1950년대 항공기로써 가장 실험적이었던 부분은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플라이-바이-와이어)이 탑재됐다는 점이다. 이는 컴퓨터가 조종사의 비행을 지원하여 비행, 기동 및 이착륙을 원활하게 하도록 해주는 장치로, 기체가 비상 상황에 돌입할 경우에도 항공기가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도록 할 뿐 아니라 다양한 착륙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또한 현대 개념의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 기능도 채택되어 기체가 특정 목표를 지정하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비행할 수 있었다. 이 “플라이-바이-와이어” 기술은 4세대 전투기에 들어서면서 가장 보편적이 된 기술로, 애로우 이후 이 시스템을 채택한 기체가 제대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년도 더 지나서였다.

넓게 설계한 내부 무장창도 애로우의 특징이다. 특히 내부 적재공간으로만 보면 2차 세계대전을 주름잡은 폭격기인 B-29나 랭카스터 폭격기보다 공간이 컸을 뿐 아니라 당대의 무장 대부분이 통합 가능했다. 내부무장창은 애로우의 임무가 아군 영공으로 들어온 적 폭격기를 최대한 빨리 따라잡아 요격하는 것이기 때문에 항력을 줄일 목적으로 전 무장을 내부에 수납하도록 제작했다. 내부무장창은 0.3초 안에 개폐되며, 개폐에서 실제 발사까지 2초면 충분했다.

애로우는 양산부터 들어가는 독특한 방식이었기 때문에 엔진이나 항전이 모두 제각각 따로 개발되었는데, 양산을 통해 개발한 5대는 모두 내부 무장창에 테스트 장비를 채워 넣고 있었기 때문에 실제 무장 장착이나 발사시험을 해본 적은 없다. 아브로는 미 해군의 요청으로 애로우에 레이더 유도식 핵 미사일인 스패로우(Sparrow)-II 미사일을 통합해 약 4기에서 6기를 장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스패로우 II 개발 프로그램의 사업비용이 치솟고, 이를 통제하기 위한 아스트라(ASTRA) 화력통제체계의 개발까지 계속 지연되자 미 해군이 스패로우 II 개발사업을 1956년부로 중단했다. 애로우는 아스트라 대신 휴즈(Hughes)사의 MX117 화력통제체계를 설치했다. 애로우의 초창기 획에서는 근접전을 위해 배면에 기관포를 설치하는 안도 있었으나 채택되지는 않았다.

---

운용 현황

애로우는 개발 사업이 급작스럽게 중단됐기 때문에 실전 배치 기록이 없으며, 양산기 겸 시제기 개념으로 다섯 대가 제작된 것이 전부이다.

아브로는 개발 중기인 1955년부터 미국과 영국에 수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영국과 미국은 캐나다보다 항공산업이 훨씬 일찍부터 자리잡은 국가였기 때문에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캐나다 제품을 신뢰할 리가 없었으며, 무엇보다도 기본적으로 자국 항공산업을 위해서도 가급적 국산을 구입하는 국가들이었기 때문에 수출 협상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두 국가 중에서는 그나마 영국이 잠시 애로우에 관심을 보였다. 영국은 1962년까지 고성능 요격기를 도입할 계획을 잡으면서 F.155 초음속 폭격기 도입계획을 추진했으나, 이 사업이 1962년까지 끝날 가능성이 없게 되자 전력 공백을 막기위한 용도로 애로우의 도입이 고려되었다. 1956년 영국 공군참모본부는 재블린(Javelin) 대용으로 144대의 애로우 도입에 대한 소요를 올렸으며, 대신 영국용 애로우에는 17,000 파운드급 영국산 브리스톨 올림푸스(Bristol Olympus) 7R 엔진이나 롤스로이스(Rolls-Royce)의 18,340 파운드급 콘웨이 스테이지 4(Conway Stage 4), 혹은 드 하빌랜드(de Havilland, 1992년 봄바르디에[Bombardier]에 합병)의 19,500파운드급 자이런(Gyron)을 장착하기로 했다. 또한 생산라인은 당연히 영국 내에 깔 것이며, 대당 가격으로는 약 220,000 파운드가 책정되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애로우 역시 1962년에나 완성될 가능성이 높았다는 점인데, 어차피 F.155 사업이 계속 추진될 경우 1963년쯤 완성될 예정이었기 때문에 애로우를 도입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어졌으므로 결국 도입 계획은 무산되었다.

애로우는 사업이 취소된 지 불과 두 달 후, 캐나다 정부는 설계도, 전 동체, 엔진, 생산용 장비, 기술데이터를 모두 폐기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아브로는 샘 랙스(Sam Lax & Co.)라는 업체에 모든 기체와 데이터를 $350,000 달러에 매각했으며, 해당 업체는 인수받은 5대의 기체를 모두 분해처리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는 애로우 개발에 적용된 기술이 모두 캐나다 최고 기밀에 속하는 고급 기밀인데, 이것이 사업 폐기 후 관리가 안되는 상태에서 소련 첩자들을 통해 공산권에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당시 공군 대장이자 아브로 사장을 지낸 윌프레드 커티스(Wilfred A. Curtis)가 캐나다 정부의 명령을 거부하고 기체 한 대를 몰래 어디인가 숨겨놓았다는 소문이 돌았는데, 1968년도에 한 방송에서 이에 대해 그에게 질문하자 “대답하고 싶지 않다”고 하여 소문에 더욱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 소문의 실체에 대해서는 아직도 확인된 바가 없다.

애로우는 캐나다 정부가 최고 기밀로 지정하여 개발을 진행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거의 완성 단계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사업이 취소됐기 때문에 정확한 성능에 대해서도 알려진 사실이 많지 않다. 특히 컨셉 자체는 독창적인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이것이 일종의 도시 괴담화 하면서 ‘시대를 한참 앞서갔지만 애석하게 중단된 최첨단 항공기’라는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데, 이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다소 상이한 의견을 보인다. 일각에선 애로우가 그다지 ‘시대를 앞서갔다’고 할 정도까지 획기적인 부분은 없었으며, 그저 논란이 많은 캐나다 정부의 결정 때문에 ‘신화’가 되면서 음모론이 더해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애로우의 신화가 만들어진 이유는 애로우가 캐나다 항공기술의 정수를 모두 녹여 넣은 작품이었고, 실제로 캐나다 항공산업계가 이룩한 가장 뛰어난 결과물이자 업적이었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이 담겨있기 때문일 것이다. 애로우의 실제 기체는 전량 폐기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1989년부터 앨런 잭슨(Allen Jackson)이라는 사람이 1:1 비율의 모형 애로우를 제작하여 앨버타 주의 레이놀즈-앨버타(Raynolds-Alberta) 박물관에 기증하였다. 이 기체는 2009년 태풍에 의해 일부 파손되어 수리했으나, 이후부터는 일반 공개를 하지 않고 있다. 그 밖의 애로우의 모형은 비율은 제각각이지만 캐나다 항공우주박물관(CASM), 캘거리(Calgary)에 위치한 아브로 박물관 등에도 전시되어 있다.

캐나다는 보수당의 스티븐 하퍼(Stephen Harper) 정권 시절(2006~2015) 캐나다 왕립공군의 주력기인 CF-18(F/A-18의 캐나다 면허생산형) 대체사업 논의가 진행되던 당시 애로우를 되살려 개발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캐나다 정부는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볼 때 무리하다는 이유로 거부했으며, 결국 F-35를 도입하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한편 2015년 말부터 하퍼 정권을 이어받은 자유당의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총리는 선거 전부터 F-35 도입에 제동을 걸었는데, 이 때에도 애로우를 되살려 도입하자는 국민청원이 들어갔었으나 자유당 정권도 보수당과 마찬가지로 애로우를 되살릴 의사가 없음을 분명하게 못박았다. 자국 기술로 개발한 최초, 최고의 전투기라는 캐나다 국민의 자존심은 안타깝게도 현실의 벽을 넘기는 힘들 것 같다.

---

파생형

CF-105 애로우 Mk. 1: 프랫 & 위트니의 23,500 파운드급 J75 터보젯 엔진이 장착됐던 최초 설계 형상. RL-201호부터 205호까지 총 다섯 대가 제작됐다.

CF-105 애로우 Mk. 2: 오렌다 사의 PS-13 이로쿼이 엔진을 장착하기로 했던 형상. 설계 상으로 PS-13S 엔진은 각각 30,000 파운드 추력을 낼 수 있었다. 캐나다 정부가 1958년 9월부로 아스트라/스패로우(Asta/Sparrow) 화력통제 시스템 개발을 중단시켰기 때문에 휴즈/팰컨(Hughes/Falcon) 조합을 대신 채택했다. 애로우 사업이 취소되던 당시 마크 2 기체인 RL-206호기는 택싱(taxing: 지상에서 엔진 추력으로만 이동하는 것) 시험에 들어가고 있었다. 기체 설계 데이터 상으로는 CF-105 마크 2가 실제 비행을 실시했다면 당시 세계 최고 속도 기록을 깼을 것으로 기대됐었으나 실제로는 단 한 번도 날지 못했다.

---

제원

- 제조사: 아브로 캐나다(Avro Canada)
- 승무원: 2명
- 전장: 23.71m
- 전고: 6.25m
- 날개길이: 15.24m
- 날개면적: 113.8m²
- 자체중량: 22,245kg
- 적재중량: 25,820kg
- 최대이륙중량: 31,120kg
- 추진체계: 프랫 앤 위트니(Pratt and Whitney) J75-P-3 터보젯 엔진 x 2 (12,500 파운드/애프터버너 시 23,500 파운드)
- 최고속도: 마하 1.98/최고기록은 마하 2+
- 순항속도: 977km/h
- 항속거리: 최대 2,700km
- 전투반경: 660km
- 실용상승한도: 16,150m
- 날개하중: 226.9kg/m²
- 추력대비중량: 적재중량 기준, 0.825
- 무장:
ㄴ AIR-2A 지니(Genie) 무유도 원자력 로켓
ㄴ AIM-4 팰컨(Falcon) 미사일 x 8
ㄴ 벨벳 글로브(Velvet Globe/1956년 개발 취소)
ㄴ AIM-7 스패로우(Sparrow) II 2D 능동형 유도미사일 (개발 취소)
- 항전체계: 휴즈(Hughes) MX-1179 화력통제시스템
- 대당 가격: $350만 달러

---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