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7.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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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과 항공기 발달사

항공기술의 ABC(6) 수많은 시행착오와 도전으로 바다 위에 개척한 활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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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의 대형 항공모함 CVN-68 니미츠(USS Nimitz) <출처 : 미 해군>
항공기가 바다에서 뜨고 내리기 위한 공간은 함선의 좁은 갑판이 유일하다. 더구나 항상 육지에 있는 활주로와 달리 함선은 계속 이동하기 때문에 조종사의 입장에서는 움직이는 함선을 계속 따라가서 만나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오늘날 대표적인 바다의 항공기지는 항공모함이다. 이렇게 오늘날처럼 항공모함에서 항공기를 운영할 수 있게 된 것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글렌 커티스 <출처 : 미국 의회 도서관>
1903년 12월 17일에 미국의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가 인류 최초의 동력비행에 성공한 이후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항공기 개발에 도전하였다. 그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인물이 글렌 커티스(Glenn Hammond Curtiss)이다. 글렌 커티스는 창의적인 발상과 개척정신으로 항공기의 실용화에 앞장선 인물로 항공기의 특허권을 놓고 라이트 형제와 대립하기도 하였다.
항공기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기구를 이용하여 정찰 임무를 수행하였다. <출처 : 영국 전쟁박물관>
20세기 초에 항공기가 처음 등장하였을 때만 해도 군사적인 용도로 유용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미 미 육군은 19세기 후반부터 정찰 임무에 열기구를 이용하고 있었다. 1914년에 미 육군 통신대는 항공기를 구입하여 최초의 비행부대(Aviation Section)를 창설하였다.
유진 엘리는 세계 최초로 군함에서 발진하는데 성공하였다. <출처 : 미 해군>
반면에 군함에 대형 함포를 탑재하는 해군은 탄착 관측임무에 사용할 항공기가 필요하다. 멀리 떨어진 적 군함을 먼저 발견하고 정확하게 명중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망루에 올라가서 관측하여도 사람의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거리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육안으로 보는 관측거리는 짧아서 정확한 탄착점을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군은 바다에서 항공기를 사용하여 멀리 떨어진 적 군함을 발견하고 탄착점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군함에서 항공기가 안전하게 뜨고 내리기 힘들다는 점이었다.
미 해군 펜실배니아함에 착함하는데 성공한 유진 엘리 <출처 : 미 해군>
이러한 해군의 요구에 부응하여 과감하게 시도한 인물이 바로 글렌 커티스이다. 라이트 형제가 동력비행에 성공한지 3년이 지난 1910년 11월 14일에 글렌 커티스는 미 해군 순양함 버밍햄(USS Birmingham)에 나무로 만든 임시 활주로에서 항공기가 뜨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진 엘리(Eugene Ely)는 커티스 D 모델(model)을 조종하여 무사히 이함(離艦)하였다. 그리고 1911년 1월 18일에는 정박 중인 미 해군 펜실배니아(USS Pennsylvania)에 착함(着艦)하는데 성공하였다. 특히 글렌 커티스는 속도가 있는 항공기가 좁은 갑판에서 정지하도록 갈고리(hook)를 처음 사용하였다. 비행갑판 위에 설치한 밧줄(rope)에 갈고리(hook)가 걸리도록 하는 방법은 지금까지도 항공모함에서 사용하는 기술이다.
영국 해군의 샘슨 중령은 처음으로 함선 위에서 뜨고 내리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출처 : 영국 전쟁박물관>
바다에서 항해하는 함선에서 뜨고 내리는 것을 시도한 인물은 영국 해군의 찰스 R. 샘슨 중령(Charles Rumney Samson)이다. 샘슨 중령은 1912년 5월에 쇼트(Short) S.38 복엽기를 조종하여 영국 해군의 하이버니아(HMS Hibernia)에서 자력으로 이함하고 다시 내리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탁 트인 비행갑판을 가진 최초의 항공모함 아거스함 <출처 : 미 해군>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기존의 군함을 개조하여 임시로 비행갑판을 설치하는 수준이었다. 따라서 군함에서 항공기가 뜨고 내리기에는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많았다. 이러한 점을 반영하여 영국 해군은 비행장의 활주로처럼 앞뒤로 탁 트인 비행갑판(full-lenngth flat deck)을 고안하였다. 영국 해군은 여객선을 개조하여 최초의 항공모함인 아거스(HMS Argus)를 완성하였다. 1918년에 취역한 아거스함은 1929년에 퇴역하였으나 1938년에 재취역하여 1946년까지 현역으로 활동하였다.
처음부터 완전하게 항공모함으로 건조된 영국 해군의 허미즈함. 앞뒤로 탁 트인 비행갑판과 오른쪽에 위치한 함교 구조물은 모든 항공모함의 표준이 되었다. <출처 : 미 해군>
기존의 함선을 개조하지 않고 처음부터 항공모함으로 건조된 군함은 영국 해군의 허미즈(HMS Hermes)와 일본 해군의 호쇼(Hosho)이다. 먼저 착공한 허미즈함은 1918년에 진수하고 1924년에 취역하였다. 반면에 호쇼함은 1년 늦게 건조를 시작하였지만 빠르게 공사를 진행하여 허미즈함보다 앞선 1922년 12월에 취역하였다. 함교 구조물(island)이 없는 호쇼와 달리 허미즈함은 비행갑판의 오른쪽에 함교와 전투지휘소, 연돌이 하나로 결합된 구조물이 있어 완성도가 더 높다.
2차 대전 당시 최고의 항공모함이었던 미 해군의 에식스급 항공모함. 사진은 에식스급 항공모함의 3번함인 인트레피드(USS Intrepid) <출처 : 미 해군>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점차 발달한 항공모함은 2차 대전을 계기로 해군의 주력함으로 자리를 잡았다. 실전에서 실력을 증명한 항공모함은 미 해군의 에식스(Essex)급 항공모함이다. 에식스급 항공모함은 함수의 비행갑판과 선체의 연결부분을 매끄럽게 연결하여 높은 파도에서도 안전한 항해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군함으로서 필요한 손상통제(damage control)가 우수하여 2차 대전 당시 가미카제 공격에 단 한척도 침몰되지 않았다. 그리고 튼튼하고 여유가 있는 설계 덕분에 2차 대전 이후 대대적인 개조를 거쳐 제트 전투기도 거뜬하게 뜨고 내릴 수 있었다.
앙리 파브르가 개발한 최초의 수상기 <출처 : 프랑스 해군>
해군의 항공모함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당초 해군이 희망하였던 전함의 함포 사격을 지원하는 관측임무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따라 해군은 전함에서 항공기를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사출기(catapult)와 수상기(seaplane)를 개발하여 실전에서 사용하였다. 사출기는 압축공기, 화약, 유압의 힘을 이용하여 최단거리에서 항공기를 발진하도록 하는 장치이다. 사출기가 실용화되면서 전함이나 순양함에 직접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게 되었다. 일단 사출한 항공기는 바다에 착수(着水)한 다음 크레인(crane)으로 다시 끌어 올려졌다. 이처럼 바다에 직접 내릴 수 있도록 배처럼 생긴 부주(float)를 부착한 항공기를 수상기(seaplane)이라고 한다.
전함에서 사출되는 보우트 OS2U 킹피셔 수상기 <출처 : 미 해군>
수상기를 개발한 인물은 프랑스의 앙리 파브르(Henry Fabre)이다. 앙리 파브르는 1910년 3월 28일에 자신이 개발한 수상기(Hydroplane)가 물위에서 안전하게 뜨고 내릴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미국에서는 글렌 커티스가 수상기 실용화에 노력하였다. 2차 대전에서 대부분 국가의 해군은 전함, 순양함에 수상기를 탑재하여 사용하였다. 대표적인 기종으로 보우트 OS2U 킹피셔(Vought OS2U Kingfisher), 아라도 Ar.196(Arado Ar.196), 커티스 SOC 시걸(Curtiss SOC Seagull) 등이 있다.
영국 해군 항공모함 오션(HMS Ocean)에 최초로 착함하는 뱀파이어(Vampire) 제트전투기 <출처 : 미 해군>
2차 대전이 끝나고 제트기가 실용화되자 영국 해군은 속도가 빨라진 제트전투기가 항공모함에서 안전하게 이착함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였다. 영국 해군은 1945년 12월 3일에 항공모함 오션함에서 이착함하는 실험에 성공하였다. 조종간을 잡은 에릭 브라운(Eric "Winkle" Brown)의 기량 덕분에 일단 성공을 하였지만 제트전투기는 매우 다루기 힘든 항공기였다. 영국 해군은 제트기 운영에 적합하도록 경사갑판(angled deck), 증기 사출기(steam catapult), 광학식 착륙장치(optical landing system) 등 3가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였다.
경사갑판을 채택한 미 해군 요크타운(USS Yorktown). 처음 건조할 때는 경사갑판이 없었으나 나중에 개조를 실시하였다. <출처 : 미 해군>
영국 해군의 데니스 캠벨(Dennis Cambell) 대령은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정확하게 착함하지 못하더라도 곧바로 떠올라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안하였다. 경사갑판은 곧바로 미국 해군도 채택하였고 현대 항공모함의 표준으로 자리를 잡았다. 2차 대전 당시에는 항공모함의 앞쪽에서는 항공기가 발진하고 뒤쪽에서는 착함을 하였다. 당시에는 경사갑판이 없었기에 착함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번뿐이었으며 만약 실패할 경우 바로 사고로 이어졌다. 그러나 경사갑판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곧 해결되었고, 항공기의 발함과 착함이 분리되어 사고발생이 크게 줄어들었다.
전자식 사출기를 사용하여 F/A-18E 슈퍼 호넷(Super Hornet) 전투기가 발함하고 있다. <출처 : 미 해군>
그리고 제트기가 등장하면서 항공기의 중량이 증가하여 재래식 사출기로는 정상적인 발함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고압 증기의 힘을 이용하여 항공기를 사출하는 증기 사출기가 등장하였는데 지금까지 항공모함에서 사용되고 있다. 미 해군의 최신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Gerald R. Ford)급부터는 증기사출기를 대신하여 자기장의 원리를 이용하는 전자식(Electromagnetic) 사출기를 사용한다.
광학식 착륙장치가 개발되기 이전에는 사람이 직접 수신호로 착함을 유도하였다. <출처 : 영국 전쟁박물관>
광학식 착륙장치는 항공모함에 착함하려고 최종 진입을 시도하는 조종사에게 항공기의 위치와 자세가 올바른지 여러 가지 색상의 조명으로 신호를 보내는 장치이다. 예전에는 사람이 수신호를 하거나 무전기로 알려주었으나 효과가 낮았다. 광학식 착륙장치가 도입되면서 주야간을 불문하고 멀리서부터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항공모함에 설치된 광학식 착륙장치 <출처 : 미 해군>
항공모함은 1940년대 후반에 제트기 시대로 접어들면서 너무나 빨라진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고가 크게 증가하였다. 그러나 3가지 신형 장비를 도입하면서 점차 안정되었고 오늘날 같은 대형 항공모함으로 발전하였다. 미 해군의 대형 항공모함처럼 사출기를 사용하여 발함하고 케이블(cable)과 어레스팅 후크(arresting hook)를 사용하여 정지하는 방식을 CATOBAR(Catapult-Assisted Take-Off But Arrested Recovery)라고 한다. 이 방식은 중량이 30톤이 넘는 대형 항공기도 운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다만 이착함을 할 때 넓은 비행갑판이 필요하기 때문에 항공모함의 크기가 증가하고 비용이 상승하는 단점이 있다.
강철 케이블을 이용하여 안전하게 착함하는 F/A-18 전투기 <출처 : 미 해군>
반면에 영국 해군은 인빈시블(Invincible)급 경항모에서 해리어(Harrier) 전투기를 운영하기 위하여 기발한 방식을 처음 사용하였다. 비행갑판이 좁은 경항모에서 스키점프(ski-kump)를 사용하여 단거리에서 발함하고 수직비행으로 귀환하는 이 방식은 STOVL(Short Take-Off and Vertical Landing)이라고 한다. 미 해군도 F-35B 전투기를 대형수송함에서 운영할 때 이 방식을 사용한다.
스키점프 갑판을 처음으로 적용한 영국 해군의 인빈시블급 경항모(사진의 오른쪽) <출처 : 미 해군>

스키점프 갑판를 이용하여 발진하는 해리어 전투기 <출처 : 미 해군>
러시아 해군은 항공모함에서 사출기를 사용하여 항공기가 발함하는 기술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에 따라 발함할 때 해리어 전투기처럼 스키점프를 이용하고 착함할 때는 미 해군 항공모함처럼 케이블과 어레스팅 후크를 사용하는 복합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STOBAR(Short Take-Off But Arrested Recovery)라고 하는데 미 해군의 CATOBAR 방식과 영국 해군의 STOVL 방식을 혼합한 방식이다. 현재 러시아 해군의 항공모함에서 수호이(Sukhoi) Su-33, MiG-29K 전투기를 운영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러시아 해군의 Su-33 전투기는 스키점프를 사용하여 발함한다. <출처 : 러시아 국방부>
과거에는 항공모함에 탑재하는 함상기(艦上機, Carrier-based aircraft), 전함이나 순양함 등에 탑재하는 함재기(艦載機, Navalised aircraft)로 구분하였다. 앞서 소개한대로 전함에서 발진하는 OS2U 킹피셔와 같은 수상기는 함재기에 속한다. 한자 용어로는 엄밀하게 구분하지만 오늘날에는 넓은 의미에서 군함에 탑재하는 모든 항공기(고정익 항공기, 헬리콥터, 수상기 등)를 함재기로 통틀어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임무를 마치고 귀환할 때 크레인을 이용하여 전함 갑판으로 회수되는 OS2U 수상기 <출처 : 미 해군>
2차 대전 이후에 등장한 헬리콥터(helicopter)는 오늘날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초창기 헬리콥터는 엔진의 출력과 항속성능이 부족하여 큰 주목을 받지 못하였다. 그러나 1960년대에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가스터빈 엔진(gas turbine engine)이 실용화되면서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오늘날 군용 헬리콥터는 관측, 정찰, 지휘연락, 인원/화물수송, 대잠작전, 대전차공격, 소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대표적인 함재기라고 할 수 있는 헬리콥터는 대부분 국가의 해군에서 사용되고 있다. 헬리콥터는 수직이착륙이 가능하여 충분한 길이의 비행갑판이 없어도 운영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좁은 비행갑판에서도 이착함할 수 있는 SH-60B 시호크(Sea Hawk) 대잠헬기 <출처 : 미 해군>
2차 대전 당시 혹독한 상륙작전을 경험한 미 해군은 장차 상륙작전을 실시할 때 병력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항공모함에 헬리콥터를 탑재하여 병력을 수송한다는 구상을 추진하였다. 미 해군의 이오지마(Iwo Kima)급 헬기상륙함(LPH, Landing Platform, Helicopter)은 대표적인 헬기모함(helicopter carrier)으로 25대의 헬기를 사용하여 670명의 해병대원을 해변까지 실어 나를 수 있다. 이오지마급 헬기상륙함은 해리어 전투기도 탑재할 수 있어 대표적인 STOVL 방식의 항공모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영국 해군과 같은 스키점프는 채택하고 있지 않다. 헬기상륙함은 현재 대형수송함(LPA, LHA)으로 발전하였으며 AV-8B 해리어/F-35B 전투기를 탑재하는 항공모함의 역할도 일부 담당하고 있다.
25대의 헬기를 탑재하는 이오지마급 헬기상륙함 <출처 : 미 해군>
현재까지 대부분의 함재기는 사람이 직접 조종하였다. 그러나 미래의 전장에서는 상당부분의 함재기가 무인항공기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된다. 위험한 전투임무에 사람이 아닌 무인항공기를 투입하는 편이 안전하다는 것은 이제 상식에 속한다. 특히 함재기의 경우에는 전투로 인한 피로 누적으로 이착함할 때 비행사고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앞으로는 컴퓨터(computer) 기술을 활용하여 개발된 무인항공기가 자동으로 발진하고 귀환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현재 미 해군은 무인함재기로 사용할 수 있는 무인헬기와 무인정찰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 해군 MQ-8 파이어스카웃 무인헬기 <출처 : 미 해군>
미해군 TERN 무인정찰기 <출처 : 미 국방부>

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