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사와 특징

1936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주요 총기 업체이던 CZ(Česká zbrojovka: 영어로 번역하면 Czech Arms Factory, 즉 체코 병기공장)사는 Uherský Brod라는 도시에 총기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이는 당시 나치 독일의 위협이 눈에 뜨이게 강해지면서 총기 생산 거점을 조금이라도 독일 국경에서 띄어놓겠다는 조치의 일환이었는데, 이전 결정이 내려진지 불과 16주만에 공장이 만들어졌다고 할 만큼 체코슬로바키아는 다급했다.

비록 독일에 대해서는 별 역할을 못한 이 공장이지만, Strakonice라는 도시를 원래 총기 생산 거점으로 삼던 CZ사는 그 뒤로 이 새 공장을 거점으로 삼으면서 총기 생산 업체인 CZUB(UB는 공장 소재지인 Uherský Brod의 약자) 로 재편성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체코제 명총’, 특히 CZ75로 대표되는 2차 대전 이후의 현대 체코 총기는 대부분이 이 CZUB제품이다.

체코슬로바키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공산화되고 바르샤바 조약기구에도 가맹하면서 군용 탄약 체계도 자연스럽게 소련식으로 바뀌게 된다. 그에 따라 제식 권총도 1952년에 7.62mm 토카레프(7.62x25mm)탄을 사용하는 CZ52를 개발-배치하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입장에서는 나름 당황스러운 사건이 벌어진다- 소련군의 제식 권총탄이 7.62mm 토카레프에서 9mm 마카로프 탄(9x18mm)으로 바뀌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종주국인 소련과 탄약 공통화가 중요하다고 해도, 체코슬로바키아로서는 이미 정해서 총까지 바꾸기로 결정된 상황에 또 탄과 총을 바꾸기도 힘든 노릇이었다. 게다가 CZ52가 개발-배치된 시점은 소련 역시 절대 다수의 권총이 7.62mm 토카레프탄을 쓰는 토카레프 TT-33이었고, 다른 동유럽 공산국가들 역시 같은 탄과 토카레프 계열 총기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CZ52는 약 30년에 걸쳐 체코슬로바키아군의 제식 권총으로서 군림하게 된다.

하지만 CZ52는 상당히 크고 불편한 총이었다. 사실 제식 탄약이 큰 총을 요구하기 때문에 개발된 물건이지, 체코슬로바키아군이 대형 권총을 선호하거나 한 것도 아니었다. 하물며 매일같이 총을 차고 다녀야 하는 경찰은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또 민수 시장에 대한 수출용으로도 불리했다. 그래서 CZ사는 1940년대의 끝무렵에 .32ACP(7.65x17mm)탄을 사용하는 단순 블로우백 구조-더블액션 격발 방식의 중(中)형 권총인 CZ50을 개발한다. 당시 베스트셀러로 이미 정착했던 독일 발터사의 PP(Polizei Pistole)에서 강한 영향을 받은 이 총은 체코슬로바키아 경찰용으로 보급되었을 뿐 아니라 수출도 꽤 이뤄졌고, 나름 꾸준히 판매가 되었는지 1970년에는 디자인을 일부 개량한 모델로 CZ70이라는 바리에이션이 출시되기도 했다.

1970년대 중반, CZUB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명총 CZ75를 개발한다. 하지만 이 총은 정작 모국 체코슬로바키아 군용으로 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개발된 총이었다. 여전히 공산국가이고 바르샤바 조약기구 내에서도 중요한 지위를 차지하던 이 나라가 냉전 시대에 군용권총으로 서방과 같은 9mm 총기를 채택할 턱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CZ75의 개발 이후 체코슬로바키아 군용 권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먼저 종주국인 소련뿐 아니라 주변 동유럽 국가들 상당수도 이제 토카레프로부터 9mm 마카로프로 제식 권총과 탄약을 바꾼 것이다. 체코슬로바키아 역시 이런 변화를 외면할 수 만은 없었다. 물론 가장 손쉬운 방법은 소련으로부터 마카로프 권총을 직수입하거나 라이센스 생산하는 것이지만, 이미 권총이 중요한 수출 품목인 체코슬로바키아로서는 자국 군용 권총을 해외 모델로 채운다는 것은 자존심 이전에 자국 산업 보호와 수출 품목 확보라는 실리적인 측면에서도 용납할 수 없었다.

오리지널 마카로프의 또 다른 문제는 적은 탄창용량이었다. 마카로프 권총은 탄창 용량이 단 8발에 불과하다. 체코슬로바키아 군에서는 마카로프의 높은 휴대성에는 호의적이었던 듯 하지만, CZ75를 통해 다연발 탄창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이들로서는 8발은 아무래도 작게 느껴졌을 것이다. 따라서 CZUB는 이런 여러가지 의견과 필요성을 반영, 9mm 마카로프탄을 쓰고 현대적인 더블액션 격발기구를 가지면서 동시에 12연발 탄창을 가진 신형 권총을 개발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1982년에 완성된 CZ82로, 1983년부터 체코슬로바키아군 제식 권총으로 실전배치되어 CZ52를 대체하게 된다.

CZ82는 외관상으로나 부품 구성등에서 소련 마카로프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그 마카로프도 따지고 보면 독일의 발터 PP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았고, 실제로 CZ82 역시 분해 순서등에서 마카로프-PP의 영향이 강하게 보인다. 방아쇠울을 아래로 내리면서 슬라이드를 끝까지 잡아당긴 다음 슬라이드의 뒤를 들어올려 슬라이드와 프레임의 결합을 푸는 방법은 PP/마카로프와 똑같다. 사실 현실적으로 1980년대 초반에 중소형 권총을 설계하면서 발터 PP의 영향을 벗어난다는 것은 어려운 이야기였고, CZ82의 기본 설계 방향도 충분히 합리적이었다.

물론 CZ82의 설계가 막연히 다른 총을 따라한 것은 절대로 아니다. 무엇보다 큰 특징은 탄창이다. 12연발 탄창이 장착되어 오리지널 마카로프보다 50%나 장탄수가 증대됐다. 또 격발기구의 부품 구성이나 구조등도 마카로프와는 다르고, 디코킹 레버를 겸하는 안전장치도 슬라이드에 달려있는 마카로프와 달리 프레임에 달려있어 조작성이 상대적으로 개선됐다. 이 프레임 장착 안전장치는 나름 체코슬로바키아로서는 전통이 있는 설계로, 그보다 먼저 등장한 CZ50과 CZ70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탄창을 고정하는 탄창멈치 역시 손잡이 아래에 있는 원래의 마카로프와 달리 방아쇠울과 프레임이 만나는 쪽에 달려있는, 서방측에서 일반적인 스타일로 달려있다. 특히 이 탄창멈치는 좌우 어느쪽에서 눌러도 똑같이 작동되는 완전한 좌우대칭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전체적인 디자인 자체도 마카로프에 비해 더 세련되고 서방측 고객들도 좋아할만한 스타일로 되어있는데, 물론 이것은 ‘외화벌이’를 염두에 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신형 체코슬로바키아 군용 권총으로 등장했고 체코슬로바키아의 경찰용 권총으로도 보급이 이뤄졌지만, CZ82자체는 사실 1980년대의 해외 민수 시장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총이었다. 총 자체의 클래스는 호신용등으로 유럽시장에서 나름 수요가 꾸준한 중(中)형 권총이지만, 사용탄인 9mm 마카로프는 당시만 해도 서방측에 보급이 잘 이뤄지지 않은 미지(未知)의 탄약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문제를 예상치 못할 CZUB가 아니었다. 불과 1년 뒤, CZUB는 CZ83이라는 바리에이션을 출시한다. CZ83은 CZ82와 거의 구분이 안될 정도로 흡사한데, 사실 흡사하다기 보다는 사실상 같은 총이다. 다만 탄창과 총열등 몇몇 부분만 바꿔 서방세계에서 일반적인 .380ACP(9x17mm)나 .32ACP(7.65x17mm)탄을 쏠 수 있게끔 개조한 것인데, 실제로 CZ82의 탄창은 개조 없이도 CZ83에 그대로 들어갈 만큼 차이가 미미하다. 재미있는 것은 CZ83의 이름을 달고도 사용탄은 9mm 마카로프인, 말 그대로 ‘번호만 다르게 찍은 CZ82’도 있다는 사실인데, 이는 혼동을 피하기 위해 수출시장에서의 제품명을 CZ83하나로 통합한다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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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CZ83은 서유럽을 중심으로 민수 시장에서 나름 판매가 이뤄졌지만, 군용이나 경찰용으로의 수출 성과는 그렇게 크지는 않다. 80년대에는 베트남에도 군용으로 수출이 이뤄졌지만, 벌써 80년대부터 군용이나 경찰용 권총은 9mm 루거(9x19mm)탄 중심으로의 시장 재편이 시작된 터라 군/경용 수요는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이런 상황은 수년 뒤 찾아온 마케팅 여건의 극적 변화에도 크게 개선되지 못한다. 1989년에 체코슬로바키아가 민주화라는 극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서방 시장 진출이 한결 수월해졌고, 특히 그 동안 굳게 닫혀있던 미국 시장이 활짝 열리면서 CZUB에게도 큰 기회가 찾아왔다. 실제로 CZUB는 민주화로 얻은 프리미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사업을 확장했지만, 그것이 CZ83에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물론 민주화로 미국 시장이 열리는 등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서 CZ83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에 나름 판매가 이뤄졌고 이스라엘 경찰에도 수출되는 등 처음에는 성과를 올리는 듯 했지만, 문제는 ‘CZ의 적은 CZ’라는 상황이었다. 미국 소비자들의 관심은 온통 CZ75계열에 쏠리다 보니 지명도도 낮은 CZ83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덜할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사용탄이 .380ACP라면 그러잖아도 9mm쪽에 관심이 집중되던 90년대 이후의 호신용 권총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가 더욱 어려운게 현실이었다. CZ83과 크기-무게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작은데도 더 강력한 9mm나 .40S&W탄을 쏘는 총들이 여러 종류 나오던 90년대에 CZ83은 크게 어필하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구 동독이나 불가리아, 러시아등에서 비슷한 크기의 마카로프 권총이 엄청난 저가격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자 CZ83의 입지는 더더욱 불안해졌다. 결국 CZ83은 몇해 전 미국 시장에서는 단종되어버렸고, 본사에서도 현재는 단종된 상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이 총이 우리와도 본의아니게 연관을 맺게 되었다. 바로 북한이 간첩용으로 이 총을 사용하는 사실이 90년대에 밝혀진 것이다. 북한은 비교적 오래전부터 체코슬로바키아제 Vz61 스콜피온 기관권총을 사용하거나 CZ75의 카피(백두산)를 제식 권총으로 채택하고 자국산 ‘대대기관총’에도 체코슬로바키아제 기관총들의 영향을 받는 등 체코슬로바키아와 총기 분야에서 이런저런 영향을 받아왔는데, 이것이 옛 공산권에서 총기 분야에 선진적인데다 자국산 총기의 해외 수출에 적극적이던 체코슬로바키아라는 나라의 특성 때문인지, 아니면 ‘총덕’으로 소문났던 김정일의 취향 때문인지, 그 둘이 적절하게 만난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북한이 공작용으로 사용하는 CZ83은 소음기 장착 개조가 되어있고 사용탄은 .32ACP(7.65x17mm)이다. 원래 북한은 벨기에제 베이비 브라우닝에 소음기를 장착한 개조 권총을 오랫동안 사용했으나 6.35mm구경의 베이비 브라우닝은 살상력이 너무 약하고 탄창용량도 작기 때문에 CZ83으로 업그레이드한 듯 한데, .32ACP탄은 이미 북한이 사용하는 스콜피온과 같은 탄약을 사용하며 총성도 상대적으로 작고 탄속도 빠르지 않기 때문에 소음기와의 ‘궁합’이 좋은 편이다. 물론 살상력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암살등의 특수목적용이라면 큰 무리는 없을 듯 하다. CZ83외에도 그보다 하나 전 세대의 CZ70도 사용된 바 있으며, 특히 북한 간첩이 사용하던 CZ70은 일반에 공개된 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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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무게 : 800g
- 길이 : 172mm
- 총열 길이 : 97mm
- 사용탄 : 9mm 마카로프(CZ82), .380ACP/.32ACP(CZ83)
- 탄창용량 : 12연발/15연발(.32AC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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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홍희범
1995년 월간 플래툰의 창간멤버로 2000년부터 편집장으로 출간을 책임지고 있다. 2008년부터 국군방송 및 국방일보 정기 출연 및 기고를 하고 있으며, 세계의 총기백과, 밀리터리 실패열전 등을 저작하고 2차세계대전사, 컴뱃 핸드건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