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천을 도섭중인 폴란드군의 BMP 장갑차 < 출처: Sgt. Brandon Anderson / US Army>
특징
BMP-1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화력이다. 장갑차의 최우선 임무는 탑승한 병력을 보호하며 수송하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사실 IFV와 APC는 그다지 차이가 없다. 학술적으로 규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 둘을 구별하는 가장 큰 기준은 자체 전투력이다. 이전에 존재하던 모든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BMP-1의 강력한 화력은 장갑차가 수송용을 넘어 전투용 도구가 되도록 만들었다.
- 최초 등장 당시 인상적이었던 73mm 2A28 그롬 활강포. 정확도가 뛰어난 편은 아니었으나 명중하면 상당한 위력을 발휘했다. < 출처: (cc) Banznerfahrer at Wikimedia.org >
먼저 SPG-9 무반동총을 기반으로 제작된 73mm 2A28 그롬(Grom) 활강포는 서방측에 가장 충격을 준 무장이다. 사실 위력보다는 장갑차에 그런 무장을 갖춘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구경은 제2차 대전 당시 활약한 중형전차의 주포 수준이지만 포구 속도가 느린 저압포여서 사거리와 파괴력이 작다. 로켓탄을 사용하면 최대 1,000m까지 탄두를 날릴 수 있고 PG-15V HEAT탄으로 최대 350mm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다.
하지만 주포는 주로 진지 공격이나 하차 후 전투를 벌이는 보병을 근접에서 화력 지원하는 용도이고 대전차전은 주포 위의 레일에서 발사되는 9M14 말류트카(Malyutka) 대전차미사일이 담당한다. 최대 사거리가 3,000m에 이르고 400mm의 장갑판을 관통할 수 있다. 제4차 중동전쟁 초반에 이스라엘 기갑부대를 궤멸시켜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준 NATO명 AT-3 새거(Sagger)가 바로 9M14다.
- 주포 위 발사 레일에 장착된 9M14M 대전차미사일. 400mm의 압연장갑을 관통할 수 있다. < 출처: (cc) Darkone at Wikimedia.org >
부무장으로 장착한 7.62mm 기관총은 주포와 연동되어 움직인다. 이렇게 포탑에 집중된 무장은 1PN22M1 조준기로 작동되며 패시브 식의 암시 장치를 이용해 야간 전투도 가능하다. 특이한 점은 보병 탑승 공간의 양 측면, 후방 해치, 전방 좌우에 총안구가 있어 탑승한 상태로 소총 사격이 가능하다. 이처럼 등장 당시 기준으로 보자면 비교 대상이 없을 만큼 공격력은 강력했다.
하지만 실전에서의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포탑이 너무 협소해서 포수 혼자 무장을 작동하기가 벅차기도 했지만 재수가 좋아야 명중한다는 소리를 들을 만큼 주포나 대전차미사일의 정확도가 형편없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결국 후계작인 BMP-2은 포탑의 크기가 커지고 주포가 30mm 기관포로 바뀌었다. 그렇지만 BMP-3에 와서 다시 100mm 저압포가 채택된 것을 보면 BMP-1의 시도가 무조건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 수상도하 중인 BMP-1. 수륙양용이 가능하지만 무게의 제한을 받았고 이는 방어력 약화를 불러온 이유가 되었다. < 출처: Public Domain >
BMP-1의 가장 큰 약점은 방어력이다. 전작인 BTR보다 개선된 수준이고 차체 높이를 낮추고 경사각을 주었음에도 12.7mm탄 방어가 한계였다. 개발 중 공격력 못지않게 신경 쓴 부분이 기동력인데, 하천이 많은 유럽 평원을 고려해 수상도하가 가능해야 했으므로 무게가 가벼워야 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방어력의 약화를 불러왔다. 사실 실전에서 BMP-1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는 공격력 문제보다 쉽게 격파 당해서였다.
BMP-1은 보병을 꾸겨 넣는다는 표현처럼 실내가 상당히 좁아 장시간 작전을 벌일 때 피로도가 쉽게 가중되었다. 또한 보조 연료통이 후방도어에 내장되어 피탄 시 탑승한 보병들에게 치명적이었다. 다만 핵전쟁을 염두에 두고 해치를 닫으면 완전 밀폐되는 구조와 NBC 방호 장치로 탑승 병력을 보호하며 오염된 지역에서 지속 전투가 가능한 설계는 시대를 선도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
- BMP-1의 보병 탑승 구역. 후방과 상부로 신속히 입출입하고 유사시 완전 밀폐가 가능하나 상당히 비좁아 병사들의 피로도가 쉽게 증가했다. < 출처: (cc) Pibwl at Wikimedia.org >
운용현황
BMP-1은 1966년 제120근위 소총사단을 시작으로 소련군에 순차적으로 배치되면서 BTR-152, BTR-50 등을 빠르게 대체해 나갔다. 처음 등장 당시에 서방이 놀랐을 만큼 소련에게도 IFV가 처음인 무기다 보니 이에 맞춰 전술이 새롭게 정립해야 했다. 일선에서는 빈약한 방어력과 BTR-60에 비해 비싼 생산비 등 때문에 우려가 컸지만 어느덧 1970년대가 되었을 때 소련 기갑, 기계화부대의 중추가 되었다.
소련군의 BMP-1은 아프가니스탄 침공전에 처음 실전 투입되었지만 상당히 실망스런 결과를 보였다. 유럽 평원에서의 핵전쟁을 포함한 대규모 정규전을 기준으로 개발되어 아프가니스탄의 험준한 산악 지대의 비정규전에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차체가 낮아 주행 성능이 떨어지고 빈약한 측면과 하부의 장갑으로 인해 지뢰 및 매복 공격에 취약했다. 결국 1989년 철군 때까지 1,300여대를 상실한 것으로 알려진다.
-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전쟁 당시 카불 시내에서 격파된 BMP-1의 잔해. < 출처: (cc) Cleric77 at Wikimedia.org >
그래서 BMP-1D처럼 대전차전, 수상도하처럼 필요 없는 기능을 제거하고 산악에서의 주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추가 장갑을 부착해 방어력을 강화한 변형이 투입되었다. BMP-2의 양산이 개시되면서 1982년 약 2만 대를 끝으로 생산을 중단했지만 현재 러시아를 비롯해서 옛 연방에 속했던 모든 국가에서 여전히 사용 중이다. 러시아군 소속 BMP-1들이 1993년 체첸 전쟁에 투입되기도 했다.
1973년 발발한 제4차 중동전쟁은 BMP-1이 최초로 실전에 투입된 사례다. 전쟁 직전 이집트군은 230대, 시리아군은 170대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약 100여대가 격파되거나 노획 당했다. 일각에서는 훈련 부족 탓이라 하지만 소련도 실전 경험이 없어서 전수할 수 있는 노하우가 없었다. 예상대로 방어력에 문제가 많았고 강력한 공격력도 전투 중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워 주로 APC처럼 병력을 수송하는 용도로만 사용했다.
옛 바르샤바 조약국들은 BMP-1의 주요 사용자다. 체코슬로바키아가 18,000여대를 생산해서 공급했는데 일부는 바르샤바 조약국 이외의 국가에 수출하기도 했고 각국 별로 다양한 변형과 개량형이 존재한다. 그 외 친소 국가를 포함해 약 50여 개국에서 사용되었고 여러 국지전에서 활약했으나 기대만큼 뛰어난 전과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특히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는 격파하기 쉬운 표적에 불과했다.
- 1991년 걸프전 당시 격파된 이라크군의 BMP-1 잔해. 방어력에 상당히 문제가 많았다. < 출처: Public Domain >
변형 및 파생형
소련
BMP-1(오비옉트 765Sp1): 최초 양산형
- BMP-1 < 출처: Public Domain >
BMP-1P(오비옉트 765Sp4): 제4차 중동전쟁과 앙골라 내전 등의 전훈을 반영해서 신뢰성이 떨어진 9M14을 9M113, 9M113M으로 대체한 개량형
- BMP-1P < 출처: (cc) KGG1951 at Wikimedia.org >
BMP-1PG: 대보병전을 위해 30mm AGS-17 자동유탄발기를 장착한 개량형
BMP-1D: 아프가니스탄 침공전 전훈을 반영한 개량형
BMP-1K: 지휘차량
- BMP-1K < 출처: (cc) Pitkäkaula at Wikimedia.org >
BRM-1 : 정찰차량
- BRM-1 < 출처: Canadian War Museum >
PRP-3 "Val": 포병용 전방관측차량
PRP-4 "Nard": PRP-3 개량형
BMP-1PO: 탄약보급차량
PPO-1: 교육용 훈련차량
BREM-2: 긴급구난차량
IRM "Zhuk": 전투공병차량
러시아
BMP-1 "레즈베츠카(Razbezhka)": BMD-2 포탑을 장착한 개량형
BTZ-3: 연료 및 각종 오일 보급차량
RM-G: 구난 및 수리차량
- RM-G < 출처: (cc) Jno at Wikimedia.org >
RP-4A Argus: 포병용 정찰차량
중국
86식(WZ-501): 이집트에서 입수한 BMP-1을 기반으로 중국이 무단으로 복제한 파생형
- 86식 < 출처: Public Domain >
86B식: 해군용
86G식: 수상주행능력과 화력을 강화한 개량형
체코슬로바키아
BVP-1: 체코슬로바키아 면허 생산형
- BVP-1 < 출처: (cc) Jozef Kotulič at Wikimedia.org >
BVP-1K: 지휘차량
BPzV "Svatava": 정찰차량
- BPzV "Svatava" < 출처: (cc) Darkone at Wikimedia.org >
">
BVP-1 "Strop": 주포를 30mm PLDvK vz.53으로 교체한 개량형
Vz.85 ShM-120 PRAM-S: 박격포 탑재차량
- Vz.85 ShM-120 PRAM-S < 출처: (cc) Chmee2 at Wikimedia.org >
BVP-1 AMB-S: 구급차량
VPV: 구난회수차량
- VPV < 출처: (cc) Gwafton at Wikimedia.org >
SVO: 지뢰제거차량
OT-90: OT-64A 포탑을 장착한 APC형
SP-90: OT-90 기반 포병관측차량
ZT 90: OT-90기반 구난회수차량
체코
BVP-1MA: 독일제 Kuka E8 포탑을 장착한 BVP-1 개량형
- BVP-1MA < 출처: valka.cz>
OT-90M: OT-90 개량형
BVP-1SM: 구급차량
BVP-1PPK: 포병용 전방관측차량
- OT R5M1P 장갑차 < 출처: 체코 육군 >
OT R5M: APC형
핀란드
BMP-1PS: 핀란드 개량형
- 핀란드 군의 BMP-1PS < 출처: 핀란드 국방부>
BMP-1TJ "Tuija": 정찰차량
이란
Boragh: BMP-1 또는 86식을 역설계한 모델
- Boragh 장갑차 <출처: diomil.ir>
폴란드
BWP-1M: 폴란드 개량형
- BWP-1M < 출처: Public Domain >
BWR-1D: 정찰차량
BWP-40: CV9040 포탑을 장착한 개량형
- BWP-40 < 출처: (cc) Tomasz Szulc at Wikimedia.org >
루마니아
MLI-84: 루마니아 면허 생산형
- MLI-84 < 출처: (cc) nicubunu at Wikimedia.org >
슬로바키아
OT-90M "Zarmod": 23mm 기관포를 장착한 APC
- OT-90M "Zarmod" < 출처: valka.c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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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K-90: 열화상 카메라가 장착 된 포병관측차량
제원
- 생산업체: Kurganmashzavod 외
- 도입연도: 1966년
- 중량: 13.2톤
- 전장: 6.735m
- 전폭: 2.94m
- 전고: 2.068m
- 장갑: 압연강판
- 무장: 73mm 2A28 저압포 1문
9M14 AGTM 발사기
7.62mm RKT 기관총 1정
- 엔진: UTD-20 디젤, 300마력(224 kW)
- 추력대비중량: 22.7마력/톤
- 서스펜션: 토션 바
- 항속거리: 약 600km
- 최고속도: 65km/h(도로), 45km/h(야지), 7-8km/h(수상)
- 양산대수: 41,000대 이상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 BMP-1 장갑차의 개발사 남도현
- BMP-2 보병전투차 남도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