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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T-55의 차체는 1, 2번 보기륜 사이가 넓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토션바 현가장치 덕분에 기동성은 좋지만 지지륜이 없어 궤도가 이탈되는 사고가 많고 변속기의 신뢰성이 좋지 않은 편이다. 반면 전반적으로 구조가 단순하고 보기륜이 적어 야전에서의 정비가 용이한 장점이 있다. 단순한 구조는 비단 궤도뿐만 아니라 T-55 전반에 걸친 특징이어서 기술력이 뒤진 저개발 국가에서 쉽게 전차를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520마력의 힘을 발휘하는 강력한 V-55 디젤 엔진 덕분에 양호한 주행 성능을 보였다. 차체 후미에 드럼 형태의 보조 연료 탱크를 장착하면 700km까지 주행할 수 있었는데, 이는 810마력의 힘을 내었던 M47이나 초기형 M48과 비교하면 엄청난 장점이었다. M48A3 개량형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의 라이벌 전차들은 무게가 10톤 정도 더 나가기는 했지만 가솔린 엔진을 사용해서 연비가 극악한 수준이었다.
장갑 재질은 이전부터 보편적으로 사용한 주조장갑, 균질압연장갑이어서 그다지 특별한 것은 없다. 가공 기술의 발달이 있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 방식은 방어력을 강화하려면 두께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기동력을 중시한 중형전차가 목표였기에 방어력을 위해 무작정 무게를 늘릴 수는 없었다. 대신 개발진들은 다른 방법으로 성능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포탑과 차체를 방어에 유리한 구조로 설계한 것이다.
포탑은 전면 장갑 수준이 200mm인데다 피탄 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IS-3처럼 포탑을 반구형으로 만들었고 차체에도 경사를 주었다. 더불어 높이를 최대한 낮추었다. 덕분에 T-55는 서방의 동급 전차에 비해 전고가 상당히 낮고 당연히 무게도 덜 나간다. 무게가 제2차 대전 당시 최강으로 평가받는 쾨니히스티거의 절반에 불과하지만 소련의 개발진들은 방어력은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소련의 금속 가공 기술 수준이 낮아 정작 실전에서는 서방의 90mm 전차포에 쉽게 관통당해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었다. 장갑뿐만 여타 부품도 비슷한 처지여서 기계 공업 기술력이 뛰어난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면허 생산된 T-55가 소련제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을 정도였다. 낮은 높이도 그다지 이점으로 작용하지 못했고 오히려 실내가 협소해서 승무원의 거주성이 상당히 나빴다.
처음에는 제2차 대전 당시에 상당한 위력을 자랑한 DT-10 포를 중형전차에 탑재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방을 근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포신 안정 장치와 조준기의 성능 부족으로 명중률이 나쁜데다 미국이 M47, M48을 연이어 배치하면서 우위는 사라졌다. 이에 소련은 350mm 이상 관통이 가능한 HEAT탄을 개발했고 최신 개량형은 주포로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지만 현재 T-55의 공격력은 2선급으로 취급된다.

포탑은 유압식으로 작동되는데 피탄 시 오일이 흘러나와 급격히 화재가 번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사실 이는 라이벌인 M48도 마찬가지였던 점을 본다면 특별히 T-55의 문제라기보다는 당시 기술력 수준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록 실전에서의 활약상은 기대치를 밑돌았지만 핵전쟁 상황을 대비해 T-55에 설치한 양압식 NBC 방호장치처럼 시대를 선도한 부분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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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T-55는 등장 당시에 자타가 최고라고 인정했다.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져간 전작들과 달리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및 친소 국가들에 대량 공급되고 장기간 사용되면서 사상 최대의 생산량을 기록한 전차가 되었다. 최소 8만 6천대에서 최대 10만대 정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생산량을 모르는 이유는 소련 이외에서 생산된 수량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러시아를 비롯한 구 소련권 국가들과 동유럽에서는 대부분 퇴역했지만 여전히 50여 개국에서 사용 중이다. 59식이라는 이름으로 10,000대 이상을 면허생산한 중국은 2017년 현재 2,000여대 정도를 운용 중인 최대 사용국이다. 지금은 제3세대 이상의 전차가 주력이 되었지만 T-55는 1980년대 초반까지도 생산되었기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일선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전쟁 당시에 소련은 비밀리에 고문단과 공군조종사를 파견했지만 공식적으로는 참전하지 않고 무기만 공급해 주었다. 그런데 당시 노획한 UN군의 M26, M46, 센추리온 등을 분석한 결과 압도적인 우위에 있음을 확인했는데도 불구하고 T-54는 지원하지 않았다. 최신예였던 MiG-15 전투기를 투입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그만큼 소련이 배치 초기 단계였던 T-54를 노출시키기 꺼려한 귀한 전력으로 취급했음을 알 수 있다.

1956년 벌어진 헝가리 봉기를 강제 진압하기 위해 T-54가 투입된 것이 최초의 실전이다. 시내에서 벌인 진압 작전이어서 정규전과 비교하기는 곤란하지만 많은 T-54가 화염병에 의해 격파 당했다. 이때 시민군이 T-54를 탈취해 주 헝가리 영국대사관에 난입하면서 서방측에 실체가 적나라하게 공개되었다. 당연히 이때 얻은 정보는 M60, 레오파르트1, FV4201 치프틴 같은 서방의 신예 전차 개발에 참고되었다.

최초로 대규모 기갑전을 벌인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군의 M48, 센추리온은 물론, 개량되었지만 구세대 전차인 M4에게도 격파되어 성능에 많은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아랍 국가에 공급된 T-55가 다운그레이드 형이고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지만 이런 일방적 결과는 소련을 경악하게 만들고 T-64, T-72의 개발과 배치를 더욱 서둘게 되었다.

특히 1991년에 벌어진 걸프전이나 2003년의 이라크 침공전에서는 학살이라 할 만큼 일방적으로 격파 당했다. 대부분 항공기, 헬기 등의 공격에 의한 것이지만 미국 기갑부대와의 대결에서도 처참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 이외에도 베트남전쟁, 앙골라내전, 인도-파키스탄 분쟁, 이란-이라크 전쟁, 유고내전처럼 수많은 국지적 분쟁이나 내전에 등장했다. 하지만 인상적이라 할 만한 전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냉전 시기에는 주로 미국제 전차와 교전을 벌였지만 냉전 종식 후에는 T-55끼리 교전을 벌이는 경우도 흔했다. 많이 생산된 만큼 지구상에서 벌어진 대부분의 분쟁에 등장한 전차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실망스러운 실전 결과 때문에 급속히 2선급 전차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일선에서 활약 중이다. 국군이 노후한 M48을 여전히 운용 중인 이유도 현재 북한군이 1,500여대의 T-55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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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T-55는 워낙 많이 그리고 장기간 여러 곳에서 생산되다보니 일일이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변형 및 파생형이 다양하다.

T-54
 
T-54-1 (Ob'yekt 137) : 최초 양산형

T-54-2 (Ob'yekt 137R) : 포탑, 궤도, 변속기 등을 개량

T-54-3 (Ob'yekt 137Sh) : 계란 모양의 포탑, 신형 TSh-2-22 포수 조준경, 기화식 연막 제조기 등을 장착
 
T-54A (Ob'yekt 137G) : 포신안정기, 헤드라이트, 무전기 등을 개량하고 스노클, 자동 소화기 등을 장착

T-54AM (Ob'yekt 137M) : T-54A를 T-55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모델.

T-54B (Ob'yekt 137G2) : D-10T2S 주포, 적외선 야간 전투 장비 등을 추가
 
T-54M (Ob'yekt 137M) : T-55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한 모델
 
T-54K1 , T-54K1 , T-54AK1 , T-54AK2 , T-54BK1 , T-54BK2 , T-54MK1 , T-54MK2 : 추가 무전기가 장착된 각 모델의 지휘전차

T-55
 
T-55 (Ob'yekt 155) : 자동 소화 장치, PAZ 양압식 NBC 방호장치 장착

T-55A (Ob'yekt 155A) : 방사능 차단 장치와 개량된 PAZ/FVU 여과시스템 장착

T-55AD (Ob'yekt 155AD) : Drozd 능동 보호 시스템 장착형
 
T-55AD-1 (Ob'yekt 155AD-1) : T-72용 V-46-6 파생 엔진을 장착
 
T-55M (Ob'yekt 155M) / T-55AM (Ob'yekt 155AM) : T-55, T-55A의 현대화 개량형

T-55M-1 (Ob'yekt 155M-1) / T-55AM-1 (Ob'yekt 155AM-1) : T-72용 V-46-6 파생 엔진 장착
 
T-55MV (Ob'yekt 155MV) / T-55AMV (Ob'yekt 155AMV) : 콘닥트(Kontakt)-1 반응 장갑 장착
 
T-55MV-1 (Ob'yekt 155MV-1) / T-55AMV-1 (Ob'yekt 155AMV-1) : T-72용 V-46-6 파생 엔진 장착
 
T-55M5 (Ob'yekt 155M5) : 포탑 주위에 콘타트-5 반응장갑, 신형 주포안정기, 개량 엔진을 장착.

T-55M6 (Ob'yekt 155M6) : 장축 섀시에 6개의 보기륜. T-72B의 2A46M 125mm 주포 장착.

T-55K1 , T-55K2 , T-55K3, T-55AK1, T-55AK2, T-55AK3, T-55MK1, T-55MK2, T-55MK3 : 추가 무전기가 장착된 각 모델의 지휘전차.

파생형
 
T-55AGM : 우크라이나의 모로조프 설계국이 개발 한 업그레이드 키트 적용 개량형.

TO-55 (Ob'yekt 482) : 화염 방사 전차
 
BTR-T : T-55를 기반으로 한 보병전투차

타이란(Tiran) : 이스라엘에서 노획해 개량한 T-54/55

아크자리트(Achzarit) : 이스라엘에서 노획한 T-54/55 차체로 제작한 장갑차

M-55S1 : 이스라엘 라파엘 사의 협력으로 슬로베니아 만든 개량형
 
TR-85 : 루마니아 개량형

사피르(Safir) 74 : 주포와 엔진을 환장한 이란 개량형
 
람세스(Ramses) 2세 : 이집트 개량형

MT-55 : T-55 차체를 이용한 체코슬로바키아의 장갑교량차량

59식 : 중국이 면허 생산한 T-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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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생산업체: KhPZ, UVZ (소련), Bumar-Łabędy (폴란드), ZTS Martin (체코슬로바키아)
- 도입연도: 1949년
- 중량: 36톤
- 전장: 9.00m
- 전폭: 3.37m
- 전고: 2.40m
- 장갑: 압연장갑, 주조식장갑
- 무장: D-10T 100mm 강선포×1
└ 12.7mm DShK 중기관총×1
└ 7.62mm SGMT 기관총×1
- 엔진: 모델 V-55 V12 수랭식 디젤 엔진 500마력(373kW)
- 추력대비중량: 14.6마력/톤
- 서스펜션: 토션 바
- 항속거리: 460km
- 최고속도: 48km/h
- 양산대수: 86,000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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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