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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냉전 시대에 깊은 바다 속은 치열한 전장이었다. 2차 대전 이후 디젤엔진(Diesel engine) 잠수함이 주로 활약하던 시기에는 축전지 재충전이라는 한계 때문에 잠수시간이 길지 않았다. 그러나 잠수할 때 산소가 필요하지 않은 원자력 추진 기관이 등장하고 탄도미사일을 탑재, 발사하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잠수함은 강력한 무기체계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바다 속에 숨어있는 잠수함을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수상 전투함의 경우 잠수함을 발견하여도 직접 물속으로 들어가서 추적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적 잠수함을 발견하고 추적하는 데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잠수함이라고 할 수 있다.

전파를 사용하기 어려운 바다 속에서 잠수함을 찾으려면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추적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잠수함은 엔진(engine), 프로펠러(propeller)에서 여러 가지 시끄러운 소음이 발생한다. 이러한 소음은 파장에 따라서 의외로 먼 거리까지 도달한다. 잠수함을 추적하는 측에서는 이러한 소음의 특성을 잘 이용하면 효과적인 대잠작전이 가능하다.

수중에서 항해하는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소음은 진행 방향의 뒤쪽으로 넓게 퍼져나간다. 그런데 잠수함이 수면에 가깝게 항해할 경우 소음이 수면에서 반사되어 계속 전달된다. 반면에 바다 깊은 곳으로 전달되는 소음은 심해에서 점차 소멸한다. 따라서 은밀하게 잠수함이 항해하려면 최대한 수심이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편이 안전하다. 그리고 깊은 곳까지 잠수하면 적 잠수함을 올려보면서 추적하는 매복이 가능하다.

다만 깊이 잠수하려고 하여도 기술적으로 잠수함 선체의 한계가 있으며, 너무 깊이 잠수할 경우 선체가 파손될 수 있다. 조선기술이 발달한 미국과 영국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출현한 이후 꾸준하게 성능을 개량하여 수심 400~600 m 정도까지 잠수할 수 있는 잠수함을 개발하여 실전에 배치하고 있다. 그러나 소련의 경우 조선기술이 부족하여 잠항심도 성능이 서방측 잠수함보다 부족하다.

잠수함은 일반적으로 고강도 강철로 제작하는데 기계가공기술이 부족한 소련은 자국이 보유한 이점을 활용하여 매우 독특한 방법으로 잠항심도 성능을 높이고자 하였다. 즉 강철보다 강도가 높은 티타늄(titanium)을 사용하면 훨씬 더 튼튼한 잠수함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소련은 세계 최대의 티타늄 생산 국가이다. 이러한 티타늄으로 선체를 제작한 소련 해군의 잠수함이 바로 알파(Alpha)급 공격원잠이다.

1977년에 등장한 알파급 공격원잠은 350 m 까지 잠수가 가능하고, 41 노트(knot)라는 놀라운 고속 항해성능을 가지고 있어 미 해군의 항모기동함대에 큰 위협을 주었다. 그러나 고속 항해할 때 소음발생이 너무 커서 발각되기 쉬운 약점이 있었다. 이에 따라 소련 해군은 알파급의 후속함으로 소음발생 문제를 개량한 시에라(Sierra)급 공격원잠을 건조하여 실전에 배치하였다. 그러나 티타늄 재료는 가격이 매우 높고 기계가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아무리 소련이라고 해도 가격이 높은 티타늄 잠수함을 대량으로 건조하는 것은 무리이며, 실제로 시에라급 공격원잠은 4척을 끝으로 건조가 중단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소련 해군은 시에라급의 설계를 활용하되 재질을 티타늄에서 강철로 변경하여 건조비용을 낮춘 신형 공격원잠을 계획하게 되었다. 이 잠수함이 바로 아큘라(Akula)급 공격원잠(아큘라급은 NATO 분류명으로 러시아에서는 '슈카-B(Щу́ка-Б)'급으로 분류)이며 프로젝트 971(Project 971)이라는 명칭으로 1977년부터 개발이 시작되었다. 아큘라급은 1970년대 초에 등장한 미 해군의 주력 공격원잠인 SSN-688 LA(Los Angeles)급에 대항할 수 있는 최신예 공격원잠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아큘라급은 항해성능, 잠항심도, 음향센서 등 모든 성능을 LA급에 목표를 두고 개발되었다. 대표적인 사례로 1980년에 결정한 디지털 소나 시스템(Digital Sonar System)을 들 수 있는데, 소련 해군은 미 해군의 LA급에 있는 장비와 같은 장비를 탑재할 것을 결정하였다고 한다. 다만 LA급은 1970년대에 실전에 배치되었고 아큘라급은 10년이 지난 1980년대에 실전 배치되었다는 점에서 양국 해군의 기술력 차이가 나타난다.

아큘라급 공격원잠은 설계를 마치고 1982년부터 건조가 시작되었으며 선도함인 K-284함이 1984년 말에 취역하였다. 프로젝트 971 아큘라급 공격원잠은 건조가 시작된 다음에도 계속 개량되어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프로젝트 971 아큘라 I

가장 먼저 등장한 아큘라급 공격원잠의 기본형으로 7척이 건조되었다.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핵심장비인 MGK-500 스캇 (Skat, NATO 코드 Shark Gill) 소나를 탑재한다. 아큘라 I 공격원잠은 SOKS(System Obnarujenia Kilvaternovo Sleda) 센서(sendor)를 추가로 탑재하는 개량을 실시하였다. 거대한 세일(sail) 앞쪽에 뾰족하게 튀어나온 SOKS 센서는 소련 해군의 독특한 장비이다.

아큘라 I 공격원잠은 소련 해군의 재정문제로 인하여 순차적으로 퇴역하였으며 현재 7척 중 4척만 현역에 머물고 있다. 선도함(K-284)은 고철로 매각되어 폐기되었지만 나머지 2척(K-322, K-480)은 보관하고 있다.

프로젝트 971I 개량형(Improved) 아큘라 I

기본형이라고 할 수 있는 아큘라 I 공격원잠을 개량한 프로젝트 971I 공격원잠은 모두 7척이 건조되었으나 6척만 완공되었다. 무엇보다도 소련 해군 공격원잠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소음문제를 크게 개선하였으며 탑지장비도 MGK-501 Skat-MS 소나로 교체되었다. 소련 해군의 독특한 장비인 SOKS 센서를 탑재하며(K-328 제외), 수직 잠항타 위에 견인식 소나 격납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방어용으로 6문의 533 mm 기만탄(decoy) 발사관을 설치하고 있다.

프로젝트 971U 아큘라 II

아큘라 I 공격원잠의 선체를 3 m 연장하고 수중배수량이 700톤 증가한 개량형으로 3척이 건조되었으나 1척(K-157)만 완공되었다. 선체를 연장하여 추가로 확보한 내부 공간에는 소음발생을 줄이는 장치를 탑재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아큘라 II 공격원잠의 소음수준은 초기형 LA급 공격원잠보다 낮으며 나중에 등장한 LA급 플라이트 III (Flight III, SSN-751 이후)과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건조가 중단된 2척의 선체는 보레이(Borei)급 전략원잠을 건조하는 자재로 재활용되었다.

프로젝트 971M 아큘라 III

아큘라급의 최종 개량형인 아큘라 III 공격원잠은 모두 3척을 건조하였으나 1척(K-335)만 완공되었다. 건조가 중단된 2척 중에서 1척의 선체는 보레이급 전략원잠을 건조하는데 재활용되었다. 기본적인 선체는 아큘라 II 공격원잠과 같으나 세일이 대형화되었고 수직 잠항타에 설치한 견인식 소나 격납장비의 모양이 다르다.

한편 소음방지 수준도 이전보다 향상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소련은 1983~1984년에 노르웨이(Norway) 중개상을 통해 일본 도시바(東芝)에서 최신 9축 정밀가공기계를 비밀리에 입수하였다. 미 해군은 소련이 입수한 정밀기계로 정숙성이 향상된 프로펠러(propeller)를 가공하는데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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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수중 고속항해 성능을 위해 아큘라급 공격원잠은 소련 해군의 잠수함 중에서 가장 날렵한 선체를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배수량 1만 톤이 넘는 거대한 선체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물망울형 선형에 가까우며, 겉으로는 매우 간단한 선형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고속 항해할 때 가장 문제가 되는 세일에서 발생하는 저항을 줄이기 위해 세일을 뒤쪽까지 매우 길게 늘인 유선형으로 설계하였다. 잠항타는 수직, 수평으로 이루어진 십자(+)형이다. 수직 잠항타 위에는 소련 해군 잠수함의 가장 큰 특징인견인식 소나를 수납하는 포드(pod)가 장착되어 있다.

아큘라급의 가장 큰 특징은 항해 중 발생하는 해난사고에 대비한 탈출 포드(escape pod)를 선체에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잠수함에 사고가 발생하고 하선명령이 내려지면 모든 승무원은 탈출 포드에 탑승한다. 모두 탑승한 다음 선체와 분리하여 수면으로 부상하며 조난신호를 발신하여 구조를 기다리도록 되어있다. 실제로 사용할 경우 급속한 부상으로 인한 심각한 압력 차이를 받을 수 있다.

기관

아큘라급은 원자력 추진 기관을 사용하며, 특히 고속항해를 위해 고출력 증기터빈(steam turbine)을 탑재하고 있다. 주기관으로 출력 190 MW급 OK-9BM 가압수형 원자로를 탑재하며 47,600 마력의 OK-7 증기터빈을 구동시킨다. 원자로와 증기 터빈은 모두 하나씩이며 하나의 프로펠러를 구동하는 1축 추진방식이다. 발전기는 2개(각 560 마력)가 분리, 설치되어 있다. 한편 아큘라급은 비상용으로 2기의 OK-300 전기식 구동장치를 탑재하고 있다. 전기식 구동장치를 사용하면 5노트의 속도로 항해할 수 있다. 고압 증기터빈을 사용하는 것보다 전기식 구동장치가 소음발생이 적기 때문에 비상시가 아니더라도 조용하게 항해할 필요가 있을 경우 사용한다.

소나

Shark Gill(MGK-540 Skat 3) 디지털 소나 체계를 탑재하고 있다. MGK-540 디지털 소나 체계는 함수에 설치된 MGK-503-M 구형(求刑) 소나, 측면 배열 소나, MGK-541 Shark Tail 견인식 소나로 구성된다. 한편 적 기뢰를 탐지하는 MG-7 소나를 별도로 탑재하고 있다.

무장

소련 해군의 독특한 무장인 4기의 650mm(25.6인치) 중어뢰 발사관을 설치하고 있다. 한편 별도로 533 mm(21인치) 중어뢰 발사관도 4기를 탑재한다. K-152함은 인도 해군이 사용하지 않는 650 mm 어뢰 발사관을 폐지하고 표준규격인 533 mm(21인치) 8문으로 변경하였다. 아큘라급 공격원잠은 어뢰 발사관을 사용하여 대함 미사일, 기뢰를 발사할 수 있으며 최대 40발의 어뢰, 기뢰, 미사일을 탑재한다.

아큘라급 공격원잠은 533 mm 중어뢰 발사관으로 S-10 Granat (SS-N-21 Sampson) 장거리 지상공격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으며, 현재는 성능이 향상된 3M-54 Kalibr (SS-N-27 Sizzler) 순항미사일을 탑재한다. 적 함선을 공격할 때에는 RPK-2 Vyuga (SS-N-15 Starfish) 대함 미사일을 533 mm 중어뢰 발사관으로 발사한다. 수상 항해할 때 대공 방어용으로 9K32 (SA-N-5/-8) 휴대용 대공 미사일을 별도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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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 (아큘라 I, 총 7척)

동급함 (개량형 아큘라 I, 총 6척)

동급함 (아큘라 II, 총 1척)

동급함 (아큘라 III, 총 1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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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현황

소련 해군은 모두 20척의 아큘라급을 건조하여 구형 공격원잠을 대체하고자 계획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 이후 소련의 경제사정이 악화되기 시작하였고 1992년에 소련이 붕괴하면서 건조계획에 큰 타격을 주었다. 이에 따라 15척만 완공되고 나머지 5척은 건조가 중단되었다. 건조가 중단된 일부 선체는 다른 보레이급 전략원잠을 건조하는데 활용하기도 하였다. 완공된 15척 중에서 선도함을 포함한 초기 3척은 퇴역하였으며 현재 러시아 해군은 12척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해군의 재정문제로 인하여 12척 중에서 3척은 예비함으로 보관하고 있으며, 1척(K-152)은 인도 해군에 임대하고 있다.

인도 해군이 임차한 K-152함은 1993년에 건조가 시작되었으나 소련 정부의 재정문제로 건조가 중단되었다. 이후 인도 해군이 소련 해군에게 임차를 제안하면서 건조가 재개되어 완공되었다. 인도 해군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임차하고 있다. 한편 2008년 11월 8일에는 항해시험 도중에 할론(halon)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여 20명이 사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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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함명 : 아큘라급
- 함종 : 원자력추진 공격잠수함(SSN)
- 배수량 : 7,620톤(수상), 9,652톤(수중)
- 전장 : 110 m
- 전폭 : 13.6 m
- 흘수 : 9.7 m
- 최대속도 : 10노트(수상), 28노트(수중)
- 잠항심도 : 480~520 m(통상), 600 m(최대)
- 승조원 : 62명 (사관 31)
- 주기관 : OK-9BM 가압수형 원자로 (190 MW) × 1, OK-7 증기터빈 (47,600 마력) × 1, 비상용 전기추진기 (750 마력) × 2, 1축 추진
- 무장(미사일) : SS-N-21 순항미사일, SS-N-15 대함미사일, SA-N-5/8 대공미사일
- 무장(어뢰) : 21인치(533 mm) 어뢰발사관 × 4, 25.6인치(650 mm) 어뢰발사관 × 4
- ESM : Rim Hat
- 레이더 : Snoop Half 해상탐색레이더
- 소나 : Shark Gill (Skat MGK-540, 능동/수동), Mouse Roar (능동), MGK-541 Shark Tail (견인식, 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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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