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의 탄생

근대 국가는 폭력을 합법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주체가 국가로 한정되며 법령을 근거로 출생이나 성장배경과 상관없이 일정한 조건을 갖춘 국민을 징집하거나 또는 국민 중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자원한 이들이 복무하는 군대를 보유해 운영한다. 유럽에서 근대 이전의 군대란 각자 무장한 소수의 기사나 영주를 중심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문제아들로 이루어졌다. 이런 군대에서 장교란 신분이 높다고 자타가 인정하면서 동시에 스스로 충성스럽고 명예롭다고 여기는 왕족이나 귀족만이 될 수 있는 특수한 계층이었다. 1648년 베스트팔렌 조약이 체결되어 영토 개념이 분명해지자 국가는 영토 안에서 무력을 합법적으로 독점하는 주체로서 성격을 더 분명히 했다. 이와 함께 화약이나 축성술과 같은 과학과 기술의 산물을 전쟁에서 더 많이 사용되기 시작하거나 징병제처럼 기존과 전혀 다른 제도가 시행되면서 18세기 유럽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군대를 지휘하고 운용하는 군무(軍務)를 전담할 장교단을 양성할 목적으로 사관학교를 운용하기 시작했다.

1701년 덴마크가 만든 왕립해군사관학교(Royal Danish Naval Academy, 덴마크어 Søværnets Officersskole)는 역사상 가장 먼저 만들어진 사관학교로 알려져 있다. 영국 육군은 1716년에 런던에서 동쪽으로 12킬로미터쯤 떨어진 템스 강변 남쪽의 울위치(Woolwich)에 있는 왕립조병창(Royal Arsenal)에서 포병과 공병을 독립된 병과로 창설하고 뒤이은 1720년 포병 장교와 공병 장교 양성 과정을 이곳 울위치에 개설했다. 프랑스 또한 이러한 움직임에 동참하는데 1748년에는 공병 장교를 양성할 목적으로 왕립공병학교(École Royale du Génie)를 만들었고, 프랑스 왕 루이 15세는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전쟁을 치르면서 장교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던 경험을 바탕으로 귀족 자제를 장교로 양성할 목적으로 1750년 파리에 왕립육군사관학교(École Royale Militaire)를 설립했다. 신성로마제국 안에서 세력을 불려가던 프로이센 또한 1801년 보병 장교와 기병 장교를 양성하는 육군사관학교 (Akademie für junge Offiziere der Infanterie und Kavallerie)와 참모장교를 양성하는 참모대학(Preußische Kriegsakademie)을 설립함으로써 이러한 경향에 동참했다. 이런 전반적인 동향은 1802년을 기점으로 획기적으로 발전한다.

프랑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
근대 질서를 확산한 선두 주자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의 탄생

프랑스는 사관학교를 가장 먼저 만든 나라는 아니나 프랑스 혁명 이후로 사관학교 제도를 획기적으로 개혁함으로써 근대 국가를 촉진했다. 프랑스 혁명 이후 새로워진 프랑스 육군사관학교는 이런 관점에서 근대 사관학교의 효시로 볼 수 있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자 유럽의 여러 왕국들은 프랑스 혁명 정부를 상대로 1792년 4월 동맹을 결성하고 전쟁에 돌입했다. 전국에서 자원한 의용병으로 이루어진 프랑스 군대는 1792년 9월 파리로 진격하려던 프로이센 군대에 맞서 발미(Valmy) 전투에서 승리했다. 1793년 1월 21일, 루이 16세가 단두대에서 처형되자 깜짝 놀란 동맹 왕국들은 다시 프랑스를 상대로 군대를 일으켰다. 이에 맞서 국민공회(Convention Nationale)는 전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1973년 2월 24일 프랑스 각 도에서 30만 명씩을 징집하는 법령을 발령했고 마침내 8월 23일에는 ‘18세에서 25세 사이의 미혼 프랑스 남자’를 모두 군인으로 징병할 수 있는 법을 통과시켰다. 짧은 시간에 대규모로 동원된 병력을 지휘해 대(對) 프랑스 동맹군에 맞서 연전연승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1797년 10월에 급기야 동맹을 무너뜨렸고 1799년에는 쿠데타를 통해 제1통령으로 취임했다. 프랑스의 징병제는 긴박한 안보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 모두 군에 복무해야 한다’는 의무적 성격으로 출발했다. 나폴레옹은 이를 ‘능력을 갖춘 국민이라면 누구라도 군인이 될 수 있다’는 권리적 성격으로 발전시켰다. 이러한 전향적 변화의 맨 앞에 선 것이 바로 프랑스 육군사관학교였다.

제1통령이 된 나폴레옹은 비록 가난했지만 귀족의 자제였던 자신이 1784년에 입학해 1785년에 졸업하며 포병 장교로 임관했던 왕립육군사관학교를 폐지하고 ‘특별육군사관학교(École Spéciale Militaire, 약어로는 ESM으로 쓰며 이하 육군사관학교로 씀)’로 이름을 바꾸었다. 새로 출범한 육군사관학교는 귀족 자제에게만 입학을 허락했던 기존과 달리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었다. 1804년 나폴레옹은 공공 건설사업을 위해 창설되었던 에콜 폴리테크닉(École Polytechnique)을 군에 필요한 과학기술 지식을 갖춘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로 바꾸면서 교훈(“Pour la Patrie, les Sciences et la Gloire 조국, 과학 그리고 영광을 위하여”)을 하사했다. 능력만 있다면 누구에게나 입학이 허락된 새로운 사관학교는 프랑스 혁명이 촉발한 신분 질서의 변화 속에서 입신양명을 꿈꾸는 부르주아의 자제들이 사회적 성취를 빠르게 이룰 수 있는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작가 자신이 제목을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1830년 출간된 스탕달의 소설 『적과 흑(Le Rouge et le Noir)』에서 적(赤)은 붉은 제복으로 대표되는 장교를 그리고 흑(黑)은 검은 수단으로 대표되는 가톨릭 사제를 뜻한다고 일반적으로 해석된다. 이는 당시 성공하고는 싶지만 뚜렷한 배경이 없는 젊은이들이 택할 수 있는 길은 장교 또는 사제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나폴레옹 이후에 성격이 전환된 새로운 사관학교들을 통해 양성된 장교가 지휘하는 군대란 이전과는 달리 전문 지식과 충성심으로 무장한 관료 조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의 발전과 변천

나폴레옹이 황제로 취임하자 육군사관학교는 1805년에 제국육군사관학교(École Spéciale Impériale Militaire, 약어로는 ESIM)로 이름이 바뀌었다. 1800년대 프랑스가 공화정과 왕정을 오가는 동안 학교 이름 또한 육군사관학교와 제국육군사관학교를 오가게 된다.

1808년 7월 1일 개교했던 퐁텐블로에서 파리 서쪽의 생시르(St-Cyr)로 이전한 육군사관학교는 1940년에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로 자리를 옮기기까지 생시르에 자리를 잡았다. 이로써 생시르라는 지명은 프랑스 육군사관학교를 부르는 별칭이 되었고 프랑스 육군사관학교 사관생도나 졸업생은 ‘생시르 사람’을 뜻하는 생시리앵(St-Cyrien)으로 불린다. 1945년 이후로 프랑스 육군사관학교는 브르타뉴 지방의 꼬엣끼당(Coëtquidan)으로 이사했으나 생시르에 있었다는 역사성은 여전히 존중된다. 프랑스 육군사관학교는 이러한 역사성을 학교 이름에 반영하여 ‘생시르 육군사관학교(École Spéciale Militaire de St-Cyr)’를 공식 명칭으로 쓴다.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0년 프랑스가 독일에게 점령당하자 프랑스 육군의 장교 양성 체계도 크게 바뀌었다. 생시르는 육군 보병학교(École d'Infanterie de Saint-Maixent) 등과 함께 프랑스 남부의 액상프로방스로 이전하며 합병되었다. 1942년 독일이 생시르 육군사관학교를 폐교하자 드골이 이끄는 자유프랑스(Frace Libre)는 당시 식민지인 알제리, 가봉, 레바논 등지에서 장교 양성 교육을 이어갔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1942년 11월 8일 알제리의 셰르셸(Cherchell)에 개교한 셰르셰 장교후보생학교(École des élèves-aspirants de Cherchell-Médiouna)이다. 이 학교는 소대장을 빠른 시간에 양성할 목적으로 운영되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국토를 회복한 프랑스는 장교 양성을 일원화 한다는 쟝 드 라트르 드 타시니(Jean de Lattre de Tassigny) 대장의 생각에 따라 1944년 12월 13일 셰르셸 장교후보생학교의 이름을 제병협동사관학교(École Militaire Interarmes, 약어로 EMIA)로 바꾸면서 육군의 장교 양성 과정을 일원화했다. 제병협동사관학교는 전국 단위 경쟁시험을 치르는 고등학교 졸업자와 군 내부에서 우수 인원을 대상으로 사관생도를 선발했다. 전쟁 중 생시르 본교가 파괴되어 더 이상 쓸 수 없자 제병협동사관학교는 임시 주둔을 전제로 1945년 브르타뉴 지방의 꼬엣끼당으로 이전했다. 1947년 제병협동사관학교는 제병협동특별사관학교(École Spéciale Militaire Interarmes, 약어로 ESMIA)로 이름을 바꾸고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의 군기(軍旗) 사용하면서 생시르의 맥을 이었다.

장교 양성 과정 단일화라는 의도를 이행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1951년에 제병협동특별사관학교는 선발 방식을 변경하여 사관생도 3개 대대 중 2개 대대는 기존 생시르 육군사관학교 방식(고등학교 졸업생을 대상으로 한 전국 단위 경쟁 선발)으로, 1대 대대는 간부사관 선발 방식(군 내 우수 부사관 또는 병사를 대상으로 선발)을 각각 적용하기 시작했다. 1957년에 프랑스 정부는 생시르에 사관학교를 재건하고 꼬엣끼당에서 복귀하기로 결정했으나 1958년 5월 사태 이후 제5공화국이 출범하면서 대통령으로 취임한 드골은 1959년에 재건 결정을 철회하고 생시르에는 군사고등학교를 신설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 고등학교는 프랑스 국방부가 운영하는 여섯 개 군사고등학교 중 한 곳이다.

사관생도 선발에서 현실적인 문제를 인지한 프랑스 국방부는 1961년 장교 양성 제도를 개편해 제병협동특별사관학교(ESMIA)를 두 개의 사관학교로 분리하였다. 이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자 중 전국 단위로 경쟁시험을 거쳐 사관생도를 선발하는 생시르 육군사관학교, 부사관 또는 병 중 우수 자원을 선별해 입학시키는 제병협동사관학교가 각각 부활했다. 1977년에는 기술행정병과 장교를 양성하는 기술행정사관학교(École Militaire du Corps Technique et Administratif, 약어로 EMCTA)가 만들어졌다. 2010년 8월 1일부로 기술행정사관학교는 몽펠리에(Montpellier)에 있으면서 유사 기능을 수행하는 고등행정관리사관학교(École Militaire Supérieure d'administration et de management, 약자로 EMSAM)와 통합되어 2010년에는 국방행정사관학교(École d'administration militaire, 약자로 EAM)로 출범했다. 참고로 에콜 폴리테크닉은 1970년부터는 사관학교의 지위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으나 여전히 국방부의 지휘 아래에 있다.

꼬엣끼당에는 생시르 육군사관학교(ESM), 제병협동사관학교(EMIA), 국방행정사관학교(EAM: École d'administration militaire), 그리고 예비역 또는 단기 장교 양성과정인 생시르 육군사관학교 제4대대처럼 프랑스 육군의 장교 양성 과정이 모두 모여 있으며 이들을 합친 복합 주둔지는 꼬엣끼당 생시르 학교들(Les Écoles de Saint-Cyr Coëquidant)로 불린다.

프랑스 사관학교의 교육 과정

생시르 육군사관학교는 ‘어려운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리더’를 양성한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의 교육 과정은 다른 나라 사관학교들과 뚜렷하게 대별된다. 첫째, 생시르 육군사관학교는 장교 양성 과정인 동시에 석사 과정이다. 이는 생시르 육군사관학교가 프랑스만의 독특한 교육제도인 그랑 제콜(grands écoles)에 속하기 때문이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랑제콜 준비반 2년을 거치거나 일반 대학교에서 3년 이상을 마치야만 입학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의 수학 기간은 3년으로 1학기와 6학기는 군사훈련이며 2~5학기는 학위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학기와 학기 사이에는 1~3주짜리 공수훈련 같은 훈련이 포함되어 있다. 5학기는 논문학기로서 사관생도 본인이 정한 논문 주제에 따라 희망하는 국가의 학교 또는 기관에 연수 개념으로 파견되어 경험을 쌓으면서 연구하고 논문을 완성한다. 둘째, 생시르 육군사관학교는 학년별로 대대를 이루며 교육 과정 중인 3학년으로 진학하며 소위로 임관한다.

1학년은 사관생도 신분으로서 1학년 대대는 프랑스 제3대대(Troisième Bataillon de France)라 불린다. 2학년으로 진학하면 장교후보생(aspirant)이 되며 2학년 대대는 프랑스 제2대대(Deuxième Bataillon de France)로 불린다. 3학년으로 진학하면 소위(sous-lieutenant)로 임관하며 3학년 대대는 프랑스 제1대대(Premier Bataillon de France)로 불린다. 프랑스 제1대대라는 명칭은 1819년 8월 8일 당시 프랑스 왕 루이 18세가 하사한 것으로서 2학년과 1학년의 대대 명칭은 3학년이 받은 프랑스 제1대대에서 발전한 것이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는 ‘졸업과 동시에 중위로 진급’한다. 셋째, 생시르 육군사관학교는 그 자체로 그랑제콜에 속하는 특수 대학이지만 일반 대학을 졸업한 뒤 최대 6개월짜리 단기 교육을 받고 임관하는 예비역 장교 교육과정 또는 특수사관 과정을 함께 운용하며 이 과정은 프랑스 제4대대로 불린다. 제4대대는 이미 일반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입학한 인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학위 교육 없이 1년 동안 전적으로 군사교육에 집중한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에는 매년 200여 명이 입학하며 그 중 프랑스인은 150명이고 이 중 여자가 10%이다. 학교는 개교 이듬해인 1803년부터 외국에서 수탁생을 받아 교육해왔는데 현재 외국인은 매년 약 50명이 입학한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와 함께 있는 제병협동사관학교는 2년제 4개 학기로 구성되며 이들 학기 구성과 운용은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의 그것과 유사하나 졸업 시 석사 학위가 아니라 학사 학위가 수여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1학기와 4학기는 전문적인 군사훈련에 집중하고, 2학기와 3학기는 학사 학위 수여에 필요한 대학 수준의 학습에 집중한다. 학기와 학기 사이에는 수 주짜리 군사훈련이 실시된다. 제병협동사관학교는 매년 약 100명이 입학한다.

프랑스 사관학교들의 교훈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의 교훈은 나폴레옹이 하사한 “이기기 위해 배운다 Ils s’instuisent pour vaincre”이다. 왕정복고 시절 루이 18세가 “조국을 지키기 위해 배운다 Ils s'instruisent pour la Défense de la Patrie"로 일부 수정했으나 루이 18세가 쫓겨난 1848년부터 1870년까지는 다시 기존 교훈이 쓰였다. 1870년부터 1918년까지는 ”명예와 조국 Honneur et Patrie"이라는 새로운 교훈이 쓰였으나 제1차 세계대전 이후로 생시르 육군사관학교는 나폴레옹의 교훈을 되살려 현재까지 쓰고 있다. 제병협동사관학교의 교훈은 “법을 위한 복무, 지침으로서 명예 le travail pour Loi, l'honneur comme guide”이다.

영국의 육군사관학교
전통과 필요 사이의 변증법

프랑스가 혁명 이후 사회 전반에서 우수 인원을 뽑아 엘리트로 양성하고 이를 중앙집권화 된 국가의 통치력을 강화하는 데에 활용했다면 영국이 보여준 모습은 프랑스와는 반대된다. 이는 영국이라는 사회가 혁명처럼 급격한 변화 대신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했고, 섬이라는 지리 특성 상 강력한 육군을 형성해야 할 필요나 당위가 상대적으로 약했으며, 급격한 변화를 추구해야 할 정도의 중대한 사건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랑스에도 존재했지만 영국 육군에서 존재했던 특징 중 하나는 장교 계급을 돈으로 사고파는 매관제도(purchase of commission)였다. 이는 기록상 1663년에 시작되었으며 1683년 찰스 2세 때 공식화되었다. 오늘날 기준에서 매관제도는 불합리해 보이지만 장교에게 충분한 급여와 연금을 지급할 수 없던 당시에는 정부와 국왕에게는 예산을 절감하는 수단이자 장교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장치였다. 장교가 되고 싶은 이에게는 명예를 얻는 방법이었으며 동시에 매관한 장교들의 충성과 능력을 담보하는 장치이기도 했다. 이러한 필요성 때문에 매관제도는 크림 전쟁(Creamean War 1853년 10월 ~ 1856년 3월)으로 문제점이 크게 노출될 때까지 지속되었고 1871년에 카드웰(Cardwell) 개혁으로 폐지되었다. 영국은 유럽에서 매관제도를 가장 마지막에 폐지한 국가이다.

매관제도는 육군의 꽃이며 20세기에 들어올 때까지 왕족 또는 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보병과 기병 장교를 중심으로 성행했다. 이 때문에 영국 육군이 기존 제도를 갑작스럽게 무효화하고 전혀 새로운 제도로 대체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으며 장교 양성 제도로서 사관학교의 중요성과 비중은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모습이 제도적으로 유지된 데에는 당시 영국 육군 수뇌부의 인식이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1815년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을 물리친 웰링턴 공작(Duke of Wellington)은 1827년 영국 육군 총사령관에 임명된 이후 1852년 사망할 때까지 이 직을 유지했으며 그 중간에 짧기는 하지만 영국 수장을 두 번 역임했다. 웰링턴은 매관 제도를 옹호했으며 특히 사관학교를 통한 전문적인 장교 양성 교육이 군의 질을 떨어뜨리고 장교단의 단결을 해친다며 반대했다.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전쟁 영웅인 웰링턴 공작의 강력한 영향 아래에 있었던 영국 육군은 나폴레옹 전쟁에서 승리할 당시의 제도, 편제, 무기, 장비, 복장, 훈련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아무런 변화 없이 기존 것을 그대로 사용했다. 이러한 사회 여건 때문에 영국 육군의 장교 양성 제도는 프랑스나 미국과 비교할 때 기존 제도와 시대적 필요에 따라 새로 도입한 변화가 오랜 동안 복잡하게 뒤섞인 채 발전한 특징이 있다.

울위치 왕립사관학교 – 포병 장교와 공병 장교를 양성한 영국 육군 최초의 사관학교

영국 또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군의 기술적인 필요성 때문에 사관학교를 창설했다. 1720년 영국 육군은 당시 신규 병과인 포병과 공병에 필요한 장교를 육성할 목적으로 양 병과 장교 양성과정을 울위치(Woolwich)에 개설했다. 울위치는 영국 육군의 조병창(Royal Arsenal)은 물론 강을 따라 발달한 조선소로 유명한 곳으로서 영국 육군의 포병과 공병 또한 1716년 울위치에서 각각 창설되었다. 참고로 영국 프로축구연맹인 프리미어리그에서 런던을 연고지로 하는 아스널(Arsenal)의 탄생지가 바로 울위치이다. 울위치에 장교 양성 과정이 출범하기는 했으나 이것이 국가의 지원을 받는 본격적인 사관학교가 된 것은 20여 년이 지난 1741년이다. 울위치 사관학교는 1841년에 울위치 왕립육군사관학교(Royal Military Academy at Woolwich)로 승격했다.

울위치 왕립육군사관학교는 당시로는 혁신적이게도 왕족 또는 귀족뿐만 아니라 평민도 입학이 가능했는데 이는 당시 왕족이나 귀족의 자제는 육군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보병 장교나 기병 장교로 임관하는 데 반해 공병이나 포병은 육군 내에서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병과로 인식되었으며 포병과 공병은 기술을 다루는 병과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공병과 포병 교육을 시작으로 나중에는 통신 장교도 울위치에서 양성되었다.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 - 보병과 기병을 위한 귀족적 전통의 계승자

포병과 공병의 장교 양성과는 별개로 영국 육군에서 보병과 기병은 양성과정인 사관학교보다 보수과정인 참모대학(Staff College)이 먼저 만들어졌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영국 육군은 매관으로 임관하거나 또는 오랫동안 병(兵) 또는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능력을 인정받아 임관하는 것이 관행이자 제도였다. 따라서 사관학교 없이도 장교는 양성되고 있었으며 이렇게 임관한 이들을 교육하는 보수교육이 양성교육보다 중요했다.

영국 육군은 1799년에 런던 서쪽으로 50킬로미터쯤 떨어진 하이 위콤(High Wycombe)에 참모장교학교(School for Staff Officers)를 만들었다. 1801년에 왕립군사학교(Royal Military College)가 설립되자 이 과정은 왕립군사학교의 상급부(Senior Department)로 이름을 바꾼다. 영국 육군에서 육군사관학교에 해당하는 기관은 프랑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와 미국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가 개교한 해인 1802년에 보병과 기병 장교를 양성할 목적으로 그레이트 말로우(Great Marlow)에 만들어진 하급부(Junior Department)이다. 원래 계획에 따르며 하급부는 부사관과 병사의 자녀에게도 입학을 허락하려 했으나 영국의 분위기 상 이것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따라서 하급부 입학은 왕족 또는 귀족 자제로 한정되었다. 1812년에 하급부가 그레이트 말로우에서 남쪽으로 40킬로미터쯤 떨어진 샌드허스트(Sandhust)로 이사했다. 상급부도 곧이어 이곳으로 이전하면서 왕립군사학교에는 보병과 기병 장교를 양성하는 하급부 과정과 이들의 보수 교육을 담당하는 상급부가 함께 자리했다. 이로써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Royal Military College Sandhurst)가 본격적으로 출발했다.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가 출발했지만 초기 졸업생들은 매관을 통해 임관해야 했다. 샌드허스트 졸업생이 매관 없이 임관한 것은 1842년이 되어서였다. 1848년 영국 육군은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를 졸업한 자만이 보병 장교와 기병 장교가 될 수 있도록 한정하면서 두 병과 장교 양성 과정을 일원화했다. 1858년에 상급부가 참모대학(Staff College)으로 이름을 바꾸며 별도의 과정으로 분화함에 따라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는 자연스럽게 보병 장교와 기병 장교를 양성하는 사관학교로 특화되었다. 참고로 참모대학은 브라크넬(Bracknell)로 이전해 합동지휘참모과정(Joint Command and Staff Course)로 발전했고 2000년 9월에는 슈리븐햄(Shrivenham)으로 다시 이전했다.

왕립 인도사관학교

울위치 왕립사관학교 및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와는 별도로 영국에는 식민지인 인도에 필요한 군대에서 근무할 장교를 양성하기 위한 사관학교가 있었다. 동인도회사 장교 양성소(East India Company Military Seminary)로 불린 이 학교는 동인도회사가 보유한 자체 군대인 동인도회사 군대(Presidency Armies로 불리며 벵갈 군, 마드라사 군 그리고 봄베이 군 등 세 개 군(軍)으로 이루어져 있음)에 필요한 장교를 양성할 목적으로 1809년 1월 21일에 아디스콤(Addiscombe)에서 개교했다.

학교는 1855년에 동인도회사 군사학교(East India Company Military College)로 이름을 바꾸었다. 1857년 인도의 반란 이후 영국이 직접 인도 경영에 손을 대면서 영국 정부는 1858년부터 동인도회사 군사학교를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이에 따라 학교는 왕립 인도사관학교(Royal India Military College)로 승격했다. 1861년에 울위치 육군사관학교와 샌드허스트 군사학교에서 양성하는 장교로 충분하다는 전쟁성(War Office)의 판단에 따라 왕립 인도사관학교는 폐교되었다.

영국 육군 장교 양성 과정의 통합; 단일 기관을 통한 장교 양성 제도의 확립

영국 육군은 보병 장교와 기병 장교는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 포병, 공병 그리고 통신 장교는 울위치 왕립사관학교에서 각각 양성하는 체계를 100년 이상 유지했다. 왕립 인도사관학교처럼 자연스럽게 폐교된 학교도 있었지만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와 울위치 왕립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다. 크림 전쟁에서 문제점을 노출했던 군수위원회(Board of Ordnance)가 1855년에 해체되자 영국 의회는 이 두 학교를 통합하는 안을 검토했으나 당시 분위기에 밀려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로 이 두 사관학교를 통합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울위치 육군사관학교가 담당하던 역할 중 상당수가 다른 기관에서도 가능해진 1920년대부터였다. 1936년에 두 사관학교를 통합하기로 결정되었으나 1939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 두 학교의 사관생도들은 바로 임관해 전쟁에 투입되었고 자연스럽게 두 학교는 사실상 폐교에 가깝게 휴교에 들어갔다.

자유프랑스가 그랬듯이 영국도 전쟁에 필요한 장교를 짧은 시간에 양성하도록 장교후보생훈련과정(Officer Cadet Training Unit)을 왕립군사학교가 있던 샌드허스트에 개설했다. 이 과정은 1942년에 런던 남서쪽으로 45킬로미터, 샌드허스트 남쪽으로는 약 8킬로미터쯤 떨어진 알더샷(Aldershot)에 있는 몬스(Mons Barracks)로 옮겨갔으며 있게 된 곳의 이름을 따서 자연스럽게 몬스 장교후보생교육과정(Mons Officer Cadet Training Unit, 약어 OCTU)으로 불렸다. 1947년부터 이 과정은 단기복무장교와 포병이나 기갑처럼 기술이 필요한 병과 장교 양성 교육까지 담당하기 시작했다.

영국 육군에서 오늘날과 같은 사관학교가 다시 시작된 것은 울위치 육군사관학교과 샌드허스트 왕립군사학교를 통합해 1947년 버크셔(Birkshire)의 샌드허스트에 왕립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Royal Military Academy Sandhurst(RMAS))가 출범하면서부터이다.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는 보병 장교와 기병 장교만 양성하던 기존과 달리 모든 병과 장교를 양성한다는 목표로 개교했으며 2년 과정으로 운영되었다. 1971년에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는 원래 있던 샌드허스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이전했는데 이곳은 행정구역 상 캠벌리(Camberley)에 속한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영국 육군사관학교 또한 학교 이름에 샌드허스트라는 지명을 유지하며 이에 따라 공식 명칭은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이나 간단히 샌드허스트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기존 샌드허스트, 몬스, 백샷 모두 영국 육군이 전통적으로 사용하던 군사기지로서 캠벌리를 중심으로 10킬로미터 이내에 있다.

1960년에 병역이 폐지되자 영국 육군은 장교후보생교육과정을 몬스 장교후보생학교(Mons Officer Cadet School)로 통합시켰다. 이로써 영국 육군의 장교 양성 과정은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와 몬스 장교후보생학교로 이원화 되었다. 몬스 장교후보생학교는 위관 장교를 양성한다는 목표를 가지고서 단기복무장교, 학사 학위를 가지고서 임관하는 정규군 장교, 심지어는 영국 향토방위군 장교 양성까지 담당했으며 교육 기간은 최대 6개월이었다.

이원화되어 있던 영국 육군의 장교 양성은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가 이를 흡수하는 모습으로 발전하는데 이는 프랑스가 목적에 따라 장교 양성 과정을 세분화한 것과 대비된다. 이는 샌드허스트가 학위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했다. 1972년 샌드허스트가 단기 복무 장교 교육과정을 담당하게 되면서 몬스 장교후보생학교가 폐교했다. 1981년 5월 1일에는 여군 병과(Women’s Royal Army Corps, 1949년부터 1992년까지 존재)가 별도로 백샷(Bagshot)에서 운영하던 왕립 여군 학교(Women’s Royal Army Corps College)의 지휘계선이 샌드허스트로 이전되면서 여군 장교 양성도 샌드허스트로 통합되었다. 그러나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가 다른 나라의 수탁 교육생을 포함하여 남녀 구별 없이 단일한 장교 양성 과정을 운용하기 시작한 것은 영국 육군이 여군 병과를 폐지한 1992년부터이다.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의 교육 과정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는 "최고의 리더십을 교육하는 중심(the national centre of excellence for leadership)"이라는 목표를 내세운다. 언급한대로 프랑스 또는 미국의 사관학교들과 달리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는 학위 과정이 아니며 1년 이내의 집중적인 군사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장교를 양성하는 데에 맞추어져 있다. 현재 샌드허스트는 정규군(Regular Army) 장교를 양성하는 기본임관과정(Commissioning Course), 의무, 법무, 군종처럼 군인의 신분은 유지하지만 입대 이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군에 복무하는 장교를 양성하는 전문사관과정(Professionally Qualified Course, 약어로 PQC), 예비역장교과정(Army Reserve, 약어로 AR), 그리고 준사관을 선발해 교육시켜 임관시키는 간부사관과정(Late Entry Officers Course, 약어로 LEOC) 등 4개 과정을 운용한다. 기본임관과정의 사관생도는 총 44주 동안 14주 단위로 군사 교육훈련을 받고 임관한다. 입학 조건에 학위는 필수 요소가 아니지만 입학하는 사관생도 중 80% 이상이 학사 학위 소지자이다. 전문사관과정은 장교로 임관은 하지만 군의관이나 법무장교처럼 전문 지식을 발휘할 인원이기 때문에 장교로서 필요한 군사적 소양을 쌓는 데 집중되며 교육기간은 8주이다. 간부사관은 이미 준사관으로서 복무한 이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군사훈련이 제외되어 교육기간은 6주이다.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는 프랑스 육군사관학교들과 정기적으로 교류한다.

교훈과 문장

샌드허스트 육군사관학교의 교훈은 “이끌기 위해 복무한다(Serve to lead)”이다. 문장은 영국 왕실을 뜻하는 왕관과 현재 재임 군주의 머릿글자를 학교 이름과 결합해 만들었다. 따라서 현재 재임하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뜻하는 EIIR(Elizabeth II Rex)는 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서거 등의 이유로 새로운 국왕이 취임할 경우 바뀌게 된다.

미국 육군사관학교
미국 근대화의 선두 주자

미국 육군사관학교의 설립

우연이지만 미국은 프랑스나 영국과 같은 1802년에 육군사관학교를 개교했다. 그러나 미국 육군사관학교는 프랑스나 영국의 그것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 애초부터 왕족이나 귀족 같은 신분제가 없던 미국은 민병대를 중심으로 독립전쟁을 치른, 당시로는 매우 독특한 나라였다. 독립전쟁을 치르고 20년쯤 지난 1802년에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사관학교 설치법에 서명하면서 뉴욕 주를 관통하는 허드슨 강(Hudson River) 강변의 웨스트포인트(West Point) 요새에 육군사관학교(United States Military Academy)가 개교했다. 미국 육군사관학교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주둔한 곳의 이름을 따 웨스트포인트라고도 불린다. 웨스트포인트는 생시르와 개교한 해는 같지만 날짜는 두 달쯤 늦은 7월 4일이다. 원래 신분제도 없던 데다가 민병대를 중심으로 독립전쟁을 치렀으며 1791년 12월에는 시민의 무장을 헌법 권리로 인정하는 수정 헌법 제2조가 채택된 미국이었기에 미국인이라면 누구나 웨스트포인트에 입학할 수 있었다.

웨스트포인트의 발전; 미국 공학 교육의 산실이자 국가 통합의 요람

미국 또한 영국이나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당시 미국이 처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웨스트포인트를 설립했다. 웨스트포인트는 장교를 양성하고 독립한 신생 미국에 필요했던 토목공학 기술자를 충원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이는 개교한 이후 상당 기간 지속된 교육 운영에서 잘 드러난다. 미국 육군은 1802년 3월 16일에 공병대(Army Corps of Engineers)를 창설하면서 같은 해에 개교한 웨스트포인트의 설립과 운영을 공병대에 맡겼다. 따라서 웨스트포인트는 지도학(cartography)을 필수 과목으로 가르치는 등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기풍이 강했다. 당시 미국은 독립 이전은 물론 1803년 루이지애나 합병 등을 시작으로 국토의 면적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미국 육군 장교는 남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땅을 처음으로 밟고서 그곳의 상황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후에는 상세한 지도를 만들어 보고해야 하는 일이 잦았다.

1817년부터 1833년까지 16년 동안 실바너스 세이어 대령(Colonel Sylvanus Thayer)이 학교장을 역임하면서 웨스트포인트는 학교 발전에 중요한 기틀이 마련되었다. 세이어 대령은 독립한 미국에 젊은 공병장교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토목공학 교육과정의 기초를 닦았다. 세이어 대령은 확립한 기틀은 세이어 제도(Thayer System)라 불리며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1800년대에 미국 육군사관학교 졸업생들은 미국의 철도, 교량, 항구, 도로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미 육군사관학교의 지휘계선은 1886년이 되어서야 공병대에서 육군으로 바뀌지만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성격은 이후로도 지속되었다. 1985년까지는 사관생도들은 전공을 선택할 수 없었으며 졸업생에게는 오직 이학사 학위만 수여되었다.

웨스트포인트는 생시르 육군사관학교와 달리 학사 학위를 수여하는 학부 과정으로서 군사 훈련은 학기와 학기 사이에 실시되며 졸업과 동시에 소위로 임관한다. 웨스트포인트는 1964년 존슨 대통령이 사관생도 정원을 거의 두 배로 늘리는 법안에 서명을 하면서 약 2천500명에서 약 4천4백 명으로 늘어났으며 현재까지 이와 유사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생시르 육군사관학교가 신분제가 철폐된 프랑스 사회의 영향을 받고 이를 구체화하는 데 몫을 했듯이 미국 육군사관학교 또한 사회 통합의 역할을 여러 차례 수행했다. 노예제 폐지에 따라 웨스트포인트는 1874년에는 흑인 최초 입학생을 받아들였고, 1976년에는 최초로 여자 사관생도가 입학했다. 참고로 생시르 육군사관학교는 이보다 늦은 1983년에 여자 사관생도를 처음 받아들였다. 2018년 5월 현재 한미연합군사령관직을 수행하는 빈센트 브룩스(Vincent Brooks) 대장은 1979년 웨스트포인트 역사상 흑인으로는 최초로 생도 여단장을 맡았다.

웨스트포인트의 교훈과 문장(紋章)

웨스트포인트의 교훈은 “의무, 명예, 조국(duty, honor, country)”로서 이는 문장(紋章)과 함께 1898년 10월 8일 전쟁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공식 채택된 이후로 현재까지 사용된다. 문장의 왼편에는 교훈(의무, 명예, 조국)이, 오른편에는 학교 위치와 창설 연도(1802년), 그리고 머릿글자(U.S.M.A.)로 학교 이름이 적혀 있다. 미국을 상징하는 화살을 쥔 흰머리 독수리 주변에는 참나무 잎과 올리브 잎이 있고 그 아래로는 전쟁과 지혜를 뜻하는 그리스 신화의 여신 아테나의 투구와 칼, 그리고 미국을 상징하는 방패가 있다. 화살은 권력, 참나무 잎은 힘, 올리브 잎은 평화를 각각 뜻하며 아테나의 투구와 칼은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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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최필영 | 육군 소령
현역 육군 소령이다. 육군사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했고 동 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지역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지휘관과 참모를 여러 차례 역임했고, 이라크(2003년)와 수단 유엔임무단(2006년)에 파병되었으며 육군사관학교 외국어학과 전임강사를 역임했다. 역서로는 『수단 내전』, 『카르툼: 대영제국 최후의 모험』, 『디데이: 1944년 6월 6일 세상에서 가장 긴 하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