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4.20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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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북·중·러의 전차전력

동북아 무기열전(4) 소련 전차의 전통이 살아 있는 침공의 선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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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의 대조국 전쟁과 북한 남침의 주력 T-34 전차 <출처: 중화인민공화국 공식사진>

지상군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체계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부분의 전술가들은 주력전차라고 대답할 것이다. 주력전차는 현재 전 세계 육군의 핵심장비로 위상을 확립하고 있다.원래 전차는 제1차 세계대전 가운데 참호전의 교착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특수장비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차는 강력한 장갑과 압도적인 주포를 앞세우며 지상군에게 화력과 기동력을 동시에 안겨주면서 기동전의 왕자로 떠올랐다.

현대전장에서는 공격헬기나 대전차미사일에서 심지어는 IED(급조폭발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단들이 전차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통상 시속 50~60km의 기동력으로 수 킬로미터의 거리에서 적을 타격하며, 수십 톤의 장갑으로 웬만한 적의 화기공격에도 생존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인하여 주력전차는 여전히 현대지상전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러시아

러시아 기갑부대의 현 주력전차인 T-90 <출처: Vitaly V. Kuzmin>

러시아, 즉 구소련의 전차개발은 아이러닉하게도 독일에 의해 시작되었다. 1차대전 패전 후 베르사이유 조약으로 무기를 개발할 수 없던 독일은 소련과 제휴하여 전차 등의 무기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런 기반은 2차대전 당시 소련을 독일의 침공에서 구출한 T-34 전차의 제작으로 이어졌다.

냉전시기 소련은 NATO군을 압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전차의 숫자를 확보하는데 주력하여, T-54/55를 필두로 T-62, T-64, T-72, T-80 등 다양하고 우수한 전차를 생산하여 바르샤바 조약군이나 공산권 국가, 아랍의 동맹국들로 판매 및 보급하였다. 러시아 군은 기갑강국답게 편제상 약 2만 대 이상의 전차를 보유했었다. 현재 약 2,800여대가 현역으로 활동 중이며, 약 2만 대 미만이 전시치장물자로 보관 중이다.

T-72 (1973년)

현재 러시아 군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T-72B3 전차 <출처: Vitaly V. Kuzmin>

1970년부터 생산이 시작된 T-72 전차는 2.5세대 전차지만, 여전히 상당수가 러시아군의 주력전차로 운용되고 있다. T-72는 1970년대부터 소련이 몰락할 때까지 가장 많이 보급된 전차로, 무려 2만 대가 생산되어 T-54/55 시리즈 다음으로 가장 많이 생산된 현대적인 전차가 되었다. 즉 T-72는 소련이 보유하던 T-64나 T-80을 보완하는 무기체계로 성능보다는 양산성에 중점은 둔 Low급 전차였다.

서구권에서는 T-72를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 전차’로 일컬으며 두려워했지만, 1991년 걸프전에서 M1 에이브람스나 M60A1 전차와 교전한 결과 T-72의 참패였다. T-72의 패배는 이후 중국과 북한으로 하여금 새로운 전차를 개발하도록 하는 영향을 미쳤다. 현재 T-72는 대부분 T-90급으로 성능이 향상된 T-72B3M사양으로 개수되었다.

T-80 (1976년)

T-80U 전차 <출처: Vitaly V. Kuzmin>

T-80은 T-64 주력전차의 후계기종으로 개발된 High급 전차로, 제3세대 전차에 해당한다. T-80은 가스터빈을 채용하여 우수한 기동력을 자랑하였으며, 자동장전장비를 장착하여 장전수를 제외하고 포탑의 크기를 줄이는 설계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소련은 냉전말까지 약 5천 대의 T-80을 보유했었으나, 현재 운용대수는 약 3천대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T-80은 체첸 내전에서 실망스러운 성과를 보인 이후, 점차 현재는 퇴역의 길을 걷고 있다.

T-90 (2004년)

T-90 전차 <출처: (cc) Hargi23 at Wikimedia>

T-72를 바탕으로 T-80의 장점을 취합하여 만든 것이 T-90 전차이다. T-90은 경제성에 중심을 두었음에도 방호력 강화에도 소홀히 하지 않아 체첸 내전 등에서 성공적으로 작전을 수행한 바 있다. 특히 T-90의 3층 방어 시스템을 채용하여, 복합장갑을 제1층으로, 콘탁트(Kontakt)-5 폭발형 반응장갑이 제2층을 구성하며, 최외곽에는 쉬토라(Shtora)-1 시스템을 장착하여 대전차미사일 공격으로부터 전차를 방호한다.

T-90은 인도로 수출되어 T-90S ‘비시마’로 불리는데, 가장 현대화된 모델인 T-90MS의 경우에는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되어 3.5세대 전차로 불리기도 한다. 현재 러시아군은 2000년대 초부터 약 400여 대의 T-90을 도입했으며, 2010년까지만 해도 모두 1,400여대를 도입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2011년 이후로는 차기전차를 기다리며 T-90의 추가도입을 중단한 후, 기존 도입분을 업그레이드 하여 운용 중이다.

T-14 (2015)

2015년 대독승전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T-14 아르마타 전차 <출처: Vitaly V. Kuzmin>

T-90 이후 러시아군 차기주력전차로서 ‘블랙이글’이나 T-95 등이 거론되었으나 결국 본격적이 예산이 할당된 바 없이 연구개발사업으로 계획들이 종료되었다. 그러다가 러시아 국방부는 2009년 T-90을 생산하는 방산회사인 우랄바곤자보드(UVZ, Uralvagonzavod)에 새로운 연구개발사업을 발주했다. 즉 하나의 차대로 전차와 장갑차, 자주포까지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공용 전투차대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이 새로운 공용차대에는 ‘아르마타’라는 이름이 붙었다. 아르마타(Armata)는 전쟁무기를 뜻하는 라틴어이자 고대 슬라브어를 어원으로 하고 있다.

T-14는 냉전 붕괴 이후 러시아가 20여 년 만에 새롭게 개발한 최초의 전차로, 기존의 러시아 전차들과는 전혀 다른 개념의 전차이다. 가장 뚜렷한 특징은 포탑의 무인화이다. 피폭시 포탑부터 처참히 부서지던 기존 전차들과는 달리 자동장전장치를 채용하여 아예 포탑에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는다. 거기다가 승무원은 포탑보다 앞부분의 차체에 탑승하는데, 장갑캡슐로 보호하여 탄약이 피폭시의 생존성을 높였다. 포탑의 자동화로 승무원도 3명으로 줄었다.

T-14는 차체가 여유 있게 설계되어 15톤 정도 장비나 장갑을 더 실을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심지어는 러시아군은 장기적으로는 T-14를 무인화하여 로봇전차로 활용할 계획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206년까지 100대의 시험양산분을 인수받아 운용중에 있으며, 추후 15년간 2,300여 대를 도입하여, 전차전력의 70%를 T-14로 대체할 예정이다.


중국

쉔양의 한 기지에 배치된 59-2식 전차 <출처: 미 국방부>

2차대전 기간에도 제대로 된 전차를 가져본 적이 없었던 중국은 공산화된 이후에야 소련의 원조로 기갑부대를 창설할 수 있었으며, T-34-85를 복제하여 58식 전차를 생산하였다. 소련의 T-54A를 복제한 59식을 양산하면서 인민해방군은 육군의 현대화를 꾀하였으며, 이후 59식을 바탕으로 개량을 거듭하여 69식, 79식 전차를 선보였다. 이후 중국은 80식, 85식, 88식 등을 개발하면서 겨우 2세대 전차들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96식과 99식을 선보인 이후에야 본격적인 3세대 전차를 생산하기 시작하였다.중국은 약 7천여 대 미만의 주력전차를 보유중이나, 3세대 전차인 99식은 1천여 대 수준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0/85/88식 (1988년)

85-2식 전차 <출처: National War College>

중소국경분쟁으로 소련의 협력이 끊어지고 문화혁명으로 공업기반이 흔들리자, 중국은 59식의 개량형인 69식을 겨우 1982년이 되어서야 양산할 수 있었다. 한편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구와의 교류가 증가하자, 105mm 포와 사격통제 장비 등을 채용한 80식 전차가 등장했고, 80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계열의 2세대 전차들이 개발되었다. 특히 수출을 염두에 두고 파키스탄과 공동개발한 것이 바로 85식 전차(88식으로 불리기도 함)로, 105mm 주포와 이스라엘제 사통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3천여 대를, 중국이 6백여 대를 도입하였다.

96식 (1997년)

러시아의 탱크 바이에슬론 대회에 참가한 96식 전차 <출처: Vitaly V. Kuzmin>

걸프전 이후 기존의 85/88식으로는 미국의 M1A1이나 러시아의 T-72/80등 주변국 전차에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인민해방군은 85식 계열 전차를 바탕으로 개량을 거듭하여 96식 전차를 탄생시켰다. 96식은 125mm 활강포, 야시장비 등의 최신장비를 갖추고 1,000마력 엔진을 장착하여 출력을 높이고 반응장갑을 장착하는 개량을 거쳤다. 96식은 본격적인 중국산 3세대 전차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의 중간결과물로 약 2,500여 대의 96식이 인민해방군에 배치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96식을 3세대 전차로 구분할 지의 여부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있다.

99식 (2007년)

중국의 본격적인 3세대 전차인 99식 전차 <출처: 인민해방군>

2010년부터 배치가 시작된 99식 전차는 1989년부터 개발된 98식 전차를 원형으로 하고 있다. 99식은 125mm 주포와 자동장전장치를 채용하여 러시아의 전차설계사상을 따랐지만, 포탑의 외형은 러시아식의 원형에서 벗어나 서구전차에 가깝게 변형되었다. 시제 이후 10년 이상 시험평가를 계속하던 99식은 양산형 99G식을 거쳐 현재 99A1식이 배치되었으며, 99A2가 한참 개발중이다. 특히 중국은 최신의 99A2식 전차를 두고 ‘4세대 전차’라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비싼 단가로 인하여 결국 중국도 과거 소련의 경우처럼 High급 전차로서 99식을 중심에 두고, Low급 전차로서 96식을 배치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한 때 엄청난 전차전력을 자랑하던 북한은 신형 전차개발의 한계로 인하여 기존의 전차에 과도한 무장을 과시하면서 약점을 감추고 하고 있다. <출처: Public Domain>

소련의 원조물자인 T-34-85로 한국전 초기에 성공적인 작전을 수행했던 북한은 기갑전력의 우세를 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북한은 한국전 이후 T-54/55와 중국의 59식 전차를 바탕으로 주력전차를 양산해왔다. 한편 1980년대부터는 우리군 K-1 전차에 대항하기 위하여 T-62를 개량한 천마호를 생산하였고, 이후 2000년대에 이르러서는 드디어 2.5세대 전차에 해당하는 폭풍호를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북한은 맹목적으로 러시아 전차를 도입하여 운용하지 않고, 자신들의 제한된 예산과 설비 속에서 효율적으로 개량하여 우수한 결과물을 만들고 있다. 현재 북한은 구형 전차까지 모두 합하여 4,300여 대의 전차를 보유중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참고로 북한은 전차를 '땅끄(танк, Tank의 러시아어 발음)'라고 부른다.

T-54·55계열 전차

북한의 T-54/55 전차 <출처: Public Domain>

냉전 이후 소련이 개발한 본격적인 1세대 주력전차인 T-54는 중국에 의해 59식으로 복제되기도 하였다. 북한은 T-54와 T-55, 그리고 중국의 59식을 모두 도입하였는데, 특히 1973년부터 T-55를 라이센스 생산하기 시작하는 등 전차생산을 위한 산업기반을 다져놓았다. 북한은 T-54/55와 59식을 합쳐 도합 1천8백여 대를 도입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7년 땅끄병 경기대회에서 사격 중인 T-54/55 전차 <출처: Public Domain>

T-54/55 계열 전차들은 빈약한 장갑능력과 100mm 주포로 인하여 이미 오래전 일선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훈련부대나 후방부대 등 2선급 부대에서는 운용 중으로 보이며, 간혹 열병식에서도 그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천마호

북한군 기갑전력의 실질적 주력인 천마호 전차 <출처: Public Domain>

북한은 T-54/55를 T-62 사양으로 성능개량한 전차를 ‘천마호’라는 이름으로 운용하였다. 천마호는 ‘가/나/다/라/마’형 등으로 꾸준히 개량이 이뤄지고 있으며, 일부 해외자료는 ‘바’형까지 존재하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북한은 이란과 시리아 등지에 기존의 T-54/55를 업그레이드하는 형식으로 천마호를 수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열병식 후 복귀하는 천마호 초기형 전차 <출처: Public Domain>

천마호는 115mm 활강포를 사용하고 있으며 ‘마’형부터는 125mm 주포로 강화된 것이 아닌가 추정되고 있다. 또한 천마호는 중공장갑과 반응장갑을 채용하는 등 성능을 2.5세대 전차급으로 향상시켜 우리 군의 M48A5K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북한에서 천마호의 모든 버전을 합쳐 약 2천여 대가 가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후기형이 실질적인 주력이며, 가형 등 전기형들은 교도사단에서 운용 중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군호

2017년 열병식에 등장한 선군호 전차. 공간이 늘어난 포탑과 125mm 활강포로 보이는 주포가 특징이다. 또한 2010년 처음 등장했던 전차와는 다르게 신형위장은 물론이고 포탑전면에 증가장갑까지 채용하였다. <출처: Public Domain>

대한민국의 K1 전차도입에 대응하여 개발된 전차로, 천마호 계열의 차량의 크기를 키우고 성능을 집중적으로 개수한 것이다. 북한은 신형 전차의 개발을 위하여 개발표본으로 T-90S 등 다양한 최신예 전차를 참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신형 전차는 초기에는 '폭풍호'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으며, 해외에서는 M2002로 분류하기도 한다. 신형 전차는 근본적으로 천마호의 차체를 연장하여 보기륜이 5개에서 6개로 늘어났다. 강력한 엔진을 장착하고 포탑을 키웠지만 주포는 여전히 115mm 활강포를 장착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신형 전차는 2002년 2월 16일 평양 외곽에서 성능 시험을 거쳐 양산되었으며, 천마호를 교체하여 1천 대 이상을 만들 것을 목표로 한 것으로 보이나, 실제 생산대수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폭풍호'로 알려졌던 선군호 전차의 초기형 '폭풍호' 전차 <출처: Public Domain>

한편 2010년부터 기존에 '폭풍호'로 알려진 것과 다른 형상의 전차가 등장했다. 이 전차의 이름은 추후에 '선군호'로 알려졌으며. 최초에 선군호는 단순히 폭풍호의 개량형으로만 인식되었으나, 이후에 원래 폭풍호라는 전차는 없었으며, 여태까지의 보기륜 6개의 신형 전차가 모두 선군호였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선군호는 포탑이 대형화되었으며, 조종석이 가운데 위치하는 등 이전 생산형과는 다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주포로는 125mm 2A45 활강포를 채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히 확인된 것은 없다. 한편 선군호는 2017년 4월 15일 열병식에서 한 대가 연기를 뿜으면서 대열에서 이탈하는 모습이 포착되었는데, 장갑강화와 장비추가 탑재 등으로 인한 중량의 증가를 엔진이 감당할 수 없는 것은 아닌지 추정된다.

2017년 땅크병 경기대회에 참가한 선군호 초기형(일명 '폭풍호') 전차 <출처: Public Domain>

저자 소개

양욱 | 군사전문가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을 공부했고, 줄곧 국방 분야에 종사해왔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 겸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며, 합참·방위사업청 자문위원,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으로 우리 국방의 나아갈 길에 대한 왕성한 정책제안활동을 하고 있다. 본 연재인 '무기백과사전'의 총괄 에디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