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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2차 대전 당시 태평양 해전의 향방을 결정한 숨은 공로자는 미 해군의 잠수함이다. 태평양 해전은 전함과 항공모함의 격돌, 상륙작전과 같은 대규모 해상작전이 펼쳐졌다. 그러나 미 해군의 작전에 필요한 사전 정보를 수집하고 일본 해군의 활동을 봉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맡은 것은 대부분 잠수함이었다. 당시 일본 해군도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전쟁 중반 이후 초계함정과 항해용 연료가 부족하여 대잠작전에 필요한 전력을 충분하게 동원하기 힘들었다. 이에 따라 일본 해군은 미 해군의 잠수함에 발각되지 않도록 야간에만 출항을 하거나 아예 출항을 포기하는 일이 빈번했고 결국 패전에 이르게 되었다.

2차 대전 이후 냉전의 격화되던 시기이던 1954년 7월 1일에 해상자위대(海上自衛隊)가 창설되었다. 당시 해상자위대 지휘부는 대규모 잠수함 전력을 보유한 소련에 대항할 수 있는 전력이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잠작전 능력을 확보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었다. 현재 해상자위대가 대잠작전에 효과적인 호위함을 중심으로 편성된 것도 창설 초기부터 대잠작전에 우선순위를 두고 성장하였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해상자위대는 대잠작전과 병행하여 잠수함 작전까지 계획했다. 잠수함 고유의 은밀성과 장거리 작전능력을 활용하여 공세적 임무수행으로 소련의 잠수함대에 대항하고자 한 것이었다. 그러나 미 해군은 일본의 공세적 작전능력 보유시도를 반기지 않았고, 해상자위대의 잠수함 함대 창설에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결국 해상자위대는 미 해군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자체적인 능력적으로 잠수함 함대를 건설해야만 하였다. 독자적 잠수함 건조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2차 대전 당시 200척이 넘는 잠수함을 설계·건조했던 기술자와 해군 관계자가 다시 모였고, 마침내 자국산 1.000톤급 오야시오(SS-511 おやしお) 잠수함을 성공리에 개발했다. 비록 기술 자체는 2차 대전 당시의 수준에 불과하였지만 해상자위대의 시각으로는 자국산 잠수함을 개발하여 실전에 배치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오야시오함 이후 해상자위대의 잠수함은 선체가 점차 대형화되면서 성능이 향상되었고 우즈시오(うずしお)급부터는 물방울(water drop)과 비슷한 유선형 선체를 채택하여 수중 항해성능이 크게 높아졌다. 물방울형 선체는 잠수함의 함수부터 함미에 이르는 선(line)이 중간에 끊어짐이 없이 매끄럽게 이어지는 형태이며, 수중에서 항해할 때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어 항해성능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해상자위대의 물방울형 선체는 전 세계 해군의 잠수함 중에서도 가장 완벽한 선형으로 꼽힌다. 해상자위대의 물방울형 선체를 가진 잠수함은 우즈시오급(1,850톤)을 시작으로 유우시오(ゆうしお, 2,200톤)급, 하루시오(はるしお, 3,200톤)로 계속 이어졌으며, 성능도 점차 향상되었다. 해상자위대의 디젤엔진 잠수함은 정숙성과 잠항심도, 수중 항해성능에서 원자력추진 잠수함에 뒤지지 않는 기술수준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 해상자위대는 물방울형 선체의 3번째 잠수함인 하루시오급을 건조하여 실전에 배치하고 있었다. 이 당시에 잠수함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실용화되고 있었는데 수중소음 흡수재료, 측면 배열 소나(flank array sonar)가 바로 이에 속한다. 이러한 신기술은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낮추는 동시에 적 잠수함을 탐지하는 범위를 넓혀주어 성능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측면 배열 소나는 말 그대로 잠수함 선체의 측면에 소나를 설치하는 것으로 옆에서 들리는 적 잠수함의 소리를 추적할 수 있다. 종전에는 잠수함의 함수(bow)에만 소나를 설치하였기 때문에 수중에서 항해할 때 앞쪽만 탐지할 수 있었지만 측면 배열 소나를 사용하면 옆쪽에 있는 적 잠수함도 탐지할 수 있다.

해상자위대는 하루시오급의 후계함에 이러한 신기술을 적용하기로 결정하고 계획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측면 배열 소나는 선체에 매우 정밀하게 설치하여만 사용이 가능한 까다로운 장비이다. 측면 배열 소나는 선체에 직접 설치한 소나가 정밀하게 소음의 방향과 거리를 측정해야 한다. 만약 수중에서 선체가 수압에 의해 약간이라도 변형이 된다면 위치 정보가 틀어져 정확하게 탐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측면 배열 소나는 외부 선체가 아닌 단단한 내부 선체에 직접 설치해야 한다. 이에 따라 잠수함의 선체 중에서 측면 배열 소나를 설치하는 부분과 설치하지 않는 부분을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종전과 같은 물방울형 선체를 적용할 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새로 건조하는 오야시오(SS-590 おやしお)급 잠수함은 측면 배열 소나를 설치하는 부분은 직선을 가지며, 선체의 앞부분과 뒷부분은 유선형으로 설계된 결과 서양 궐련(cigar)과 비슷한 선체를 가지게 되었다. 궐련형 선체를 적용하면서 물방울형에 비해 수중 항해성능이 약간 저하되었지만 20노트(knots)로 항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고 한다.

한편 오야시오급은 수중 소음을 줄이는 스텔스(stealth) 잠수함으로 개발되었다. 1980년대 후반 이후 고출력, 저주파 능동식 소나(active)가 실용화되면서 먼 거리에 있는 잠수함도 탐지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종전보다 소음발생을 더욱 줄일 필요가 있었고 단순한 소음발생 감소가 아닌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였다. 이에 따라 소음을 흡수하는 재료를 선체의 형태에 따라 기울어지게 설치하여 소나의 탐지 음향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반사되도록 설계하였다.

해상자위대는 방위계획에 따라 18척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1년에 1척씩 새로 건조하여 노후함을 대체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 건조하는 잠수함은 딱 18년만 활동하고 퇴역하게 되는데 하루시오급의 경우에도 18년간 사용한 다음 퇴역하였다. 그러나 2011년도 방위계획 이후 해상자위대의 잠수함을 24척 체제로 증강하기로 결정하였고, 오야시오급 잠수함부터는 24년간 실전에서 사용하게 된다.

오야시오급은 1994년부터 모두 11척이 건조되었으며 현재 9척이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오야시오급 잠수함의 선도함인 오야시오함(SS-590)과 2번함인 미치시오(SS-591 みちしお)함은 일선에서 물러나 훈련용 잠수함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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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선체

측면 배열 소나를 설치하면서 물방울형을 대신하여 궐련형 선체를 채택한 오야시오급은 외형으로 볼 때 훨씬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Los Angeles)급 공격원잠과 더욱 비슷한 느낌을 준다. 선체 중간 부분의 내부 선체에 측면 배열 소나를 설치하며, 측면 배열 소나를 방해하는 어뢰발사관은 선체의 앞쪽으로 변경되었다. 그러나 함수도 소나가 있기 때문에 어뢰발사관은 모두 함수의 윗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잠수함은 잠수와 부상을 위해 2중 선체를 가지며, 선체의 중간 부분은 부력을 조절하는 밸러스트 탱크(balast tank)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오야시오급은 선체의 중간 부분은 밸러스트 탱크가 없이 내부 선체가 외부로 돌출되어 있다. 단순하게 본다면 수중압력을 견딜 수 있는지 염려되지만 고장력 강판을 사용하기 때문에 선체 구조물의 강도는 충분하다고 한다. 그리고 측면 배열 소나는 잠수함이 수면에 부상하더라도 항상 물속에 잠기도록 선체의 아래쪽에 설치되어 있어 외부로 노출되지 않는다.

기관

주기관인 디젤엔진(Diesel engine)은 하루시오급 잠수함에 탑재한 V형 12기통 고속 디젤엔진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에서 제작한 12V25/25S 디젤엔진(5,520마력)은 고속운전이 가능한 4행정 엔진이며 오야시오급에는 2대가 설치되어 비상시 침수에 대비하고 있다. 디젤엔진은 각기 연결된 교류발전기를 구동하여 전기를 생산하며 축전기를 충전한다.

수중 항해할 때 사용하는 전동기(motor)는 오야시오급의 궐련형 선체에 대응하기 위해 하루시오급 대비 대형(수상 3400마력, 수중 7750마력)으로 교체되어 수중 항해성능의 저하를 막고 있다. 한편 전동기의 마력수가 증가함에 따라 축전지의 충전 용량도 하루시오급 대비 향상되었다.

오야시오급은 디젤엔진과 전동기 모두 유사시에 대비하여 2중으로 설치하고 있지만 잠수함의 특성상 1축 추진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추진 프로펠러는 하나이며 항상 수중에 잠기도록 설치되어 있다.오야시오급의 특징은 자동화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기관실을 자동화한 점으로 종전처럼 기관실 당직근무자가 필요가 없으며 함교에서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3번함 우즈시오(SS-592 うずしお)부터는 이산화탄소 흡수장치를 설치하고 있다.

소나체계

오야시오급이 종전의 해상자위대 잠수함과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이 바로 ZQQ-6 소나체계(sonar system)이다. 하루시오급은 함수 소나와 ZQR-1 견인식 소나를 통합한 ZQQ-5 소나체계를 탑재하였는데, 오야시오급은 여기에 측면 배열 소나를 더한 ZQQ-6 소나체계로 발전하였다.

ZQQ-6 소나체계는 함수에 위치한 원통형 배열 소나(cylindrical array sonar), 선체의 측면에 위치한 측면 배열 소나(flank array sonar), 함미에서 뒤로 늘어뜨리는 견인식 소나(towed array sonar)로 구성되는 복합적인 소나체계이다. 함수의 소나는 주로 고주파 영역, 측면 배열 소나는 주로 저주파 영역을 사용한다. 복합 소나체계를 탑재하는 오야시오급은 항해방향의 전방, 측면 및 후방의 모든 소음원을 탐지할 수 있어 사실상 360도 전방향의 추적, 감시가 가능하다. 각종 센서로 수집한 정보는 ZYQ-3 정보처리체계에서 처리하며, 목표물을 식별하고 어뢰 발사를 유도한다.

무장

오야시오급은 잠수함의 고정무장이라고 할 수 있는 HU-605 21인치(inch) 중어뢰 발사관을 함수에 설치하고 있다. 다만 함수 소나를 방해하지 않도록 함수의 윗부분에 집중적으로 6문을 설치하고 있으며, 함수의 위쪽에 2문, 아래쪽에 4문이 위치하고 있다. 중어뢰 발사관으로 89식 중어뢰를 발사할 수 있으며, 잠수함 발사형 하푼(Harpoon) 대함 미사일(사거리 130 km) 발사도 가능하다. 89식 중어뢰는 유선유도방식 대함/대잠 어뢰이며 앞쪽에 267 kg 고성능 탄두를 탑재하고 있다. 사거리는 40 노트일 때 50 km, 55 노트일 때 38 km이다. 중어뢰와 미사일은 최대 20발까지 탑재 가능하다. 한편 필요에 따라 중어뢰 발사관을 사용하여 은밀하게 기뢰를 설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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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급함

오야시오급(총 11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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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오야시오급 잠수함은 1998년부터 취역하기 시작하였으며 2008년까지 모두 11척이 취역하였다. 현재 9척의 오야시오급이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척(오야시오, 미치시오)은 훈련용 잠수함으로 용도가 변경되었다. 해상자위대의 24척 잠수함 체제에 따라 훈련함을 제외하고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야시오급은 2024년부터 퇴역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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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함명 : 오야시오급
- 함종 : 공격형 디젤엔진 잠수함(SS)
- 배수량 : 2,794톤(수상), 3,556톤(수중)
- 전장 : 81.7 m
- 전폭 : 8.9 m
- 흘수 : 7.4 m
- 최대속도 : 12노트(수상), 20노트(수중)
- 잠항심도 : 650 m
- 승조원 : 70명 (장교 10명, 부사관/수병 60명)
- 주기관 : 가와사키 12V25S 디젤엔진(5,520 마력) × 2, 가와사키 교류발전기(4,980 마력) × 2, 도시바 교류전동기(7750 마력) × 2, 1축 추진
- 무장(미사일) : 하푼 잠대함 미사일
- 무장(어뢰) : HU-605 21인치 중어뢰 발사관 × 6
- ESM : NZLR-1B
- 레이더 : JRC ZPS 6D 대수상 탐색레이더
- 소나 : ZQQ-6 소나체계
- 건조비용 : 420억 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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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이재필 | 군사저술가
항공 및 방위산업 분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실무적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와 민항기를 모두 포함한 항공산업의 발전과 역사, 그리고 해군함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국내 여러 매체에 방산과 항공 관련 원고를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