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2.0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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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해외의 방산업체(2) 다양한 분야로 진출 중인 세계 최대 항공우주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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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로고 <출처: 보잉>

세계 2위 방산기업이나 세계 최대 항공우주기업

미국의 보잉(Boeing)은 민간 여객기 시장에서 유럽의 에어버스(Airbus)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지만, 매출 규모는 에어버스보다 큰 세계 최대 항공우주기업이다. 그리고 세계적인 경영 컨설팅 회사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wC, Pricewaterhouse Coopers) 선정 2017년 세계 100대 기업 순위에서 68위를 차지한 세계적인 기업이다.

세계 방위산업 순위에서는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에 이어 세계 2위지만, 방위산업을 포함한 전체 매출은 록히드 마틴의 두 배가 넘는다. 2016년 전체 매출은 945억 7,100만 달러이며, 방위산업 매출은 295억 달러로 전체 매출에서 방위산업 비중은 31% 정도다. 2015년에는 전체 매출 941억 1,400백만 달러에 방위산업 매출은 303억 8,800만 달러(전체 매출의 31.61%)였고, 2014년에는 전체 매출 907억 6,200만 달러에 방위산업 매출이 290억 달러(전체의 32%)였다. 이 수치는 록히드 마틴이 전체 매출 가운데 방위산업 매출이 92%를 차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보잉은 항공기 개발업체로 시작했지만, 사업 영역을 확대하여 우주 사업, 무인기 사업, 회전익기 개발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1910~1940년대: 대형 항공기 제작업체로 성장

보잉은 윌리엄 E. 보잉(William Edward Boeing)이 1916년 7월 15일에 설립한 태평양 항공기 제작사(Pacific Aero Products Co.)로부터 시작되었다. 1년 뒤인 1917년 5월 9일 회사 이름이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Boeing Airplane Company)로 바뀌었다.

윌리엄 E. 보잉은 1915년부터 미 해군 기술자 조지 콘래드 웨스터벨트(George Conrad Westervelt)와 함께 워싱턴 주 시애틀(Seattle)에서 자신들의 이름에서 따온 B&W라는 수상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B&W 수상기는 마틴(Martin) TA 훈련기를 기반으로 더 강력한 엔진 등을 채용하는 등 성능을 향상시킨 개량형으로, 첫 기체가 1916년 6월 15일 비행에 성공했다.

보잉의 첫 항공기인 B&W 수상기 <출처: 보잉>

1916년 11월에는 자체적으로 설계한 모델 C 수상기를 개발했고, 제1차 세계대전으로 군용 항공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커티스(Curtiss) 사가 설계한 HS-2L 비행정을 면허생산하기도 했다. 1918년 11월 11일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민간에서 항공우편 배달 수요가 늘자,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는 모델 C 수상기와 엔진이 기체 뒤쪽으로 향한 푸셔(Pusher)기인 B-1 비행정으로 우편배송업에 뛰어들었다.

수상기와 비행정은 외형상 차이가 있는데, 수상기는 비행기를 물 위에 띄우기 위한 플로트(float: 물 위에 뜨게 하는 장비)를 붙인 것으로 동체가 물에 닿지 않지만, 비행정은 동체가 플로트 역할을 한다. 수상기와 비행정은 비행장이 많지 않던 20세기 초반에 바다, 호수, 강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많이 제작되었다.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는 1920년대에는 BB-1 비행정, BB-L6 복엽기, 모델 40 우편배달기 등으로 민수사업에 진출했고, 미 육군 항공대의 지상공격기 시험기, 토머스-모스(Thomas-Morse) 사의 MB3 복엽기 생산 등으로 군수사업에도 참여했다. 1924년 9월 첫 비행에 성공한 PW-9 복엽기는 미 육군과 해군에 157대가 납품되면서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를 중요 군용기 생산 업체로 만들었다. 1928년 7월에는 승객 운송을 위해 밀폐된 객실을 갖춘 첫 여객기인 모델 80을 선보였고, 1929년 9월 12일에 모델 80이 첫 비행에 나섰다.

1933년 개발된 모델 247 여객기 <출처: 보잉>

1927년 6월에는 항공우편 배송과 여객운송 사업을 위해 보잉 에어 트랜스포트(Boeing Air Transport)를 설립했고, 1928년 10월에는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와 보잉 에어 트랜스포트를 병합하여 보잉 에어플레인 & 트랜스포트 코퍼레이션(Boeing Airplane and Transport Corp.)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1929년 1월에 다시 유나이티드 에어크래프트 & 트랜스포테이션 코퍼레이션(United Aircraft and Transportation Corp.)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1933년에는 금속제, 쌍발 프로펠러 여객기인 모델 247이 개발되었고, 72대가 판매되었다. 하지만 미 정부가 1934년 기업들의 사업 영역 확장에 제동을 거는 독점금지법을 제정하고 시행하자, 유나이티드 에어크래프트 & 트랜스포테이션 코퍼레이션도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회사 설립자인 윌리엄 E. 보잉은 1934년 9월에 자신의 주식을 모두 매각하고 회사를 떠났고, 1917년 기술자로 입사한 클레어 L. 엑트베트(Claire L. Egtvedt)가 신임 회장으로 취임했다. 클레어 L. 엑트베트 회장은 유나이티드 에어크래프트 & 트랜스포테이션 코퍼레이션을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Boeing Airplane Company), 유나이티드 에어라인(United Airlines) 그리고 유나이티드 에어크래프트 코퍼레이션(United Aircraft Corporation)으로 분리시켰다.

신임 회장은 항공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한 번에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는 대형 기체 생산에 나섰고, 1938년 모델 314 클리퍼(Clipper) 비행정을 개발하여 대륙간 노선에 투입했다. 모델 314는 당시 최대 민간 항공기로 주간 비행 시 90명, 야간 비행 시 4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었다. 1938년에는 세계 최초로 여압 객실(positive pressure cabin)을 갖춘 여객기인 모델 307 스트라토라이너(Stratoliner)를 개발했다. 여압은 높은 고도로 올라갈수록 기압이 낮아지고 산소 농도가 줄어들어 호흡이 어려워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밀폐된 객실의 기압과 산소 농도를 지상과 가까운 상태로 유지하는 것이다. 여압 객실 덕분에 기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고도 2만 피트(6,100m) 이상에서도 호흡 곤란 없이 편안하고 빠르게 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 전장에서 활약한 B-17 폭격기 <출처: 미 공군>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자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는 다시 군용기 생산을 시작했고, B-17 플라잉 포트리스(Flying Fortress), B-18 볼로(Bolo), B-29 미첼(Mitchell), B-29 슈퍼 포트리스(Super Fortress) 등 뛰어난 성능의 폭격기들을 제작했다. 전쟁 수요는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를 미국의 열두 번째 전쟁물자 생산 업체로 만들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자 군용기 주문이 크게 줄어들면서 대형 민간 항공기 개발로 전환했다. B-29를 개발한 경험을 바탕으로 C-97 수송기와 KC-97 공중급유기로도 개조된 모델 377 스트라토 크루저(Strato Cruiser) 여객기를 개발했다.

태평양 전쟁과 한국전쟁에서 활약한 B-29 폭격기 <출처: 미 공군>

1950~1990년대: 제트 시대와 새로운 사업으로의 확대

제2차 세계대전 말기 독일과 영국은 각각 메셔슈미트(Messerschmitt) Me-262와 글로스터 미티어(Gloster Meteor)로 제트기 시대를 열었다.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도 1940년대 후반부터 B-47 스트라토제트(Stratojet), B-52 스트라토포트리스(Stratofortress) 폭격기를 개발하면서 제트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B-52 폭격기는 1951년 11월 처음 공개되었고, 1954년 8월 5일 첫 B-52A 양산형 기체가 생산되었다. B-52 폭격기는 이후 꾸준히 개량을 거쳤고, 미 국방부는 엔진 교체 등을 통해 2050년대까지 사용할 계획이다.

2050년대까지 운용 예정인 B-52 스트라토포트리스 폭격기 <출처: 보잉>

1954년 7월 15일,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는 1,600만 달러의 자체 자금을 들여 개발한 모델 367-80 항공기를 공개했다. 모델 367-80은 미국에서 처음 제작된 제트 여객기인 보잉 707 여객기의 시제기다. 1958년부터 세계 각지의 항공사에 납품을 시작한 보잉 707 여객기는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를 세계적인 민간 항공기 제작업체로 올려놓았다. 보잉 707 여객기는 미 공군의 KC-135 스트라토탱커(Stratotanker) 공중급유기, E-3 센트리(Sentry)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 E-8 JSTARS(Joint Surveillance Target Attack Radar System) 지상정찰기 등 다양한 지원기의 기반으로 활용되었다.

보잉 707기를 개조한 E-3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출처: 미 공군>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는 1960년 보잉 727, 1967년 보잉 737 여객기, 그리고 1968년에는 당시 세계 최대 여객기인 보잉 747 여객기를 개발하면서 세계 여객기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았다. 1960년 3월,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는 회전익기 생산업체 버톨 에어크래프트 코퍼레이션(Vertol Aircraft Corporation)을 인수하여 버톨 사업부(Vertol Division)로 만들었다. 버톨 사업부는 메인 로터(main rotor)가 동체 앞뒤로 달린 탠덤(tandem) 로터 헬리콥터인 CH-46 시 나이트(Sea Knight)와 CH-47 치누크(Chinook)를 개발했다.

보잉 에어플레인 컴퍼니는 1950년대부터 항공기 제작 외에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했다. 1949년부터 고도 8,000피트(2,438m)에서 시속 700마일(1,126km)로 비행하는 항공기를 요격할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 GAPA(Ground-to-Air Pilotless Aircraft)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GAPA 프로그램을 통해 확보된 기술은 1959년부터 배치된 CIM-10 보마크(Bomarc)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개발에 활용되었다. 1961년에는 우주발사체인 새턴(Saturn) V 로켓의 1단부 제작 계약을 따냈다.

보잉이 1단 로켓을 제작한 아폴로 계획에 사용된 새턴 V 로켓 <출처: NASA>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1943년부터 가솔린 터빈 엔진을 개발해온 경험을 살려 소형 가스터빈 엔진도 생산했다. 1968년 가스터빈 엔진 생산을 중단할 때까지 모델 502, 520, 540, 551, 553 가스터빈 엔진을 2,461대 생산했다.

보잉 마린 시스템즈가 개발한 미 해군 페가서스급 수중익 고속정 <출처 : navsource.org>

해양 부문 자회사인 보잉 마린 시스템즈(Boeing Marine Systems)가 1962년 진수된 미 해군 최초의 수중익선(hydrofoil)인 하이 포인트(high point)급 고속정 개발에 참여하면서 해군 사업에도 진출했다. 보잉 마린 시스템즈는 이후 페가서스(Pegasus)급 수중익 고속정과 보잉 929 수중익 여객선을 개발했다.

1961년에는 항공기 제작을 넘어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회사 이름을 보잉 컴퍼니(Boeing Company, 이하 보잉)로 변경했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던 보잉은 1960~1970년대 경기 침체와 함께 베트남전 전비 지출 감소, 우주사업을 떠받들고 있던 아폴로(Apollo) 프로그램 마무리로 회사 수익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보잉 747기 개발·제작을 위해 20억 달러의 부채를 진 것도 회사 경영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이런 어려운 상황은 1970년 1월 첫 번째 보잉 747 여객기가 팬 아메리칸 월드 에어웨이즈(Pan American Airways)에 납품되면서 차차 나아졌다. 1980년 12월 500번째 보잉 747기가 출고되는 등 보잉은 대형 여객기 시장을 석권했고, 1980년대 들어 경제 상황이 호전되어 항공기 수요가 늘어나면서 회사의 실적은 개선되었다. 또한, 미국의 우주왕복선 프로그램과 국제 우주정거장 프로그램에 납품업체로 선정되면서 우주사업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미 육군 저고도 대공방어 시스템 AN/TWQ-1 어벤저 <출처: 미 육군>

군수 부문 사업도 일부 실적을 이어나갔다. 1980년대 후반부터 노스럽(Northrop)이 주도한 B-2 스피릿(Spirit) 스텔스 폭격기 개발 사업에 주익, 중앙동체 후방, 착륙 기어, 연료 시스템, 그리고 무기 장착 시스템 납품업체로 참가했다. 또한, 미 육군의 험비(Humvee) 전술차량에 레이시온(Raytheon)이 개발한 FIM-92 스팅어(Stinger) 휴대용 지대공미사일을 통합한 AN/TWQ-1 어벤저(Avenger) 단거리 저고도 대공방어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시스템 통합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하지만 보잉의 항공 군수 부문은 많은 실패가 있었다. 1981년, 미 공군은 당시 미 공군 최신형 전투기였던 F-15 이글(Eagle) 전투기의 뒤를 이를 고등전술전투기(ATF, Advanced Tactical Fighter)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 보잉은 록히드(Lockheed), 제너럴 다이내믹스(General Dynamics)와 협력했지만, 록히드가 사업을 주도하게 되면서 보잉의 역할은 F-22의 주익, 후방 동체, 항공전자장비 통합, 파일럿 훈련 장치, 유지보수설비 제공 정도로 제한되었다. ATF에는 록히드가 제안한 YF-22와 노스럽의 YF-23이 경합했고, 미 공군은 YF-22를 선택했다. YF-22는 이후 F-22 랩터(Raptor)라는 제식명칭을 부여받았다.

맥도넬 더글러스 인수 합병으로 보잉의 제품군으로 들어온 F-15 전투기 <출처: 보잉>

미 국방부는 1993년부터 F-16, F/A-18, AV-8, A-10 전투기를 대체할 3군 통합 전투기를 개발하는 JAST(Joint Advanced Strike Technology)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미 공군, 해군, 그리고 해병대 외에도 영국, 스페인, 호주 등 많은 동맹국들이 참가하여 3,000대 이상을 생산하는 대형 사업이었다. 이 사업은 곧 합동타격전투기 JSF(Joint Strike Fighter)로 이름이 바뀌었고, 1997년 미 국방부는 보잉의 X-32와 록히드 마틴의 X-35를 최종 경쟁후보로 선정했다. 그러나 2001년 10월 최종적으로 록히드 마틴이 시스템 개발 및 시연 계약자로 선정되었다.

JSF 사업에서 패배한 보잉의 X-32 전투기 <출처: 미 공군>

하지만 보잉의 민항기 부문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였다. 1994년 4월에는 보잉 767기와 보잉 747기 사이를 메울 300인승급 장거리 쌍발 여객기 보잉 777을 선보였다. 보잉 777은 보잉이 최초로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를 채택했으며, 완전히 컴퓨터 설계(CAD, Computer-Aided Design)로 만들어졌다. 1990년대 중반에는 단거리 여객기인 737의 차세대 기체인 737 NG(Next-Generation)를 출시했다.


2000년대~현재: 고군분투의 시대

보잉은 2001년 5월 본사를 시애틀에서 시카고(Chicago)로 이전한다고 발표했다. 2002년 7월에는 보잉의 우주, 방위산업, 정부 사업, 첩보 및 통신위성 사업을 통합 방위 시스템(IDS, Integrated Defense Systems) 사업부로 통합했다. 이후로 보잉의 모든 방위산업 및 항공우주 프로그램은 이 부서가 맡고 있다.

2000년대 들어 보잉은 과거 보잉 707을 여러 군용기로 전환한 것처럼 민항기를 군용기로 개조하는 사업을 벌이기 시작한다. 첫 사업은 보잉 767기를 공중급유기로 개조한 것인데, 2002년에 이탈리아와, 그리고 2003년에는 일본과 계약을 맺고 4대씩 납품했다. 2005년 5월에는 보잉 777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한 기체를 납품했다.

보잉 737기를 기반으로 만든 E-737 웨지테일 공중조기경보통제기 <출처: 보잉>

보잉은 2000년에는 호주에서 E-737 웨지테일(Wedgetail) 조기경보통제기(AEW&C, Airborne Early Warning and Control)를 수주받은 후, 터키와 한국에서도 주문을 받았다. 2004년 6월에는 미 해군과 P-8 포세이돈(Poseidon) 해상초계기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E-737과 P-8 모두 보잉 737-700ER과 737-900ER기를 기반으로 군용으로 개조되었기 때문에 기체 유지보수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2011년 2월에는 미 공군과 KC-767을 기반으로 한 KC-46A 페가서스(Pegasus) 공중급유기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민항기 시장에서 유럽의 에어버스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003년에는 민항기 시장 1위를 내주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오랫동안 항공산업의 선구자임을 자처해온 보잉은 2001년 대륙간 비행시간을 줄이기 위해 마하 0.98의 아음속으로 비행할 소닉 크루저(Sonic Cruiser) 프로그램을 발표했지만,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9·11 테러로 세계 항공운항 시장이 침체되고 유가가 상승하자 계획을 취소했다.

보잉 767기를 기반으로 만든 KC-46A 페가서스 공중급유기 <출처: 보잉>

보잉은 여기에 굴하지 않고 2003년 7월에 소닉 크루저를 위해 개발된 많은 기술을 활용하여 연료효율성을 높인 쌍발 장거리 여객기 7E7 드림라이너(Dreamliner)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7E7은 2005년 1월 787로 명칭이 변경되었다. 보잉 787기는 세계 중요 대형 공항을 운항하는 전략을 택한 에어버스의 초대형 항공기 A380과 정반대로 각 항공사의 주요 기항지를 직접 연결하는 전략을 채택하여 더욱 많은 공항에 기항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2005년 11월에는 747기의 동체를 연장하고, 신형 엔진을 장착한 747-8 개발을 발표하는 등 신제품 개발도 이어나갔다. 그리고 737-900, 737 MAX, 777-200LR 등 개량형 여객기를 꾸준히 개발하여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2006년 12월, 보잉은 경쟁사인 록히드 마틴과 함께 우주발사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인 유나이티드 런치 얼라이언스(ULA, United Launch Alliance)를 설립했다. 유나이티드 런치 얼라이언스(ULA)는 델타(Delta) II, 델타 IV, 그리고 아틀라스(Atlas) V 로켓으로 미국 정부가 필요로 하는 우주발사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4년 9월에는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 National Aeronautics & Space Administration)와 국제우주정거장 ISS(International Space Station)에 물자를 운송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미 공군 전략수송 전력의 핵심인 C-17 글로벌매스터 III 수송기 <출처: 보잉>

하지만 민항기와 군용기 사업 모두 예전의 활기를 찾지 못하고 2012년 5월 캔자스 주 위치토(Wichita) 공장 폐쇄 결정, 2013년 5월 시애틀의 1,500명 감축 계획 발표, 2013년 9월 롱비치(Long Beach)의 C-17 글로벌매스터(Globalmaster) III 군용 수송기 제작시설 폐쇄 발표, 2016년 3월 상용기 사업부 4,000명 감축 발표 등 미국 각지의 생산시설과 제작시설 폐쇄를 발표했다.


인수 합병으로 사업 영역 확장

1990년대 들어 보잉은 1960년대에 헬리콥터 개발업체 버톨을 인수 합병한 후 주춤했던 인수 합병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다. 1996년 12월 보잉은 록웰(Rockwell)의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부문을 인수하여 보잉 노스아메리칸(Boeing North American)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었다. 록웰은 우주왕복선 프로그램 등 미국의 많은 항공우주 프로그램의 주 계약자로 활약했고, B-1 폭격기, 헬파이어(Hellfire) 미사일, GBU-15 유도폭탄 등 많은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었다.

1997년 8월 1일, 보잉은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부문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맥도넬 더글러스 코퍼레이션(McDonnell Douglas Corp.)을 인수 합병했다. 맥도넬 더글러스는 1967년 맥도넬 에어크래프트 코퍼레이션(McDonnell Aircraft Corp.)과 더글러스 에어크래프트 컴퍼니(Douglas Aircraft Company)가 합병된 회사다.

미 해군 항공대의 중심인 F/A-18E/F 슈퍼 호넷(Super Hornet)(뒤)과 EA-18G 그라울러(Growler)(앞) <출처: 보잉>

합병 이전에 맥도넬 에어크래프트 코퍼레이션은 PH 팬텀(Phantom), F2H 벤쉬(Banshee), F-101 부두(Voodoo) 전투기 등을 생산했고, 더글러스 에어크래프트 컴퍼니는 A-1 스카이레이더(Skyraider), A-4 스카이호크(Skyhawk) 전투기, DC-3, C-47 스카이트레인(Skytrain), C-54 스카이매스터(Skymaster) 수송기, 그리고 DC-10 여객기를 개발했다.

맥도넬 더글러스로 합병된 이후 F-4 팬텀(Phantom) II, F-15 이글(Eagle), F/A-18 호넷(Hornet) 전투기, AH-64 아파치(Apache) 공격헬기, MD-500, MD-600 헬리콥터, C-17 글로브마스터(Globemaster) III 수송기, AGM-84 하푼(Harpoon) 대함미사일, MD-11, MD-80, MD-90 여객기 등을 개발했다. 보잉은 맥도널 더글러스를 인수 합병하면서 그동안 진출하지 못했던 전투기 사업 등에 진출해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게 되었다.

보잉의 CH-47F 치누크 수송헬기와 AH-64E 아파치 공격헬기 <출처: 보잉>

맥도넬 더글러스 인수 합병 이후에도 사업 분야 보강을 위해 여러 건의 인수 합병이 이루어졌다. 2000년 1월에는 인공위성 사업 확대를 위해 휴즈 일렉트로닉스 코퍼레이션(Hughes Electronics Corp.)의 우주 및 통신 사업부를 인수했다. 2006년 1월에는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부문 사후 서비스를 담당하는 아비올(Aviall Inc.)을 인수했고, 2006년 8월에는 디지털 해양 지도 제작, 데이터 서비스 및 항법 정보 제공업체인 C-맵(Map)을, 2008년 9월에는 소형 무인기 생산업체인 인시투(Insitu Inc.)를 인수했다. 2009년 7월에는 787 드림라이너기의 제2조립공장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에 있는 보우트 에어크래프트 인더스트리즈(Vought Aircraft Industries)를 인수했다.

GPS 유도 폭탄의 대명사 JDAM <출처: 보잉>

2010년에는 C4ISR 및 전투 시스템 개발 업체 아르곤(Argon) ST를 인수했다. 2011년 8월에는 미국 정부와 정보기관에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솔루션 메이드 심플(Solutions Made Simple Inc.)을, 2012년 5월에는 소프트웨어 어플리케이션 업체인 인메디우스(Inmedius)와 기업 자산 및 공급사슬 관리, 유지보수, 군수관리 기반 MRO(maintenance, repair and overhaul) 서비스 업체 미로 테크놀로지(Miro Technologies)를, 2013년 2월에는 보잉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플랫폼에 내장 보안 시스템용 마이크로프로세서를 제작하는 아카리스(Acalis)를, 2014년 5월에는 항공기 연료효율 관리 및 분석 소프트웨어를 제작하는 영국의 ETS 에이비에이션(Aviation)을 인수했다.

2017년 10월에는 첨단 항공우주 플랫폼과 자율 시스템 개발업체인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시스(Aurora Flight Sciences)를 인수했다. 1989년 설립된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시스는 작지만 혁신적인 기업으로 30가지 이상의 무인기를 개발했고, 보잉과 미 국방부 사업을 두고 경쟁하기도 했다. 보잉은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시스를 엔지니어링, 시험 및 기술 부서인 팬텀 웍스(Phanton Works)의 독립적인 자회사로 운영할 예정이다.

보잉의 차세대 우주캡슐 CST-100 스타라이너 <출처: 보잉>

하지만 늘 인수 합병만 시도한 것은 아니고 분리하기도 했다. 2005년 2월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에 위치한 사모 투자 회사인 오넥스(Onex)에 보잉 커머셜 에어플레인스(of Boeing Commercial Airplanes) 사업부의 캔자스 주 위치토 및 오클라호마 주 털사(Tulsa) 항공기 제작 시설을 매각했다. 2005년 8월에는 로켓다인(Rocketdyne) 로켓 엔진 사업부를 프랫 앤 휘트니(Pratt & Whitney)에 매각했다.


보잉의 혁신 조직, 팬텀 웍스

맥도넬 더글러스는 록히드 마틴의 혁신 조직인 스컹크 웍스(Skunk Works)에 자극받아 유사한 선행 연구개발팀인 팬텀 웍스(Phantom Works)를 만들었다. 1997년 맥도넬 더글러스가 보잉에 합병되었지만, 팬텀 웍스 조직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합병 당시 민항기 사업이 주력이었던 보잉은 군용기 중심의 맥도넬 더글러스와의 통합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팬텀 웍스를 중심으로 통합을 이뤄냈다.

팬텀 웍스의 야심작인 YF-23 <출처: NASA>

팬텀 웍스는 맥도넬 더글러스 시절에 F-4 팬텀(Phantom) II를 시작으로, YF-23, X-32 등 다양한 기체들을 개발했으며, 보잉으로 합병된 이후에는 X-32 JSF 기술실증기, X-45A, X-45B, 팬텀 레이(Phantom Ray) 무인전투기, 팬텀 아이(Phantom Eye) 고고도장기체공(HAEL, High Altitude Long Endurance) 무인기, 스카이후크(SkyHook) 비행선, 웨이브라이더(WaveRider) 극초음속 기술실증기 등을 개발했으며, 현재는 F/A-XX 미 해군 차기 전투기, XS-1 극초음속 정찰기를 개발하고 있다.

미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보잉 자회사 인시투의 RQ-21A 무인기 <출처: 미 해군>

팬텀 웍스는 그동안 개념과 설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왔지만, 2017년 10월 오로라 플라이트 사이언시스 인수를 통해 신속한 시제기 제작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받는다. 보잉은 ‘혁신(innovation)’을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이를 위해 팬텀 웍스를 중심으로 인력, 기술, 프로세스 및 아이디어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팬텀 웍스가 개발 중인 팬텀 아이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출처: 보잉>

보잉 방위산업의 중추, 보잉 BDS

보잉은 2018년 2월 현재 보잉 상용기 부문(BCA, Boeing Commercial Airplanes), 보잉 방위·우주·안보 부문(BDS, Boeing Defense, Space & Security), 보잉 캐피탈 코퍼레이션(BCC, Boeing Capital Corporation), 이 세 부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지원하는 공유 서비스 그룹(SSG, Shared Service Group)과 보잉 엔지니어링, 오퍼레이션 & 테크놀로지(EO&T, Engineering, Operations & Technology)가 있다.

지향성 고에너지 무기 개발 시험용 HEL MD <출처: 미 육군>

보잉의 방위사업 부문을 책임지는 BDS는 2002년 7월 우주, 방위산업, 정부사업, 첩보 및 통신위성 사업을 맡은 통합 방위 시스템(IDS, Integrated Defense Systems) 사업부에서 시작되었다. BDS는 2017년 7월 1일 고객 대응 향상을 위해 사업 부문을 자율 시스템(Autonomous Systems), 개발(Development), 글로벌 오퍼레이션(Global Operation), 팬텀 웍스(Phantom Works), 우주 및 미사일 시스템(Space and Missile Systems), 타격, 정찰 및 기동 (Strike, Surveillance and Mobility), 수직이착륙(Vertical Lift), 이 7개로 정리했다. 2018년 1월 기준, 보잉 전체 종업원은 14만 1,322명이며, 이 가운데 3만 5,562명이 BDS에서 근무하고 있다.

● 자율 시스템 부서: 무인항공기, 무인수상함, 무인잠수정 등 무인 시스템 제작 책임- 주요 생산품: RQ-21 블랙잭(Blackjack) 무인기, 에코 보야저(Echo Voyager) 무인잠수정 등

수중 탐사를 담당하는 에코 보야저 무인잠수정 <출처: 보잉>

● 개발 부서: 통합관리, 전문지식 및 자원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여 중요 방산 및 우주 부분 사전 제작 프로그램을 향상시키는 부서

● 글로벌 오퍼레이션 부서: 세계 각지에 있는 보잉 BDS 지사를 연결하여 추가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부서

● 팬텀 웍스: 혁신, 첨단 실험, 프로토타입화에 대한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새로운 제품과 기능을 발전시키는 혁신 부서- 주요 생산품: 팬텀 레이 무인전투기, 팬텀 아이 고고도 장기체공 무인기, 스카이후크 비행선, 웨이브라이더 극초음속 기술실증기, F/A-XX 미 해군 차기 전투기, XS-1 극초음속 정찰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위한 X-51 웨이브라이더 <출처: 미공군>

● 우주 및 미사일 시스템 부서: 발사체 서비스, 국제우주정거장 등 우주 서비스, 미사일 방어, 핵전력, 그리고 각종 유도무기 담당 부서

- 주요 생산품: 델타 시리즈 로켓, 지상발사 중간 요격미사일(GBI, Ground-Based Interceptor), JDAM 시리즈 유도폭탄, AGM/UGM/BGM-84 하푼(Harpoon) 대함미사일 등

보잉이 개발한 미 본토 방어 미사일의 핵심인 지상발사 중간 요격미사일 GBI <출처: 미 공군>

● 타격, 정찰 및 기동 부서: F-15와 F/A-18 전투기, P-8 해상초계기, E-8 JSTARS 등 군용기와 고정익 항공기의 개조와 업그레이드 담당 부서

- 주요 생산품: F-15E, F-15SA, F/A-18E/F 전투기, EA-18G 전자공격기, KC-46 공중급유기, E-737 웨지테일 조기경보통제기, P-8 해상초계기 등

보잉 737기를 기반으로 만든 미 해군의 P-8A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출처: 보잉>

● 회전익기 부서: 보잉의 각종 회전익기 담당 부서

- 주요 생산품: AH-64 공격헬기, CH-47 수송헬기, V-22 틸트로터기 등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된 V-22 오스프리(Osprey) 틸트로터기 <출처: 보잉>


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매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