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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사

1917년 10월 혁명으로 레닌(Vladimir Lenin, 1870~1924)과 볼셰비키(Bolsheviki: 레닌의 사회민주노동당 다수파)는 러시아를 장악하고 이듬해 제1차 세계대전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왔다. 그러나 러시아는 1918년 여름부터 내전에 시달렸다. 볼셰비키의 적군(赤軍: 붉은 군대)은 반혁명파 백군(白軍)과 치열하게 싸워 1922년에서야 겨우 극동지방까지 장악하는 데 성공하면서 적백내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그러나 1924년 레닌이 사망하면서 일국사회주의(세계적인 공산주의혁명이 없어도 한 나라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할 수 있다는 이론)를 내세운 스탈린(Iosif Stalin, 1878~1953)은 트로츠키(Leon Trotsky, 1879~1940)를 권력 외부로 몰아내고 1925년부터 점차 정권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나갔다. 그러나 트로츠키가 제거되는 과정에서 투하체프스키(Mikhail Tukhachevsky, 1893~1937) 등 주요 장성들까지도 숙청되는 등 적군은 내부적으로도 큰 진통을 겪었다.

이런 혼돈 속에서도 총기는 생산되었다. 1917년 10월 혁명 이후 볼셰비키는 툴라(Tula), 이젭스크(Izhevsk), 세스트로레츠크(Sestroretsk)의 조병창에서 소화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적백내전의 초기에는 오직 툴라에서만 완전한 생산이 가능했다. 백군이 이젭스크를 점령하고 페트로그라드(Petrograd: 이후 레닌그라드로 개칭)까지 위협하자 볼셰비키는 세스트로레츠크의 인력을 대피시켰다. 제1차 세계대전 때만 해도 소총 6만 정, 리볼버 1만 5,000정, 기관총 1,200정을 생산하던 툴라 조병창은 1917년에 이르러서는 소총 1만 정, 권총 2,000정, 기관총 30정 정도를 만들 수 있었다. 특히 툴라 조병창에는 300만 병력 무장이라는 레닌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이 부여되었다.

192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적군은 나강(Nagant) M1895 리볼버를 기본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나강 리볼버는 성능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지만, 재장전이 어려웠고 더블액션 작동방식이어서 방아쇠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그래서 실제로 볼셰비키 부대들은 제1차 세계대전을 즈음하여 도입했던 마우저(Mauser) C96 권총을 선호했다. 이외에도 제1차 세계대전을 전후하여 수많은 외국산 권총들이 도입되어 미제 콜트(Colt) 모델 1911이나 FN 9mm 모델 1903 브라우닝(Browning) 등 다양한 권총들이 산재해 있었다.

이에 따라 적군은 권총을 통일하려고 노력했다. 그 첫 시도로 만들어진 것이 세르게이 코로빈(Sergey Alexandrovich Korovin, 1884~1946)이 설계한 시험용 권총이었다. 적군의 포병위원회는 툴라 조병창으로 하여금 코로빈이 1924년에 설계한 시험용 권총 50정을 만들도록 하여 적군에서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그러나 실제로 총기가 만들어지기까지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려 1927년에 32 ACP 탄환을 사용하는 ‘코로빈 1927년 시험용 권총’이 탄생하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프릴루츠키(S. A. Prilutsky)가 또 다른 32 ACP 권총의 설계를 제안하여 ‘프릴루츠키 1927년 시험용 권총’이 등장했다.

적군은 1928년 여름 새롭게 등장한 총기들을 시험평가했다. 코로빈과 프릴루츠키의 시험용 권총과 함께 역시 32 ACP탄을 사용하는 발터(Walther) PP 권총이 시험대상이 되었다. 우선 가장 단순한 것은 프릴루츠키의 시험용 권총으로, 프릴루츠키의 시험용 권총 부품 수는 31개에 불과했고, 발터 PP 권총의 경우는 51개, 코로빈의 시험용 권총의 경우는 56개였다. 한편 작동불량률은 부품 수가 적은 프릴루츠키의 시험용 권총이 가장 낮아 270발 중에 고장은 9회에 불과했고, 발터 PP 권총의 경우는 110발 중에 17회, 코로빈의 시험용 권총의 경우는 110발 중 9회의 작동불량이 나타났다. 정밀도가 가장 높은 것은 역시 발터 PP 권총이었고, 프릴루츠키나 코로빈의 시험용 권총은 그만그만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프릴루츠키의 시험용 권총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포병위원회는 여전히 더 개발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리고 설계 수정을 지시했다.

그리하여 1929년 즈음에 프릴루츠키와 코로빈이 모두 개량 모델을 선보였다. 바로 이때 포병위원회는 엄청난 결정을 내린다. 기존의 32 ACP 탄환의 반동이 약하므로 새로운 탄환을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적군이 기존의 탄환들에 비해 강력하다는 이유로 마우저 C96 권총에 사용하던 7.63×25mm 마우저 탄환을 선호했기 때문에 이를 국산화한 7.62x25mm 권총탄을 채용하기로 한 것이다.

사업의 판도가 새롭게 바뀌면서 또 다른 설계자가 새로운 권총을 가지고 뛰어들었다. 바로 소련의 대표적인 총기설계자인 페도르 토카레프(Fedor Vasilievich Tokarev, 1871~1968)였다. 토카레프는 7.62x38mm R 나강 리볼버탄으로 러시아 최초의 기관단총을 개발하는 등 군부로부터 신뢰받는 총기설계자였다.

애초에 토카레프가 제시한 모델은 기관권총이었다. 무려 275mm의 총열에 22발들이 복열탄창을 장착하고 당연히 연발사격이 가능한 기관권총이었다. 이렇게 등장한 토카레프의 1929년 시제 기관권총은 총기로서는 우수했지만 무엇보다도 크기와 무게가 문제였다. 따라서 토카레프의 기관권총은 한손으로 작동 가능해야 한다는 적군의 요구사항에 맞지 않았다.

이에 따라 토카레프는 FN M1903 권총을 기본으로 완전히 새로운 설계안을 만들었다. 단, FN M1903은 단순 블로우백(blowback) 방식이었으나 고위력의 신형 탄환에 대응하기 위해 콜트 M1911 권총의 링크 방식을 참조하여 쇼트 리코일(short recoil) 방식을 채택했다. 이렇게 탄생한 토카레프의 권총에는 TT-30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TT-30이란 ‘Tula Tokarev-1930’의 준말로 툴라 조병창에서 만든 토카레프의 1930년 모델이라는 뜻이다.

1930년 6월과 7월 사이에 적군은 이제 새롭게 설계를 마친 권총들을 모아놓고 또다시 시험평가를 실시했다. 시험평가에는 토카레프의 TT-30은 물론이고 7.62x25mm 권총탄을 사용하는 코로빈과 프릴루츠키의 신형 총기도 포함되었다. 이외에 발터 PP, FN 모델 1922 브라우닝, 파라블럼 P08, 콜트 모델 1911 등 해외 총기도 평가대상에 포함되었다. 이렇게 17개 기종을 비스트렐(Vistrel) 사격학교 교관들이 시험한 결과, 토카레프의 TT-30 자동권총이 가장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TT-30은 25m 거리에서 7.5cm의 집탄군을 형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혁명군사평의회는 1930년 12월 23일 토카레프의 TT-30 자동권총의 사격시연회를 실시하여 선정 결과를 보고하기로 했다. 1931년 1월 7일 비스트렐 사격학교 사격장에서 시연사격이 실시되었다. 이 자리에는 혁명군사평의회 의장인 클리멘트 보로실로프(Kliment Yefremovich Voroshilov, 1881~1969)와 레닌그라드 군관구 사령관인 투하체프스키 등 적군의 핵심 인사들이 참가했다. 토카레프의 TT-30 자동권총은 시연회에서도 우수한 능력을 보여주었고, 한 달 뒤인 2월 13일에 적군의 제식권총으로 선정되었다.

선정과 함께 혁명군사평의회는 TT-30을 약 1,000정 구매하면서 제식권총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TT-30은 모델명일 뿐 실제로 적군이 채용한 제식명칭은 '7.62mm 권총 M1930'이었다. 이와 함께 소련은 독일 마우저 사로부터 7.63×25mm 탄환의 면허생산권을 획득하여 7.62x25mm 토카레프탄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TT-30은 약 9만 3,000여 정이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양산되는 과정에서 개량이 몇 차례 거듭되었다. 개량은 특히 양산에 초점이 맞춰졌다. 우선 별도의 부품으로 분리되었던 손잡이 뒷부분이 방아쇠가 개량되면서 없어져 아래총몸은 하나로 만들어졌다. 또한 총열과 슬라이드가 맞물리는 잠금쇠(lug) 부분은 애초에 선반가공하던 것을 단조가공으로 바꿔 생산 공정을 줄였다. 이렇게 양산성을 높인 모델은 TT-33으로 불리며 ‘7.62mm 권총 M1933’으로 제식채용되었다. 이렇게 개선 사양이 확정된 것은 1933년이었지만, 막상 TT-33의 사양으로 양산되기 시작한 것은 1936년부터였다.

한편 전쟁을 앞두고 TT-33 권총을 또다시 개선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토카레프는 1938년 새로운 시험 모델을 선보였다. 그러나 신형 모델은 기존의 8발들이 단열탄창 대신 12발들이 복열탄창을 채용했지만, 양산되지 못했다. 토카레프는 이후 1942년에 또다시 장탄수를 증가시킨 15발들이 복열탄창을 채용한 모델도 개발했지만 이 역시 양산되지는 못했다. 1944년에는 16발들이 복열탄창 모델까지 나왔다. 이들 신형 모델은 탄창멈치가 버튼식이 아니라 권총손잡이 하부에 레버 방식으로 장착된 것이 특징이었다.

소련은 독소전쟁에 앞서 TT 권총을 약 60만 정 양산하여 실전에 충분히 활용할 수 있도록 지급했다. 물론 전시에도 생산이 계속되었으며, 1941년에는 생산설비들이 이젭스크 지역으로 이전되기도 했다. TT-33은 애초에 부품 수가 35개에 불과하여 생산이 쉬웠지만, 전시생산 권총들은 빠른 양산을 위해 외부 각인 등이 생략되는 경우까지도 있었다. 심지어는 플라스틱의 부족으로 인해 전시 생산분은 플라스틱 손잡이 대신 목재 손잡이가 장착되기도 했다.

TT-33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소련으로부터 ‘해방’된 공산권 국가들이 제식권총으로 채용하면서 다양한 변형들이 등장했다. 한편 본토인 소련에서는 전쟁 후인 1947년에 한 차례 개량을 통해 슬라이드의 홈이 좀 더 촘촘해졌다. 그러나 1951년 소련군이 9x18mm 탄을 사용하는 마카로프(Makarov) 권총을 채용하자, TT-33은 1950년대 중반에 생산이 중단되었고 결국 소련군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소련이 신형 총기인 마카로프로 권총을 채용했다고 해서 공산권 국가들도 따라서 TT-33 계열 권총을 다른 신형 총기로 교체한 것은 아니었다. 중국은 소련이 마카로프로 권총으로 교체하기 시작한 이후인 1954년에 이르러서야 TT-33의 복제품인 54식을 양산하기 시작했고, 북한은 1966년부터 TT-33을 바탕으로 한 국산 권총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TT-33은 6·25 남침, 베트남 전쟁 등에서 공산권 정규군의 주력 권총으로 활용되었다.

물론 소련제 오리지널 TT-33은 엄청난 양이 생산됨에 따라 해외에 공여되어 여전히 많은 국가에서 사용 중이다. 냉전 직후에는 군용 총기가 대량으로 풀리면서 TT-33은 러시아 마피아의 상징처럼 사용되었고, 중국군의 54식도 대량으로 풀렸다. 이외에도 TT-33은 아프리카나 중동 등지에서 여전히 사용 중이며,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등지에서 무슬림 테러리스트들이 애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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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TT-33 권총은 전형적인 쇼트 리코일(short recoil) 블로우백 방식의 자동권총이다. 브리치락(breech lock)은 콜트 1911 권총에 사용된 링크 방식(Colt-Browning Swinging Link)이다. 총열과 프레임이 링크로 연결되어 슬라이드와 총열이 동시에 밀리다가 탄자가 총열을 빠져나갈 즈음에 링크가 멈추면서 약실이 열리는 방식이다.

TT-33의 외형은 콜트 1911보다는 FN 브라우닝 모델 1903과 유사하지만, 해머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점이 다르다. 또한 해머 뭉치는 정비가 쉽도록 모듈화되어 프레임에서 분리가 가능하다. 방아쇠의 작동방식은 싱글 액션(single action)으로 방아쇠 무게는 5~6파운드 정도다. 손잡이는 105도 각도로 만들어져 사격 반동 제어가 용이하며, 장탄수는 8발이고, 단열탄창을 사용한다. 손잡이는 플라스틱 재질로 가운데에 별과 함께 소비에트연방을 의미하는 ‘CCCP’가 각인되어 있다. 다만 전시 생산분 가운데는 플라스틱이 아니라 목재 손잡이를 채용한 것도 있다.

토카레프 TT-33의 독특한 특징은 FN 모델 1903이나 콜트 1911처럼 외부에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통상 싱글 액션 총기는 해머 가동부에 안전장치를 장착하기 쉬운 구조지만, 토카레프 TT-33은 빠른 양산이 가능하도록 아예 안전장치를 생략해버렸다. 다만 해머를 절반쯤 젖힌 채로 고정시키는 해프콕(half cock) 기능은 유지하여 이것이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이렇듯 생산성에 집중하여 만든 TT-33의 전체 부품 수는 36개에 불과하여 생산뿐만 아니라 정비도 용이하다.

토카레프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7.62x25mm 토카레프 권총탄에 있다. 7.62mm 토카레프탄은 실제로는 7.63×25mm 마우저 권총탄과 외양상 동일하다. 따라서 TT 권총에는 7.63mm 마우저 탄환을 넣고 발사할 수 있다. 과거 제정 러시아 당시 마우저 C96 권총을 구매하면서 보유하게 된 7.63×25mm 마우저 권총탄 재고량이 엄청났기 때문에 이를 TT 권총에서도 발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7.62mm 토카레프탄은 7.63mm 마우저탄보다 장약이 더 들어가 있어 총구발사초속이 더욱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근거리에서 TT-33 권총 발사 시 철모를 관통하거나 얇은 방탄을 뚫을 수도 있다. 또한 일부 사양에서는 토카레프탄의 탄자가 마우저탄의 탄자보다 약간 더 길어 약실이 제대로 폐쇄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상대편이 7.62mm 토카레프탄을 노획하여 7.63mm 권총에 사용하면 총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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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분해 방법

우선 (1) 탄창을 제거하고 약실을 비운다. (2) 프레임 좌측에 있는 슬라이드 멈치 고정핀을 제거한다. 맨손으로 핀을 제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경우 탄창을 사용하여 밀어내면 된다. (3) 슬라이드 멈치를 프레임으로부터 제거한다. (4) 슬라이드와 프레임을 분리한다. (5) 슬라이드에서 리코일 스프링과 지지대를 분리한다. (6) 총열 부싱(bushing)을 오른쪽으로 돌려 고정된 총열을 분리한다. (7) 슬라이드로부터 총열을 제거한다. (8) 프레임에서 해머 뭉치를 들어내면 손쉽게 제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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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카레프 TT-33 자동권총의 운용 현황과 파생형은 다음 회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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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군사전문가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을 공부했고, 줄곧 국방 분야에 종사해왔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 겸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며,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자문위원,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으로 우리 국방의 나아갈 길에 대한 왕성한 정책제안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