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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소련에 의해 해방된 체코슬로바키아는 결국 소련의 위성국이 되었다. 바르샤바 조약국 가운데 체코는 서부가 서독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었기 때문에 특히 중요했다. 소련군은 체코에 주둔하면서 경계태세를 높였고, 체코는 냉전의 최전선이 되었다. 이러한 안보 상황에 따라 체코는 높은 무장 수준이 요구되었는데, 우선은 수천 명의 국경경비대원들을 무장시킬 수 있는 소형 기관단총이 필요했다. 또한 국경경비대 이외에도 특수부대원, 차량 승무원이나 기타 지원요원들이 운용할 개인방어용 무기에 대한 요구도 있었다. 이에 따라 Vz.61 슈코르피온(Škorpion) 기관권총이 개발되었다.

특히 체코는 19세기 중엽부터 총기산업이 발달한 국가였다. 플젠(Plzeň) 지대에는 슈코다(Škoda) 같은 중공업 기업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브르노(Brno)에는 체스카 즈브로요브카(Česká Zbrojovka, CZ)가 있었다. CZ는 제2차 세계대전 직전 생산지를 우헤르스키 브로트(Uherský Brod)로 옮겼지만 나치에게 점령당했고, 해방 이후 본격적으로 공산정권을 위해 총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새로운 총기의 개발을 담당한 것은 미로슬라프 리바르시(Miroslav Rybář, 1924~1970))였다. 리바르시에게 주어진 임무는 짧은 총열에 연발사격이 가능한 기관권총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크기를 작게 만드는 것이 중요했는데, 권총집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아야만 한다는 것이 요구조건이었다. 그리고 이미 Vz.50 등 제식권총에서 사용하고 있던 32 ACP(7.65×17mm) 탄환을 채용해야만 했다. 이와 같은 저위력탄을 사용함으로써 신형 기관권총은 연발사격 시에 제어하기도 쉬울 것으로 기대되었다.

1959년에 신형 기관권총의 프로토타입인 Š59이 나왔고, 이것을 가다듬은 신형 기관권총이 제식채용된 것은 1961년이었다. 이에 따라 SA Vz.61(Samopal Vzor 1961: 1961년에 만들어진 기관단총이란 의미)이라는 제식명이 붙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슈코르피온(Škorpion: 전갈)이라는 애칭으로 더 많이 불렸다.

Vz.61은 1963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하여 1966년 중반에 양산이 종료되었다. 출시와 함께 국경경비대와 육군에 지급되었으며, 내부치안부대는 물론 교도소 경비부대 등 거의 모든 2선급 부대들에 지급되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면허생산되기도 했다. 크기가 작고 연발사격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소음기를 장착해 운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특히 첩보원이나 테러범들이 애용했으며, 대한민국으로 침투하던 북한 무장공비들이 즐겨 쓰기도 했다.

한편 1982년 체코 육군이 소련의 9x18mm 마카로프(Makarov) 권총탄을 표준으로 채용함에 따라, 슈코르피온도 마카로프탄을 사용하기 위해 재설계되어 출시되었다. 이와 함께 380 ACP탄을 사용할 수 있는 버전도 생산되었으며, 이후에는 더욱 강력한 9x1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모델도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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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Vz.61은 폐쇄 노리쇠(closed bolt) 방식의 블로우백(blowback) 연발 총기다. 특히 휴대가 가능하도록 작게 만들어, 개머리판을 접은 상태에서 전체 길이가 26.9cm에 불과하다. 20발들이 탄창을 삽입하고도 중량은 2kg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동시대에 등장한 기관단총 중에서 가장 휴대성이 높다.

Vz.61은 기본적으로 32 ACP탄을 사용하는 기관단총이다. 32 ACP탄을 사용하므로 살상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반면에 총기의 제어는 좋은 편이다. 탄환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9x17mm 380 ACP탄, 9x18mm 마카로프탄, 9x19mm 파라블럼탄을 사용하는 모델들이 등장했다. 권총 정도의 크기로 매우 짧고 휴대성이 좋다는 점에서 기관단총(submachine gun)의 하위 분류로 볼 수 있는 기관권총(submachine pistol)으로 부르기도 한다.

Vz.61을 개발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반동을 어떻게 제어하느냐의 문제였다. 단순 블로우백으로 노리쇠를 작동시키는 경우, 탄환은 무려 분당 1,000발의 발사율을 보였다. 노리쇠 무게가 가벼운 데다가 노리쇠가 왕복하는 거리까지 짧아 발사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빠른 발사속도는 기관권총으로 분류되는 총기들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인 한계이기도 한데, MAC-10이나 베레타 모델 93R과 같은 기관권총들의 경우 분당 1,100발의 발사율을 보여 정확한 사격이 불가능하다고 평가된다. 32 ACP탄은 호신용으로 위력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이 정도 발사속도라면 정확한 사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어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리바르시는 노리쇠의 움직임을 한 번 더 잡아줄 수 있는 발사속도 감소장치(rate reducer)를 권총 손잡이에 내장했다.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방아쇠를 당겨 탄환을 발사하면 반동에 의해 노리쇠가 후퇴하면서 맨 뒤까지 밀린다. 이렇게 왕복운동의 정점에 달했을 때 노리쇠가 캠(cam)을 때리면서 그 충격이 손잡이에 달린 플런저(plunger: 무게추의 역할도 한다)로 전해진다. 이와 동시에 총의 맨 끝에 달린 고리(hook)도 같이 노리쇠에 걸리면서 노리쇠가 다시 전진하지 못하도록 일단 잡아놓는다.

한편 플런저는 힘을 받아 맨 아래까지 밀리다가 역시 정점에서 스프링의 힘에 의해 거꾸로 위로 올라간다. 플런저가 다시 맨 위까지 올라오면서 노리쇠를 붙잡고 있던 고리를 해제시킨다. 이에 따라 고리에서 해방된 노리쇠는 다시 노리쇠 스프링의 힘으로 전진하면서 다음 탄환을 장전시킨다. 즉, 노리쇠와 플런저가 이중으로 블로우백을 하는 구조다. 그 덕분에 사격 시에는 노리쇠가 고리에 잠깐 걸렸다가 풀리는 충격이 전해지면서 독특한 사격감각이 느껴진다. 이렇게 발사속도 감소장치를 장착한 덕에 Vz.61의 발사속도는 분당 800~850발까지 줄어들게 되었다.

발사속도 감소장치를 내장한 덕분에 두터워진 손잡이는 오히려 총기를 제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철사로 된 접이식 개머리판을 내장하여 연발사격 시 제어가 가능하도록 했다. 특히 이 접이식 개머리판의 모양이 전갈과 유사하다고 하여 슈코르피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총열 길이는 4.5인치(115mm)로 그다지 긴 편은 아니지만, 32 ACP 권총의 총열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한 길이다. 적절한 반동 제어가 더해지면 45m 거리에서 연발로 준수한 제압사격이 가능하다. 군용 환경에서 사격시험을 실시한 결과, Vz.61은 20발들이 탄창으로 100m 거리에서 22cm 정도의 탄착군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폐쇄 노리쇠 방식으로 발사되므로 비교적 정확한 사격이 가능하다.

조준장치는 전형적인 군용 아이언 사이트(iron sight)다. 가늠자는 75m와 150m의 두 가지로 전환할 수 있다. 단연발 조종간은 총기의 왼편에 장착되어 있으며, 왼쪽으로부터 “20”(연발), “0”(안전), “1”(단발)의 순서로 배치되어 있다. 노리쇠 장전손잡이는 좌우 양편에 달려 있는데, 크기가 매우 작아서 좌우를 모두 잡고 앞뒤로 당겨야 장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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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Vz.61은 1961년에 제식채용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1962년에 00번대 총기들이 저율생산되다가 1963년에 이르러서야 양산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63년부터 1966년까지 1차 양산에서는 10만 정이, 1973년부터 1976년까지 2차 양산에서는 5만 5,000정이, 1978년부터 1979년까지 3차 양산에서는 4만 5,000정이 생산되어, 1963년부터 1979년까지 총 21만 정이 만들어졌다.

체코군과 국경수비대, 치안부대가 Vz.61을 사용했으며, 헝가리나 유고슬라비아 등 인근의 동구권 국가들도 채용했다. 물론 공산권의 종주국인 소련도 Vz.61을 활용했는데, 스페츠나츠(Spetsnaz)나 KGB에서 활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Vz.61은 상당수가 공산혁명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공산 게릴라들에게 지원되었다. 이들 총기는 나중에 KGB 등을 통해 아랍 테러리스트들에게 지원되어, 카를로스(Carlos)[별칭 ‘자칼(Jackal)’]나 바더마인호프(Baader-Meinhof) 등 극렬 테러범들에 의해 사용되면서 악명을 떨쳤다. Vz.61은 여전히 현역을 지키고 있는데, 사용 주체는 주로 게릴라들이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여전히 시중에 돌아다니는 Vz.61로 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Vz.61 슈코르피온은 우리에게 친숙한 총기이기도 하다. 북한의 정찰국 요원들이 한국으로 침투할 때 애용하던 무장이 바로 슈코르피온 기관권총이었다. 침투한 북한 공작원들이 슈코르피온을 소지한 사례는 꽤나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1996년 9월 18일)이나 동해 무장공비 사체 발견 사건(1998년 7월 12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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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 Vz.61
32 ACP탄을 사용하는 기본형 모델이다. 1961년부터 1979년 사이에 모두 21만 정이 만들어졌다. 손잡이는 목재로 되어 있는데, 수출형인 Vz.61E는 플라스틱 손잡이를 채용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현재 슈코르피온 모델들은 모두 SA Vz.61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판매되는 탄총으로는 32 ACP, 380 ACP, 9mm 마카로프, 22LR 등 네 가지다.

● Vz.64
380 ACP(9×17mm) 탄환을 사용하는 슈코르피온의 변형으로 총열에 컴펜세이터(compensator: 소염기의 일종으로 총구 화염을 일정 방향으로 향하게 하여 연발사격 시 반동을 줄이는 기구)를 장착했으며, 직각 형태의 탄창을 사용한다. 내부 구조의 변화는 없다.

● Vz.65
9×18mm 마카로프 탄환을 사용하는 변형으로, 외형상으로는 Vz.64와 유사한 컴펜세이터를 장착했다. 다만 Vz.64보다 탄환의 반동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내부 구조를 바꿔 발사속도 감소장치를 보강했다.

● Vz.68
9x19mm 파라플럼탄을 사용하는 모델이다. 탄환의 위력이 높아짐에 따라 내부 구조는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위총몸과 아래총몸이 더 커졌고, 노리쇠의 무게가 두 배로 증가했으며, 발사속도 감소장치도 보강되었다. 사거리도 늘어나 250m 가늠자가 추가되었다. 반동을 제어하기 위해 목재 고정식 개머리판을 장착하기도 했다.

● Vz.82
1982년 체코 육군이 9mm 마카로프탄을 제식채용함에 따라 새로 생산된 Vz.61의 파생형이다. 기본적으로 Vz.65와 유사하지만, 생산 공정을 단순화시켰다. 기존의 Vz.61 계열은 아래총몸을 절삭가공으로 생산하여 단가도 높고 생산성이 떨어졌는데, Vz.82부터는 프레스 성형과 용접으로 생산했다. 방아쇠 기구도 단순해졌으며, 장전 손잡이도 좌우 양쪽에 장착하는 형태에서 좌우 한쪽에만 장착할 수 있는 형태로 바뀌었다. 유사한 사양으로 380 ACP탄을 발사하는 모델은 Vz.83으로 분류된다.

● SA361 · SA91
1990년대 초부터 등장한 9mm 파라블럼 모델이다. 연발사격이 가능한 군용 모델이 SA361, 단발사격만 가능한 민수용 모델이 SA91(또는 Vz.91)이다.

● M84
유고슬라비아는 Vz.61 3만 정을 구입했는데, 1984년부터는 면허생산권을 구입하여 국내 생산에 나서 M84가 탄생하게 되었다. 9mm 마카로프탄을 사용하는 모델은 M84A로 분류된다. 현재는 세르비아의 총기회사인 자스타바 암스(Zastava Arms)에서 여전히 M84를 생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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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분해 방법

Vz.61 슈코르피온 기관권총을 분해하기 위해서는 (1) 우선 탄창을 제거하고 개머리판을 펼쳐서 위총몸을 분해하기 편한 상태로 둔다. (2) 위총몸과 아래총몸을 고정하는 나사를 찾아 뽑아낸다. (3) 나사 제거 후에 위총몸을 살짝 앞으로 밀어주면서 위로 당기면 분해된다. (4) 노리쇠를 뒤로 잡아당긴다. (5) 노리쇠를 최대한 뒤로 당긴 상태에서 왼쪽과 오른쪽의 노리쇠 장전 손잡이를 제거한다. (6) 장전 손잡이가 모두 제거된 상태에서 노리쇠를 당기면 분해가 완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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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Vz.61 기준)
  
- 제작사: CZ
- 제작국: 체코 공화국
- 작동방식: 블로우백
- 사용탄: 32 ACP(7.65×17mm 브라우닝 SR)
- 장탄수: 10발, 20발 탄창
- 전장: 270mm(개머리판 확장 시 522mm)
- 전고: 167mm(6.6인치)
- 전폭: 43mm(1.7 인치)
- 총열길이: 115mm(4.5인치)
- 조준기구거리: 148mm(5.8인치)
- 중량: 1.30kg
- 유효사거리: 50~150m
- 가격: 630달러(단발 민수용 모델 MS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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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군사전문가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을 공부했고, 줄곧 국방 분야에 종사해왔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 겸 WMD 대응센터장으로 재직하며,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자문위원,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으로 우리 국방의 나아갈 길에 대한 왕성한 정책제안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