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발의 역사

중립국 스웨덴은 주변국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다. 러시아가 유일한 가상 적국이라 할 수 있지만 육지로 직접 국경을 접하지 않는다. 이런 국방 환경 때문에 정규군이 3만 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군의 규모가 이 정도면 무기를 외부에서 도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나 스웨덴은 전차, 잠수함, 전투기에 이르는 상당수의 고급 무기와 장비를 스스로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 자주국방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강한 나라다.

자국 내 수요가 적다 보니 처음부터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무기를 개발하는데, 냉전 시기에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미국제나 소련제 이외의 무기를 도입하려는 나라들에게는 좋은 대안이 되기도 했다. CV90 보병전투차(Combat Vehicle 90, Stridsfordon 90)도 그런 정책 하에 탄생한 장갑차다. 미국제과 독일제 기갑장비의 영향력이 큰 나토(NATO) 회원국에서도 사용하는 나라들이 많을 만큼 품질이 좋다.

스웨덴의 장갑차 개발 역사는 1930년대에 L-180 시리즈와 Pansarbil m/39를 개발하여 실전에 배치하고 여러 나라에도 공급했을 만큼 오래되었다. 비록 많은 수가 제작된 것은 아니었고 성능도 그다지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었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관련된 기술을 차근차근 축적해나갔다. 스웨덴은 굳이 장갑차가 아니더라도 기계 공업 부문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 중 하나일 만큼 기술력이 대단하다.

전선에서 병력을 보호하며 수송한다는 목적만 놓고 본다면 장갑차의 기원을 제1차 세계대전 말인 1918년 영국군이 데뷔시킨 마크(Mark) IX로 보는 자료들이 많다. 승무원 외에 30명의 병력을 탑승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웨덴의 L-180, Pansarbil m/39는 병력 수송용이 아니라 경장갑을 두른 차량에 화기를 거치한 전투용 장비였다. 이처럼 초창기에 모호했던 장갑차의 정의는 제2차 세계대전 후에 확실히 내려진다.

M113으로 대표되는 병력수송장갑차(APC, Armored Personnel Carrier)의 등장으로 장갑차가 어떤 기능을 갖추고 어떤 임무를 수행하는 것인지 확실히 정의되었다. 이후 병력수송장갑차는 직접 전투도 가능한 보병전투차(IFV, Infantry Fighting Vehicle)로 진화했다. 그래서 오늘날 운용 중인 현존 장갑차는 수송에 역점을 둔 병력수송장갑차와 기갑전투를 중시한 보병전투차로 크게 나뉜다. 스웨덴도 이런 시대의 흐름을 따랐다.

1950년대 말에 Pbv 301 병력수송장갑차를 개발해 1961년부터 실전배치했다. Pbv 301 병력수송장갑차는 체코슬로바키아제 TNH 경전차를 1940년대에 면허생산한 Strv m/41 경전차를 개조한 것으로, 파생형을 포함해 220대가 생산되었다. 하지만 구형 차체가 기반이어서 1971년까지만 사용되었고, 그 임무를 Bv206이 후속해서 수행했다. 겨울이 길고 호수와 늪지가 많은 스웨덴의 지형에 맞게 개발된 Bv206은 17명을 탑승시킬 수 있지만 장갑차가 아니라 특수차량이었다.

1980년대가 되자 스웨덴 육군은 장차전에서 전차와 유기적으로 작전을 펼칠 수 있는 강력한 보병전투차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1984년부터 스웨덴 방위사업청(FMV, Försvarets materielverk)의 주도로 생존성 및 방어력이 향상된 신예 장갑차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포탑은 보포스 디펜스(Bofors Defence), 차체는 헤글룬스 비히클(Hägglunds Vehicle), 엔진은 스카니아(Scania)처럼 스웨덴 유수의 방산업체들이 참여했다.

21세기 초중반까지 주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성능 장갑차의 획득이 목표였다. 이를 위해 추후 성능 확장이 용이하도록 넉넉하게 설계가 이루어졌다. 또한 스웨덴의 여건상 임무별로 필요한 각각의 별도 장비를 만들기 어렵다 보니 처음부터 새로운 보병전투차를 단일 플랫폼으로 하는 파생형의 제작까지도 염두에 두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CV90은 1993년부터 일선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

특징

초기형의 장갑은 14.5mm 철갑탄의 공격을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지만, 이는 현대전에는 충분한 수준이 아니다. 그래서 후속 모델부터는 대전차전용 30mm APFSDS(Armor Piercing Fin Stabilized Discarding Sabot: 날개안정식 분리철갑탄)의 공격까지 막아낼 수 있도록 전면 방어력이 강화되었다. 필요시 IED(Improvised Explosive Device: 급조폭발물), 탠덤탄, 성형작약탄의 공격을 막도록 복합 소재로 만든 MEXAS 부가장갑, 슬랫 아머(Slat amor) 등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Strv-103 전차의 운용 경험과 동구권 주력인 BMP-1을 벤치마킹하여 차체가 낮게 설계되었고 레이저나 적외선 감시 장비에 의한 피탐을 줄이기 위해 열 흡수 필터를 장착해 방어력을 높였다. 또한 화생방전으로 오염된 지역에서도 안전하게 작전을 펼칠 수 있는 NBC(Nuclear, Biological and Chemical) 장비가 탑재되었다. 최근 이스라엘제 아이언 피스트(Iron Fist) 능동방호 시스템의 부착 실험에서 보듯이 방어력은 계속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주무장은 보포스의 70구경장 40mm 기관포인데, 공격력 강화에 집중한 러시아의 BMP 시리즈보다는 약하지만 APFSDS탄까지 사용할 수 있어서 경쟁작인 미국의 M2 브래들리(Bradley)나 독일의 마르더(Marder)보다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수출형은 도입국의 요구에 따라 다른 종류의 기관포를 탑재하기도 한다. 그 외 7.62mm 기관총과 76mm 유탄발사기를 부무장으로 장착하고 있다.

---

운용 현황

개발국 스웨덴은 500여 대를 운용하는 최대 보유국이다. 오래전부터 스웨덴제 무기를 선호한 노르웨이, 핀란드, 스위스, 네덜란드는 100여 대 이상을 보유하고 있으며 군비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은 덴마크도 40대 이상의 최신형 CV9035를 운용 중인 주요 사용국이다.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에스토니아도 상당수를 보유하고 있는데, 스웨덴에서 직도입한 것이 아니라 네덜란드와 노르웨이의 잉여 장비를 구입한 것이다.

처음 실전에 투입된 것은 2004년 스웨덴군이 라이베리아에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되면서부터이고, 처음 교전에 사용된 것은 2007년 아프가니스탄에 배치된 노르웨이군의 탈레반 소탕 작전 때다. 이후 같은 곳에 파견된 덴마크군도 CV90으로 전투를 벌였다. 많은 전과를 올렸지만 IED(급조폭발물)에 의해 여러 차례 피해가 발생했고, 이는 비정규전까지 대비한 방어력 강화에 나서는 계기가 되었다.

---

변형 및 파생형

스웨덴 내수형

● Strf 9040: 40mm 보포스 기관포를 장착한 초기 양산형

● Strf 9040A: 섀시와 포구안정장치의 성능을 향상시킨 개량형

● Strf 9040B: 사격통제장치 등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한 개량형

● Strf 9040C: 해외파병군 훈련용

● Lvkv 9040: PS-95 레이더를 탑재한 자주대공포

● Stripbv 90: 지휘통제용

● Epbv 90: 정찰용

● Bgbv 90: 구난용

대외 수출형

● CV9030: 30mm 부쉬마스터(Bushmaster) II 기관포 장착 노르웨이, 스위스, 핀란드 수출형

● CV9035: 35mm 부쉬마스터 III 기관포 장착 네덜란드, 덴마크 수출형

● CV90105: 105mm 강선포를 탑재한 경전차 제안 모델

● CV90120-T: 120mm 활강포를 탑재한 경전차 제안 모델. 폴란드군 경전차 PL-01으로 발전하여 2018년부터 양산될 예정이다.

● CV90 CZ: VOP CZ와 공동개발한 체코 수출 제안 모델

● CV90 CZr: CV90 CZ에 MCT-30 무인포탑을 탑재한 체코 수출 제안 모델

● 아르마딜로(Armadillo): 병력수송장갑차형

---

제원

- 생산업체: BAE Systems AB
- 도입연도: 1993년
- 중량: 23-35톤
- 전장: 6.55m
- 전폭: 3.1m
- 전고: 2.7m
- 장갑: 알루미늄 합금, 복합장갑
- 무장:
  └ 40mm 보포스 기관포 1문
  └ 7.62mm Ksp m/39 기관총 1문
  └ 7600 유탄발사기 6발
- 엔진: 스카니아(Scania) DS14 엔진 또는 DC16 V8 엔진
- 추력대비중량: 24.1마력/톤
- 서스펜션: 토션 바(torsion bar)
- 항속거리: 320km
- 최고속도: 70km/h
- 대당가격: 약 500만 달러
- 양산대수: 1,200대 이상

---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