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8.01.1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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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현존하는 중국 유일 폭격기

H-6 폭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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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군이 유일하게 운용 중인 폭격기인 H-6K <출처: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개발의 역사

중국은 오래전부터 공군에 대해 관심이 많았지만, 1949년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창군에 나설 수 있었다. 공군은 반드시 항공기와 이를 운용할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갖춰야 하므로 단지 의지만 있다고 설립하기는 어렵다. 미국의 도움으로 나름대로 전력을 구축했던 국민당 정부와 달리 무(無)에서 시작하는 것과 다름없어서 어려움이 많았던 중국에게 공산주의 세계화를 추진하던 소련이 도움을 주었다.

소련은 이제 막 제식화하기 시작한 각종 최신예 전투기들을 중국에 저렴한 가격에 대량 공급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 면허생산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거기에다가 생산 기반이 취약한 사정을 고려해서 고급 기술진들까지 대거 파견했다. 무기는 돈이 있다고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히 중국은 소련으로부터 최고의 대우를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 중국은 J-5(MiG-17), J-6(MiG-19) 등을 연이어 면허생산하여 전력을 대폭 증강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양국의 밀접한 관계가 1959년 시작된 이념분쟁으로 소련이 부품 공급을 중단하고 기술진을 철수시키면서 막을 내리게 되자, 이후 중국은 최신예기 확보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때문에 제2세대 전투기 시절이었던 1970년대 이전까지는 중국 공군의 질적 수준이 그다지 뒤처지지 않은 편이었다.

미 해병대 F/A-18A(아래)의 요격을 받는 소련군의 Tu-16. H-6은 Tu-16의 면허생산형으로, 소련의 기술 지원이 중단된 후 중국은 H-6을 독자적으로 개량했다. <출처: Public Domain>

H-6(轰-6)도 나름대로 전력이 충실했던 이 시기에 중국이 도입한 폭격기다. 소련 최초의 제트 폭격기인 Tu-16을 중국이 면허생산한 것인데, Tu-16은 소련도 1954년부터 실전배치를 시작했을 만큼 최신예기였다. H-6는 1958년 제작에 들어가 이듬해 시제기가 초도비행에 성공했을 정도로 개발 속도가 빨랐다. 소련과의 관계가 틀어진 이후에도 중단 없이 개발이 이루어졌을 만큼 H-6에 거는 기대는 컸다. 사실 당시 중국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기동력이 둔하고 속도가 느린 장거리 중(重)폭격기는 위상이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용도가 극히 제한되면서 폭장량과 항속 능력을 바탕으로 적진 깊숙이 날아가 핵폭탄을 던지고 오는 용도로만 특화되었다. 아직 장거리 미사일이 실용화되기 전인 1950년대 초반까지 폭격기는 유일한 전략핵폭탄 투발 수단이었다. 실제로 H-6은 1965년 5월 14일에 있었던 중국 최초의 핵실험에서 핵폭탄을 성공적으로 투하했다.

1965년 신장의 롭 누르(Lop Nur)에서 실시된 중국 최초의 핵 실험 장면. H-6이 핵폭탄을 투하했다. <출처: Public Domain>

그러나 영국과 프랑스가 핵폭탄 운용 수단을 SLBM(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으로 바꾼 후, 현재 고유한 의미의 전략폭격기를 운용하는 나라는 미국, 러시아, 중국밖에 없다. 하지만 소련이 Tu-16을 1960년대 중반부터 전술용으로 전환하고 1990년대 초에 전량 도태시킨 점에서 보듯이, H-6은 더 이상 전략무기로 취급받기 어려운 형편이다. 때문에 중국도 Tu-22M을 도입하려 했으나 러시아의 거부로 좌절되었고 어쩔 수 없이 H-6을 개량하여 계속 운용 중이다.

소련이 Tu-16을 말기에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장착한 다목적 해상초계기로 애용했듯이 현재 중국도 H-6을 전략폭격 임무가 아닌 순항미사일이나 공대함미사일을 운용하는 플랫폼으로 사용 중이다. 핵폭탄 장착이 가능하지만 굳이 그렇게 사용할 필요가 없는 환경이 된 것이다. 사실 이는 스텔스 기능을 바탕으로 은밀히 적진 침투가 가능한 B-2를 제외한 미국, 러시아의 여타 폭격기들도 마찬가지라 할 수 있다.

2008년 주하이(珠海) 에어쇼에서 이륙하는 중국 공군 소속 H-6K <출처: (cc) Li Pang at wikimedia.org>

특징

H-6 초기형은 기본적으로 Tu-16과 동일하다. 엔진이 동체와 주익의 접합부에 장착되고 날렵한 후퇴익 주익을 가진 것이 외형상의 특징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활약한 폭격기들의 영향을 받아 기수 전방에 거대한 관측창이, 후방에는 자위용 기관포탑이 탑재되어 있었으나 이후 개량이 이루어지면서 사라졌다. 최신 개수형인 H-6K는 2007년 1월 5일 초도비행에 성공한 후 현재까지도 꾸준히 개량이 이루어지고 있다.

2008년 공군 기지에 주기된 H-6. 후방 기관포탑으로 보아 개수되기 이전의 모델로 판단된다. <출처: (cc) Otherjoke at wikimedia.org>

H-6K는 합성섬유를 대폭 사용해 기체의 골격과 구조가 강화되었고 러시아에서 직수입한 솔로비에프(Solovief) D-30KP 터보팬 엔진을 탑재해서 비행 능력이 향상되었다. 러시아의 주력 방공요격기인 MiG-31의 심장이기도 한 D-30KP는 추력이 26,455파운드로, 이전에 사용하던 WP8 터보제트 엔진보다 20퍼센트나 강력하다. 덕분에 전투행동반경이 늘어났으나 기본적으로 워낙 오래전에 개발된 기체여서 비행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된 것은 아니다.

원형이 소련 최초의 제트 폭격기이나 순항속도가 여객기 정도 수준인 데다 저고도 침투 능력도 보유하지 못했다. 따라서 제공권이 완벽하게 장악되지 않는 한 적진 깊숙이 침투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또한 엔진을 환장하며 늘어난 6,000km의 항속거리도 대륙 간 횡단 작전을 펼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따라서 중국 유일의 폭격기지만 전술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H-6D형처럼 일부 기체는 대함용으로 개수하여 해군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신형인 H-6K는 중국산 YJ-12 대함미사일 6발 또는 공대지 순항미사일 7발을 탑재할 수 있다. 따라서 H-6K 18대로 구성된 1개 연대는 100발의 초음속 미사일을 목표에 동시 투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H-6은 적 함대 견제가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되었고, 일부는 공중급유기로 개조되어 사용 중이다.

일본 자위대의 요격기에 의해 촬영된 H-6M <출처: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운용 현황

개발 중 소련과의 협력 관계가 단절되면서 H-6의 본격 양산은 1960년대 후반부터 이루어졌다. 약 160대 이상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중국 공군과 해군에서 약 100여 대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폭장량이 F-15K보다 조금 작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H-6은 그다지 위협적인 전력이라 할 수 없지만 그래도 핵폭탄과 장거리 스탠드오프 미사일(standoff missile)을 운용할 수 있기에 중국은 귀중한 전략 자산으로 취급하고 있다.

기존 Tu-16 사용국인 이집트와 이라크에서 손실분을 보충하고자 소량의 H-6을 도입해 운용했다. 이집트에서는 2000년에 모두 퇴역 처리되었고 이라크 공급분은 이란-이라크 전쟁, 걸프 전쟁을 거치면서 전량 파괴되었다. 따라서 현재 중국이 유일한 운용국이다. 실전 투입은 없었지만 장거리 비행 능력을 바탕으로 대만, 일본 등을 상대로 중국 인접 해상에서 무력시위를 벌일 때 종종 등장하고는 한다.

집트와 이라크는 Tu-16의 손실분을 보충하고자 중국제 H-6을 운용했다. 사진은 이집트가 도입해 운용한 중국제 H-6. <출처: 미 국방부>

변형 및 파생형

● H-6: 1959년 초도비행에 성공한 초도생산형

● H-6A: 1968년부터 1980년대까지 생산된 초기양산형으로, 전략폭격기로 운용

베이징 군사박물관에 전시 중인 퇴역 H-6A <출처: (cc) James Gordon at wikimedia.org>

● H-6B: 정찰기형

● H-6C: 서방에서 수입한 전자장비를 장착한 전자전기

● H-6D: 대함미사일 운용을 위한 해군형

H-6D에 2발이 장착되는 C-601 공대함미사일의 원형인 SY-1. 이른바 실크웜(Silkworm)으로 불린다. <출처: (cc) Tyg728 at wikimedia.org>

● H-6E: 개량된 전자전장비를 장착한 전략폭격기형

● H-6F: H-6A, H-6C 개수형

● H-6G: H-6D 개수형

2014년 오키나와 상공을 비행 중인 H-6G <출처: 일본 방위성 통합막료감부>

● H-6H: 순항미사일 운용이 가능한 개수형

중국 공군 소속 H-6H <출처: (cc) Allen Zhao at wikimedia.org>

● H-6I: 롤스로이스(Rolls-Royce) 스페이(Spey) 512-5W 엔진을 장착한 실험

● H-6K: D-30KP 터보팬 엔진을 장착하여 무장 능력과 항속거리를 향상시킨 개수형

● H-6L: 대잠초계기형

● H-6M: H-6F의 현대화 개수형. 지형추적 시스템이 장착되어 순항미사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내부 폭탄창과 후방 기관포 터렛이 제거되었다.

H-6M 폭격기 <출처: Public Domain>

● HY-6: 공중급유기형

HY-6에 장착된 공중급유용 포드 <출처: (cc) Mike-tango at wikimedia.org>

제원

- 기종: H-6A
- 형식: 쌍발 터보제트 폭격기(H-6K은 터보팬)
- 전폭: 34.8m
- 전장: 33.0m
- 전고: 10.36m
- 주익면적: 165㎡
- 최대이륙중량: 79,000kg
- 엔진: WP8 터보제트(20,900파운드)×2
- 최고속도: 시속 1,050km
- 실용상승한도: 12,800m(42,000피트)
- 전투행동반경: 1,800km
- 무장:
  └ 23mm NR-23×2 상부 터렛
  └ 23mm NR-23×2 하부 터렛
  └ 23mm NR-23×2 후방 터렛
  └ 23mm NR-23×1 전방 추가 장착 가능
  └ KD-88 대함미사일
  └ YJ-100(CJ-10) 대함미사일
  └ C-601 대함미사일
  └ YJ-62(C-602) 대함미사일
  └ C-301 대함미사일
  └ C-101 대함미사일
  └ CM-802A 대함미사일
  └ YJ-12 대함미사일
  └ DF-21D(H-6N) 대함미사일
  └ GB6, GB2A, GB5 유도폭탄
- 항전장비: 도플러 레이더, GPS-INS
- 승무원: 4명
- 초도비행: 1968년 12월 24일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