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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뉴스 저격'] 한국 防産수출, 세계 13위 도약… FA-50 공격기, K-9 자주포가 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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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10 03:09

[오늘의 주제: 수출 7년새 2배 뛴 한국 방위산업… '황금알 낳는 거위' 된 비결은]

총·포탄 대신 항공기 등 첨단무기 개발
남아·중동 틈새시장 노린 점도 통해
T-50·FA-50, 지금까지 2조원 넘게 팔려
K-9은 작년 한해만 8100억원 계약

내수형 防産 구조, 수출형으로 바꾸고 핵심부품 기술 갖춘 中企도 더 키워야

#1. 작년 12월 한화지상방산은 노르웨이 국방부와 K-9 자주포 24문, K-10 탄약운반장갑차 6대를 2020년까지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총사업 규모는 2452억원. K-9 자주포는 지난해에만 세 번 수출에 성공해 국산 무기 중 '수출 1위'가 됐다. 핀란드 48문, 인도 100문에 이어 노르웨이 24문까지 합하면 지난 1년 새 계약액만 8100억원에 달한다. 이는 웬만한 국내 중견기업 연간 매출액보다 많은 것이다. 사거리 40㎞급인 K-9 자주포는 1998년 국내 기술로 독자 개발됐다.

#2. 첫 국산 초음속 고등 훈련기인 T-50을 경(輕)공격기로 개량한 FA-50은 지난해까지 64대, 23억3000만달러(약 2조5600억원)어치가 수출됐다. 국산 무기를 통틀어 누적 기준으로 최대 수출액이다. T-50기를 생산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최근 17조원 규모의 미 공군 신형 고등 훈련기 도입 프로젝트(T-X 사업)에 유력 경쟁자로 참여하고 있다. KAI는 "이 경쟁에서 우리가 이기면 가상(假想) 적기와 해군용 비행기 등 후속 물량 1000대와 제3국 추가 수출 물량 1000대 등을 포함해 최대 70조원의 추가 수출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테크 무기가 '효자'… 7년 만에 수출 2배 증가

방위산업이 우리 경제의 새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총·포탄 등 단순 저가(低價) 방산 제품 수출에서 탈피해 항공기·미사일·자주포 같은 고부가가치 하이테크 무기 수출이 크게 늘면서다. 2010년 12억달러를 밑돌던 우리 방산 수출액은 2013년 처음 30억달러 선을 넘었고 2015년부터 2년 하락했다가 지난해 30억달러 고지를 회복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집계를 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간 우리나라의 방산 수출 금액은 세계 13위 수준이다.

방산 수출이 급상승한 첫째 비결은 대상국의 상황과 수요를 겨냥한 '맞춤형 공략'이다. 지난해 핀란드와 계약한 K-9 자주포 수출이 대표적이다. 핀란드 정부의 예산 부족으로 신형 자주포의 절반 가격으로 사상 처음 중고(中古) K-9을 정비해 수출한 것이다. 이 제품은 우리 육군에서 사용한 지 12년이 지나 전면 정비를 해야 했다. 핀란드와 한국 모두에 도움되는 '윈·윈'(win·win) 모델이었다.

'틈새시장 개척' 노력도 주효했다. T-50 수출의 경우 단순 훈련기를 넘어 경공격기 기능까지 갖춘 FA-50 등 파생형(型)을 개발한 게 인정받았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박사는 "다른 훈련기보다 가격은 싸면서 공격 기능을 겸비한 FA-50이 필리핀·태국·이라크 등에서 높은 호응을 받았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무기 기술을 도입해 독자 기술을 축적한 다음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 수출에 성공하는 것도 한몫했다. 2011년 인도네시아에 판매한 1400t급 잠수함 3척(11억달러·약 1조2000억원)이 여기에 해당한다. 원래 독일에서 전수받은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 동일한 품질에 가격을 대폭 낮춰 인도네시아의 세밀한 요구까지 반영한 개량형 잠수함을 제안해 수주를 따냈다.

◇독일 무기 수출액의 18%대… "기업 자율 맡겨야"

하지만 한국 방위산업은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처다. 한국군을 대상으로 한 내수 시장이 포화 상태인 데다 선진국들의 견제와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최근 5년 수출 총액은 이스라엘(세계 10위 수출국)의 44%, 독일(세계 5위)의 18%에 그친다. 이는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이다. 이를 위해 아직 내수(內需) 중심인 방산 패러다임을 수출 주도형(型)으로 바꾸어야 한다. 우리나라 방산 총매출액에서 수출 비중(16%·2016년)은 경쟁국보다 크게 낮다.

채우석 한국방위산업학회장은 "정부는 간섭을 최소화하고 수출 지원에 충실하며, 업체는 기술 개발과 원가 절감, 품질 관리 등 경쟁력의 핵심 기능 확보에 전력투구해야 한다"며 "정부 통제형 패러다임을 기업 자율형 패러다임으로 파괴적 혁신을 하는 게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국제 경쟁력 강화와 수출 지원을 위한 실용적인 대책도 필수적이다. 예컨대 전략적 부품의 국산화를 지원해 부품 분야 핵심 역량을 쌓고 방산의 토대인 중소기업 육성에 나서야 한다. 최저가 입찰제 같은 제도를 개선해 방위산업 활성화를 꾀하고 해외 방산 전시회 참가 시 지원도 늘려야 한다.

청와대에 방산비서관을 신설해 방산 육성과 수출을 총괄할 컨트롤 타워도 마련해야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10월 서울 국제항공우주방산(ADEX) 전시회 개막식에서 "방위 산업은 경쟁력을 높이면서 수출 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했다. 방산 비리를 없애 무기 도입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 신뢰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