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닷컴

[전문기자 칼럼] '발등의 불' 軍 병력감축 태풍

글자크기 프린트
0 0

입력 : 2017.12.06 03:14

5년 후 軍 병력 50만명으로 복무 기간까지 18개월로 줄면
비숙련 병사 67%로 늘어나는데 대책 마련할 장성 인사도 지연

유용원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유용원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지난 6월과 8월, 한반도 해역을 담당하는 미 7함대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최첨단 함정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지스함 두 척이 민간 선박과 충돌해 승조원 17명이 숨진 것이다. 이들 함정의 수리 비용도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지스함의 레이더는 최대 1000㎞ 떨어진 목표물까지 잡아낸다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미군 조사 결과 전문가들의 예상대로였다. 과중한 업무에 따른 승조원들의 피로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드러났다. 미 해군이 지난달 발표한 함대 종합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미 7함대는 지난 몇 년 동안 통상적인 작전 외에도 늘어난 북한·중국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려고 전력(戰力)을 분산 배치하면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임무를 수행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승조원들의 기본 기량, 팀워크, 작전 안전 등에서도 결함이 발견됐다.

미 7함대 이지스함 사고는 첨단 무기의 비중이 커진 현대전에서도 결국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해 준다. 아무리 강한 군대라도 사람이나 장비가 부족해 피로도가 높아지거나 장병의 숙련도가 떨어지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6월17일 새벽 일본 시즈오카현 인근 해상에서 필리핀 컨테이너선과 충돌한 미국 이지스 구축함 '피츠제럴드'호 가 18일 일본 요코스카 해군 기지로 예인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이지스함 선체의 중앙 오른쪽 부분이 크게 부서졌고, 승조원 7명이 사망했다. /AP 연합뉴스
한국군에도 이 '사람' 문제에 유례없는 태풍이 곧 몰아치게 된다. 내년부터 오는 2022년까지 5년간 매년 2만명 이상 총 13만명의 병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국군 총병력은 이 과정을 거쳐 현재의 63만명에서 50만명으로 감축된다. 당초 52만2000명으로 줄일 계획이었지만 현 정부 들어 감축 규모가 늘어났다. 줄어드는 13만명의 대부분은 육군이다. 매년 2개 사단 이상인 2만5000여명이 없어지는 셈이다. 대규모 감축에 따라 조정 대상이 되는 대대만 2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대규모 감축의 이유는 병역 자원 감축과 국방 개혁이다. 저출산에 따라 2020년대 들어 입대할 자원이 크게 줄고, 육군 등의 군살을 빼 선진국형 첨단 군대로 다시 태어나겠다는 것이다.

군에는 병력 감축 외에 '복무 기간 18개월 단축'이라는 또 하나의 태풍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군 복무 기간(육군·해병대)은 21개월이다. 병사 복무 기간이 3개월 줄어들면 병사들의 순환 주기가 빨라져 병력 규모가 4만명 감축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인 셈이다. 병력이 줄어드는 문제를 해소하려면 복무 기간을 늘리거나 최소한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 오히려 줄이겠다니 군으로선 죽을 맛이다. 복무 기간이 21개월에서 18개월로 줄어들면 병사 비(非)숙련 비율은 57%에서 67%로 높아진다. ROTC(학군사관후보생) 등 단기 장교 확보에 어려움도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2007년 복무 기간이 24개월에서 21개월로 줄었을 때 단기 장교 지원이 15~20%나 줄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교·부사관 등 간부 비율을 높여 정예화하고 첨단 무기 도입으로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핵심인 부사관 확보가 당초 계획보다 지연되고 있다. 숙련병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해 도입한 유급 지원병도 지원이 저조해 초기 2만5000명 수준에서 이제는 5500명 수준으로 줄여야 할 판이다.

병력 감축을 보완할 각종 무기 도입도 문제다. 현 정부 들어 매년 GDP 대비 0.1%의 국방비를 증액한다고 했지만 우선순위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 고도화에 따른 '킬 체인' 등 3축 체계 구축에 집중돼 있다. 병력 감축을 보완하기 위한 재래식 무기 증강은 뒷전으로 밀려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런 문제의 대책을 마련하고 추진할 군 장성들에 대한 정기인사가 뚜렷한 이유 없이 2개월 가까이 지연돼 군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물론 북한의 화성-15형 신형 ICBM 발사 등에 따른 북한 핵·미사일 문제는 우리 최대의 안보 현안이다. 하지만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군 인력 및 인사 문제에 큰 허점이 생긴다면 북핵·미사일 대비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