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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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고 항모 수입해 개량해 운용한 인도 해군의 두 번째 항모

INS 비라트 항공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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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 비라트 항공모함 <출처: 미 해군>

개발의 역사

인도는 3면이 거대한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인도의 동쪽에는 벵골 만(Bay of Bengal), 서쪽에는 아라비아 해(Arabian Sea), 그리고 남쪽에는 인도양이 각각 자리 잡고 있다. 북쪽만 험준한 히말라야 산맥이 병풍을 치고 있으며, 나머지 3개 방향은 바다에 둘러싸여 있다. 아라비아 해의 북쪽에는 인도의 숙적인 이슬람 국가 파키스탄이 자리 잡고 있다. 아라비아 해는 인도가 페르시아 만(Persian Gulf) 연안에서 에너지를 들여오는 길목에 해당한다. 동쪽 벵골 만의 북쪽에는 동파키스탄이었다가 독립한 또 다른 이슬람 국가 방글라데시가 있다. 인도의 남쪽에는 주민의 상당수가 불교를 믿는 섬나라 방글라데시가 있으며, 그 남쪽으로 드넓은 인도양이 펼쳐진다. 인도양은 서쪽으로 아프리카 대륙, 동쪽으로 호주와 이어진다. 이 넓은 바다를 지키는 일은 인도 안보에 필수적이다. 인도 해군이 맡아야 하는 숙명적인 임무이기도 하다.

특히 인도의 숙적인 파키스탄과의 경쟁은 국가와 정권 모두의 사활을 건 사안이다. 파키스탄이 원래 한 나라였던 영국령 인도에서 분리되어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으로 이뤄진 별도 국가를 세운 것부터 인도인에게는 눈엣가시였다. 그 과정에서 펀자브(Punjab) 등 파키스탄이 들어선 지역에 살던 수많은 힌두교도는 고향을 떠나 인도가 들어선 지역으로 이주해야 했다. 인도에 해당하는 지역의 무슬림 상당수는 파키스탄이 들어선 지역으로 삶의 근거지를 옮겼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집과 재산은 물론 목숨까지도 잃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건국부터 원한이 쌓였다. 파키스탄은 독립을 이루고 현대국가를 세우는 건국일자를 정하는 일부터 인도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인도가 1947년 8월 15일로 건국일자를 정하자, 파키스탄은 하루 앞선 8월 14일 건국을 선포해 인도 건국의 김을 빼려고 시도했다.

인도 최초의 항공모함 비크란트의 1984년경 모습 <출처: (cc) Adm. Arun Prakash at wikimedia.org>

인도와 파키스탄은 건국 이래 지금까지 1947년, 1965년, 1971년, 1999년까지 모두 네 차례의 전쟁을 치렀다. 첫 전쟁은 건국한 지 불과 2달 만에 발발했다.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지만 지역의 세습 군주는 힌두교도였던 카슈미르(Kashmir) 지역이 인도에 귀속되자, 양측 사이에서 전쟁이 터졌다. 1965년 벌어진 2차 전쟁과 1999년의 4차 전쟁도 같은 이유에서 벌어졌다. 1971년의 3차 전쟁은 동파키스탄이 방글라데시로 독립하면서 발발했다. 그 밖에도 인도와 파키스탄은 수시로 도발과 국지전을 벌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양측은 필사적으로 핵개발 경쟁을 벌였다. 1998년 5월에 인도와 파키스탄은 나란히 핵실험을 했다. 파키스탄의 핵기술은 북한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대립과 갈등은 지역은 물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중요 요인이 되어왔다. 파키스탄보다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 인도 안보의 핵심 과제가 되었다.

인도 해군은 바로 이런 절박한 필요성 때문에 항공모함 소요를 제기했다. 광활한 주변 해역을 지키기 위해서는 수상함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항공모함이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항공모함 제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인도는 해외 중고 항공모함 구매로 눈을 돌렸다. 그래서 1957년 영국으로부터 만재배수량 1만 9,500톤의 마제스틱(Majestic)급 경항공모함인 허큘리즈 함(HMS Hercules)을 사들였다. 이 항공모함은 1945년 진수되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종전으로 운용 필요성이 없어지자 영국 해군에서 취역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1957년 인도 해군에 팔았다. 이 항공모함은 인도 해군에서 1961년 3월 4일 비크란트 함(INS Vikrant, R11)이라는 함명으로 취역했다. 아시아 최초로 실전 배치된 항공모함이다. 비크란트는 고대 산스크리트어로 ‘용감하다’는 뜻이다. 비크란트 함은 취역 뒤 1997년 1월 31일 퇴역하기 전까지 인도 해군의 핵심 전력으로 활약했다. 특히 1971년 발발한 ‘인도-파키스탄 전쟁’ 당시 동파키스탄을 해상에서 봉쇄하는 작전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961년 사출기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방식을 도입했으나, 1989년 9.75도 스키점프를 활용한 이륙 방식으로 바꾸었다.

인도-파키스탄 전쟁 당시의 비크란트 항공모함 <출처: Public Domain>

하지만 넓은 바다를 지키기에는 항공모함 1척으로 부족했다. 게다가 숙적 파키스탄이 잠수함 전력을 강화하면서 인도는 해군 항공 전력의 확장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항공모함 전력은 파키스탄을 억제할 대잠수함작전과 상륙작전 모두에서 반드시 필요했다. 인도가 다시 외국 중고 항공모함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다. 처음에는 1985년 9월 30일 취역한 만재배수량 1만 3,850톤의 이탈리아 해군 경항공모함 주세페 가리발디(Giuseppe Garibaldi) 함에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보다 활동 영역이 더 넓은 영국 해군의 만재배수량 2만 8,000톤의 퇴역 경항공모함 허미즈 함(HMS Hermes)으로 결정했다. 허미즈 함은 인도에 팔려 경항공모함 비라트 함(INS Viraat)으로 함명을 바꾸고 재취역했다.

원래 허미즈 함은 영국 해군이 건조해 운용하던 센토(Centaur)급 항공모함 4척 중 마지막 4번함이다. 이 급은 영국 해군이 보유했던 재래식 경항공모함 중 마지막으로 제작된 급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건조 계획이 시작되어 모두 1944년에 기공되었다. 애초 8척을 건조할 예정이었지만, 전황이 연합군에 유리해짐에 따라 항공모함 수요가 줄었다. 이에 따라 4척은 건조가 취소되었고 4척만 만들기로 했다. 그나마 건조하기로 한 4척도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됨에 따라 건조 기간이 상당히 길어졌다. 1~4번함의 준공은 1953년부터 1959년에 걸쳐 이뤄졌다. 이렇게 건조 기간이 장기화됨에 따라 각종 설계 변경이 여러 차례 이뤄져 같은 급이면서도 서로 다른 점이 많았다.

인도 해군은 영국 해군의 허미즈 항공모함을 사들여 R22 ‘비라트’라는 이름으로 재취역시켰다. <출처: 미 국방부>

허미즈 함은 비커스-암스트롱 사(Vickers-Armstrongs Ltd.)의 배로인퍼니스(Barrow-in-Furness) 조선소에서 원래 코끼리라는 뜻의 엘리펀트 함(HMS Elephant)이라는 함명으로 기공되었다. 1945년 종전으로 건조가 중단되었으나, 1952년 이를 재개해 1953년 1월 16일 진수되었다. 그사이 함명도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의 이름을 따서 허미즈로 바뀌었다. 허미즈 함은 1957년 완성되었으나 시대 변화에 맞추기 위해 대규모 개장을 거쳐 1959년 11월 18일 취역했다. 기공된 지 15년이 지나서였다.


특징

허미즈 함은 영국 해군 항공모함으로 취역한 뒤 1960년 후반까지 함재기를 싣고 소련의 수상 함대와 잠수함에 대응하는 역할을 했다. 함재기로 쌍동형(2개의 동체에 서로 연결된 형태의 항공기) 기체의 제트 함상공격기인 시 빅센(Sea Vixen) FAW2 12기와 제트 엔진의 함상공격기 버캐니어(Buccaneer) S2s 7대, 터보 프로펠러 엔진의 함상초계기인 가네트(Gannet) AEW3s 4대, 가네트 COD4 1대, 대잠 헬기인 웨식스[Wessex: 미국의 시콜스키(Sikorsky) 사 H-34의 영국 웨스트랜드(Westland) 사 면허생산 버전] HAS3s 5대, 그리고 웨식스 HAS1 1대를 각각 운용했다.

버캐니어 함재기를 탑재한 허미즈 항공모함 <출처: 영국 왕립 해군(Royal Navy)>

허미즈 함은 배수량이 경항공모함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크지만, 정규 항공모함보다는 작은 편이다. 제트기 시대가 도래하면서 제트 함재기를 운용하기에는 크기가 비교적 작았다.
영국 해군부는 1963년 당시 미 해군이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던 F-4B 팬텀(Phantom) 함재기를 허미즈 함에 이착륙하는 시험을 거친 것을 계기로 1964년 허미즈 함을 현대화해서 이를 자국 함재기를 도입해 운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허미즈 함의 크기 때문에 결국 이 계획은 백지화되었다.

1966년에는 영국 국방안보 검토서는 영국 해군이 작전 소요에 비해 과잉의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영국 해군은 호주 해군에 허미즈 함 매각을 제안했다. 호주 해군은 해군 장교와 정부 관계자를 보내 허미즈 함의 작전을 참관하고 항공모함을 실사했다. 하지만 호주는 항공모함 및 관련 인력 유지를 위해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을 이유로 도입을 거절했다.

제트기 시대에는 맞지 않으면서 비용만 과도하게 든다는 평가를 받은 허미즈 함은 결국 1971년 대규모 개조 작업에 들어갔고, 1973년에 강습상륙함(Commando Carrier 또는 Amphibious Assault Ship)으로 재취역했다. 강습상륙함은 헬기 항공모함의 한 유형으로 헬기를 탑재하고 상륙작전에 투입하는 지상군을 적진으로 이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1976년부터는 20대 정도의 시 킹(Sea King: 시콜스키 사 S-61의 영국 웨스트랜드 사 면허생산 버전) 대잠 헬기와 웨식스 헬기를 탑재하고 잠수함을 추적하는 대잠수함전(ASW, Anti-Submarine Warfare)용 항공모함으로 새롭게 활용되었다.

그러다가 1981년 전면부에 12도 경사의 스키점프식 갑판을 설치하는 등 대대적인 개장을 거쳐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Ae) 사의 시 해리어(Sea Harrier)기를 운용하는 현대식 항공모함으로 거듭났다. 시 해리어는 단거리로 이륙하고 수직으로 착륙하는 STOVL(Short Take Off and Vertical Landing) 항공기인 해리어(Harrier)기의 해군 버전이다. 시 해리어와 함께 시 킹 HAS.1 대잠 헬기 등을 탑재해 대잠 항공 수색 및 공격 능력을 갖췄다. 개장 덕분에 포클랜드 전쟁(Falklands War)에 항공 전력을 유지한 채 영국원정대의 기함으로 참전할 수 있었다. 개전 직전에 취역한 인빈서블(Invincible)급 경항공모함 1번함인 인빈서블 함(HMS Invincible)과 함께 해군 항공대의 시 해리어를 탑재하고 지상전을 치를 특수부대인 SAS(Special Air Service)와 해병대 병력을 싣고 전장으로 향했다. 허미즈 함은 당시 5대의 해리어기와 12대의 시 킹 헬기를 운용하면서 작전을 펼쳤다.

스키점프대를 장착한 허미즈 항공모함 <출처: 영국 왕립 해군(Royal Navy)>

운용 현황

허미즈 함은 1984년 퇴역했으나 포츠머스(Portsmouth) 항구에 보관되다가 1986년 4월 새로운 중고 항공모함을 원하던 인도에 팔렸다. 이 항공모함은 영국 해군으로부터 인도 해군에 인수된 뒤 영국 데번포트(Devonport) 조선소에서 대대적인 개보수 작업을 거쳐 1987년 5월 12일 재취역했다. 인도 해군은 이 항공모함에 고대 인도 언어인 산스크리스트어로 ‘거인’을 뜻하는 ‘비라트(Viraat)’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도 해군의 두 번째 항공모함 비라트 함(INS Viraat)이 탄생한 것이다.

그 뒤 30년간 인도 해군의 주력함으로 활동하다가 2017년 3월 6일 퇴역했다. 2013년 인도 해군이 러시아에서 사들인 비크라마디티야 함(INS Vikramaditya)이 취역하기 전까지 인도 해군의 기함으로도 활약했다. 인도와 영국 양국 해군에서 모두 실전 배치되었던 군함 중 현재로서는 마지막으로 기록된다. 인도 해군에서 퇴역하기 전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역 항공모함’이라는 기록도 보유했다. 영국 해군에서 25년, 인도 해군에서 30년을 현역으로 활약해 둘을 합치면 55년간 바다에서 실전에 투입되었다. 항공모함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말라바 07-2 해상훈련에 참가 중인 비라트 항공모함. 미 해군의 슈퍼 호넷(Super Hornet) 2대(가운데)와 인도 공군의 재규어(Jaguar) 공격기 2대(위), 그리고 인도 해군의 해리어(Harrier) 함재기 2대(아래)가 편대를 이루어 비라트 항공모함의 상공을 지나고 있다. <출처: 미 해군>

변형 및 파생형

비라트 함이 이렇게 오랫동안 현역으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수명 연장과 현대화를 위한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여러 차례 거친 덕분이다. 영국을 떠나 인도로 출항하기에 앞서 영국 데번포트 조선소에서 벌였던 수리 작업은 그 시작이었다. 이런 수리를 거쳤음에도 1993년 9월 침수사고가 발생해 수리와 회복에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1995년 현역에 복귀하면서 신형 레이더를 추가하는 등 부분적으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그 이후에도 1999년 7월~2001년 4월, 2003년 중반~2004년 11월, 2008년 8월~2009년 11월, 2012년 11월~2013년 7월 등 네 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보수 작업을 거쳤다. 특히 1999년 7월~2001년 4월 거의 2년에 걸쳐 개수 작업을 거치면서 항공모함의 현대화를 추진했다.

이 기간 중 항공모함의 추진 시스템을 개량했으며 항공 센서를 추가하고 신형 통신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스라엘제 바라크(Barak) 1 함대공미사일 등을 추가해 대공 방어능력을 강화했다.

비라트 함은 14도의 스키점프대를 바탕으로 기본 함재기로 시 해리어기를 운용했다. 시 해리어는 영국산 대함미사일인 시 이글(Sea Eagle)과 공대공 전투를 위한 프랑스제 마트라 매직(Matra Magic) 미사일로 무장했다. 68mm 로켓포와 건포드 설치형 30mm 기관포도 탑재했다. 활주로 파괴용 폭탄도 장착했는데, 이는 강화 아스팔트나 특수 재질로 이뤄진 적의 지상 또는 항공모함 활주로를 관통해 파괴함으로써 항공기 이착륙을 막고 활주로 시설을 무력화하는 데 사용된다. 1967년 6일전쟁 당시 이스라엘이 사용해 이집트 공군을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폭탄이다. 하나의 폭탄 안에 작은 자폭탄이 여럿 들어 있어 광범위한 지역에서 다수의 인명을 살상하는 데 사용되는 집속탄도 장착했다.

2006년 인도 해군은 ‘시 해리어기 제한 업그레이드(LUSH, Limited Upgrade Sea Harrier)’ 프로그램을 실시해 15대의 시 해리어기를 업그레이드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협력해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타(Elta) 사의 EL/M-2032 레이더와 국영업체 라파엘(Rafael) 사의 더비(Derby) 시계외사정(BVR, Beyond-Visual-Range)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장착해 시 해리어기의 전투력을 강화했다. 이 시 해리어기 항공대는 2016년 5월 6일 비라트 함이 작전을 중지한 날 항공모함 이착륙을 중지하고 퇴역해 항공모함과 운명을 같이했다.

비라트의 탑재기로 사용되었던 시 해리어 FRS.51 LUSH 함재기 <출처: 인도 해군>

비라트 함에는 두께 3cm의 강화 활주로를 깔아 하부의 무기고와 기계 공간을 보호했다. 무기고에는 80발 이상의 경어뢰를 보관했다. 750명의 코만도(Commando) 병력과 4대의 상륙용주정(LCVP, Landing Craft Vehicle Personnel)을 싣고 전장으로 출동할 수 있는 상륙전 능력도 갖췄다. 비라트 함은 상황이 벌어지면 26대의 함재기를 싣고 현장으로 출동해 상륙작전을 지원하고 대잠수함전(ASW)을 펼치는 전쟁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있었다.

비라트 함의 항공모함 항공대는 옛 소련의 헬기제조업체 카모프(Kamov) 사가 공중조기경보통제용으로 개발한 카모프 Ka-31[나토명 헬릭스(Helix)-B] 헬기와 같은 업체의 대잠수함 작전용 헬기인 카모프 Ka-28(나토명 헬릭스-A)도 함께 운용했다.

비라트 항공모함이 모든 함재기를 탑재한 채 이동 중이다. <출처: 인도 해군>

인도는 오랫동안 비동맹세계의 주축이었지만, 국가 안보에 있어서는 국제 정치적인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인도는 항공모함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과거 식민지 종주국으로 냉전에서 서방의 한 축을 담당하던 영국의 항공모함을 구입했다. 전력을 현재화하고 강화하기 위해 소련의 무기체계는 물론 영국산, 프랑스산, 이스라엘산 장비와 무기체계를 과감하게 도입했다. 인도 해군의 비라트 함은 동서 양 진영의 무기체계를 가리지 않고 활용했다. 항공모함의 자체 방어시스템은 이를 잘 말해준다. 살펴보면 스웨덴제 40mm 보퍼스(Bofors) 대공기관포 2문, 이스라엘제 바라크 1 함대공미사일 수직발사관 15문, 소련제 2연장 AK-230 CIWS(Close-In Weapon System: 근접방어시스템) 2기(4문) 등이 장착되었다. 그야말로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백묘흑묘(白猫黑猫)식 실용주의를 엿볼 수 있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자체 방위산업 기술이 부족한 상황에서 항공모함 전력을 유지하고 현대화하는 것이 국제정치적으로 얼마나 힘든지를 잘 보여준다고도 볼 수 있겠다.

비라트 함 운용을 통해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인도 해군은 이를 바탕으로 자체 개발 항공모함 건조에 나서고 있다. 바로 인도 최초의 자체 제작 항공모함이 될 배수량 4만 톤의 비크란트(Vikrant)급 항공모함 1번함인 비크란트 함(2013)[INS Vikrant(2013)]이다. 인도 해군 최초의 항공모함이었던 비크란트 함(R11)에서 이름을 땄다. 인도 해군은 비크란트 함(2013)의 건조를 2008년 시작해 2015~2016년쯤 취역하려고 계획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완성과 취역을 2023년쯤으로 미뤘다. 이 항공모함은 함재기가 단거리로 이륙하고 어레스팅 기어(arresting gear)를 이용해 착륙하는 STOBAR(Short Take Off But Arrested Recovery) 방식을 채택했다. 현재 러시아 유일의 항공모함인 만재배수량 5만 5,220톤의 어드미럴 쿠즈네초프(Admiral Kuznetsov) 함에서 쓰는 방식이다. 인도는 비크란트급 2번함으로 만재배수량 6만 5,000톤급의 원자력 추진 항공모함인 비샬 함(INS Vishal)을 건조해 2025년쯤 취역시킬 야심 찬 계획도 마련하고 있다.

2015년 6월 개장을 위해 이동 중인 비크란트 항공모함 <출처: 인도 해군>

인도는 비라트 함을 운용하면서 2004년 러시아로부터 15억 달러를 주고 배수량 4만 5,400톤의 키예프(Kiev)급 항공모함인 어드미럴 고르슈코프(Admiral Gorshkov) 함을 구입했다. 함재기를 포함해 모두 23억 5,000만 달러를 들인 초대형 프로젝트다. 러시아 아르한겔스크(Arkhangelsk) 주의 세베로드빈스크(Severodvinsk)에서 개수 작업을 마친 뒤 2013년 11월 16일 인도에 인도되어 취역했다. 인도 해군은 이 항공모함의 이름을 비크라마디티야 함(INS Vikramaditya)으로 바꾸었다. 비크라마디티야는 용감함과 자비로움으로 유명한 고대 인도의 전설적인 황제의 이름으로 ‘태양처럼 용감한’이라는 뜻을 가졌다.

비크라마디티야 함은 옛 소련 시절 건조된 키예프급 항공모함 4척 중 4번함으로 1987년 바쿠(Baku) 함으로 취역했다. 하지만 소련 붕괴 뒤인 1990년 10월 4일 러시아의 어드미럴 코르슈코프 함으로 함명이 변경되었다. 1993년 운용이 중단되었으며 1995년 퇴역했다가 인도 해군 항공모함으로 재탄생했다.

R22 비라트(왼쪽)와 함대를 이뤄 항행 중인 R33 비크라마디티야 항공모함(오른쪽) <출처: 인도 해군>

1975년 취역해 1993년 퇴역한 키예프급 1번함 키예프(Kiev) 함은 중국에 매각되어 텐진(天津)시 해상 파크 플랫폼으로 활용 중이다. 1978년 퇴역해 1993년 퇴역한 2번함 민스크(Minsk) 함과 1982년 취역했다. 1993년 퇴역한 3번함 노보로시스크(Novorossiysk) 함은 1994년 11월 한국 민간기업인 ㈜영유통에 고철로 팔렸다. 민스크 함은 중국에 재매각되어 선전(深圳)시에서 해상 테마파크로 이용되고 있지만, 노보로시스크 함은 포항에서 고철로 분해되었다.

인도 해군은 비크라마디티야 함을 도입해 비라트 함을 대체하려고 했지만, 항공모함의 수리가 당초 예정했던 2008년에서 2013년까지 5년이나 더 뒤로 미뤄짐에 따라 계획을 바꾸었다. 항공모함 전력의 공백을 우려해 비라트 함의 퇴역을 늦추었다. 이에 따라 비라트 함은 2008년 8월~2009년 11월 뭄바이(Mumbai) 항의 코친(Cochin) 조선소에서 현대화를 위한 개수 작업이 이루어졌다. 비라트 함은 3년 뒤인 2012년 11월~2013년 7월 개수 작업을 한 차례 더 받았다. 이런 업그레이드를 거쳐 비라트 함의 예정 수명은 2020년까지 연장되었다.

2016년 7월 26일 비라트 항공모함이 퇴역을 위해 마지막 자력항행으로 뭄바이 항을 출항하고 있다. <출처: 인도 해군>

INS 비라트 항공모함 <출처: 미 해군>

제원

- 제작: 비커스-암스트롱 사(Vickers-Armstrongs Ltd.)
- 기공: 1944년 6월 21일
- 진수: 1953년 2월 16일
- 취역: 1959년 11월 25일
- 퇴역: 1984년 4월 12일(영국 해군에서 퇴역한 뒤 1986년 인도에 팔려 대대적인 개보수)
- 재취역: 1987년 5월 12일 인도 해군
- 최종퇴역: 2017년 3월 6일
- 만재배수량: 28,700톤
- 전장: 226.5m
- 선폭: 48.78m
- 흘수: 8.8m
- 추진기관: 파슨스(Parsons) 증기터빈 2기, 400psi(pound per square inch: 제곱인치당 파운드, 압력을 나타내는 국제단위) 용량의 보일러 4기, 출력 57Mw
- 최고속력: 28노트(시속 52km)
- 항속거리: 6,500해리[10,500km, 순항속도인 14노트(시속 26km)로 항해 시 기준]
- 무장:
  └ 스웨덴제 40mm 보퍼스 대공기관포 2문, 이스라엘제 바라크 1 함대공미사일 수직발사관 15문,             
  └ 소련제 2연장 AK-230 CIWS(Close-In Weapon System: 근접방어시스템) 2기(4문)
- 함재기: 영국 BAe 사의 시 해리어 FRS51 16대, 영국 웨스트랜드 시 킹 Mk.42B 또는 Mk.42C 헬기 4대, 인도 힌두스탄항공 사(HAL, Hindustan Aeronautics Limited)의 할 체타크[HAL Chetak: 프랑스 아에로스파시알(Aérospatiale) 사의 알루엣(Alouette) SA361 헬기의 인도 면허생산 버전] 2대와 할 드루브(HAL Dhruv: 인도 자체 개발 헬기) 4대 등 최대 26기의 함재기 운용


저자 소개

채수윤
영국에서 역사를 공부했다. 영국과 중국을 오가며 현대 중국학을 연구했다. 러시아와 발칸 지역을 비롯한 동유럽의 분쟁사와 대외 관계사, 서유럽 국가 지도자들의 위기관리 리더십, 중국 현대사를 중점적으로 연구해왔다. 중세와 근대, 현대의 분쟁사와 무기체계의 관계에 관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