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3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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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지속적인 개량으로 청출어람한 122mm 다연장 로켓

RM-70 다연장 로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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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70 밤피르 122mm 다연장 로켓 <출처: armadninoviny.cz>

개발의 역사

나라마다 독자 개발한 무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자신들이 속한 진영이나 동맹 체제에서 호환되는 무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호환은 주로 화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소총·기관총·박격포·견인포·자주포·로켓포의 구경(caliber)이 대표적이다. 옛 체코슬로바키아(현재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분리)를 포함하여 냉전 시기 바르샤바 조약국에 속했던 국가들은 소련이 채용한 무기를 도입하거나, 호환되는 다양한 무기를 개발했다.

이런 경향은 여러 발의 로켓탄을 한 지역에 퍼붓는 다연장 로켓(MLR, Multiple Launch Rocket)에서도 이어졌다. 소련 육군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카추샤(Katyusha)로 불리던 BM-13, BM-8 그리고 BM-31 트럭 탑재 다연장 로켓을 대량 운용하여 독일군에 막대한 피해를 줬고, 종전 이후 소련의 영향력에 들어간 국가들도 많은 양을 도입했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소련제와 호환되는 무기를 개발했는데, 체코슬로바키아는 130mm 구경의 BM-13 다연장 로켓 대신 자체 개발한 RM-51 다연장 로켓을 사용했다.

RM-51 다연장 로켓 <출처: (cc) Tourbillon at wikimedia.org>

하지만 카추샤 다연장 로켓은 사거리가 8km 정도로 짧아 적의 대응에 취약했다. 소련은 새로운 로켓 개발에 착수해, 1963년부터 122mm(정확하게는 122.4mm) 구경의 BM-21 그라드(Grad) 다연장 로켓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다른 공산권 국가들도 뒤따라 도입했다. BM-21은 5명의 조작 요원이 3분 안에 발사 준비를 마치고, 20초 안에 40발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길이 2.87m인 표준형 고폭파편탄(HE-FRAG)은 사거리가 20km이고, 이 밖에도 9M22U 고폭파편탄, 9M127 대전차 클러스터(cluster)탄, 9M521 고폭파편탄 등 다양한 종류의 로켓탄을 발사할 수 있다.

RM-70 다연장 로켓 <출처: Public Domain>

동구권 국가들 가운데서도 충실한 공업 기반으로 각종 자동차와 무기를 제작하던 체코슬로바키아는 BM-21와 로켓탄은 호환되지만, 소련제 장비의 야전 기동성과 방어능력을 향상시킨 자체적인 122mm 다연장 로켓 개발에 나서게 된다. 체코슬로바키아는 1897년부터 자동차를 만들던 오랜 전통의 타트라(Tatra)라는 자동차 회사가 개발한 트럭을 기반으로 1960년대 중반부터 라케토메트(Raketomet) vz.70 줄여서 RM-70으로 불리는 다연장 로켓을 개발하여 1970년부터 배치를 시작했다. 나토(NATO)는 RM-70이 1972년 체코슬로바키아 군사 퍼레이드에서 처음 목격되었기 때문에 M-1972로 분류하고 있다.


특징

소련제 BM-21은 우랄(Ural)-375D나 우랄-4320과 같은 6X6 트럭 차체를 사용해 야지 기동력은 뛰어났지만, 운용 요원 보호에 필요한 방탄 성능은 갖추지 못했고, 발사 후 재장전을 위해 늘 보급 차량이 필요했다.

RM-70은 타트라 T-813 8륜구동 트럭을 플랫폼으로 사용한다. <출처: Tatra Auto>

체코슬로바키아는 RM-70 다연장 로켓을 개발하면서 운반 플랫폼으로 병력·화물 운송, 야포 견인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한 타트라의 T-813 8X8 트럭을 채용했다. T-813 트럭은 공차중량 14톤, 탑재중량 8톤, 길이 8.8m, 폭 2.5m, 엔진은 250마력의 타트라 T930-3 디젤엔진을 사용하여 러시아제 BM-21에 사용된 트럭보다 뛰어난 성능을 지녔다. RM-70은 경사각 60%를 오를 수 있고, 높이 0.6m의 장애물을 극복할 수 있으며, 1.6m 너비의 참호를 극복할 수 있다. 또한 긴 차체 덕분에 추가 탄약을 적재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장애물 제거용 도저(dozer)가 설치된 슬로바키아군 RM-70 로켓 <출처: (cc) Jozef Kotulič at wikimedia.org>

T-813 트럭은 전륜 구동(all-wheel drive) 방식이며 험한 야지 극복에 필수적인 독립 서스펜션(independent suspension)을 갖추었고, 공기압 조절 장치로 지면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타이어의 공기압을 조절할 수 있었다. 차량 아래 범퍼에는 겨울철 작전을 위해 제설용 쟁기 또는 장애물 돌파용 도저 날(dozer blade)를 장착할 수 있다. 쟁기나 도저 날을 장착하면 가려지는 차량 헤드라이트를 보완하기 위해 운전석 중앙 상단에 조명을 추가로 장착할 수 있다.

RM-70 차량은 차체 전면의 운전자와 운용 병력이 탑승하는 운전석(cabin)이 소총탄이나 포탄 파편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기 위해 장갑으로 덮여 있다. 운전석 오른쪽 위에는 방어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7.62mm 기관총탑이 설치되었다. 운전석에는 운전수와 기관총 사수 외에 로켓 발사대 조작 요원이 탑승하는 공간이 있다.

운전석의 기관총 사수석 안쪽 모습 <출처: chmelar-diorama.cz>

RM-70에 사용된 차체 플랫폼에는 타트라 T-815도 포함된다. T-815 차체는 1983년부터 생산된 운전석이 장갑화되지 않은 RM-70/85 모델에 사용되었다. T-815 트럭은 공차중량 15톤, 탑재중량 15톤, 길이 9.36m, 폭 2.5m, 높이 3.65m로 크기가 커졌고, 엔진은 347마력의 타트라 T930-50 디젤엔진이 장착되었다. T-815 트럭은 슬로바키아가 개발한 다나(DANA) 152mm 차륜형 자주포의 플랫폼으로도 사용되었다. T-813과 T-815는 다연장 로켓 차량 외에 탄약운반차량으로도 채용되어 작전 시 함께 움직인다.

RM-70에 장전을 위해 122mm 로켓 신관을 장착하고 있는 체코 육군 <출처: 체코 육군>

RM-70의 로켓 발사관은 BM-21과 동일한 4열 10행(4X10) 구성으로 총 40발의 122mm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RM-70은 소련제 9M22와 9M28 로켓탄 외에 자국산 JROF, JROF-K, 고폭탄(HEAT) 자탄 63개를 지닌 트르노프니크(Trnovnik), PPMI-S1 대인지뢰 탑재형 쿠시(Kuš), PTMI-D 대전차지뢰 탑재형 크리즈나(Krizhna)-R 로켓탄 등을 발사할 수 있다. 각 로켓탄은 후방의 접이식 곡면형 날개(wrap around fin)로 비행 중 안정을 유지한다. 122mm 로켓탄은 탄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길이 3m, 중량 55~70kg, 탄두중량 18~22kg이며, 사거리는 평균 20km 정도다.

발사 각도를 조절 중인 체코 육군 <출처: 체코 육군>

로켓 발사관은 상하 부앙각 0도~50도, 좌우 180도 회전할 수 있으며, 발사각은 트럭 뒤편에 달린 조작장치로 조절한다. 로켓 장전은 수동으로도 가능하지만, 운전석 바로 뒤에 위치한 장전용 장비를 통해 반자동으로 2~3분 안에 이루어진다. 재장전 과정은 1) 빈 로켓 발사관이 180도 회전하고, 2) 장전용 로켓들이 담긴 포드(pod)가 약간 상승하여 발사대와 일직선으로 정렬되면, 3) 장전용 판이 움직여 로켓탄을 발사관 안으로 밀어넣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재장전용 탄약 적재 장비도 좌우 회전이 가능하며, 탄약 포드 장착에 유연성을 제공한다.

RM-70 로켓 발사관 조종 장비 <출처: chmelar-diorama.cz>

RM-70의 발사 준비에는 발사 준비에 2분 정도가 소요되며, 철수에는 3분 정도가 걸린다. 발사 조작은 차량 내부에서도 가능하지만, 발사통제장비에 연결된 케이블을 통해서 차량 외부에서도 가능하다.

비장갑형 RM-70/85 다연장 로켓은 지뢰 매설 차량이 합쳐진 Vz.92 크리잔(Križan) VMZ라는 파생형이 있다. 운전석이 장갑판으로 덮여 있는 Vz.92 크리잔 VMZ는 40발들이 로켓 발사관 뒤로 대인 및 대전차 지뢰 살포 장비를 장착하고 있다.

로켓 발사관에 재장전 중인 모습 <출처: stvgroup.cz>

RM-70 다연장 로켓은 몇 차례에 걸쳐 항법장비 교체, 신형 로켓탄 채용 등의 개량을 거쳤다.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가 체코 공화국과 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분리된 이후에는 슬로바키아가 개량을 주도했다. 슬로바키아는 2004년 나토 가입 이후 기존의 122mm 로켓탄과 함께 나토 회원국 사이의 무장 호환성 유지를 위해 미국제 M270 MLRS(Multiple Launch Rocket System)의 227mm 로켓탄 발사가 가능하도록 개량했다. 이 작업은 독일 국방부의 지원을 받았고, 227mm 로켓 통합과 사격통제장비 개량을 독일의 딜 BGT 디펜스(Diehl BGT Defence)가 실시했다.

RM-70 모듈러(Modular)라고 이름 붙여진 이 차량은 차체에 재장전용 크레인을 갖추고 있어 포드식으로 된 로켓을 쉽게 장전할 수 있었다. 동일한 발사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해 122mm 로켓 포드는 28발만 장착했고, 227mm 로켓은 6발을 장착했다. 운용 인원은 운용 자동화를 통해 3명으로 크게 줄였다.

122mm 로켓탄 포드(pod)를 탑재하고 있는 슬로바키아군 RM-70 모듈러 <출처: militaryimages.net>

슬로바키아보다 늦었지만, 체코도 국영 방위산업체를 통해 RM-70 개량을 시작했다. 현재 운용 중인 가장 최신 모델은 체코 엑스칼리버 아미(Excalibur Army)가 개발한 RM-70 밤피르(Vampir)인데, 타트라 T3C 엔진과 10 TS 201N 변속기를 장착한 타트라 T-815-7 트럭을 사용하고 있다. RM-70 밤피르는 운전석 시야 확보를 위해 넓은 방탄유리를 채용했다. 운전석 내부에는 탄도계산용 컴퓨터가 장착되어 빠른 사격 제원 산출이 가능하다.

슬로바키아군 RM-70 모듈러의 화력통제장비 <출처: 슬로바키아 국방부>

RM-70 밤피르는 중량 25톤, 최고속도 90km/h, 항속거리 1,000km이며, 컴퓨터화된 화력통제 시스템 채용으로 운용 인원을 4명으로 줄였다. 엑스칼리버 아미는 2017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IDEX 2017 국제방위산업 전시회에 타트라 포스(FORCE) 8X8 트럭을 사용한 수출 제안 모델인 RM-70 밤피르 4D를 출품했다.

인도네시아가 도입한 RM-70 밤피르의 화력통제 컴퓨터와 발사 스위치 <출처: indomiliter.com>

운용 현황

RM-70은 체코슬로바키아 외에도 많은 국가로 판매되었다. RM-70과 RM-70/85는 바르샤바 조약기구 (Warsaw Treaty Organization) 회원국에 판매되었지만, 냉전 종식 이후에는 앙골라, 가나 등 아프리카, 에콰도르, 우루과이 등 남미, 그리고 캄보디아, 스리랑카 등 동남아 국가로 판매되었다.

RM-70 265대를 운용하던 구 동독은 독일 통일 후 전량을 그리스에 공여했다. 최신형인 RM-70 밤피르는 아제르바이잔, 인도네시아에 판매되었다. 그러나 원 개발국인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된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 RM-70의 운명은 갈렸다. 체코에서는 2011년에 RM-70가 퇴역했고, 슬로바키아에서는 RM-70 모듈러가 소량 운용되고 있다.

RM-70을 발사하고 있는 인도네시아군 <출처: 인도네시아 국방부>

파생형

● RM-70: 기본 모델

RM-70 다연장 로켓 <출처: Public Domain>

● RM-70/85: 타트라 T815 트럭 기반 비장갑형 버전

폴란드 육군의 RM70/85 <출처: (cc) SuperTank17 at wikimedia.org>

● RM-70/85M: RM-70/85의 항법 및 조준 시스템 현대화 버전

● RM-70 모듈러(Modular): 독일-슬로바키아 합작으로 개발된 M270 MLRS 호환 버전

RM-70 모듈러와 RM-70 모듈러 MV 탄약운반차량 <출처: forum.valka.cz>

● Vz.92 크리잔(Križan) VMZ: 로켓 발사기 후방에 대인·대전차 지뢰 매설 장비 장착 공병차량

● RM-70 밤피르(Vampir): 타트라 T-815-7 트럭에 통합된 최신 버전

RM-70 밤피르 <출처: militerhankam.com>

● RM-70 밤피르(Vampir) 4D: 체코 엑스칼리버 아미(Excalibur Army)가 2017년 선보인 타트라 포스 8X8 트럭을 사용한 수출 제안 모델

체코 엑스칼리버 사가 해외에 제안 중인 RM-70 밤피르 4D 다연장 로켓 <출처: 타트라 트럭>

● LRSV-122 M-96 타이푼(Tajfun): 비장갑형 타트라 T-813 트럭에 로켓 발사관 32개를 장착한 크로아티아 버전

LRSV-122 M-96 타이푼 <출처: (cc) Ex13 at wikimedia.org>

제원(RM-70 기준)

- 구분: 자주식 다연장 로켓(Self-propelled multiple rocket launcher)
- 제작국: 체코슬로바키아(현재 체코 공화국과 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분리)
- 제작사: 체코슬로바키아 국영 무기공장[현재 체코 공화국: -엑스칼리버 아미(Excalibur Army) / 슬로바키아 공화국 : 델타 디펜스(Delta Defence)]
- 도입연도: 1970년
- 전장: 8.8m
- 전폭: 2.5m
- 전고: 2.9m
- 전투중량: 33.7톤
- 운용요원: 6명
- 구경: 122.4m
- 발사관수: 40개
- 최대사거리: 20km
- 차량: 타트라(Tatra) T813 콜로스(Kolos) 8X8 트럭
- 엔진: T-903-3 V-12 다중연료 디젤엔진 250마력
- 최고속도: 85km/h
- 항속거리: 400km
- 대당가격: 85만 달러(RM-70/85M), 90만 달러(RM-70 Modular)


저자 소개

최현호 | 군사 칼럼니스트
오랫동안 군사 매니아로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무기 및 방위산업 관련 정보를 입수해왔고, 2013년부터 군사커뮤니티 밀리돔(milidom)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다.현재 방위산업진흥회 <국방과 기술>, 국방홍보원 <국방저널> 등에 컬럼을 연재하고 있고, 기타 매체들에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