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1.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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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최강 해군의 상징

니미츠급 항공모함 개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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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서던 워치 작전(Operation Southern Watch) 당시의 CVN-72 에이브러햄 링컨 <출처: PM3 Class Jordon R. Beesley / 미 해군>

개발의 역사

생각보다 오래된 뿌리

미국은 최초로 항공모함을 개발한 나라는 아니지만 가장 많이 만들고 운용하면서 이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나라다. 2017년 현재 미국 이외의 국가들이 보유한 모든 항공모함과 강습상륙함을 합하더라도 함재기 운용 능력이 대략 미국의 3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니 그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니미츠(Nimitz)급 항공모함은 바로 이러한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국 해군의 상징이다.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지금까지 존재한 전 세계의 모든 항공모함 모델 중에서 가장 오랫동안 주력으로 활약했고, 또한 앞으로도 그만큼 활약을 더 펼칠 예정이다. 또한 수적으로도 제2차 대전이라는 특수한 시대상을 배경으로 양산된 에식스(Essex)급 항공모함 다음으로 많이 제작되었다. 한마디로 항공모함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기원을 찾으려면 좀 더 멀리까지 올라가야 한다.

최후의 제2차 세계대전 형 항공모함인 CV-41 미드웨이(Midway)(현대화 개장된 이후의 모습). 하지만 미국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규모의 항공모함 획득에 나섰다. <출처: PH1 GALEN WALKER / 미 국방부>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바다의 주인공은 함포의 사정권 밖에서 날아가 공격을 가할 수 있는 항공모함으로 바뀌었다. 태평양 전쟁의 시작을 알린 진주만 급습(Attack on Pearl Harbor), 변곡점이 되었던 미드웨이 해전(Battle of Midway), 그리고 일본의 패망에 결정타를 날린 레이테 만 해전(Battle of Leyte Gulf) 모두가 항공모함에 의해 승패가 결정 난 대표적인 전투들이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전쟁 전 7척에 불과했던 미국의 항공모함 전력은 종전 시점에 이르러 에식스급 항공모함만도 22척에 이르렀다.

오히려 미국은 1970년대 중반까지 활약했을 정도로 나름대로 성능이 좋았던 에식스급 항공모함에 만족하지 않고 전쟁 중 배수량이 30퍼센트 정도 늘어난 미드웨이(Midway)급 항공모함의 제작에도 착수했을 만큼, 더 좋은 항공모함의 보유에 대한 집념이 대단했다. 그런데 정작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에 위상이 급전직하했다. 대대적인 감군이 있기도 했지만, 핵폭탄이 실용화되면서 벌어진 현상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열린 슈퍼캐리어의 시대

앞으로의 전쟁은 엄청난 희생을 감내하며 전선에서 밀고 당길 필요 없이 폭격기로 적의 요충지에 핵폭탄만 투하하면 쉽게 끝낼 수 있다고 맹신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슈퍼캐리어(super carrier)의 효시가 될 수 있었던 차세대 항공모함 CVA-58 유나이티드 스테이츠(United States)가 해군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건조에 착수한 지 불과 5일 만에 전격 취소되기도 했다.

건조에 착수한 지 5일 만에 제작이 취소된 CVA-58 유나이티드 스테이츠의 상상도 <출처: Bruno Figallo / 미 해군>

하지만 1949년 소련의 핵폭탄 개발 성공과 뒤이어 발발한 한국전쟁은 미국이 전략을 다시 수정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상대도 가지게 된 이후부터 핵폭탄은 오히려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무기가 되었고, 항공모함은 해외 교전 지역에 참전할 때 여전히 매력적인 전력 투사 수단임이 확인된 것이었다. 게다가 제트 시대에 들어서고 미 해군의 작전 구역이 전 지구적으로 바뀌면서 한번 좌절된 슈퍼캐리어의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그렇게 해서 1955년에 초도함이 실전 배치되면서 본격적인 슈퍼캐리어의 시대를 개막한 것이 포레스탈(Forrestal)급 항공모함이다. 포레스탈 항공모함은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직계 조상이라 할 수 있다. 여러 문제점이 있어서 이를 보완한 키티호크(Kitty Hawk)급 항공모함이 곧바로 등장하게 되었지만, 포레스탈급 항공모함이 채택한 갑판, 사출기, 엘리베이터, 데크 등을 비롯한 기본적인 구조는 최신예 제럴드 포드(Gerald R. Ford)급 항공모함까지 이어진다.

최초의 슈퍼캐리어인 CV-59 포레스탈. 포레스탈급 항공모함에 적용된 기본적인 구조는 최신형 제럴드 포드급 항공모함에도 적용되고 있다. <출처: 미 해군>

새로운 동력을 사용하다

포레스탈급 항공모함은 최후의 제2차 세계대전 형 항공모함이었던 미드웨이급 항공모함보다도 만재배수량이 10,000톤, 갑판 길이가 30미터가 더 나갔다. 따라서 운용과 동시에 이런 거대한 군함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이 다각도로 연구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핵 추진이었다. 이론적으로 핵 추진은 연료의 재보급과 작전 능력 확대 측면에서 뛰어났지만 재래식 동력함에 비해 70퍼센트가 더 나가는 엄청난 건조비가 문제였다.

최초의 핵 추진 항공모함인 CVN-65 엔터프라이즈. 엄청난 건조비에도 불구하고 작전 효율이 뛰어남이 입증되어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탄생을 이끌었다. <출처: PO1 Todd Cichonowicz / 미 해군>

그래서 4척으로 예정된 키티호크급 항공모함 중 1척만 시험 삼아 핵 추진으로 제작에 나섰다. 그것이 바로 항공모함의 역사를 새롭게 개척한 CVN-65 엔터프라이즈(Enterprise)다. 이후 실전에 투입하여 운용해본 결과 핵 추진 방식이 비록 건조비는 비싸지만 작전 효율 측면에서 대단히 뛰어나다고 결론 내리고 1970년대부터 실전 배치될 새로운 항공모함을 핵 추진으로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초도함인 CVN-68의 함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태평양 방면 최고사령관으로 전쟁을 승리로 이끈 체스터 니미츠(Chester W. Nimitz) 제독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고, 1968년 건조를 시작하여 1972년 진수 후 각종 시험을 거쳐 1975년 실전 배치되었다. 획득 비용은 1961년 취역한 엔터프라이즈의 4억 5,000만 달러보다 무려 네 배나 비싼 18억 달러로, 물가 수준을 감안해도 대략 두 배 정도가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초도함인 CVN-68 니미츠. 제2차 세계대전의 명장 체스터 니미츠 제독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출처: 미 해군>

앞으로도 계속 주력을 담당하다

아무리 효율이 재래식 동력함보다 좋다지만 사실 미 해군도 쉽게 획득하기 힘들 만큼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고가의 무기다. 전작인 엔터프라이즈조차도 예상보다 건조비가 너무 많이 들어 후속한 2척의 항공모함을 다시 재래식 동력함으로 만들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그렇게 계속 제작을 주저하게 만들었던 엔터프라이즈보다도 비싼 군함이다. 거기에다가 연간 유지비용도 3억 달러 이상일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X-47B 실험기를 탑재하고 항해 중인 CVN-75 해리 S. 트루먼(Harry S. Truman) <출처: MCS3 Kristina Young / 미 해군>

대개 군함은 여유가 있다면 동급함을 동시에 혹은 최대한 짧은 기간에 순차적으로 건조하는 것이 제작 및 획득 비용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다. 전시에 생산된 에식스급은 제외하더라도 포레스탈급이 4년 동안 4척, 키티호크급이 엔터프라이즈를 포함하여 7년 동안 5척이 건조되었다. 반면 니미츠급은 34년 동안 10척이 건조되었는데, 현대 해군사에서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제작된 단일 주력함은 아직 없다.

34년 동안 10척이 건조되면서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세부적으로는 각 함마다 차이가 있다. 사실 30년은 같은 자재를 구하기도 힘들 정도로 긴 시간이어서 더 좋게 개량이 이루어지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 그래서 세부적으로 형식을 나누어 중기형인 CVN-71부터 CVN-75까지 5척을 시어도어 루즈벨트(Theodore Roosevelt)급(Theodore Roosevelt)으로, 후기형인 CVN-76부터 CVN-77까지 2척은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급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순양함 CG-65 초신(Chosin)[장진호 전투 당시 미군이 일본어 지명 기반의 지도를 사용한 탓에 장진(長津)을 일본어 발음인 초신으로 읽고 표기한 데서 유래]의 호위를 받으며 항해 중인 CVN-71 시어도어 루즈벨트. 대대적인 개량이 이루어진 중기형 니미츠급 항공모함이다. <출처: Public Domain>

그럼에도 세계 최강 해군의 주력함이 그 정도로 오랫동안 하나의 플랫폼을 유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기본이 좋다는 의미다. 최종작인 CVN-77 조지 부시(George H. W. Bush) 함이 2059년까지 활약할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무려 80년 가까이 주력함으로 활약을 펼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미래의 모습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단지 그럴 예정이라는 점만으로도 니미츠급 항공모함은 대단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 다음 회에 니미츠급 항공모함의 특징과 운용 현황, 그리고 초기형, 중기형, 후기형에 대한 설명이 계속됩니다.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