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10.30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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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3.5세대 전차의 시대를 연 선구자

AMX-56 르클레르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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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X-56 르클레르 전차 <출처: (cc) Rama at wikimedia.org>

개발의 역사

프랑스는 1970년대 말부터 기존 AMX-30을 후속할 제3세대 전차 개발에 착수했다. 전 세계 관계자들이 모여 스펙을 정의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까지 벌어진 여러 국지전들의 결과를 바탕으로 개발이 시작되어 1980년대 말부터 본격적으로 배치된 각국의 새로운 주력전차를 이른바 제3세대 전차라고 한다. 당연히 이전 전차와 비교해 많은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성능 향상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새로운 여러 기술이 필요하게 되면서 신예 전차의 개발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는데,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미국과 함께 추진하던 MBT-70이 무산되면서 새로운 주력전차 사업에 애를 먹던 서독에게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이를 서독이 받아들여 프랑스에서는 ‘나폴레옹 1(Napoléon I)’으로, 독일에서는 ‘캄프판처 3(Kampfpanzer III)’로 명명된 프로젝트가 1980년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여러 문제로 양측의 의견이 대립되면서 불과 2년 만인 1982년에 사업이 폐기되었다. 결국 프랑스는 EPC(Engin Principal de Combat: 주력전차)로 명명된 별개의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1986년 1월에 시제차량(prototype)을 완성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유프랑스군 제2기갑사단을 이끌고 파리 해방에 앞장선 르클레르(Philippe Leclerc de Hauteclocque) 장군의 이름을 따서 전차의 이름을 AMX-56 르클레르(Leclerc)로 정했을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시제차량의 본격 실험이 1990년에서야 시작되었을 만큼 양산에 이르기까지의 진행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었다. 기술 개발에 여러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프랑스의 경제 상황이 좋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경제 문제는 냉전의 종식과 더불어 르클레르가 애초 계획된 수량만큼 양산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대신 AMX-30이 계속 사용되도록 만든 결정적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르클레르는 1993년부터 실전에 배치되었는데, 이는 경쟁작인 미국의 M1, 독일의 레오파르트(Leopard) 2, 영국의 챌린저(Challenger) 1, 소련의 T-80 등에 비하면 최소 10년 정도가 늦은 행보였다. 그런데 벤치마킹할 대상이 많고 그사이에 전자 분야처럼 비약적으로 발전한 기술을 사용하면서 후발 주자로서의 이점을 누리기도 했다. 그래서 르클레르를 기존 제3세대 전차들보다 진보된 최초의 3.5세대 전차라고 평가한다.

르클레르 전차의 기동 장면 <출처: (cc) Daniel Steger at wikimedia.org>

특징

르클레르의 장갑은 자체 위에 모듈식으로 끼워넣은 형태여서 유지 보수가 편리하고 필요에 따라 방어력을 쉽게 증가시킬 수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장갑의 정확한 재질이나 성능에 대해서는 공표된 것이 없다. 다만 경쟁 전차보다 상대적으로 중량이 적게 나가는 점을 고려한다면 방어력이 상당히 강화된 장갑임을 추측할 수 있다.

르클레르는 최초로 자동장전장치를 채용한 서방 전차 중 하나다. 포수가 탄종을 선택하면 가장 가까이 적재된 해당 탄약이 컨베이어에 실려 장전 위치로 옮겨진 후 분당 최대 15발까지 발사가 가능하다. 이처럼 장전 및 발사속도도 향상되었지만 장전수가 필요 없기에 내부 공간을 좀 더 컴팩트하게 설계할 수 있었고, 이는 이전에 등장한 경쟁 전차에 비해 중량을 좀 더 가볍게 만든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르클레르 전차의 정면 모습 <출처: (cc) Rama at wikimedia.org>

120mm 구경의 CN120-26 활강포는 프랑스 국내에서 개발한 것으로 NATO 표준탄을 사용할 수도 있지만 44구경장인 경쟁 전차들의 주포보다 더 긴 52구경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55구경장 주포를 장착한 레오파르트 2A6가 등장하기 전까지 르클레르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전차였다. 다이렉트식 사격통제장치(FCS, Fire Control System), 적외선장치, 그리고 레이저 측정기 등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교전이 가능하다.

52구경장 CN120-26 활강포의 포구 <출처: (cc) David Monniaux at wikimedia.org>

특히 르클레르는 시대를 선도했다는 평가를 듣는 향상된 전자·통신 시스템으로 유명하다. 공격, 방어, 조종 등의 장치에 각각 별도로 작업이 가능한 마이크로프로세서가 탑재된 분산처리 방식이어서 작동 속도가 빠르다. 또한 오늘날 최신 전차에 당연시되는 데이터 링크(data link) 기능이 최초로 탑재되어 함께 작전을 펼치는 다른 전차들은 물론 주변 부대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최적의 상태에서 전투를 치를 수 있다.

SACM V8X 엔진은 8기통이어서 배기량이 레오파르트 2에 탑재된 MTU MB873 엔진의 35% 정도에 불과하나, 가스터빈엔진 효과를 발휘하는 하이퍼바(Hyperbar) 과급기를 사용해 여타 경쟁 전차 못지않은 1,500마력의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연료 소모가 많고 파워팩(powerpack)이 컴팩트하고 정밀하게 제작되어 고장이 발생했을 경우 야전에서 수리가 불가능한 점 등은 약점이다.

디지털화된 포수석 <출처: (cc) Rama at wikimedia.org>

운용 현황

최초에는 프랑스 내수만도 기존 AMX-30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1,400대였으나, 냉전 종식에 따른 군비 축소와 경제 상황 악화로 말미암아 2008년 426대를 마지막으로 생산이 종료되었다. 해외 판매도 1993년 아랍에미리트(UAE)에 판매한 훈련용 및 구난용 46대를 포함한 434대를 제외하고 모두 실패했다. 늦게 등장하면서 성능은 좋았지만 시장 대부분을 레오파르트 2를 비롯한 다른 전차들에게 선점당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프랑스군은 코소보, 레바논 같은 분쟁 지역의 평화유지군용으로 르클레르 전차를 파견했으나, 실제 교전은 2015년 예멘 내전에 참전한 아랍에미리트군이 먼저 치렀다. 비록 기갑전 같은 대규모 전투는 아니었지만, 70여 대가 후티(Houthis) 반군 제거 작전에 투입되어 3대가 9M113 대전차미사일을 포함한 각종 대전차무기에 손상을 입고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완전히 격파된 전차가 없어 뛰어난 방어력을 입증했다.

아랍에미리트(UAE) 공급형. 아랍에미리트는 프랑스보다 많은 수량을 운용하고 실제 전투도 먼저 치렀다. <출처: Rolls-Royce Power Systems AG>

변형 및 파생형

● 르클레르 시리즈 1: 초도 양산형으로 총 132대 생산

● 르클레르 시리즈 2: 새로운 NBC 시스템, 열상장치 등을 장착한 개량형으로 총 178대 생산

● 르클레르 시리즈 XXI: 새로운 복합장갑키트인 AZUR(Action en Zone Urbaine), 레이저 거리측정기 등을 장착한 개량형으로 총 66대 생산

장애물 돌파 시험 중인 르클레르 시리즈 XXI <출처: (cc) Daniel Steger at wikimedia.org>

제원(르클레르 시리즈 XXI)

- 생산업체: GIAT[현 넥스터(Nexter)]
- 도입연도: 1993년
- 중량: 57.4톤
- 전장: 9.87m
- 전폭: 3.60m
- 전고: 2.53m
- 장갑: 모듈식 복합장갑
- 무장:
  └ 120mm GIAT CN120-26/52 활강포 × 1
  └ 12.7mm M2HB 중기관총 × 1 
  └ 7.62mm 기관총 × 1
- 엔진: SACM V8X 디젤엔진 1,500마력(1,100kW)
- 추력대비중량: 27.52마력/톤
- 서스펜션: 수기압
- 항속거리: 약 550km
- 최고속도: 72km/h
- 대당 가격: 104,304,000프랑(1993년)
- 양산 대수: 862대

AMX-56 르클레르 XXI 전차 <출처: Public Domain>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