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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체코는 애초에 공업국가이면서도 특히나 군수산업이 잘 발달되어 무기가 주요한 수출품이었다. 보헤미아(Bohemia)와 모라비아(Moravia)는 오랜 기간 총기 생산의 중심지였고, 독일 마우저(Mauser) 사의 하청 생산을 맡는가 하면, 많은 총기를 자체 생산하기도 했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의 주력이던 브렌(Bren) 경기관총은 체코 프라하의 CZ 조병창에서 만든 ZB vz. 26을 개조해 만들었을 정도로 체코의 총기는 유명했다.

체코 총기산업의 핵심은 체스카 즈브로요브카(Česká Zbrojovka, CZ)라는 총기회사였다. 1930년대 중반 독일이 재무장하면서 주변국을 위협하자, 체코슬로바키아 공화국은 독일 국경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조병창을 세우도록 했다. 그래서 1936년 6월 27일, 이전 결정으로부터 약 16주 만에 소도시인 우헤르스키 브로트(Uherský Brod)에 CZUB(Česká zbrojovka Uherský Brod)가 개설되었다. 그럼에도 체코는 결국 나치에게 점령당했고, 결국 나치의 총기를 생산하는 수모를 겪게 되었다. 그러나 CZUB가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체코가 공산화된 이후였다.

대부분의 공산권 국가들이 소련의 AK-47 소총을 면허생산할 때, 체코만은 자국산 Vz 58 소총을 생산하여 사용해왔다. 오히려 소련보다 총기 생산의 기반이 단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체코의 소화기 국산화에는 코우츠키(Koucký) 형제가 있었다. 전후에 CZ에서 생산한 대부분의 총기 설계는 코우츠키 형제의 손을 거쳐서 완성되었다. 이들이 설계한 총기에는 ZKK, ZKM, ZKP, ZKR 등의 설계명(K는 Koucký의 약자)이 붙을 정도였다.

한편 1969년 CZ는 완전히 혁신적인 9mm 자동권총을 개발한다는 야심 찬 계획 하에 새로운 권총 개발에 나섰다. 이를 위해 당시 갓 은퇴해 있던 코우츠키 형제의 동생 프란티셱 코우츠키(František Koucký)를 설계책임자로 불러들였다. 프란티셱은 이번에도 형인 요세프(Josef Koucký)와 작업을 했지만, 설계는 자신이 주도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체코와 소련을 포함하는 동구권에서는 권총탄으로 9mm 파라블럼(Parabellum)탄이 아니라 9x18mm 마카로프(Makarov)탄을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즉, 새로 개발할 권총은 동구권이 아니라 서구권이나 제3세계 수출을 목표로 만든 것이었다. 기존에 CZ가 생산하던 권총은 혁신적인 롤러록킹(roller-locking) 방식을 채용하는 등 나름대로 독특한 권총이었지만, 생산단가도 비싸고 무엇보다도 7.62mm 권총탄을 사용하여 수출시장에서 전혀 인기를 끌 수 없었다.

설계책임자인 프란티셱 코우츠키는 엄밀히 말하면 회사에 재고용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컨설턴트로서 새로운 권총을 개발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었다. 그는 회사의 설계 전통에서 벗어나 역사 속의 총기들을 살펴보고 기초부터 새롭게 총기를 설계했다. 새로 개발한 권총은 정확성으로 인기 높던 시그(SIG) P210과 대용량 권총의 시발주자인 브라우닝 하이파워(Browning Hi-Power)의 장점만을 골라서 만들었다. 15발 이상 장탄할 수 있는 9mm 더블액션(double-action) 자동권총을 총칭하는 ‘원더 나인(Wonder Nines)’ 시대를 본격적으로 연 것이 바로 이 새로운 권총이었다. 새 권총은 1975년에 완성되어 CZ 75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CZ 75는 1976년부터 발매되었다. 값싼 토카레프(Tokarev)와 마카로프(Makarov) 권총을 쉽게 구할 수 있던 공산권에서 CZ 75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했고, 소련의 스페츠나츠(Spetsnaz)가 일부 구매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애초에 목표로 삼았던 독일과 유럽 등지에서는 팔리면서 점차 명성을 쌓아나갔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당대 최고의 명총을 뛰어넘는 정확성에다가 엄청난 장탄수까지 갖춰 CZ 75는 권총시장에서 대박의 조짐이 보였다.

그러나 막상 수출에 시동을 걸려는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 우선 이 권총은 개발 사실 자체가 비밀이어서, 특허 사실조차도 비밀이었다. 또한 바르샤바 조약기구의 방침에 의해 CZ 사나 코우츠키 본인은 동구권 이외에 특허를 출원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게다가 세계 최대의 총기시장인 미국은 공산권에서 총기를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었다. 정작 세계 최고 수준의 권총을 만들어놓고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러한 CZ의 딜레마는 다른 총기회사들에게는 기회였다. 이에 따라 이탈리아, 터키, 스위스, 이스라엘, 필리핀, 중국 등의 국가에서 CZ 75의 복제판이 무더기로 등장했다. 심지어는 미국에서조차 CZ 75의 복제판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탈리아 탄포글리오(Tanfoglio) 사의 TZ-75로, TZ-75는 복제판이라기보다는 성능을 나름 개선하여 발전시킨 파생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1970년대 중·후반에는 미국에서도 유명 총기전문가인 제프 쿠퍼(Jeff Cooper)가 CZ 75를 호평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그런데 수입금지조치로 막상 CZ 사 제품을 구하지 못하자 스프링필드 아모리(Springfield Armory)나 EAA(European American Armory) 같은 회사들이 복제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한 CZ 75를 바탕으로 하는 총기들도 속속 등장했다. 이스라엘 IMI 사는 CZ 75를 자국의 맥락에서 해석하여 제리코(Jericho) 941 권총을 만들었으며, 강력한 10mm 오토(Auto) 탄환을 채용한 브렌 텐(Bren Ten)과 같은 권총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심지어 북한에서도 CZ 75를 복제한 ‘백두산’ 권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CZ 75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 자국에서조차 판매가 금지되었던 CZ 75는 우선 스포츠 사격용으로 인가되면서 1985년부터 자국 판매가 시작되었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이후에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벨벳 혁명(velvet revolution)이 일어나 공산 정권이 무너졌다. 민주적 정권이 들어서면서 서구의 경제제재가 완화되자 CZ 75는 1993년부터 정식으로 미국 시장에 입성했다. 또한 과거에는 공산권의 무기체계를 통합하느라 CZ 52나 CZ 82 권총 등을 사용했으나, 공산 정권 붕괴 후에는 CZ 75를 새로운 군용·경찰용 제식권총으로 채용했다. 새로운 시기의 요구에 맞게 CZ는 CZ 85나 CZ 75B 등의 모델을 선보이면서 계속 성능을 개선해나갔다.

CZ 75는 2000년대 들어서도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춰나가기 위해 진화를 계속했다. 우선 시리즈 최초로 피카티니 레일(Picatinny rail)을 장착한 컴팩트 모델인 CZ 75 P-01이 2001년에 발매되었으며, 2003년에는 NATO 규격시험을 통과하여 CZ 75 가운데 최초로 NSN 번호를 획득했다. P-01은 CZ 75에 이어 체코 국립 경찰의 제식총기로 채용되었다. P-01을 제식권총 크기로 늘린 SP-01은 2005년 10월 발매되었다.

한편 CZ 75를 글록과 같은 폴리머 권총으로 재탄생시키려는 노력도 결실을 맺었다. 2009년 CZ는 CZ 75 P-07이라는 권총을 내놓았다. P-01처럼 컴팩트 사이즈의 권총으로, 무게는 약 100g 정도 줄어들었다. 한편 2013년에는 P-07의 크기를 제식권총으로 키운 CZ 75 P-09가 등장했다. P-09는 무려 19발의 장탄수를 자랑하며 택티컬(Tactical)용 권총으로서는 최고의 확장성을 자랑하면서 CZ 75의 현대적 재해석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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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CZ 75는 쇼트 리코일(short recoil) 작동방식의 권총으로, 브라우닝 하이파워의 캠(cam)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방아쇠와 해머의 작동방식은 더블액션/싱글액션(double-action/single-action) 방식으로, 방아쇠를 당기면 더블액션 리볼버처럼 해머가 뒤로 젖혀졌다가 공이를 때린다. 해머는 초기형에서는 스퍼(spur) 방식이었지만, 후기형 CZ 75B 모델부터는 끝부분이 둥그렇게 가다듬어진 ‘컴뱃 해머(combat hammer)’를 채용했다. 또한 1911 권총과 같은 싱글액션 권총처럼 ‘콕트 & 록트(cocked & locked)’ 휴대상태, 즉 해머를 젖혀놓은 상태로 안전장치를 걸어서 언제나 사격이 가능한 상태로 둘 수 있다. 방아쇠 무게는 더블액션에서 8.5~9파운드, 싱글액션에서는 4~4.5파운드 정도에 이르며, 당기는 감각이 매우 부드러워 정확한 사격을 돕는 것으로 유명하다.

CZ 75는 더블액션 권총임에도 디코킹 레버(decocking lever)가 장착되지 않았다. 게다가 CZ 75의 초기형은 공이차단장치(firing pin block)가 없고 일부 생산분에서는 아예 해프콕(half cock) 기능조차 제거되어, 초탄을 더블액션 상태로 두다가 오발이 날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CZ 75B형부터는 공이차단장치를 장착해 안전성을 높였다. 또한 CZ 75 BD 모델의 경우에는 아예 안전장치를 디코킹 레버로 교체했다. 조준장치의 경우, 1970년대 등장한 모델도 적절한 크기로 만들어져 시인성(視認性)이 높다. CZ 75B 모델부터는 가늠쇠·가늠자의 크기가 커졌으며, 시인성이 높은 3도트 시스템으로 교체되었다. 기본 제식 모델은 조준장(sight radius)이 6.1인치로 정확한 조준에 도움을 준다.

CZ 75는 높은 명중률로 유명한데, 이는 역시 슬라이드의 프로파일 때문이다. 슬라이드는 상대적으로 높이가 낮게 만들어졌으며, 프레임 안쪽으로 슬라이드가 물리도록 되어 있어 유격이 적다. 이러한 설계방식은 정확도가 높기로 유명한 시그 P210에 쓰였던 것으로, CZ 75도 이를 그대로 차용해왔다. 해머 뭉치도 핀 하나만 빼면 프레임에서 곧바로 제거할 수 있어 정비성이 높다. 이것도 역시 토카레프 TT-33과 시그 P210의 특징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총열은 콜드 포징(cold forging: 냉각 단조)으로 만들어졌는데, 총열의 강선(barrel twist)은 6조 우선(RH, Right Hand)에 1:9.7(9.7인치당 1회전)로 권총치고는 회전율이 빠른 편이다.

초기 모델들은 쇳덩어리를 절삭하여 슬라이드와 프레임을 만들었는데, 생산에 너무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갔다. 결국은 정밀주조를 통해 만들어야만 했는데, 당시 체코의 기술력으로는 이 또한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스페인으로부터 정밀주조된 부품을 들여와 생산했다가, 결국 나중에는 체코에서 정밀주조 기술을 완성하여 완전한 국내 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초기에 절삭으로 만든 모델들은 후기의 정밀주조 모델들과 외형상 차이가 있다.

탄창의 형태는 브라우닝 하이파워의 것을 그대로 차용했지만, 초기형은 15발을 수납할 수 있어 소위 ‘원더 나인’의 기준을 세웠다. 현재는 17발들이 탄창이 사용된다. 대용량 탄창임에도 불구하고 권총 손잡이는 남녀 공히 편안히 잡을 수 있도록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었다. 탄창멈치는 버튼 방식으로 방아쇠울 끝단 왼편에 장착되어 현대적인 권총의 기준에 따르고 있다. 컴팩트 모델은 장탄수가 2발 적은 13발 탄창을 사용하며, 45구경 탄환을 사용하는 CZ 97은 10발을 장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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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의 분해 및 소제 방법

CZ 75의 분해 방법은 여느 총기처럼 단순하다. 우선 슬라이드를 정상적인 상태로 두고, 슬라이드 멈치를 분리하기 위해 슬라이드를 살짝 민다. 이때 편리하게도 CZ 75의 슬라이드와 프레임에는 수직으로 눈금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 눈금을 맞춘 상태에서 슬라이드 멈치를 반대편에서 누르면 손쉽게 빠진다. 그리고 나서 슬라이드를 위로 힘을 준 상태에서 뒤로 당기면 슬라이드가 프레임에서 분리되어 금세 빠진다. 이후에는 슬라이드에서 스프링가이드를 먼저 뺀 후에 총열을 제거하면 분해가 완성된다.

이렇게 분해한 총기를 소제(掃除)할 때는 특히 총열과 피드 램프(feed ramp), 슬라이드와 프레임의 레일 결합 부분, 차개의 뒤쪽, 그리고 해머 시어 부근처럼 탄매(탄환 발사 후 추진장약이 타고 남은 찌꺼기)가 많이 쌓이는 부분들을 깨끗이 닦아줘야 한다. 총기 오일(세정유)은 총열 위쪽과 슬라이드·프레임의 레일 결합부에만 살짝 도포하면 된다. 총기 소제 후 결합은 분해의 역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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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군사전문가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에서 군사전략을 공부했고, 줄곧 국방 분야에 종사해왔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컨설팅과 교육, 훈련을 제공하는 민간군사서비스(PrivateMilitary Service) 기업인 AWIC(주)의 대표이사다. 또한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이자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자문위원,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으로 우리 국방의 나아갈 길에 대한 왕성한 정책제안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