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9.2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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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에 맞춰 개발한 본격적인 첫 국산 장갑차

K200 장갑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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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기지방어훈련에 투입된 K200 장갑차 <출처: 미 국방부>

개발의 역사

1945년 태평양 전쟁의 종결과 일제 패망 후 창군한 대한민국 국군은 불과 5년 만에 빈약한 무장 상태로 6·25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하여 크고 작게 발생하는 분쟁이 또 다른 전쟁으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한 미국 정부는 건국 후 항공기나 전차를 비롯한 중화기를 거의 공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군은 개전 초반 북한군의 기갑 전력에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은 군원 물자로 M3A1 반궤도식 장갑차를 공여했고, 이것이 대한민국 국군의 첫 장갑차가 되었다.

국군 최초의 장갑차는 M3A1 반궤도식 장갑차였다. 사진은 6•25전쟁 당시 캐나다 군의 M3A1 <출처: Public Domain>

이후 국군은 베트남 전쟁에 참전하면서 미군으로부터 M113A1 장궤식 장갑차도 공여 받았으나, 1968년 1·21 청와대 기습 사건을 비롯해 울진·삼척 사건 등이 연달아 발생하자 후방지역으로 침투하는 북한군 특작부대를 상대할 도심 전투용 장갑차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군은 이탈리아의 피아트(Fiat) 6614 장갑차를 면허생산을 통해 KM-900이라는 제식번호로 도입했고, 국방과학연구소(ADD)는 6614 장갑차를 도입하면서 축적한 기술을 일부 활용하여 독자적인 장갑차를 개발했지만, 1980년대의 대(對) 간첩작전 교리가 변화함에 따라 형상이 맞지 않게 되어 소량 생산 후 양산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앞서 베트남 전쟁 시기에 도입한 M113A1의 도태 시기가 다가오면서 대체 장갑차 소요가 발생하자, 이를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한 장갑차로 대체하기 위한 ‘두꺼비 사업’이 1981년에 발주되어 대우중공업과 국방과학연구소가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군이 M113A1의 후속 장갑차를 국산화하려 한다는 소식을 들은 M113A1의 제작사인 FMC(Food Machinery Corporation) 사는 파격적인 수준으로 가격을 낮춰 M113A1/A2를 대당 7만 7,000달러까지 제시했다. 이 때문에 가격도 높은 데다 검증도 되지 않은 신형 차량을 개발해서 도입하기보다는 M113A1을 도입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볼 때 국산 기술과 개발 노하우를 축적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두꺼비 사업은 당초 계획대로 계속 진행되었다.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하면서 M113의 창 정비를 담당해왔던 대우중공업이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개발을 주도했다. K200의 개발은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단종될 때까지 약 2,500대 이상이 양산되어 본격적인 국군 현대화에 크게 기여했다. 대우중공업은 이후 K200의 개발 경험과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를 실시한 K200A1과 다양한 필요 소요에 맞춘 파생형도 개발했다.

20사단에서 기동 중인 K200 시제차량 <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K200은 개발에 참여한 업체들이 선진국의 다양한 구성품을 면허 생산하면서 기술 노하우를 축적했다는 점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두산은 K200 사업을 위해 독일 MAN 사의 D2848T를 면허 생산했고, S&T 중공업은 앨리슨(Allison) 사의 트랜스미션(transmission)인 X200-5D 기어 박스(gear box)를 면허 생산하면서 각각 관련 분야의 노하우를 쌓았다. 이들 기술은 훗날 차기 장갑차인 K21 생산에 활용되었으며, 이렇게 탄생한 K200은 대한민국 육군, 공군, 해병대까지 3군이 사용하여 군 전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K200은 면허생산을 넘어 한국의 자체적인 기술로 제작한 장갑차라는 면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 또한 이렇게 쌓인 설계 기술은 이전에 도입된 M113, 이후 불곰사업으로 도입된 러시아제 BMP-3의 운용 노하우 등과 합쳐지면서 본격적인 한국형 보병전투차(IFV, Infantry Fighting Vehicle)인 K21 장갑차의 개발로 이어지게 된다.


특징

통상 장갑차는 보병전투차(IFV)와 보병수송차(APC, Armored Personnel Carrier)의 구분 외에도 무한궤도[캐터필러(caterpillar)]로 구동하는 중(重)장갑차와 타이어로 구동하는 경(輕)장갑차로 분류된다. 군은 한국형 장갑차인 KM900을 최초로 설계하면서 후방지역에 침투한 적 특작부대 제거를 목적으로 했기 때문에 도심 전투 용도를 우선 고려한 경장갑차면 충분하다고 판단했으나, 1980년대부터 남북한의 전력이 대칭을 이루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면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선용 궤도형 장갑차의 도입이 시급해졌다. 또한 장갑차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는 데다 대공장갑차, 정찰장갑차, 포병지휘용 장갑차, 자주포, 탄약운반차 및 의무후송장갑차 등과 같은 다양한 파생형 차량까지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K200에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었다.

공군 제17전투비행단 장병들이 전투지휘검열 간 K200 후방 해치에 탑승 중인 모습 <출처: 대한민국 국방부>

K200의 설계 철학은 M113 등 기존 장갑차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성능을 갖추되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월등한 장갑차를 만드는 것이었다. 개발 당시에는 보병의 수송, 승하차 간 전투 수행, 하차 보병에 대한 방호력 제공의 필요성이 대두되어 M113 장갑보병전투차(AIFV, Armored Infantry Fighting Vehicle)를 기반으로 한 한국형 보병전투차를 지향했으나, 현대적인 의미의 장갑차 분류로 보자면 보병전투차(IFV)보다는 보병수송차(APC)에 가깝다.

K200은 보병전투차(IFV)라기보다 보병수송차(APC)에 가까웠으나, 메티스-M 등 대전차 무장을 장착할 수도 있다. <출처: 대한민국 육군>

K200의 차대는 M113과 동일한 5083 알루미늄 장갑을 채택했으며, 전면부 및 측면부는 유격 장갑을 채택하여 대전차 공격 방호력을 높였다. 또한 그 위에 알루미늄 합금을 덧씌워 전면과 측면은 12.7mm탄을 방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기본적으로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총 중량은 M113에 비해 줄어든 반면 엔진 출력은 커졌기 때문에 기동력은 M113보다 크게 향상되었다. 탑승 인원은 승무원 3명(차장, 조종수, 부조종수) 이외에 총 9명의 무장 병력이 탑승 가능하며, 이들이 승차 간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측면과 후면에도 잠망경과 총안구를 설치한 것 역시 K200의 특징이다. 처음에는 주무장으로 기관포 포탑을 설치하려고 했으나 비용 문제 등으로 제외했으며, 그 대신 12.7mm K6 기관총과 7.62mm M60을 장착했다. K200에는 전기식으로 작동하는 6발의 연막탄이 탑재되어 있으며, 후방 기관총을 제거하는 대신 토우(TOW)나 메티스(Metis)-M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자주발칸포 형상인 K263의 경우 훨씬 더 무거운 20mm 발칸포를 탑재하기도 한다.

K200은 정지상태에서 32km/h 속도까지 도달하는 데 9초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높은 기동성을 자랑한다. 또한 도강(渡江) 및 도하(渡河) 소요가 많은 한반도 지형의 특성을 고려하여 완전 밀폐식으로 설계했다. K200은 유속 5km 이내, 파고 30cm 이하의 강이나 바다를 약 7km/h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60% 종경사, 30% 횡경사, 그리고 68cm 높이의 계단을 극복할 수 있다. K200은 최대 400리터 연료를 완충시킬 경우 최대 48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K200은 유속 5km 이내, 파고 30cm 이하의 강이나 바다를 약 7Km/h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다. <출처: 한화시스템>

운용 현황

K200은 1984년 8월에 사용 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같은 해 국군의 날 행사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었다. 본격적인 실전배치는 1985년 제20기계화보병사단부터 시작했다.

K200의 첫 수출은 다소 의외의 상황에서 터졌다. 말레이시아가 1993년 보스니아 내전에 국제평화유지군(PKO)으로 참가하게 되면서 긴급 도입이 가능한 장갑차를 알아보다가 K200의 수출 가능 여부를 타진해왔던 것이다. 이에 대우중공업은 육군에 양해를 구하고 우리 군 납품용으로 양산 중이던 K200 일부 물량을 말레이시아에 우선 인도하는 방법을 선택하여 ‘최초의 장갑차 수출’을 성사시켰다. 이를 통해 K200 42대가 말레이시아군 소속으로 보스니아에 전개되었으며, 말레이시아는 1995년에도 추가로 69대를 구입해 총 111대를 도입했다. 이들 장갑차는 2000년경 말레이시아 정부의 의뢰로 대우중공업의 후신인 두산 인프라코어가 업그레이드 사업을 실시해 K200A1 사양으로 개량했다.

육군 K-21, K-200 장갑차 도하훈련 영상<출처 : 밀에어로코리아>
2014년 11월 호국훈련에서 도하공격작전을 수행 중인 제11기보사단 소속 K200 장갑차 <출처: 대한민국 육군>

파생형

● K200A1: K200의 실전배치 후에도 운용 상태를 점검하던 대우중공업이 엔진을 350마력 D2848T로 교체한 후 터보차저(turbocharger)를 장착했으며, 트랜스미션을 앨리슨 사의 X-200-5D로 교체하고, 연막탄 발사기와 탐조등, M-60 사수 보호판, 조종수 백미러, 방향지시등을 설치한 K200A1을 내놓았다. A1 형상은 궤도도 강화되었을 뿐 아니라 탑승 병력의 승하차를 용이하게 할 목적으로 해치(hatch)를 더 넓게 설계했다. 중량대비출력이 26.5톤/마력에 달해 우수한 기동성을 자랑한다.

K200A1 장갑차 <출처: 한화시스템>

● K263A1 자주발칸포: M167 견인용 발칸포를 탑재한 공군용 형상. K200A1의 차대를 사용했으며, 1982년부터 개발에 돌입해 1986년 7월부터 ­약 200대가 실전 배치되었다. 향상된 화력통제장치(FCS, Fire Control System)와 안전장치 등이 설치되었다.

연평부대 소속의 K263A1 자주발칸포 <출처: 대한민국 해병대>

● K242/K281 박격포 탑재차: 4.2인치 박격포를 탑재한 K242와 81mm 박격포를 탑재한 K281 2개의 형상. 1989년 9월부터 실전배치에 들어갔으며, 추후 120mm 박격포 체계를 탑재할 예정이다.

K242(왼쪽)와 K282 박격포탑재차(오른쪽) <출처: Tangent @ bemil.chosun.com>

● K288A1 구난장갑차: 차량이나 장갑차 견인 및 구조를 위해 K200 차체를 이용한 구난구호용 장갑차 형상. 20톤급 윈치(winch)와 3.5톤 크레인(Crane)이 설치되었으며, 1988년부터 운용을 시작해 제식번호에도 88이 붙게 되었다.

K288A1 구난장갑차 <출처: Tangent @ bemil.chosun.com>

● K277 지휘장갑차: 기계화 보병대대급 지휘를 위해 설계된 지휘용 차량. 지휘관이 일어선 상태로 지휘가 가능하도록 전체 높이가 0.54m 가량 올라갔으며, 위성통신(SATCOM)을 비롯한 각종 통신장비와 안테나 시설이 보강되었다. 차량 후방이 개조되어 지도를 올려놓을 수 있는 도판과 상황판이 설치되었고, NBC 방호 체계가 설치되어 있으며, 지휘관을 포함한 총 6명의 지휘부 요원이 탑승할 수 있다.

K277 지휘장갑차 <출처: Tangent @ bemil.chosun.com>

● K216 NBC 정찰장갑차: MM-1 화학작용제 자동분석기, 화학탐지장치 및 환경/토양 탐지장비를 장착한 특수 차량. K200A1의 차대를 이용했으며, 주로 화학무기 살포 여부나 오염 지역에 대한 정찰 및 분석 임무를 수행한다. 오염 지역 정찰을 위해 차내 내부 기압이 외부 기압보다 높게 설계해 외부 공기의 차내 유입을 방지한다.

K216 NBC 정찰장갑차 <출처: Tangent @ bemil.chosun.com>

● K221 발연장갑차: 2007년부터 실전 배치된 차량으로, 적의 감시 수단으로부터 아군 전력이나 시설을 은폐하기 위한 액체 파라핀(가시광선 차단용) 및 분말 흑연(적외선 차단용)을 살포한다. 아군 시설이나 자산을 약 30분에서 최대 90분까지 은폐시킬 수 있다.

K221 발연장갑차 <출처: 미 육군>

● K255 탄약운반차: K55 155mm 자주포 지원을 위한 급탄 차량 형상. 사업이 취소되었기 때문에 실제 차량은 양산되지 않았다.

K255 시제차량 <출처: Public Domain>

제원

- 종류: 보병전투차(IFV) / 보병수송차(APC)
- 개발자: 국방과학연구소(ADD)
- 제작사: 대우중공업(1978~2005) / 두산DST(2005~2006, 현재의 한화 디펜스)
- 승무원: 3명 + 탑승원 9명
- 중량: 13.2톤
- 전장: 5.486m
- 전폭: 2.846m
- 전고: 2.518m
- 무장: 12.7mm 기관총x1, 7.62mm M60 기관총x1
- 항속거리: 480km
- 최고속도: 70km/h(도로 주행), 7Km/h(수중 주행)
- 도하가능심도: 1.68m
- 최대등판각: 60도
- 장애물 통과: 0.63m(수직 장애물)
- 엔진: 280마력 MAN-두산 D2848 엔진(K200) / 350마력 MAN-두산 D2848T 엔진(K200A1)
- 출력대비중량: 21.21마력/톤(K200) / 26.5마력/톤(K200A1)
- 트랜스미션: T-300(K200) / X-200-5D(K200A1)
- 서스펜션: 토션 바(torsion bar)
- 대당 가격: 141만 달러(국내) / 132만 달러(말레이시아 수출 가격)


저자 소개

윤상용 |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