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8.0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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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공동개발로 탄생한 유럽의 차세대 전투기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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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공군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 <출처: Eurofighter-Geoffrey Lee, Planefocus Ltd.>


개발 배경

유럽 각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신형 전투기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주로 미제 F-4 팬텀(Phantom)이나 F-104 스타파이터(Starfighter)를 쓰던 유럽 국가들은 미국이 F-15와 F-16을, 소련은 MiG-29와 Su-27을 개발하며 앞서가기 시작하자 자체적인 4세대 전투기 개발이 시급하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먼저 영국이 해리어(Harrier) 및 재규어(Jaguar)를 대체할 단거리 이륙/수직착륙(STOVL) 항공기 요구도를 갖춘 AST(Air Staff Target)-396 사업을 발주했다. 하지만 AST-396은 이미 미국의 F/A-18과 사양이 비슷해 호넷(Hornet)을 제치고 수출시장을 장악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이 서자 STOVL이 빠진 제공권 장악용 전투기 사업으로 요구도가 변경되어 사업명도 AST-403 사업으로 변경되었다. 한편 독일은 기체 전면에 카나드(canard: 귀날개)를 장착한 이형(異形) 삼각익(cranked delta wing)을 채택한 TKF-90 개념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국제공동개발 형태로 적지 종심 타격과 요격 임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파나비아 토네이도(Panavia Tornado) 사업에 성공했던 영국과 독일은 제공권 장악 임무를 위한 경량형 전투기의 공동개발로 방향을 틀었고, 우선 1979년 영국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British Aerospace, 혹은 BAe, 현재의 BAE Systems) 사와 독일 메서슈미트-뵐코브-블롬(Messerschmitt-Bölkow-Blohm, MBB) 사가 통칭 유럽 협력개발 전투기 사업(ECF, European Collaborative Fighter)에 착수했다. 여기에 1979년 10월부로 프랑스 다소(Dassault)가 참가하면서 사업 명이 유럽형 전투기 사업(ECF, European Combat Fighter)으로 변경되었고, 여기에 다시 이탈리아와 1982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한 스페인이 참여했다.

이런 와중에 프랑스가 공동개발사업에서 이탈했다. 유럽 국제공동개발 사업이 국내 사업에 방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데다 함재기형을 반드시 개발해야 해 나머지 참여국과 이해관계가 엇갈렸기 때문에 프랑스는 1985년 사업에서 철수한 후 독자적으로 ACX 사업을 시작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MBB, 브리티쉬 에어로스페이스와 아에르이탈리아(Aeritalia)가 남았지만, ACA(Agile Combat Aircraft) 사업에서 독일과 이탈리아 정부가 예산 투자를 중단하게 되자 영국 정부가 50%를, 사업 참가 기업이 나머지 50%를 책임지는 형태로 하여 BAe 주도로 시험용 항공기(EAP, Experimental Aircraft Programme) 시제기를 완성했다.

이 직후 유로파이터 전투기 유한회사(Eurofighter Jagdflugzeug GmbH)가 1986년 6월 독일 뮌헨에 설립되었다. EAP는 1986년 8월 6일 초도 비행에 성공했으며, 이 기체를 토대로 설계 작업을 진행한 것이 1992년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Eurofighter Typhoon)으로 새롭게 명명되었다. 이는 ‘파나비아 토네이도(Panavia Tornado)’와 동일한 연장선상의 명명 방식을 따른 것이다.

공대지 무장 상태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출처: Eurofighter>

초기 양산 약정 수량은 영국과 독일이 각각 250대, 이탈리아가 165대, 스페인이 100대였고, 생산 또한 DASA[현 에어버스(Airbus) 방산우주부문, 33%), BAe(33%), 아에르이탈리아(21%), CASA(Construcciones Aeronáuticas, 13%)가 주문 약정 수량에 맞춰 양산 비율을 나누었다. 같은 해에는 롤스-로이스(Rolls-Royce), MTU 에어로(Aero), 피아트 아비오(Fiat-Avio), ITP 사가 유로젯(Eurojet GmbH)을 공동 설립하고 유로파이터용 EJ200 엔진 개발에 들어갔다. 또한 1990년에는 유로레이더(EuroRADAR) 사가 설립되어 ECR-90 ‘캡터(Captor)‘ 레이더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면서 유럽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소비에트 연방의 붕괴와 함께 바르샤바 조약기구가 해체되자 유럽 각국은 군축에 들어갔으며, 서독은 동독을 흡수 통일한 후 재정적 부담을 겪게 되자 한때 사업을 철수하고 경량급 저가 전투기 개발로 선회하는 것을 고민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사업을 다시 시작하는 비용과 부담 등을 고려해 사업에 잔류하게 되었으며, 유로파이터 사업은 규모가 축소되기는 했으나 계속 살아남아 1994년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초도 비행이 이루어졌고 1995년에 워크쉐어(workshare: 작업 할당)를 약정 주문 대수에 따라 나누기로 하면서 영국 33, 독일 33, 이탈리아 21, 스페인 13 비율로 분할했다.

유로파이터의 실전배치는 9년 후인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으나, 최초 약정했던 각국의 양산 수량도 함께 축소되어 현재로서는 공동개발국들이 최초 약정 수량을 전부 구입할지는 미지수다. 1999년에는 유로파이터 인터내셔널(Eurofighter International) 사가 별도로 설립되어 유로파이터의 수출 및 계약 관리를 실시하게 되었다.

2015년 12월 7일, 랭리(Langley) 기지에서 촬영한 애틀란틱 트라이덴트(Atlantic Trident) 연습 장면. 좌로부터 미 공군의 T-38 탤런(Talon), 영국 왕립 공군(RAF)의 유로파이터 타이푼, 프랑스 공군의 라팔(Rafale), 미 공군의 F-22 랩터(Raptor). <출처: US Air Force Photo-Senior Airman Kayla Newman>

특징

타이푼은 기본적으로 4세대 전투기로 분류되나 4세대 이상의 특성도 동시에 보유하고 있다. 특히 초음속 순항(supercruise)이 가능하고, 카나드를 비롯한 비행 면의 비행 통제는 4중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 통칭 플라이-바이-와이어(Fly-by-Wire)의 통제를 받아 안정성이 뛰어나고 기체가 기동 영역선도 밖으로 나가는 것을 막는다. 또한 높은 가속 성능을 갖추었을 뿐 아니라 초음속 비행 상태나 저속 비행 상태에서 모두 높은 기동성을 자랑한다.

항공기 동체는 레이더 반사 면적(RCS, Radar Cross Section)을 줄이기 위해 첨단 복합재료를 사용하고 항공기 표면의 15% 이하로만 금속 재질을 사용했다. 기체 표면의 나머지 70%는 탄소섬유 복합재, 12%는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GRP)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로파이터의 RCS는 처음부터 스텔스 설계가 반영된 F-117, F-22, F-35보다는 못하지만 0.5㎡로 4세대 전투기 중에서는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또한 유로파이터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풀 커버 내(耐)중력복(FCAGT, Full-cover Anti-G trousers)을 채택해 조종사의 최대 한계 중력(G)을 늘릴 뿐 아니라 화생방(NBC) 방호도 가능하게 했다. 유로파이터는 조종사가 음성인식을 통해 항전장비, 디스플레이, 통신시스템 등을 다룰 수 있으며, 헬멧 장착식 디스플레이(HMD, Helmet-Mounted Display)를 채택해 외부에서 수집된 각종 정보가 조종사의 헬멧 바이저(visor)에 시연된다.

유로파이터의 조종석 모습 <출처: Eurofighter>

유로파이터의 헬멧 고정식 심볼 표식 체계(HMSS) <출처: Eurofighter-PLANEFOCUS Ltd.>

유로파이터의 자랑 중 하나는 센서 퓨전(sensor fusion) 기술로, 기체에 장착된 PIRATE 적외선 센서는 은밀한 표적 추적을 실시할 때는 적외선 탐지 추적(IRST) 모드에서 능동형 공대공 표적 탐지 및 추적을 실시하고, 전방 주시 적외선(FLIR) 모드에서는 공대지 임무를 수행한다.

주요 무장으로는 파나비아 토네이도용으로 개발한 분당 1,700발 발사 속도의 마우저(Mauser) BK-27 27mm 기관총을 내부에 탑재했고, 하드포인트(hard point)는 각 날개에 4개씩 총 8개, 동체에 4개가 설치되어 있다. 레이더는 쿠웨이트 수출 형상부터 AESA 레이더인 캡터(CAPTOR)-E 레이더를 장착할 예정이다.

유로레이더의 캡터-E 레이더 <출처: Eurofighter-BAE Systems>

운용 현황

유로파이터는 현재까지 약 450대가 실전배치 중이며, 150대 가량의 주문이 수주된 상태다. 현재까지 총 148대의 트렌치(Trenche) 1, 275대의 트렌치 2, 176대의 트렌치 3A형 양산이 약정되어 있으며, 공동개발국인 영국이 160대, 독일이 143대, 이탈리아가 96대, 스페인이 73대 구매를 약정했으나 유럽의 국방예산 감소 추세 때문에 실제 구매 수량은 계속 감소하는 상황이다.

최초 수출 국가는 오스트리아로, 2003년 총 15대를 주문해 2009년까지 전량을 인도받았다. 2008년 9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총 72대를 주문했는데, 이 중 24대는 영국 왕립 공군의 트렌치 2형에서 파생시킨 형상으로 2012년까지 수령했고, 잔여 48대는 처음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현지 생산하기로 했으나 가격협상에서 이견이 발생해 BAE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했다. 2017년에는 오만이 트렌치 3A형 12대를 계약했고, 2016년 4월에는 쿠웨이트에 28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유로파이터 주식회사는 2017년 4월 11일자로 이탈리아 공군에게 500번째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인도했다. 현재 유로파이터는 핀란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폴란드 등에도 수출을 타진 중이다.

유로파이터의 첫 실전 투입은 2011년 3월 29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니파이드 프로텍터(Unified Protector) 작전 중 이탈리아 공군 소속 유로파이터가 수행한 정찰 임무를 통해 이루어졌으며, 5월 23일에는 이탈리아 남부 조이아 델 콜레(Gioia del Colle) 기지에서 전개한 영국 왕립 공군 소속 유로파이터가 리비아에 대한 방공 및 폭격 임무를 수행하며 첫 전투 임무를 소화했다.

유로파이터는 2013년 4월 P1E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1개의 타게팅 포드(targeting pod)로 2개 목표물에 대하여 동시에 GBU-16 유도폭탄을 투하함으로써 본격적인 지상타격능력을 입증했다. <출처: Eurofighter-BAE Systems>

파생형

●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 트렌치 1: ‘트렌치’는 다수의 공동 개발 국가들이 이견이나 이해관계 마찰로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개발과 양산 일정에 방해가 되지 않게 할 목적으로 생산량을 분할해놓은 경제적인 개념의 구분이다. 유로파이터 컨소시엄 업체들은 양산 물량을 총 3개의 ‘트렌치’로 나누었으며, 각 트렌치 별로 구매국가들이 구입 계약을 하는 구조다. 각각의 트렌치에는 기체 능력이나 형상이 다른 ‘블록(Block)’ 개념이 존재하며, 설계 변경, 업그레이드, 신형 항전장비 등이 탑재될 시 새로운 ‘블록’ 번호를 부여했다. 트렌치 1에는 블록 1·1B·1C·2·2B·5·5A가 존재한다.

이탈리아 공군에 인도된 유로파이터 500번 생산 기체 <출처: Eurofighter>

●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 트렌치 2: 블록 8(사우디아라비아 공군용)·8A·8B(6대만 사우디아라비아 공군 할당)·9(10대만 사우디아라비아 공군 할당)·10·10C·11·11C(사우디아라비아 공군용)·15·15C(사우디아라비아 공군용)

●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 트렌치 3: 블록 20·25·25C(마지막 24대는 사우디아라비아 공군용)

● EF-2000 유로파이터 타이푼 R2: 영국 왕립 공군 보유 블록 1·2형을 업그레이드한 기체로, 블록 5형 사양으로 끌어올렸기 때문에 R(Retrofit)2로 명명되었으며 총 43대가 R2 사양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정면에서 본 스페인 공군 소속 유로파이터 타이푼의 모습. 기체 하부의 독특한 인테이크가 인상적이다. <출처: Eurofighter - EADS CASA>

제원

- 제조사: 유로파이터 전투기 유한회사(Eurofighter Jagdflugzeug GmbH)  
- 초도비행일: 1994년 3월 27일 / 2003년 8월 4일 실전배치
- 승무원: 1~2명
- 최고속도: 마하 2(2,495km/h) / 초음속순항 시 마하 1.5
- 길이: 15.96m
- 폭: 10.95m
- 높이: 5.28m
- 날개면적: 51.2㎡
- 공허중량: 11,000kg
- 적재중량: 16,000kg
- 최대이륙중량: 23,500kg
- 엔진: 유로젯(Eurojet) EJ200 애프터버너(Afterburner) 터보팬 x 2 (각 13,500파운드 출력)
- 항속거리: 2,900km
- 페리 범위: 3,790km
- 실용상승한도: 19,812m(65,000ft)
- 상승률: 318m/s
- 추력대비중량: 1.15(요격기 설정 시)
- 최대중력제한: +9 / -3 G
- 무장:
* 내장 기관총 - 27mm 마우저(Mauser) BK-27 리볼버 기관총 x 1 (150발)  
* 하드포인트 -  총 13개 (주익 아래 8개, 동체 아래 5개) 통상적인 트렌치 2-P1E형의 멀티롤(multi-role) 무장: AMRAAM 4발, ASRAAM/IRIS-T 2발, EGBU-16/페이브웨이(Paveway)-IV 2발, 초음속비행용 연료탱크(1,000리터) 2개, 타게팅포드(targeting pod)
* 장착 가능 무장/센서 - AIM-120 AMRAAM, AIM-132 ASRAAM, AIM-9 사이드와인더(Sidewinder), IRIS-T, MBDA 미티어(Meteor), AGM-65 매버릭(Maverick), AGM-88 HARM, 타우러스(Taurus) KEPD 350, 브림스톤(Brimstone), 스톰 쉐도우(Storm Shadow/Scalp EG), MBNA 마르테(Marte) ER 대함미사일, 페이브웨이(Paveway) II/III를 비롯한 레이저유도식 폭탄, 페이브웨이 IV(500파운드), SDB(Small Diameter Bomb), 다모클레스(Damocles) 타게팅포드, 라이트닝(LIGHTNING) III 레이저 타케팅포드, 스나이퍼(Sniper) 타게팅포드
* 레이더/항전 - 유로레이더(Euroradar) 캡터 레이더, 패시브(Passive) 적외선 공중 추적장비(PIRATE), 프리토리언(Praetorian) DASS(Defense Aid Sub-System)
- 대당 가격: 약 1억 58만(트렌치 3A형 체계 비용)~1억 3,600만 달러

사상 첫 한?미?영 공군 연합훈련 “무적의 방패” 영국 유로파이터 타이푼 참가 풀영상 <출처: 대한민국 공군>

저자 소개

윤상용|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