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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배경

1948년 독립전쟁 이래 1967년까지 국가의 존폐가 걸린 전쟁을 세 차례나 치른 이스라엘은 6일 전쟁 발발 직전 주요 무기 공급처였던 프랑스로부터 금수조치를 당했다. 또한 이스라엘은 1966년경 영국으로부터 치프틴(Chieftain) 전차를 수입해 국산화할 예정이었으나, 영국 역시 정치적인 이유로 1969년 이스라엘과의 모든 방산 계약을 취소하고 모든 군수물자 수출을 중단하자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주력 무기체계에 대한 국산화가 절실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또한 전차 강국인 시리아를 비롯한 아랍연맹에 비해 기갑 자산의 수적 열세를 극복해야 필요성도 제기된 가운데 4차 중동전쟁(욤 키푸르 전쟁)을 치르게 되자 종전 직후인 1973년부터 본격적인 국산 전차 개발에 나서게 되었고, 이렇게 시작된 이스라엘형 전차 사업은 솔로몬 왕국 시절에 운용한 전차(戰車)에서 이름을 따와 통칭 ‘메르카바(Merkava)’ 사업으로 명명되었다.

설계에 착수한 이스라엘 군수단이 중점을 둔 설계 철학은 4차 중동전쟁의 교훈을 반영하여 승무원의 생존성을 높이고, 수리가 간편하며, 비용 대비 효과가 높고, 양산이 쉬우며, 비포장 지형에서의 기동성이 높아야 한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전차 포탑(turret)을 차체 중심에서 약간 뒤쪽으로 위치시키고, 엔진을 차체 앞부분에 설치해 전면 공격을 당할 시 서스펜션(suspension)과 엔진이 모두 운전수를 포함한 전 승무원 보호를 위한 방어체계의 일부가 되도록 설계했다. 또한 차량 후부에 적재 공간과 승차 공간을 늘리고, 차량 후미에 별도의 출입문을 달아 유사시 승무원의 탈출이 용이하도록 제작했다.

메르카바의 첫 시제품은 1974년에 완성되었으며, 3년 후인 1977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1979년부터 실전배치가 시작되었다. 일명 ‘메르카바 마크 I(Merkava Mk. I)’은 양산 종료까지 총 250대가 생산되었으며, 1982년 1차 레바논 전쟁 때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되어 적수인 시리아군의 T-62를 상회하는 성능을 자랑했다. Mk. I의 장갑과 트랜스미션(transmission), 연료탱크 크기 등을 향상시킨 Mk. II 모델은 1983년부터 총 580대가 양산되었다. 동일한 기본설계를 바탕으로 향상시킨 Mk. III는 1989년에 공개되어 1990년부터 실전 배치되었으며, 시리즈 최초로 모듈식 장갑이 적용되어 파손된 부위는 손쉽게 교환이 가능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반응장갑을 덧댈 수 있도록 제작했다. Mk. III는 총 780대 이상 양산되어 현재까지도 이스라엘 기갑 전력의 주축을 이룬다. Mk. III를 향상시킨 Mk. IV는 2004년부터 실전 배치에 들어갔으며, 메르카바 Mk. IV는 전 세계 현용 전차 중 가장 승무원 보호능력이 뛰어난 전차로 꼽힌다.

한때 메르카바 Mk. IV는 2010년을 기점으로 도태시키려는 논의가 있었으나 2013년 8월 모셰 야알론(Moshe Ya’alon) 국방장관의 결정으로 향후에도 양산을 계속 진행하게 되었으며, 2025년~2030년경까지 계속 운용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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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메르카바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포탑 앞쪽을 납작한 모양으로 만든 독특한 설계다. 이는 경사 장갑을 응용한 설계로, 정면에서 피탄을 당할 시 동일한 두께의 장갑으로 막더라도 45도 각도로 기울어져 있으면 두께가 더 두꺼워져 관통력을 떨어뜨리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전투원 보호와 생존성에 중점을 둔 메르카바 Mk. IV는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포탑을 차체의 뒤쪽에 설치했고, 엔진도 승무원 방어체계의 일부가 되도록 차체 전면부에 설치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차체에 여유 공간을 크게 설계해 총 8명의 보병이 탑승할 수 있으며, 부상자 후송을 실시할 경우 간이 침대를 3개까지 설치할 수 있다. 장갑으로는 라미네이트 세라믹-강철-니켈 합금 복합소재가 사용되었으며, Mk. III부터는 경사식 모듈형 장갑이 적용되었다. 또한 차체 하부는 대전차지뢰나 급조폭발물(IED, Improvised Explosive Device)에 대응하기 위해 장갑이 보강되었다

2011년부터는 RPG(Rocket-Propelled Grenade: 휴대용 대전차 유탄발사기) 등으로부터의 근접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라파엘(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 사의 능동방어체계(APS)인 ‘트로피(Trophy)’가 장착되었다. 엘타(Elta) 사의 EL/M-2133 ‘윈드가드(Windguard)’ 레이더를 사용하는 트로피는 차량 주변을 항시 탐지하다가 RPG 등이 범위 안에 들어오면 자동으로 MEFP(Multiple Explosive Formed Penetrator)탄을 발사해 위협을 제거한다. 트로피를 장착한 메르카바 Mk. IV는 메르카바 Mk. IV ‘매일루아흐[מעיל רוח: ‘바람막이(Windbreaker)라는 뜻]’로 분류된다.

포탑 해치는 밀폐성은 높으나 고장 시 수리가 용이하지 않은 유압식 대신 보조 배터리 사용이 가능한 전기식을 채택해 유사시 생존성을 높였으며, 해치는 지휘관석에만 달려 있다. 차체 후방에 설치된 비상탈출용 해치는 클램 쉘(Clam-shell) 타입을 채택하여 승무원들의 승하차 간 머리 위로부터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메르카바 Mk. IV는 엘롭(El-Op) 사의 나이트(Knight) Mk. 4 화력통제체계를 탑재해 헬기 공격을 비롯한 항공 위협에도 대응이 가능하다. 주포는 IMI 사의 MG253 120mm 활강포가 채택되었으며, 120mm 고(高)관통탄과 유도 포탄을 사용할 수 있고, M711 날개안정분리철갑 예광탄(APFSDS-T), M325 대전차고폭탄(HEAT) 및 120mm NATO탄도 발사가 가능하다. 메르카바 Mk. IV는 총 48발의 포탄을 탑재할 수 있으며 포탄은 강화 용기에 적재된다. 부무장으로는 7.62mm 기관총이 장착되어 있으며, 내부에서 원격으로 조정이 가능한 솔탐(Soltam) 사의 60mm 박격포가 설치되어 최대 2.7km까지 박격포탄이나 예광탄을 발사할 수 있다. 또한 적 기만을 위해 IMI 사의 POMALS(Pedestal-operated Multi-ammunition Launching System)를 장착해 연막탄이나 디코이(decoy)를 발사할 수 있다.

승무원은 총 4명으로, 전차장과 포수, 운전수 외에 장전수가 1명씩 탑승하나, 급탄 방식은 수동 및 반자동(semi-auto)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Mk. IV는 제네럴 다이내믹스(GD)의 1,500마력 V-12 디젤엔진을 면허 생산한 엔진을 채택해 Mk. III보다 25% 이상 마력이 늘었으며, 트랜스미션 또한 Mk. III의 전진 4단계에서 5단계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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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이스라엘 국방부 국제국방협력국(SIBAT) 산하 국방수출 통제국(DECA)은 메르카바 Mk. III에 대해서는 수출승인을 했던 바가 있으나 MK. IV에 대해서는 승인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2012년 5월 유럽발 경제위기의 여파가 이스라엘까지 영향을 미치자 이스라엘이 먼저 콜롬비아 육군에 메르카바 Mk. IV 및 ‘나메르’ 장갑차 수출을 타진했었다. 당시 이스라엘 측이 제안한 수출물량은 40대 가량으로 알려졌으나 수출 성사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 공식적으로 메르카바 전차는 이스라엘 방위군 단 한 곳만 운용 중이다.

이스라엘 국방부 국제국방협력국(SIBAT) 산하 국방수출통제국(DECA)은 메르카바 Mk. III에 대해서는 수출 승인을 한 바 있으나, MK. IV에 대해서는 승인하지 않아왔다. 하지만 2012년 5월 유럽발 경제위기의 여파가 이스라엘까지 영향을 미치자 이스라엘이 먼저 콜롬비아 육군에 메르카바 Mk. IV 및 ‘나메르(Namer)’ 장갑차 수출을 타진했었다. 당시 이스라엘 측이 제안한 수출 물량은 40대 가량으로 알려졌으나, 수출 성사 여부는 확인된 바 없다. 공식적으로 메르카바 전차는 이스라엘 방위군(IDF)만 운용 중이다.

메르카바 Mk. IV는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에 처음 투입되어 단 2대의 손실을 입었을 뿐 아니라 높은 승무원 생존성을 보여주면서 뛰어난 성능을 입증했다. 2008년 벌어진 가자(Gaza) 겨울 전쟁, 통칭 ‘캐스트 리드’ 작전(Operation Cast Lead) 때는 메르카바 Mk. I, II가 대부분 퇴역한 대신 Mk. IV가 본격적으로 투입되었으며, 1개 기갑여단이 부상자 없이 수시간 만에 가자 지구를 종단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2014년에 벌어진 가자 여름 전쟁[‘프로텍티브 엣지(Protective Edge)’ 작전] 때는 트로피를 장착한 메르카바가 실전에 투입되어 실제로 RPG나 메티스-M 등의 공격을 막아냈다. 신형 엔진을 채택하면서 차체부터 새롭게 설계된 Mk. IV는 현재까지 약 360대가 양산되었으며, 향후 300대 가량 더 추가 생산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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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형

● 메르카바 LIC(Low-Intensity Conflict): 시가전 키트를 장착한 메르카바 Mk. IV 모델로, 12.7mm 기관총을 원격조종으로 움직일 수 있으며 적 전투원의 수류탄 투척 등을 막기 위해 통풍구에 금속제 망을 씌웠다. 또한 LED 등이 설치된 표시봉이 차체 귀퉁이에 설치되어 있고, 후방 카메라가 더해져 하차하지 않고 전차의 전 각도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 메르카바 탱크뷸런스(Tankbulance): 차체가 넓게 설계된 메르카바 Mk. IV를 이용해 제작한 의무후송용 메르카바. 통상 대대당 1대씩 의무 후송용 형상을 편제 시켰으며, 부상자 후송과 간단한 응급치료가 가능하도록 내부를 개조했다. 후송 중에도 장갑차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나 포탄 적재 공간이 작다.

● 메르카바 보병전투차 ‘나메르(Namer)’: 메르카바 전차에서 포탑을 제거하고 병력 수납 공간을 넓힌 차량. 나메르는 히브리어로 “표범”이라는 뜻이 있으나 동시에 “메르카바 장갑차(나그마쉬 메르카바)”의 약자이기도 하다. 완전 군장 상태의 보병 9명이 탑승 가능하다. 차체에 원격조정식 Mk. 19 유탄발사기 혹은 7.62 기관총, 60mm 박격포를 장착할 수 있다.

● 숄레프(Sholef) 자주포: 메르카바 차체에 155mm 포를 장착한 자주포 형상. 솔탐(Soltam) 사가 1985년경 2대의 시제품만 개발했다. 자동급탄장치가 설치되어 있으며, 최대 45km 이상의 사거리와 GPS를 활용한 정밀도를 자랑했으나, 이스라엘 방위군이 미제 M109 자주포의 업그레이드형을 채택하면서 양산에 들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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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제조사: 이스라엘 국방부 전차국(MANTAK) / 이스라엘 군수단(IDF Ordnance Corps)
- 실전배치: 2004년
- 승무원: 4명(전차장, 포수, 운전수, 장전수) + 추가 보병 탑승 가능
- 중량: 65톤
- 전장: 7.60m(포신 제외) / 9.04m(포신 포함)
- 전폭: 3.72m(차량 스커트 제외)
- 전고: 2.66m(포탑 지붕까지)
- 장갑: 라미네이트 세라믹-강철-니켈 합금 복합소재 + 모듈식 경사장갑 설계
- 근접방어체계: 라파엘(Rafael)제 트로피(Trophy) 능동방어체계(APS)
- 주무장: 120mm MG253 활강포
- 부무장: 12.7mm 기관총×1, 7.62mm 기관총×2, 60mm 내장식 박격포×1, 연막탄×12
- 엔진: 제네럴 다이내믹스 GD-883 1,500마력(1,119kW) V12 수랭식 엔진
- 서스펜션: 렌크(Renk) RK-325 면허 생산, 아쇼트 아슈켈론제 유체역학 자동식, 5기어
- 출력대비중량: 23:1
- 포탄적재량: 총 48발, 10발은 전기식 드럼에 발사 준비
- 항속거리: 500km
- 최고속도: 64km/h
- 경사각: 60도(전/후), 30%(양측)
- 최대 도하 가능 심도: 1.4m
- 대당 가격: 약 450만 달러(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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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윤상용| 군사 칼럼니스트
예비역 대위로 현재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머서스버그 아카데미(Mercersburg Academy) 및 서강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 국제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육군 통역사관 2기로 임관하여 육군 제3야전군사령부에서 군사령관 전속 통역장교로 근무했으며, 미 육군성에서 수여하는 육군근무유공훈장(Army Achievement Medal)을 수훈했다. 주간 경제지인 《이코노믹 리뷰》에 칼럼 ‘밀리터리 노트’를 연재 중이며, 역서로는 『명장의 코드』, 『영화 속의 국제정치』(공역), 『아메리칸 스나이퍼』(공역)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