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13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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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어드미럴 쿠즈네초프 항공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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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ublic Domain>



개발의 역사

소련은 엄청난 국토를 가졌지만 해양으로의 진출이 쉽지 않은 지리적 구조로 인해 오랫동안 해군력 구축에 상대적으로 뒤져왔다. 그래서 냉전 시기에 개별 전투함의 공격력을 강화하고 잠수함 전력을 확장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전 지구를 작전 구역으로 상정했기에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원양에서 충돌 가능성도 있었다. 당연히 항공모함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소련은 냉전이 절정으로 치닫던 1960년대에 항공모함 개발을 시작했으나 거의 백지 상태였다. 그때까지 항공모함을 운용한 나라들 모두가 예외 없이 적성국이어서 기술을 습득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어려움을 겪으며 1975년부터 배수량 42,000톤 규모의 키예프(Kiev)급 항공모함 4척이 완공되어 순차적으로 도입되었다. 하지만 수직이착륙 방식의 Yak-38 함재기를 탑재한 형태여서 작전 능력이 기대에 못 미쳤다.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키예프급 항공모함의 운용 경험을 토대로 소련은 1981년 미국에 필적할 만한 정규 항공모함인 ‘프로젝트 1143.5’를 야심차게 추진했다. 미국의 F-14, F/A-18 같은 고성능 함재기를 운용할 정도가 되어야 항공모함이 전략적 이동 기지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소련은, 최소 만재배수량 6만 톤, 갑판 길이 300m의 대형 항공모함 4척을 건조하기로 결정했다.

1991년 12월 13일 북해를 항해하는 쿠즈네초프와 감시 중인 미 해군 구축함 데요(USS Deyo) <출처: Public Domain>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니콜라이 쿠즈네초프 해군 대원수 <출처: Public Domain>

초도함은 직전 공산당 서기장이었던 브레즈네프(Leonid Brezhnev)의 이름으로 명명될 예정이었지만, 중간에 트빌리시(Tbilisi)로 바뀌어 1985년 12월 5일 진수되었다. 하지만 70여 년간 쌓여온 공산주의 체제의 모순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단 한 척의 취역조차 장담하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1988년에 인도와 매각 협상을 벌이기도 할 정도로 소련 해군의 염원은 순식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이러한 우여곡절 끝에 1990년 12월 25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활약한 쿠즈네초프(Nikolay Kuznetsov) 제독을 기려 어드미럴 쿠즈네초프(Admiral Kuznetsov, 이하 쿠즈네초프)로 또 다시 함명이 변경되어 간신히 취역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1년 후인 12월 26일 소련이 해체되는 거대한 격변이 벌어지면서 소련 해군의 대부분을 승계한 러시아 해군에 인도되어 현재까지 운용 중이다.


특징

건조 당시 첩보위성이 촬영한 사진을 보고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으로 추정했지만, 쿠즈네초프는 재래식 동력함이어서 작전 중 지속적 보급이 필요하다. 항공모함이라기보다 항공순양함으로 분류된 이전 키예프급처럼 자체 무장이 상당한 수준이다. 8문의 카쉬탄(Kashtan) CIWS 외에도 6문의 AK-630 CIWS와 24개 VLS에 장착한 총 128발의 대공미사일은 미국보다 호위 전력이 뒤진 소련(러시아)의 입장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거리가 600km가 넘는 P-700 대함미사일을 12발이나 장착한 것은 너무 과한 수준이라 평가될 정도다. 이것은 함재기의 작전 능력이 뒤지기 때문에 선택한 고육책이라 볼 수도 있다. 애초 소련 시절에 예정한 함재기는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수직이착륙기인 YAK-141이었지만 쿠즈네초프의 크기를 고려할 때 굳이 작전 능력에 제한이 많은 수직이착륙기보다 통상적인 함재기 낫다고 판단했다.

갑판에 주기된 Su-33 함재기. 현재는 MiG-29K와 함께 운용되고 있다. <출처: 미 해군(US Navy)>

이에 소련 전투기의 역사를 새롭게 쓴 Su-27을 개량한 Su-33이 함재기로 채택되었다. 하지만 사출기 관련 기술력이 부족하고 함에 엄청난 자체 무장을 장착하면서 스키점프대를 이용하여 이함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쩔 수 없이 함재기의 무장 장착에 제한이 있게 되고 이는 작전 능력을 저하시켰다. 그래서 항공모함임에도 공격력을 강화하기 위해 많은 대함미사일을 장착하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조기경보 임무를 Ka-27 헬기가 담당하고 별도의 전자전기가 없어서 전반적인 작전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도 미국의 항공모함과 비교했을 때나 그렇다는 것이지, 종합적인 전투 능력을 고려한다면 현재 프랑스의 샤를 드골(Charles de Gaulle) 항공모함과 더불어 2위권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실 함재기를 제외하고도 자체 무장이 워낙 대단하여 단독으로도 상당한 공격력을 갖춘 플랫폼이라 할 수 있다.

조기경보 임무를 담당하는 Ka-27 헬기 <출처: 러시아 해군 북해함대>

운용 현황

스크에 정박 중인 모습 <출처: (cc) Art Navsegda at Wikimedia.org >

쿠즈네초프는 함대를 이끌고 대양에서 미국 함대와 대적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되었지만, 취역 당시에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아 모항 인근의 북해 일대에서 간단한 훈련만 벌이는 처지였다. 미국이나 나토(NATO)가 그다지 위협적인 전력으로 취급하지 않았을 정도였고, 1998년에는 수리를 명분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러시아의 경제가 호전되자 대대적인 개수를 거쳐 다시 현역으로 복귀했다.

이때부터 북해를 벗어나 지중해에 종종 원정을 나갔다.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하자 2016년 11월부터 폭격 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런데 실제로 항공모함에서 발진한 회수는 극히 제한적이며, 함재기의 상당수가 러시아 공군이 주둔한 현지 지상 항공기지에서 발진했다. 또한 2016년 11월 14일에는 MiG-29KUBR이, 12월 5일에는 Su-33이 추락하는 등 운용 과정에서 문제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사실 이는 쿠즈네초프보다는 함재기의 성능 부족이 더 큰 원인이지만 샤를 드골과 비교해도 전반적인 능력이 결코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제정 러시아이래 최초로 그나마 대외 원정이 가능한 최소한의 해상 항공력 운용 플랫폼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는 점만은 러시아 해군을 크게 고무시켰다. 이에 수명을 25년 정도 연장할 목적으로 2017년부터 개수에 착수했다.

쿠즈네초프 항공모함에 배치된 MiG-29K 함상전투기 <출처: 러시아 해군>


변형 및 파생형

최초 쿠즈네초프는 자매함 바랴크(Varyag)와 동시에 건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련 말기의 격변기에 바랴크는 70퍼센트 정도 공정이 진행된 상태에서 제작이 중단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방치되다가 1998년 3월 마카오의 한 무역회사에 팔렸고, 2001년 선상 카지노와 호텔로 개조한다는 명분으로 중국의 다롄(大連)에 위치한 조선소로 보내졌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를 곧이곧대로 믿은 사람은 없었다.

중국은 단지 선체만 확보한 상황이었지만, 이를 철저히 분석하여 건조를 재개했다. 이렇게 해서 2012년 9월 25일, 쿠즈네초프 2번함은 중국 최초의 항공모함 랴오닝(遼寧)으로 변신하여 취역했다. 중국에서는 선체를 제외하고 모든 시설이나 장비가 중국제이므로 전혀 다른 항공모함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쿠즈네초프급 항공모함이 러시아와 중국 해군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준 길라잡이가 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련 조선소에서 건조 중이던 랴오닝 함 <출처: (cc) Yhz1221 at Wikimedia.org>


제원
 
- 제작: 니콜라예프(Nikolayev) 조선소
- 기공: 1982년 4월 1일
- 진수: 1985년 12월 6일
- 취역: 1990년 12월 25일
- 경하배수량: 43,000톤
- 만재배수량: 55,200톤
- 최대배수량: 61,390톤
- 전장: 305m
- 선폭: 72m
- 흘수: 10m
- 추진기관: 증기 터빈, 터보 압축 보일러 8대, 4축, 200,000마력(150MW)
                  4×50,000마력(37MW) 터빈
                  9×2,011마력(1,500kW) 터보발전기
                  6×2,011마력(1,500 kW) 디젤 발전기
                  4×프로펠러
- 속력: 29노트
- 항속거리: 8,500해리
- 무장: 6×AK-630 대공포
           8×CADS-N-1 CIWS
           24×8셀 3K95 수직발사관 (192 함대공미사일)
          12×P-700 대함미사일
          RBU-12000 UDAV-1 대잠로켓발사관
- 함재기: 12×Su-33 전투기(현재)
              20×MiG-29K/KUB 전투기(향후)
              4×Su-25UTG/UBP 훈련기
              4×Ka-27LD32 헬기
              18×Ka-27PL 헬기
              2×Ka-27PS 헬기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쿠즈네초프 항공모함 <출처: 러시아 해군>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