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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모든 미사일 역사는 독일의 V-2 로켓에서 시작되었다. 미국이 그러했고 소련도 마찬가지였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무렵 소련 육군은 V-2를 포함하여 독일 선진과학기술을 습득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온 것은 소련의 V-2 개발팀이 1947년부터 V-2를 시험발사하면서부터였다. 소련의 미사일 개발팀은 세르게이 코롤료프(Sergei Korolev)가 중심이 되어 개발을 진행했는데, 이듬해부터는 V-2의 소련판 복제품인 R-1이 생산되어 1950년부터 소련 육군에 실전배치되었다.

그러나 R-1은 막상 현장에서 좋은 평판을 얻지 못했다. 알코올 연료에 특히 액화산소를 산화제로 사용하다 보니, 연료를 주입해놓으면 금방 발사해야만 했다. R-1의 명중률도 형편없어 목표한 표적에서 7~17km 정도 거리를 벗어나기 일쑤였다. 그러나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목표로 하던 소련군은 R-1의 사거리 증가형인 R-2까지 개발하여 6개 미사일여단에 배치했다.

1950년대 초반 알코올/액화산소에 대한 대안으로 케로신(Kerosene) 계열 연료와 적연질산(IRFNA) 산화제가 떠오르면서 소련은 본격적인 미사일 개발에 나섰다. 이에 따라 등장한 것이 바로 R-11 미사일[나토(NATO) 분류명 '스커드(Scud)-A')이었다. 코롤료프는 OKB-1(제1특수설계국)을 이끌면서 R-11 미사일 전반의 개발을, A. M. 이사예프(Isayev)는 S2.253 엔진의 개발을 담당했다. 그러나 실제 R-11의 개발을 주도한 것은 빅토르 마키에프(Viktor Makeyev)로 OKB-1에 소속된 젊고 야심 찬 엔지니어였다. 사실 코롤료프는 적연질산의 독성을 두고 독사의 독과 같다면서 개발에 반대했지만, 상관인 코롤료프의 허락 없이 마키에프는 상온에서 저장이 가능한 적연질산으로 추진 방식을 밀어붙였다. 이에 따라 R-11의 개발은 자연스럽게 마키에프가 주도하게 되었고, 코롤료프는 이후 스푸트니크(Sputnik) 위성과 R-7 ICBM(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전념했다.

개발진은 1953년부터 1955년까지 약 35회의 시험발사를 실시했다. 1954년경에 이르러 R-11은 약 1km의 정확도를 달성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1955년 7월 13일자로 실전배치되었다. 미사일포병총국(GRAU, Glavnoye Raketno-Artilleriyskoye Upravleniye)은 R-11에 “8A61"이라는 제식분류명을 부여했다. 개발 초기에는 고폭탄 탄두만 장착했지만, 당연히 핵탄두 장착을 염두에 두고 개발했다. 핵탄두 장착형인 R-11M은 1954년 8월부터 개발이 시작되었다.

R-11의 생산은 1953년 12월 13일부터 SKB-385(제385특수설계국)가 담당했는데, 1955년 6월경에는 마키에프가 수석설계자로 임명되면서 R-11M의 개발도 더욱 가속되었다. R-11M은 1955년부터 1958년 사이에 무려 27번이나 비행시험을 했으며, 한 번은 핵탄두를 장착한 채로 발사되기도 했다. R-11M은 1958년 4월 1일에 미사일포병총국 분류번호(GRAU index) “8K11”로 실전배치되었다.

R-11의 존재는 초기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60년대 초부터 서방의 정보기관에 의해 확인되면서 SS-1b, 코드네임 ‘스커드(Scud)’로 명명되었다. 나토의 코드네임은 보통 일상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쓰는데, 스커드는 사문화된 항해용어로 ‘갑작스럽게 작렬하는 빛줄기들’을 의미한다.

스커드는 소련의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사에서도 큰 획을 그었다. 소련 해군은 이미 1947년부터 R-1을 잠수함 발사용으로 개발하고자 했으나, 연구 단계에서 그쳤을 뿐 실제 개발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1954년 1월 ‘볼나(волна: ’파도'라는 의미)’ 사업이 시작되면서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을 잠수함에서 발사하기 위한 개발사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었다. 순항미사일은 TsKB-16(제16중앙설계국)에서 담당하게 되었고, 탄도미사일은 응당 OKB-1의 몫이 되었다.

소련은 볼나 사업으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SLBM을 실전배치하고자 했으므로, 최선의 방법은 기존 미사일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당시 소련이 보유한 탄도미사일 가운데 잠수함에 수납할 수 있을 만큼 작은 핵미사일은 R-11M뿐이었으므로, 당연히 R-11M이 소련 최초의 SLBM으로 개조되기 시작했다. 발사 방식은 응당 수중에서 직접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이 선호되었지만, 수중발사에 동반될 기술적 제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연구 시간이 요구되었다. 시간에 쫓긴 개발팀은 잠수함을 부상시킨 뒤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다.

이렇게 부상하여 미사일을 쏠 때 가장 큰 문제점은 함정이 수면에서는 흔들린다는 점이었다. R-11M은 원시적인 유도장치를 채용하여 발사 후에 발사 궤도를 스스로 수정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에 따라 발사대 성능이 중요했는데, 소련은 ‘카푸친 야르(Kapustin Yar)’ 미사일 발사장에 SM-49 SLBM 발사대를 만들어놓고 성능을 검증했다. 1954년 9월부터 10월 사이에 여덟 차례나 발사를 거듭하면서 최초의 SLBM이 완성되었다. 소련은 SLBM용 스커드인 R-11FM과 SM-49 발사대를 합쳐서 D-1 발사 시스템이라 불렀다.

한편 D-1 발사 시스템을 장착할 최초의 잠수함으로는 줄루(Zulu)급이 선택되었다. 줄루급 가운데 B-67함이 세베로드빈스크(Severodvinsk)에서 SM-49 발사대를 장착하는 등 개수를 거친 뒤에 시험발사에 투입되어 1955년 9월 16일에 인류 역사상 최초의 SLBM 발사에 성공했다.

소련은 R-11의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R-11MU를 개발했다. 그러나 R-11MU는 개발 과정에서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전혀 다른 미사일이 되어버렸고, 소련은 결국 R-11MU를 R-17로 재분류하여 개발을 완료하고 실전배치했다. 나토는 R-17을 ‘스커드-B'형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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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스커드는 전형적인 1단 액체연료 미사일이다. 이사예프가 제작한 S2.253 엔진("8D511"로 분류)으로 추진되는데, ‘T-1’ 케로신 연료와 ‘AK-20I’ 적연질산 산화제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사실 이 S2.253 엔진은 나치 독일이 V-2 로켓을 바탕으로 개발한 대공미사일 A-4 “바서팔(Wasserfall)"의 엔진을 개량한 것이다. 시동연료는 TG-02 ‘톤카(Tonka)-250’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다이메틸아닐린(dimethylaniline)과 트리에틸아민(triethylamine)을 같은 비율로 섞은 것으로 알려진다. 새로운 연료와 산화제 조합은 알코올/액화산소의 조합만큼이나 중량 대 에너지 효율이 좋은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에 따라 S2.253 엔진은 약 10.3톤포스의 추력을 낼 수 있었으며, 연소 시간은 최대 68초로 알려진다.

R-11은 탄도미사일로 정밀성은 그다지 높지 않아서, 원형공산오차(CEP, Circular Error Probability)가 3km에 이르렀다. 해상발사형인 R-11FM에 이르면 흔들리는 수면에서 발사함에 따라 CEP는 7km까지 떨어졌다. 유도 방식은 자이로스코프(gyroscope)와 가속도계 등 고전적인 관성유도장치에 의해 제어된다. 이 관성유도장치가 미사일 분사구에 장착된 탄소복합재질의 제트 베인(Jet Vane) 4개를 제어하여 로켓의 추력 방향을 바꿈으로써 미사일의 경로를 바꾸게 된다.

R-11은 전형적인 펜슬 형태의 미사일로, 직경 88cm에 전체 길이는 10.4m, 무게는 5.4톤에 이르렀다. R-11의 사거리는 190km로 전술탄도미사일로 구분될 수 있는 정도였다. R-11은 고폭탄 탄두만이 제작되었는데, 탄두의 무게는 950kg에 이르렀다. 한편 개량형 R-11M에는 고폭탄은 물론이고 핵탄두도 장착되었다. 장착되는 핵탄두는 소련 최초의 표준화된 핵탄두인 RDS-4에서 발전한 것이었다. 파괴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50킬로톤(kt) 버전 한 가지만 있었다는 증언과 10·20·40킬로톤의 3가지가 있었다는 증언 등이 엇갈리고 있다. R-11M은 690kg짜리 경량화된 고폭탄을 사용할 경우 사거리가 270km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더 무거운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에는 사거리는 150km까지 줄어들었다.

스커드의 발사는 이동식 차량에서 이뤄졌다. 최초에 스커드가 개발될 때는 미사일 운반 트랙터와 간이발사대가 별도로 존재했다. 이에 따라 AT-T 트랙터를 개량한 “8U227” 미사일 운반 트랙터로 수송하여, 발사하고자 하는 장소에 설치된 “8U22” 간이발사대에 미사일을 세워 발사했다. 그러나 이러한 초기 발사 방식은 한 번 발사를 위해 차량과 장비가 너무 많이 잡다하게 동원되어 지극히 실용적이지 못했다.

R-11M형이 등장하면서 어떠한 지형에서도 발사대를 겸할 수 있도록 궤도형 이동식 발사차량이 개발되었다. 새로운 차량은 IS-2 전차의 차체를 활용했으며, “2U218”(이후 “8U218”로 분류명 변경)로 분류되었다. 한편 MAZ 8륜 트럭을 바탕으로 한 장륜형 이동식 발사차량인 MAZ-537B가 1961년 개발되었으나 양산되지 못하고, R-17에서야 실용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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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스커드(R-11) 미사일은 1955년 7월 13일 최초로 실전배치되었다. 최초의 R-11 부대는 소련 최고사령부 예비대(RVGK) 산하의 제233공병여단이었다. 19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련군은 핵미사일이 충분하지 않았으므로, 보급형 핵탄도미사일을 필요로 했다. 이에 따라 R-11의 핵탄두 장착형인 R-11M의 개발이 빠르게 추진되어 1958년 4월 1일에 실전배치되었다. 당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의 생산비용이 80만 루블이었던 반면, R-11M의 생산가는 4만 2,000~5만 3,000루블로 약 19배나 저렴했다.

R-11M이 1950년대 말 처음 배치될 당시에는 총참모부 직할의 특별여단에만 소수가 배치되었다. 그러나 흐루시초프(Nikita Khrushchyov)는 핵무기가 소련군 국방개혁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대조국전쟁(제2차 세계대전의 독소전쟁)으로 젊은이들의 한 세대가 사라져버린 상황에서 나토에 대항하기에 소련군의 병력은 너무도 부족했다. 또한 인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군대 유지를 위해 징병제의 복무 기간을 늘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생산력의 손실이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많은 병력과 장비를 대신하여 핵무기를 일선급 부대에까지 배치하면 현저한 병력 감축과 국방비 절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최근 북한이 주장하는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도 이러한 소련의 군사 독트린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새로운 독트린에 따라 소련군은 R-11M을 ‘전략미사일군(RVSN)’이 아니라 육군의 포병 병과로 이양했다. 미사일을 넘겨받으면서 포병 병과는 ‘미사일-포병군(RAV)'로 명칭을 변경했고, 스커드 운용부대들은 ’작전-전술미사일여단(OTBR)‘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작전-전술‘급으로 분류됨에 따라 일선에서 스커드 미사일을 사단의 작전에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R-11M 운용여단은 통상 미사일 발사차량 9대를 주축으로 지원용 차량 200대와 1,200여 명의 병력으로 구성되었다. 최초에 5개 여단이 만들어졌지만, 독트린과는 달리 곧바로 나토에 대항하는 전선으로 투입되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1962년경부터 동독 주둔 소련군집단(GSFG, Group of Soviet Forces-Germany)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SLBM인 R-11FM의 운용을 위해 소련 해군은 세베로드빈스크에서 AV-611급 잠수함(나토에서는 ‘줄루 V'로 분류)을 7척 건조했다. 초도함이 1956년 8월 북해함대에서 최초로 실전배치되었고, 1959년 8월 마지막 잠수함이 태평양함대에서 실전배치를 마침으로써 건조사업은 종료되었다. 흐루시초프 재임 기간 동안 AV-611 잠수함들은 북해함대에 4척, 태평양함대에 2척, 그리고 시험운용을 위해 1척이 각각 운용되었다.

실전배치된 기간 동안 R-11FM 미사일은 모두 77발이 발사되었는데, 약 86%가 성공적인 발사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소련 해군은 실제로는 R-11FM과 AV-611의 조합을 그리 선호하지 않아 AV-611 잠수함은 조기에 퇴역했고, 살아남은 잠수함들은 SLBM 발사 기능을 제거한 채 다른 임무에 투입되어 1980년대까지 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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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기종

● R-11: GRAU 분류명 8A61. 스커드-A 미사일의 최초 모델로 고폭탄(HE) 탄두형만이 생산되었다.

● R-11M: GRAU 분류명은 8K11로, R-11의 핵탄두 장착형이다. 경량화된 690kg짜리 고폭탄 탄두도 장착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사거리는 270km에 이른다.

● R-11FM: GRAU 분류명은 8A61FM으로, R-11M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개조한 모델. 잠수함 탑재를 위해 길이도 다소 짧아졌다.

● R-11MU / R-17: R-11M의 개량사업으로 R-11MU가 개발되었으나, 새로운 미사일로 진화함에 따라 R-17로 재분류되었다. GRAU 분류명은 8K12이며, 나토에서는 스커드-B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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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 R-11 제원
- GRAU 분류명: 8A61
- NATO 분류명: SS-1A
- 길이: 10.424m
- 직경: 0.88m
- 발사중량: 5,350kg
- 탄두무게: 950kg
- 추진방식: 1단, 액체연료
- 엔진: S2.253 (8D511)
- 연료 / 산화제: T-1 / AK-20I
- 사거리: 190km
- 원형공산오차: 3km

●  R-11M 제원
- GRAU 분류명: 8K11
- NATO 분류명: SS-1B '스커드-A'
- 길이: 10.604m
- 직경: 0.88m
- 발사중량: 5,400kg
- 탄두무게: 690kg(HE) / 984kg(핵탄두)
- 추진방식: 1단, 액체연료
- 엔진: S2.253A
- 연료 / 산화제: T-1 / AK-20I
- 사거리: 270km(HE) / 150km(핵탄두)
- 원형공산오차: 3km

●  R-11FM 제원
- GRAU 분류명: 8A61FM
- NATO 분류명: SS-N-1 '스커드-A'
- 길이: 7.40m
- 직경: 0.88m
- 발사중량: 4,473kg
- 탄두무게: 967kg
- 추진방식: 1단, 액체연료
- 엔진: S2.253A
- 연료 / 산화제: T-1 / AK-20I
- 사거리: 150km
- 원형공산오차: 7km

●  R-11MU(R-17) 제원
- GRAU 분류명: 8K12
- NATO 분류명: SS-1C '스커드-B'
- 길이: 11.164m
- 직경: 0.88m
- 발사중량: 5,862kg
- 탄두무게: 989kg
- 추진방식: 1단, 액체연료
- 엔진: S3.42T-3
- 연료 / 산화제: TM-185 + AK-27I 
- 사거리: 300km
- 원형공산오차: 45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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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양욱 | 군사전문가
서울대학교 법대를 거쳐 국방대학교 국방관리대학원에서 군사전략을 공부했고, 줄곧 국방 분야에 종사해왔다. 중동지역에서 군 특수부대를 훈련시키기도 했고, 아덴만 지역에서 대(對)해적 업무를 수행하는 등 민간군사요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컨설팅과 교육, 훈련을 제공하는 민간군사서비스(Private Military Service) 기업인 AWIC(주)의 대표이사다. 또한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수석연구위원이자 국방부·합참·방위사업청 자문위원, 해·공·육군 정책자문위원으로 우리 국방의 나아갈 길에 대한 왕성한 정책제안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