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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기관단총은 제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탄생한 대표적인 무기다. 권총탄을 사용하는 관계로 파괴력이 떨어지고 사거리 짧으며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근접전에서 난사하여 상대를 신속히 제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지옥의 참호전을 거치면서 뚜렷이 드러난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새로운 무기사의 한 장르를 열 것 같았던 기관단총에 대한 관심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급속도로 시들해졌다.

비록 기관단총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었지만 막상 전쟁이 끝나자 장점보다 단점이 더 눈에 들어온 것이었다. 특히 머릿속에 방어가 최선이라는 생각이 각인된 승전국들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사실 독일의 MP18을 제외하고 전쟁 중 인상적으로 활약한 기관단총도 없다시피 했다. 미국의 톰슨(Thompson) 기관단총도 비슷한 시기에 개발되었지만 20여 년 후인 제2차 세계대전이 되어서야 명성을 떨칠 수 있었다.

반면 패전국 독일, 신생 독립국인 핀란드 그리고 제1차 세계대전에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한 소련이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들은 기관단총을 주목하고 개발을 꾸준히 진행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후 또다시 거대한 전쟁이 개시되고 기동전이 대세가 되자, 기관단총의 위력이 새롭게 부각되었다. 특히 1940년 됭케르크(Dunkerque) 해변에다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몸만 빠져나오다시피 한 영국의 충격은 컸다.

구사일생으로 도망쳐온 많은 영국군 장병들은 기관단총을 요구했다. 바로 앞에서 독일군이 난사하는 MP40에 깊은 인상을 받은 그들은, 대등한 무기가 있어야 충분히 맞서 싸울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었다. 당시 영국은 기관단총의 필요성을 너무 간과하다 보니 개발 시도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 병력이 미국에서 도입한 톰슨 기관단총으로 무장하고 있었지만 도입한 수량도 충분하지 않았다.

영국군 당국은 즉시 기관단총을 만들라는 지시를 관계 기관에 내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어서 성능보다 최대한 빨리 대량 생산이 가능해야 했다. 백지 상태에서 도입 기간까지 단축해야 하다 보니 아일랜드 반군으로부터 획득한 독일제 MP28을 복제하여 1941년 란체스터(Lanchester) 기관단총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구조가 복잡하고 재료 조달이 어려워 대량 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이에 복제를 통해 습득한 기술력과 독일군으로부터 노획한 MP40을 참조하여 최대한 구조를 단순화한 새로운 기관단총 개발에 착수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1942년에 탄생한 기관단총이 설계자인 레지널드 셰퍼드(Reginald V. Shepherd)와 해럴드 터핀(Harold Turpin), 그리고 개발과 생산을 주도한 엔필드(Enfield) 조병창의 머리글자를 따서 명명된 스텐(STEN)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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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대량 생산이 목적이고 전시물자 부족 때문에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을 바탕으로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스텐의 형태와 구조는 아주 단순했다. 덕분에 역사상 가장 저렴한 기관단총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만큼 제작가를 대폭 낮출 수 있었다. 이러한 정책은 당시 상황을 고려한다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 막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품질이 나빴다는 점이었다.

10만 정이 생산된 최초 모델인 Mk I은 일선에 공급되자마자 탄 걸림이 심하다는 불만의 대상이 되었다. 본격 양산형인 Mk II와 Mk III는 탄 걸림 문제가 해결되었지만 생산성 증대를 위해 더 많은 부분이 생략되면서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오픈볼트( open bolt) 방식 총기의 일반적인 특징이기는 하지만 스텐은 유독 충격에 약해 오발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떨어뜨리면 탄이 다 떨어질 때까지 연사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더불어 화상을 피하려 탄창을 잡고 쏘면 급탄 불량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문제점은 Mk V와 최종형인 Mk VI에 와서 해결되었지만, 그 이전 모델들은 한마디로 “가지고 다니기 무서운 총”이라는 악평을 들었다. 하지만 주로 후기에 생산된 모델을 접했던 독일군은 스텐을 상당한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무조건 사용하기 어려운 기관단총이었다면 오랫동안 일선에서 활약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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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스텐은 약 400만 정 정도가 제작되었다. 1960년대까지 생산되었으나 대부분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만들어져 사용되었다. 동 시기에 활약한 소련의 PPSh-41이 약 600만 정, 독일의 MP40이 약 110만 정, 미국의 톰슨 기관단총이 약 270만 정 제작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히 제2차 세계대전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기관단총이라 해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당연히 스텐 기관단총은 영국군과 영연방군의 주력 기관단총이었고 많은 여타 연합군에서도 대량으로 사용되었다.

상당한 수량이 독일 점령지에서 활약하는 여러 유격 조직에 공급되었다. 조악한 시설에서도 제작이 가능하다 보니 폴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레지스탕스 같은 경우는 현지에서 복제 생산하기도 했다. 당장 한 정의 총도 아쉽던 전쟁 말기의 독일도 포츠담 장비(Gerät Potsdam), MP3008 같은 복제품을 만들었다. 이처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스텐과 그 파생형은 정규군, 비정규군, 피아 구분 없이 애용되었다.

이후 아르헨티나, 프랑스, 벨기에, 오스트레일리아, 캐나다 등에서 정식 면허 생산되기도 했다. 그래서 영국산, 면허 생산형, 불법 복제형들을 모두 포함한다면 스텐의 세부 모델은 상당히 많다. 이렇게 많이 생산되다 보니 실전 투입 사례도 엄청나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에는 중동전쟁, 한국전쟁, 인도-파키스탄 분쟁, 방글라데시 독립 전쟁, 국공내전 등에서도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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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 Mk I: 하단부와 개머리판 일부에 목재를 사용한 초기형

● Mk II: 소염기와 접이식 손잡이가 제거된 본격 양산형

● Mk III: 리시버를 일체화한 개량형

● Mk IV: 공수부대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접철식 개머리판을 사용하여 휴대성을 높인 모델로 양산되지는 않았다.

● Mk V: 고질적인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고 격발용 손잡이와 자세 제어용 앞 손잡이를 장착한 개량형

● Mk VI: Mk V에 소음기를 장착한 모델

● 모델로(Modelo) C.4.: 아르헨티나에서 면허 생산한 Mk II

● 브위스카비차(Błyskawica): 폴란드 저항 세력이 복제하여 사용한 모델

● 포츠담 장비(Gerät Potsdam): 독일의 무단 복제형

● MP 3008: 독일의 무단 복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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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Mk II 기준)

- 제작사: 엔필드(Enfield)
- 구경: 9mm
- 탄약: 9×19mm 파라블럼
- 급탄: 32발 막대 탄창
- 전장: 760mm
- 총열: 196mm
- 중량: 3.2kg
- 유효사거리: 100m
- 작동방식: 블로우백(blow back), 오픈볼트(open bolt)
- 가격: 2.3파운드(194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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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