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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역사

발터(Walther) P38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독일군이 주력으로 사용한 자동권총으로, 종전 후에는 P1이라는 이름으로 2000년까지 생산되었고 현재도 여러 나라에서 사용 중이다. P38 이전에 독일군이 사용한 주력 권총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참호전에서 명성을 올린 루거(Luger) P08이었다. 그 특유의 모습 때문에 지금도 인기가 많지만, 사실 P08은 작동 불량이 몹시 심하여 시급히 대체할 필요가 있었다.

히틀러 집권 후 독일이 재무장을 선언하며 본격적으로 군비를 증강하기 시작했을 때 독일 육군은 총기 제작사들에게 새로운 제식 권총의 개발을 의뢰했다. 이때 요구한 개발 콘셉트는 간단했다. 야전에서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신뢰성이 좋고 제작비도 싸며 툭하면 발생하는 오발 사고를 막을 안전성만 확보하면 되었다. 이는 철저하게 P08을 사용하면서 얻은 경험에 따른 결론이었다.

경쟁에 참여한 발터 사는 마침 육군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인 1936년에 군용으로 사용 가능한 AP(Armee Pistole)를 개발하여 시험용으로 55정을 생산한 상태였다. 이듬해에는 이를 개량한 모델 HP(Heeres Pistole: 육군 권총)를 만들었는데, 1939년에 스웨덴에 3만 정을 수출하여 상당한 호평을 얻기도 했다. 발터 사는 이처럼 이미 신뢰성이 검증된 HP를 군 당국의 요구에 맞도록 좀 더 손봐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각종 시험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HP는 1938년 P38이란 명칭을 부여받고 정식으로 제식화된 후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1942년까지 P08을 모두 대체할 예정이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여 권총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P38만으로 공급이 부족하게 되자 P08의 생산은 계속 이루어졌다. P38은 소량이 헝가리 같은 동맹국에 공급되기도 했으나 거의 대부분을 독일군이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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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P38은 최초의 더블액션(double action) 방식 군용 권총이다. 방아쇠를 당겼을 때 공이 또는 공이치기가 후퇴했다가 전진하여 격발하는 더블액션 방식은 발터 사가 전작인 PP에서 따온 기술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싱글액션(single action) 방식으로도 사격이 가능하다. 더블액션 방식은 약실 안에 탄이 들어 있으면 곧바로 격발할 수 있으나, 리볼버(revolver)와 달리 내부 구조가 복잡한 자동권총에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발터 사는 이런 난제를 해결한 것이었다.

그런데 더블액션 방식은 방아쇠압이 높아져 초탄 명중률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다. 또한 연사 시에는 총신이 위로 들리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더블액션이어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권총이 가진 고유의 문제점에 가까웠다. 특히 기존 권총의 대명사와 같은 콜트 M1911에게 흔들림은 상당히 심각한 문제였다. 발터 사는 로킹블록(locking block)식 쇼트리코일(short recoil) 기술을 사용하여 이를 극복하고 명중률을 대폭 향상했다.

P38 이전의 자동권총은 예외 없이 싱글액션 방식이었다. 가벼운 힘으로 방아쇠를 당길 수 있지만 외부의 충격에도 오발 사고가 날 수 있을 만큼 안전성이 부족했다. 이 때문에 안전장치를 걸어놓고 휴대해야 했으므로 그만큼 신속히 사격하기 어려웠다. 쉽게 격발이 되지 않는 더블액션 방식을 취한 것만으로도 일단 안전성이 향상되었지만 P38은 이외에도 2중, 3중의 장치를 부착했다.

우선 슬라이드 측면에 디코킹 레버(decocking lever)를 부착했는데, 레버를 잠그면 슬라이드의 작동 유무와 상관없이 해머가 코킹되지 않고 방아쇠는 계속 안전 상태를 유지했다. 거기에다가 외부 충격으로 해머가 오작동되지 않도록 파이어 링(fire ring) 후미에 AFPB(Automatic Firing Pin Block)라는 안전장치를 추가로 장착했다. 한마디로 오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제거한 것이다.

하지만 P38의 명성을 드높인 것은 결국 사용한 이들의 평가였다. P38은 북아프리카의 사막, 러시아의 동토처럼 가혹한 전선에서도 문제없이 작동했다. 사실 권총은 위력이 제한적이다 보니 전투 결과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무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38은 사용한 이들로부터 대단한 호평을 받았다. 당장 이전에 사용하던 권총, 특히 P08과 비교하여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는 사실을 곧바로 깨달을 수 있었을 정도였다.

사실 교체 대상이었던 P08이 워낙 문제가 많기도 했지만 동시대에 활약한 여타 국가의 주력 권총은 물론 이후에 등장한 수많은 권총들과 비교해도 성능의 차이는 확연했다. 가장 큰 경쟁상대라 할 수 있는 M1911에 비해 일단 가볍고 안정성 면에서도 우위에 있었다. 이후 미군의 새로운 제식 권총이 되는 베레타(Beretta) M9 같은 경우는 베레타 사에서 개발할 때 P38의 메커니즘을 참고했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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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물론 P38도 단점은 있다.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바로 생산성이었다. 앞에서 언급한 여러 장치들처럼 워낙 정교하게 만들다 보니 많은 부품이 들어갔다. P08가 45개의 부품으로 구성된 반면, P38은 52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서 그만큼 생산과 조립에 더 많은 시간이 들었다. 그런데 정작 P38의 가격이 P08의 절반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게 된 데는 우선 슬라이드, 프레임 같은 부품을 절삭 가공이 아닌 수평 밀링으로 가공했기 때문이다.

P38은 1938년부터 독일이 패한 1945년까지 제작되었다. 특히 전시에는 발터 사가 혼자 생산한 것이 아니라, 마우저(Mauser)와 슈프레베르크(Spreewerk) 등에서도 P38을 생산했다. 패전국의 무기였음에도 더 이상의 혁신적인 발전이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워낙 뛰어난 권총이다 보니, 서독에서 1957년 P1이라는 새로운 제식부호를 부여하고 2000년까지 꾸준히 생산했다. 당연히 많은 나라에도 군경 및 민수용으로 수출이 이루어져 전작인 HP, 후속작인 P1을 포함하여 약 20여 개국에서 사용했거나 현재 사용 중이다.

여담으로 P38의 성능에 근접한 새로운 자동권총이 나온 것은 1980년대 초 베레타 M92 권총이 등장한 이후부터다. 그 정도로 P38은 시대를 앞선 무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적인 신뢰성과 안전성 덕분에 P38은 자동권총의 기본 틀을 제시한 M1911, 1980년대에 혜성처럼 등장하여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글록(Glock)과 더불어 자동권총 역사를 개척한 3대 권총으로 뚜렷하게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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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 P38AP: 독일 육군용으로 개발된 최초의 P38 모델. 해머가 숨겨진 방식으로 설계되어, 더블액션의 장점을 그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막상 독일군에 제식채용된 것은 HP 모델이었다.

● P38HP: P38AP를 바탕으로 했으나 해머가 외부에 노출되도록 만든 모델. 결국 P38HP가 독일 육군에 제식채용되었으며, 이후 P38의 기본 모델이 되었다.

● P38K: 총열이 통상 4.9인치 길이인 P38 권총을 2.75인치로 줄인 모델. 1972년 뮌헨 올림픽 참사 이후 대테러요원용 자동권총으로 개발되어 1974년부터 생산되었다. 이후 P5 권총의 개발 베이스로 활용되었다.

● P1: P38을 그대로 서독 육군에서 채용한 모델. 노르웨이 등 기타 나토(NATO) 국에서도 제식권총으로 채용했다.

● P4: P1 권총의 총열 길이를 1인치 줄인 경찰용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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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제작사: 칼 발터 사(Carl Walther GmbH) 구경: 9mm 탄약: 9×19mm 파라블럼탄창: 8발 전장: 216mm 총열: 125mm 중량: 800g 유효사거리: 50m 작동방식: 쇼트 리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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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