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의 역사

ZBD-2000은 2005년 개발이 완료되어, 중국 해군 소속 육전대(해병대에 해당)에서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는 수륙양용장갑차다. 《해방군보》 같은 중국군의 공식 기관지에서는 ZBD-2000의 기본 모델인 보병전투차를 ‘05식 양서보병전차(两栖步兵战车, ZBD-05)’로 표기하고 있으며, 여러 변형 및 파생형까지 포괄해서 지칭할 때는 ‘05식 양서장갑차족(05式两栖装甲车族)’이라고 호칭하기도 한다.

ZBD-2000은 중국 국내외에서 여러 별칭이 동시에 사용되고 있어 표기법이 다소 혼란스러운 상태다. 일부 자료에서는 ZBD-2000을 중국 신형 수륙양용장갑차량의 기본형으로 간주하면서 ZBD-05와 약간 다른 모델인 것처럼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ZBD-2000과 ZBD-05를 동일 무기로 간주하면서, ZBD-2000은 ZBD-05의 개발 초기 명칭으로 보고 있다.

ZBD-2000 개발 이전인 1990년대까지 중국은 상륙용 장갑차량로 63식, 63A식, 77식 장갑차, 86식 보병전투차(WZ-501) 등을 운용하고 있었다. 이 중 63식 장갑차와 86식 보병전투차는 원래 도하용으로 개발된 장비로, 본격적인 상륙용 장비로 보기에는 성능이 떨어졌다. 77식 장갑차의 경우도 개발·배치된 지 오래되어 상륙작전에 특화된 후속 장갑차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ZBD-2000은 이처럼 본격적인 상륙작전에 운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구식 장갑차를 대체할 목적으로 2000년 개발에 착수했다. 2003년 정식으로 연구개발 결과가 승인되고, 2004년 12월 중국군의 설계심사를 최종 통과했으며, 2005년 제식화가 완료되었다. 총설계 책임은 병기설계원 부원장 첸펭페이(陈鹏飞)가 맡고, 양산은 노린코(NORINCO)의 자회사인 후난강루(湖南江麓) 기계집단유한공사가 관여하고 있다.

중국이 ZBD-2000의 개발 목표를 설정할 때, 그 무렵 미국이 개발 중이던 원정전투차량(EFV, Expeditionary Fighting Vehicle)을 많이 참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ZBD-2000 개발 과정에서 무엇보다 수상항행속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 것도 EFV의 영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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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ZBD-2000은 2개의 워터제트 추진기관을 이용해 수상에서 25㎞/h로 기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상 최고속도는 분명하지 않으나, 일부 중국 백과사전에서는 수상 최고속도가 40㎞/h라고 소개하고 있다.

서구권 군사전문지에서 제시하고 있는 ZBD-2000의 수상 속도 25㎞/h는 중국의 다른 장갑차와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다. ZBD-2000의 수상 속도는 63식·85식·89식 장갑차의 6㎞/h보다 4배 이상 빠르고, 86식 장갑차의 8㎞/h에 비해서도 3배 이상 빠르다. 상대적으로 상륙전에 좀 더 특화되어 있다고 평가받는 77식 장갑차의 12㎞/h에 비해서도 2배 이상 빠르다.

ZBD-2000이 개발 과정에서 참조한 미국의 EFV는 초수평선 상륙작전(OTH amphibious operation) 개념에 따라 수상 최고속도 46.3㎞/h를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ZBD-2000의 수상 속도는 EFV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그 이전 중국 장갑차의 수상 속도에 비해서는 두드러지게 빠르기 때문에 ZBD-2000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높은 수상 속도를 내기 위해 ZBD-2000에 탑재된 4 스트로크 터보차지 수냉식 디젤엔진은 수상에서 1,577마력(hp)의 파워를 자랑한다. 수상에서의 마력을 보면 ZBD-2000에 탑재된 디젤엔진은 통상적인 장갑차용 엔진 수준을 넘는 성능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항력을 줄여 속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고, 동시에 부력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차체 앞부분과 뒷부분에 필요할 때 펼칠 수 있는 작동형 플랩(선수익, 선미익)도 장착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 부속을 활행판(滑行板) 혹은 보조활판(辅助滑板)이라고 부르면서 ZBD-2000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손꼽고 있다.

ZBD-2000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으로 본체의 장갑에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권 장갑차량 중에는 오래전부터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 경우가 흔했지만, 중국에서는 대부분의 장갑차량에 강철제 압연강판을 사용해왔다.

ZBD-2000의 존재가 처음 알려졌을 때 서방에서는 ZBD-2000 차체와 장갑의 재질을 압연강판이라고 추정했지만, 최근에는 ZBD-2000의 기본 차체와 장갑이 알루미늄 합금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다만 포탑의 경우 압연강판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알루미늄 합금으로 장갑차를 제작하면 상대적으로 무게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제작 과정에서 고도의 용접기술과 부식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이 필요하다. ZBD-2000의 차체에 알루미늄 합금을 사용한 것은 결과적으로 중국 장갑차량 제조기술이 한 단계 더 진보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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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 현황

ZBD-2000의 생산 수량은 대략 1,000여 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상륙전용 무기인 만큼 한국의 해병대에 해당하는 중국 해군 육전대(陸战队)에서 주로 보유한다. 중국 해군 71식 상륙함(LPD) 등에 탑재해 운용할 수 있다.

원래 광저우군구(廣州軍區) 소속 42집단군 등 상륙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일부 육군 부대에서도 ZBD-2000을 보유하고 있었다. 2012년 12월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42집단군 예하 ZBD-2000 운용 부대를 방문한 사진이 공개된 일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2017년 4월 육군의 상륙전부대를 육전대에 통합하는 결정을 내림에 따라, 육군의 ZBD-2000 운용 부대는 앞으로 대부분 해군 소속 육전대로 전환될 전망이다.

생산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보유 수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현재까지는 주로 63식과 63A식 장갑차를 대체하는 식으로 배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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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 및 파생형

ZBD-2000은 개발 초기부터 계열 및 파생차량 개발을 고려하여 설계가 이루어졌다. ZBD-2000(ZBD-05)에는 크게 네 가지 모델이 존재한다. 1형은 서구권에서 직접사격 버전(Direct Fire Version)으로 부르는 모델로 105mm 주포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ZTD-05라는 별도의 제식명으로 구분해서 부르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05식 양서돌격차(两栖突击车)라고 부른다.

2형은 기본 버전인 보병전투차이며, 중국에서는 05식 양서보병전차(两栖步兵战车)라고 표기한다. 일반적으로 ZBD-05라고 표기할 때는 바로 이 05식 양서보병전차를 의미한다. 2형은 30mm 기관포를 탑재하고 있어 1형과 겉모습만으로도 뚜렷하게 구별된다.

3형은 장갑지휘차 버전이며 중국에서는 05식 양서장갑지휘차(两栖装甲指挥车)로 부른다. 4형은 구난장갑차 버전이며, 중국에서는 05식 양서장갑창구차(两栖装甲抢救车)라고 표기한다.

세부 제원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해외수출형 변형이 별도로 있다. 중국 측 자료에서는 확인이 잘 되지 않지만, 서구권 군사전문지에서는 중국군에 ZBD-2000 122mm 자주포 탑재 형도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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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

탑승인원: 3+11명
전장: 9.5m(플랩 전개시 12.9m)
전폭: 3.364m
전고: 3.038m(포탑 상부 기준)
중량: 2.65톤
육상 최고속도: 65㎞/h
수상 속도: 25㎞/h
엔진 출력: 590마력(육상), 1,577마력(수상)
주무장: 30mm 기관포(보병전차 기준), 105mm 주포(돌격차 기준)
보조무장: HJ-73D 대전차 미사일X2, 7.62mm 동축기관총X1
생산: 후난강루(湖南江麓) 기계집단유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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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김병륜
디펜스코리아 자문위원, 국방일보 기자를 거쳐 《군사전문인을 위한 인터넷》, 《6.25전쟁 그때 그날》, 《이성호 제독》의 저자로 현재 군사 및 역사분야 저술가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