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6.1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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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백과]

Su-27 플랭커 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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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27SM3 <출처: (cc) Vitaly V. Kuzmin at Wikimedia.org>



개발의 역사


소련 시절에 개발된 Su-27은 여러모로 미국의 F-15에 비견되는 4세대 전투기다. 현재 러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주력 전투기로 사용 중이며 다양한 후속 파생 기종을 이끈 원형기이기도 하다. 특히 현재 최상급의 전투기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5세대 전투기인 PAK-FA과 그 역할을 교대할 예정이지만, 이후로도 여전히 상당 기간 중요한 역할을 계속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투기 분야에서 소련은 MiG-15처럼 충격을 준 걸작도 만들었지만, 보편적으로 미국이 신예기를 내놓으면 대항마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근근이 쫓아가는 추세였다. 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미 미국이 구상을 하는 단계부터 소련의 대응이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던 1960년대 말, 미국이 F-4 팬텀 II를 대체할 후속기 도입 사업인 F-X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는 정보가 전해졌다.


훗날 F-15가 되는 신예기의 예상 능력이 알려지자 소련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전자산업의 기술력 격차 등으로 말미암아 개발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항전장비 같은 부분은 당장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일단 기본이 되는 기체의 성능에서도 뒤지면 곤란했다. 사실 그때까지 소련 전투기는 최고속도 정도를 제외하면 항속거리, 무장탑재량 등에서 미국 전투기와 비교하여 열세였다.


누구보다 이를 잘 알던 군 당국은 TsAGI(중앙유체역학연구소)에 마하 2 이상, 장거리 비행, 단거리 이착륙, 중무장이 가능한 차세대 전투기에 대한 연구를 지시했다. 이렇게 시작된 연구를 바탕으로 수호이(Sukhoi) 사에서 개발한 T-10 시험기가 1977년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이후 시험을 거치며 드러난 여러 문제점을 해결하여 Su-27이라는 이름으로 1982년 양산이 결정되었고, 1985년부터 방공군을 시작으로 실전 배치되었다.

T-10 시험기


특징


형상이란 측면에서 Su-27은 둔탁한 기존 소련 전투기들의 이미지를 일거에 바꿔놓았다. 거대한 영공을 관할하는 군 당국이 요구한 엄청난 항속거리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기역학적으로 이점이 많은 블렌디드 윙 바디(Blended Wing Body) 동체가 채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련은 전자 분야의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어서 크기가 커져버린 각종 장비를 장착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기체 형식을 놓고 고민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아무리 비행에 뛰어난 형상을 가졌다 하더라도 항속거리를 늘리려면 기본적으로 연료를 많이 탑재해야 한다. 개발자들은 비행 중 발생하는 저항 등을 고려하여 외부 연료 탱크를 장착하는 대신에 내부에 연료를 모두 탑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처럼 유선형의 기체 외형을 유지하되 여러 첨단 장비와 9.4톤의 연료를 내부에 탑재하다 보니 Su-27은 상당히 커다란 전투기가 되었다.

R-27 공대공미사일(나토명 AA-10)을 장착한 Su-27

Su-27은 27,550파운드의 강력한 추력을 발휘하는 AL-31F 터보팬 엔진을 2개나 장착하여 중무장 상태에서도 고속, 고기동을 발휘할 수 있다. 사실 4세대 전투기에게 있어서 우선순위는 아니지만 Su-27은 뛰어난 기체 구조, 강력한 엔진, 그리고 플라이 바이 와이어(fly-by-wire) 제어 시스템 덕분에 뛰어난 기동력을 자랑한다. 예를 들어 Su-27은 코브라 기동이 가능한데, 이는 비행 중에 기수를 110도 이상 들어 올려 날개와 동체 전체를 에어브레이크(air brake)처럼 사용하여 기체 속도를 급격히 줄이는 기동을 말한다.


하지만 비행과 관련한 능력과 별개로 실전에서 중요한 레이더와 항전장비의 성능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상관제 위주로 전투기를 운용하는 소련군 전술 교리 때문이기도 했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자산업처럼 이와 관련된 기술 수준과 경제적 뒷받침이 뒤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러시아 경제가 살아난 2000년 이후부터 대대적인 성능 개량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코브라 기동 중인 Su-27 <출처: 유튜브 동영상>



운용 현황


소련은 최첨단 전투기 Su-27의 해외 판매나 공여를 엄격하게 제한했으며, S-27에 관련된 정보나 기술 유출도 최대한 막았다. 그러면서 서방의 에어쇼에 적극 참여하여 뛰어난 비행 성능을 공개적으로 선보임과 동시에 F-15를 앞서는 최강의 전투기라고 선전했다. 구체적인 성능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단지 Su-27의 충격적인 기동 능력만 볼 수밖에 없던 서방은 소련의 공세에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의 해체는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국제 공조를 통해 러시아로 몰아준 전략무기와 달리 전술작전기인 Su-27은 보유국이 러시아를 비롯하여 소련 연방에 속했던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보다 의미 있는 변화는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대외 판매에 나섰다는 점이었다.

잠재 적국이자 최신예기 도입에 어려움을 겪던 중국은 이런 호기를 노려 Su-27을 직도입, 라이선스 생산 및 불법 복제 행위까지 자행하며 러시아 다음의 보유국이 되었다. 그 외에도 에티오피아, 에리트레아, 인도네시아, 몽골, 베트남, 앙골라 등에서도 주력기로 사용하고 있다. 오히려 개량형인 Su-30은 러시아가 수출 전략 품목으로 정해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사용되고 있을 정도로 사정이 바뀌었다.

Su-27은 총 802대가 생산되었고 여러 나라에 공급되면서 다양한 실전 기록도 세웠다. 압하지아 분쟁, 남오세티아 전쟁, 시리아 내전 등에서 활약했으나, 규모가 작아 그다지 의미 있는 전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는 없다. 공대공 전투는 1999년과 2000년에 에티오피아의 Su-27이 에리트레아의 MiG-29를 격추한 사례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으나 정확히 확인된 사항은 아니다.

Su-27의 급격한 기동으로 와류가 발생하고 있다. <출처: (cc) Gumayunov Victor at Wikimedia.org>


변형 및 파생형


Su-27은 주력 전투기로서 활용도가 높아 파생형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애초에 충실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기체가 설계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다양한 Su-27과 그 파생형들을 ‘플랭커 시리즈’라고 부른다.
 
● Su-27P(NATO명 ‘플랭커 B’): 초도 양산형으로 미국의 F-15처럼 대지 공격 능력이 없는 순수한 제공 전투기다.
 
● Su-27PU: 제공기인 Su-27P의 복좌형으로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추후에는 수출 전략형 기체인 Su-30으로 발전했다.

● Su-27K(플랭커 D): 해군의 항공모함 탑재기로 Su-33으로 재분류되었다.

Su-27SKM

● Su-34 풀백(Fullback): 커다란 동체를 기반으로 전술폭격 임무에 특화된 기체다. 애초에는 Su-27IB(IB는 ‘전폭기’라는 뜻)로 개발이 시작되었으며, Su-24를 대체하는 중이다.

Su-34 풀백 <출처: (cc) Dmitry Chushkin at Wikimedia.org>

● Su-35(플랭커 E): Su-27M으로 개발된 최신형 플랭커로, F-15E처럼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플랭커 가운데 가장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

Su-35(플랭커 E)


제원


기종: Su-27SM
형식: 쌍발 터보팬 다목적 전투기
전폭: 14.70m
전장: 21.49m
전고: 5.93m
주익면적: 62㎡
최대이륙중량: 33,000kg
엔진: AL-31F 터보팬(27,550파운드)×2
최고속도: 마하 2.35
실용상승한도: 59,055피트
전투행동반경: 1,340km
무장: 30mm Gsh-30-1 기관포 1문
         R-27R/R-27T/R-27ER/R-27ET, R-73, R-60 공대공미사일
         범용폭탄, 로켓, 23mm 기관포 포드 등 공대지 무장
         하드포인트 12개소에 최대 8,000kg 탑재 가능
항전장비: N001 레이더, OLS-27 IRST, RLPK-27 등
승무원: 1명
초도비행: 1981년 4월 20일(Su-27S)
대당 가격: 미화 약 3,000만 달러
양산 대수: 802대



저자 소개


남도현 | 군사저술가
『히틀러의 장군들』,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