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1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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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세계]

대중의 찬사, 군경의 외면

데저트 이글(Desert Eagle) 권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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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데저트 이글. 강력하지만 너무 과장된 평가를 받고 있다. <출처: (cc) Elvin Lazo at Wikimedia.org>

정치인, 연예인, 프로 선수처럼 대중을 상대하는 이들은 인기에 상당히 민감하다. 사실 인기에 대한 집착은 앞서 언급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상품의 관계자들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사고 싶어 할 만큼 인기가 많은 상품은 단지 상업적인 성공을 넘어 명품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인기가 많다는 것을 종종 최고의 품질과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품질이 좋아 인기를 끄는 것이겠지만, 높은 인기가 반드시 좋은 품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번 형성된 인기와 명성 덕분에 제품이 실제 이상으로 과대평가되는 경우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쉽게 구입하기 어려울 만큼 비싸고 소량만 제작된 유명 디자이너의 의상이 품질이 좋고 실용적인 옷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것과 같다.

특수한 상품이라 할 수 있는 무기도 마찬가지여서, 직접 사용하는 소수보다 단지 취미로 감상하고 분석하는 보통의 다수에 의해 인기와 명성이 생기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그래서 대중의 인기를 얻은 무기가 반드시 성능이 좋거나 실사용자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볼 수는 없다. 데저트 이글(Desert Eagle) 권총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되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데저트 이글 50AE. 대중과 실사용자의 평가가 다른 대표적인 무기다. <출처: (cc) Bobbfwed at Wikimedia.org>


가장 강력한 자동권총


흔히 데저트 이글을 이스라엘제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으나 미국 매그넘리서치(MR)에서 개발한 것을 이스라엘의 IMI(현 IWI)에서 하청 생산했을 뿐이다. 1979년 탄생했으니 최신 권총이라 할 수는 없지만 여타 유명 권총들과 비교하면 그다지 구형도 아니다. 데저트 이글의 가장 큰 특징은 강력한 매그넘(Magnum)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사실 이 때문에 과도한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다.

매그넘탄은 특정 탄환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화력을 강화하기 위해 탄피의 길이를 늘려 화약을 많이 넣은 탄환을 의미한다. 따라서 종류가 다양한데, 그중 357매그넘탄, 44매그넘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44매그넘탄은 발사 시 발생하는 에너지양이 서방의 자동소총용 표준탄인 5.56mm NATO탄과 동급일 정도로 강력하다. 다만 탄자가 크고 무겁기에 사거리가 짧고 관통력이 부족하여 권총탄이나 사냥용 소총탄 정도로만 사용된다.

리볼버에서 44매그넘탄을 발사하는 모습. 고압의 가스가 사방으로 분출되면서 충격을 흡수해 준다. <출처: (cc) Niels Noordhoek at Wikimedia.org>

발사 시 충격이 크기에 권총의 경우는 가스압 방출이 쉬운 리볼버에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자동권총에 비해 신통치 않은 리볼버의 위력을 늘리기 위한 탄으로 많이 알려져 있고 실제로 그런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매그넘리서치는 이 점을 주목하고 매그넘탄을 사용하는 자동권총의 개발에 착수했다. 강력한 자동권총이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군경용으로 적합하다고 본 것이다.

핵심은 사격 시 발생하는 반동을 줄이는 일이어서 자동권총에서는 보기 드물게 고성능 자동소총에서나 사용하는 가스압 작동 방식을 채택했다. 그래서 작동 시스템만 놓고 본다면 자동소총의 크기를 커다란 권총 수준으로 줄인 것이라 할 만했다. 덕분에 데저트 이글은 등장과 동시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자동권총이라는 명성을 얻었고, 총의 화력을 중시하는 이들로부터 최고의 권총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가스압 작동 방식으로 설계된 데저트 이글의 구조도. <출처: (cc) Fluzwup at Wikimedia.org>


실사용자들의 외면


이처럼 야심만만한 목적을 가지고 개발된 데저트 이글은 이후 다양한 종류의 탄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량되어 357매그넘탄, 41매그넘탄, 41액션익스프레스(AE)탄, 440코본(Cor-Bon)탄, 44매그넘탄, 50AE탄을 사용할 수 있는 여러 형식이 존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AK-47의 7.62mm 탄과 운동 에너지가 동일한 50AE탄을 사용하는 데저트 이글은 흔히 최강의 자동권총으로 불린다.
최강의 자동권총으로 불리곤 하는 데저트 이글 50AE와 탄환 <출처: (cc) DeepThunder at Wikimedia.org>

하지만 어느 것이 대표라고 말하기 곤란할 만큼 다양한 모델이 존재한다는 것은 데저트 이글이 생각만큼 뛰어난 권총이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권총을 제작하는 이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대 수요처인 군이나 경찰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기존의 권총들도 이들 집단이 대량으로 사용하면서 명성을 얻은 것이다. 그러나 데저트 이글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겉으로 드러난 화려한 스펙과 인기에 비해 정작 많이 팔리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최강의 자동권총이라는 타이틀과 별개로 실사용자들로부터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군경이 사용을 외면했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함축적으로 설명해 준다. 상식적으로 군경 같은 총포의 필수 사용자가 성능이 좋은 권총을 마다할 하등의 이유는 없다. 결국 대량 판매에 실패하면서 매그넘리서치는 판로 개척을 위해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여야 했던 것이다.

IMI에서 생산되었다는 문구가 새겨진 데저트 이글 50AE. <출처: (cc) Rama at Wikimedia.org>


권총으로서의 치명적 약점


결국 이러한 문제는 강력함만 추구하다 보니 권총이 갖춰야 할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스피스톤에다 회전노리쇠를 장착하면서 당연히 크기와 무게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최고의 권총 중 하나로 명성이 자자한 M1911의 치명적인 약점 중 하나가 무거운 중량이었는데, 세부 모델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데저트 이글은 이보다 무게가 두 배 더 나가는 2kg 정도다.
데저트 이글은 너무 크고 무거웠다. 이는 휴대성이 좋아야 할 권총으로선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출처: (cc) Rama at Wikimedia.org>

자동소총이 3~4kg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편리한 휴대를 원칙으로 하는 권총으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거기에다가 탄창에 적재할 수 있는 7~9발은 여타 최신 자동권총에 비한다면 적은 양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리볼버보다 탄창을 빨리 갈아 낄 수는 있지만 일선에서는 이 정도의 장탄량에 무게도 많이 나가는 자동권총을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더불어 복잡한 구조로 말미암아 툭하면 작동 불량이 발생했다. 총기 관리가 부실할 때 발생하는 일반적 현상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권총에 비해 더 많은 시간을 정비에 투자해야 하므로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불편하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자동권총에 적합하지 않은 매그넘탄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화약을 많이 담은 매그넘탄은 발사 시 구조적으로 오염물이 많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분해된 데저트 이글 Mk I. 세부적으로 구조가 복잡한 편이어서 작동 불량이 잦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엉뚱하게 얻은 명성


거기에다가 사격 시 발생하는 커다란 반동도 좋은 권총이 되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워낙 강력하여 자세를 바로 잡지 못하면 발사 시 손목이 부러진다는 그럴듯한 유언비어가 한때 퍼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어떤 면에서 그만큼 반동이 심해 연사 시 자세를 바로 잡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언급한 무거운 중량도 복잡한 구조와 더불어 반동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고육책이었다.
44매그넘탄용 데저트 이글로 사격 중인 미군 장교. 최대 수요처인 군경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사실 화력이 강해서 나쁠 것은 없지만 애당초 권총은 권총으로서 필요한 정도의 화력이 요구될 뿐이다. 권총으로 갖추어야 할 대부분의 조건은 충족하지 못한 채 단지 화력만 강해서는 좋은 권총이 될 수 없다. 그래서 현재 데저트 이글은 사냥이나 사격을 취미로 하면서 강력한 화력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을 상대로 한 민수용만 제작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저트 이글이 최고의 권총이라는 예상 밖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바로 게임 때문이다. 여러 컴퓨터 게임에서 등장한 데저트 이글은 특유의 강력함을 바탕으로 하는 무소불위의 권총으로 묘사되었다. 덕분에 데저트 이글은 정작 실제 사용자들로부터는 외면받았지만 대중으로부터는 인기를 얻은 권총이 되었다. 아마도 거품 인기 속에서만 빛을 발한 대표적 무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크롬 도금을 한 데저트 이글 Mk XIX. 실사용자들의 외면과 달리 게임 덕분에 대중적인 명성을 얻었다. <출처: (cc) DeepThunder at Wikimedia.org>


제원(Mk XIX)



탄약 357 매그넘 외 모델별로 다양 / 작동방식 가스작동식, 회전노리쇠 / 전장 273mm / 중량 1,999g / 유효사거리 50m


남도현 | 군사 저술가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