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2.0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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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의세계]

중국 공군의 질적 성장을 이끈 주력기

J-11(殲-11) 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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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군에게 4세대 전투기 시대를 열어 준 J-11.

근래 들어 중국은 주변국에 근심이 될 만한 군사 행동을 수시로 벌이고 있다. 그동안 단지 선언적 의미로만 취급되던, 이른바 구단선(九段線)이라 부르는 남지나해 지역으로의 팽창을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2017년 1월 9일에는 전투기와 폭격기, 조기경보기로 구성된 혼성 편대가 사전 통보 없이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거쳐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까지 진입하기도 했다.

중국은 NPT(핵확산방지조약)에서 인정하는 5대 핵보유국이고, 거대한 국토와 인구를 바탕으로 엄청난 규모의 육군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 말, 대외 개방을 통해 시작된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커진 해공군력이 이러한 도발적 행동의 직접적인 동력이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중국군의 행동이 노골적인 것은 그만큼 이 분야의 전력이 증강되었다는 뜻이다.

공군을 예로 든다면 1990년대 이전의 중국은 미국, 소련과 비교해 꿀리지 않는 6,000여 기의 군용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나 소련은 중국을 결코 경쟁자로 여기지 않았고 하다못해 규모는 적지만 지역 내에서 경쟁을 벌이던 일본 항공자위대조차 중국 공군을 아래로 보았다. 흥미로운 점은 특유의 허풍으로 이름난 중국 스스로도 자신들의 공군이 최강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군은 무기의 질이 전력의 우위를 결정짓는 대표적인 분야다. 1990년대 이전의 중국 공군은 보유 작전기의 질이 워낙 떨어져 자타가 공인하는 단지 양만 많은 군대였다. 당연히 이는 중국의 커다란 고민이었고 불법도 불사해 가며 전력 향상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결국 그렇게 해서 최근 군사적 팽창 행위의 선봉에 내세우는 강력한 전투기를 확보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현재 중국 공군의 주력기인 J-11(殲-11) 전투기다.

Su-27을 복제하여 J-11B를 만든 경험과 우크라이나에서 비밀리에 획득한 Su-33의 원형기인 T-10K-3을 바탕으로 개발한 중국 해군 최초의 함재기 J-15. 하지만 성능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출처: (cc) Simon Yang at Wikimedia.org>


신예 전투기에 대한 갈망


중국 스스로도 위축되어 있었을 만큼 1990년대 이전에 보유한 약 4,500여 기의 전투기 대부분은 시대에 뒤진 MiG-19의 카피형 J-6, Q-5, 또 MiG-21을 바탕으로 생산한 J-7, J-8 등이었다. 제3세대 전투기가 주력이던 1970년대까지만 해도 나름대로 역할을 다했지만 그때도 중국 영토 밖에서 작전을 벌인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그러던 1982년 중동에서 벌어진 베카 계곡(Beqaa Valley) 공중전은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4세대 전투기인 F-15, F-16과 조기경보기로 무장한 이스라엘 공군이 시리아 공군의 3세대 전투기들을 학살이란 표현이 어울릴 만큼 일방적으로 도륙한 것이었다. 중국에게는 한마디로 공포 그 자체였다. 당장 전력을 증강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최신예기를 들여오는 것인데, 문제는 설령 비싼 값을 불러도 중국에 팔겠다고 나서는 나라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물론 소련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은 분쟁으로 소련의 기술 지원이 끊기자 MiG-21을 역설계해 복제한 J-7을 만들어 대외 수출까지 했다. 사진은 J-7의 수출형 모델인 파키스탄 공군의 F-7. <출처: Asuspine at Wikimedia.org>

중국은 냉전 초기에 소련의 지원으로 MiG-15, MiG-17, MiG-19를 라이선스 생산했고 중소분쟁으로 소련 기술진이 철수한 후에는 MiG-21을 역설계하면서 전투기 제작 기술을 축적했다. 하지만 단지 비행 능력만으로 전투기가 되는 시절이 지나가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첨단 센서와 전자식 항전 장비를 장착한 4세대 전투기 시대가 되자 실패로 끝난 J-9의 예처럼 중국은 심각한 기술적 한계에 봉착했다.

한때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기술을 제공하려 했으나 1989년 천안문 사태로 취소되면서 중국의 공군 현대화는 물 건너 간 듯 보였다. 하지만 1991년 연방 해체에 이를 정도로 심각했던 소련의 경제 위기가 예상치 못한 기회로 작용했다. 1990년 중국이 최신 전투기의 구매 의사를 타진하자 소련이 이듬해 Su-27과 MiG-29로 구성된 비행단을 베이징에 보내 시범 비행을 펼칠 만큼 적극적으로 나온 것이다.

최신 전투기 도입에 대한 열망이 컸던 중국은 자체 개발을 시도했으나 기술적 난관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림은 1980년 초 실패로 끝난 J-9의 개념도.



도입과 함께 이루어진 카피


두 기종을 놓고 검토를 거친 중국은 Su-27을 대상 기종으로 선정하고 1992년 1차분으로 26기를 직도입하면서 그토록 염원했던 4세대 전투기 시대를 열었다. 기존 전투기와 차원이 다른 Su-27을 운용해 본 일선에서의 반응은 고무적이어서 1995년 2차분 22기의 추가 발주가 이루어졌고 내친 김에 엔진, 레이더, 항전 장비를 포함한 주요 부품을 러시아에서 구매하는 조건으로 200기의 면허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러시아는 중국이 잠재 적국인데다 과거 MiG-21을 데드카피했던 전례가 있어 망설였으나 결국 25억 달러에 계약을 체결했다. 직도입한 48기의 Su-27SK와 별개로 선양비기공사(瀋陽飛機公司)에서 면허생산된 기종에는 J-11이라는 제식번호가 부여되었다. 그런데 원래 J-11은 1970년대에 불발로 끝난 경량 전투기에 붙기로 되어 있던 부호였다. 그만큼 이 이름을 사용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러시아의 수출형 다목적 기종인 Su-27SKM. 중국에 공급된 기종은 이보다 이전 모델로 제공기인 Su-27SK다. 총 48기가 직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처: Dmitriy Pichugin at Wikimedia.org>

J-11은 1998년 1호기가 일선에 공급되기 시작했는데 2006년 104기를 끝으로 일단 제작이 중단되었다. 중국이 무단으로 부품을 분해하고 역설계에 나섰다는 이유로 러시아가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러시아가 제공한 부품이 불량이어서 J-11이 직도입한 Su-27SK만큼 성능이 나오지 않아 원인 파악을 위해 부득이 분해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는 불법적인 역설계를 합리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했다.

사실 중국의 과거 행태나 최신 기술 습득을 향한 집요한 의지를 고려할 때, 러시아가 이런 일이 벌어질 거란 생각을 못한 게 오히려 이상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렇게 관계가 악화되자 중국은 그동안 조립생산과 역설계를 통해 얻은 기술들을 이용해 J-11의 자체 제작에 착수했다. 어쩌면 이미 예정하고 있었던 일의 진행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당연한 수순이었다고도 볼 수 있다.



성능에 대한 의구심


그렇게 해서 탄생한 기종이 J-11B이고 이전 조립분은 J-11A로 구분된다. 2007년부터 양산이 개시되었으니 어쩌면 중국은 Su-27을 직도입한 시점부터 복제를 시작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완전한 중국제 전투기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일단 외형만으로도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Su-27과 같기 때문이다. 물론 외형이 같다고 성능도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비행과 관련된 가장 기본적인 성능은 기체의 형태에 의해 결정된다.

결론적으로 Su-27을 그대로 베껴야 했을 만큼 고성능 전투기의 설계 능력에서 중국은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그럼에도 중국이 J-11B를 자국산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자체 개발한 국산 운항 장비와 항전 장비를 장착했기 때문이라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성능이 공표된 것은 없다. 따라서 J-11B의 성능이 전작들보다 향상되었다는 중국 측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2014년 남지나해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 P-8 대잠초계기를 요격 나온 중국의 J-11B.

그보다 J-11B의 성능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것은 오히려 기초적인 부분 때문이다. 중국이 공식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10년 일본 산케이 신문은 중국 공군이 심각한 진동 문제로 16기의 J-11B 인수를 거부했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다. 2014년에도 엔진 문제로 인수를 거부했던 사건이 있었다. 이 또한 중국 정부가 공식 확인한 내용은 아니지만 공공연한 비밀로 알려져 있다.

J-11B에는 AL-31F 엔진을 무단 복제한 중국산 WS-10 엔진을 탑재하는데, 추력이 원형의 70퍼센트에 불과한데다 신뢰성도 상당히 떨어져 일선 부대에 심각한 고민을 안겨 주고 있다. 결국 엔진 직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무단 복제로 애를 먹은 경험이 있는 러시아가 순순히 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쩌면 J-11B는 단지 겉만 따라 한다고 최신 기술이 복제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각각 2기의 PL-8, PL-12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한 중국 해군 소속의 J-11BH. 현재 중국 해군은 약 48기의 J-11B를 운용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도 현실적인 위협


하지만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J-11이 중국 공군의 역사를 새롭게 쓴 것은 맞다. 생산 및 복제를 통해 얻은 기술로 로우급 신예 전투기인 J-10을 제작할 수 있었고 2012년부터는 전폭기 버전인 J-16, 2013년에는 Su-33 함재기의 불법 복제판인 J-15의 생산에도 성공했다. 물론 이들 기종도 J-11B만큼 여러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중국의 항공 전력이 2000년 이후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처럼 4세대 전투기를 보유하게 되면서 작전기 수량은 1980년대에 비해 1,500여 기 정도 줄었음에도 중국 공군의 전력은 반대로 대폭 향상되었다. 거기에다가 여전히 말이 많지만 2019년에는 스텔스 전투기인 J-20의 배치도 예정되고 있을 만큼 행보가 거침이 없다. 어쩌면 짝퉁을 만들면서 거친 시행착오와 그를 통해 얻은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변화된 모습이 우리에게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군사력이 성장했다고 주변국을 향해 위협적인 행동을 벌이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하지만 패권국을 꿈꾸는 중국의 최근 모습을 보면 그런 행동을 자제할 의도가 없어 보인다. 처음 언급한 J-11을 앞세운 방공식별구역 침범 사건 당시에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중국 해군과 공군의 규모가 커지면서 활동 영역의 확대를 피할 수 없다”고 강변했던 것을 보면 더욱 우려스럽다.

Su-30MKK를 복제한 것으로 알려진 J-16. 미국의 F-15E에 비교되는 다목적 전폭기다. <출처: Dmitriy Pichugin at Wikimedia.org>



제원(J-11A)



전장 21.9m / 전폭 14.7m / 전고 5.92m / 최대이륙중량 33,000kg / 최대속도 마하 2.35 / 항속거리 3,530km / 작전고도 19,000m / 무장 GSh-30-1 30mm 기관포 1문, PL-12, PL-9, PL-8, R-27, R-73, R-77 AAM 장착 가능


남도현 | 군사 저술가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