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다는 과거 서독이 개발한 장갑차로 서방세계 최초의 보병전투차량으로 알려져 있다. 보병전투차량이란 보병이 승차한 채로 전투를 할 수 있게 만든 장갑차이다. 기존의 장갑차와 달리 20㎜급 이상의 기관포와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하고, 탑승실에는 총안이 장착되어 승차한 보병이 차체 밖으로 사격이 가능하다. 지난 40여 년간 2,100여대가 생산된 마르다는 시대를 선도한 장갑차로 지금도 독일 육군의 주력 보병전투차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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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장과 함께 시작된 신형 장갑차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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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에 패전한 독일은 이후 어떠한 무장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나 동서냉전이 가속화되면서 서독은 1955년부터 재무장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정식 군대인 독일연방군이 탄생하게 된다. 당시 냉전의 최전선에 위치했던 서독은, 바르샤바 조약기구에 맞서기 위해 기갑장비를 대규모로 확충하게 된다. 미국으로부터 M-47/48 전차를 도입하였으며, 1956년부터는 국산 신형 장갑차를 개발하게 된다. HS.30 보병전투차량으로 알려진 이 신형 장갑차는, 전차와 함께 작전하는 기계화 보병이 승차전투를 할 수 있게 설계되었다. 또한 이스파노-수이자(Hispano-Suiza)사의 20㎜ 기관포를 탑재해 기존 장갑차와 달리 강력한 화력을 자랑했다. HS.30 보병전투차량은 1959년부터 생산이 시작되어 서독 육군에 배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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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앞섰지만 성능은 기대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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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병 5명이 탑승할 수 있었던 HS.30 보병전투차량은 그러나 배치가 가속화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엔진이 차체 뒤에 설치된 관계로, 보병의 승·하차는 차체 위에 있는 문을 사용해야 했다. 평시에는 문제가 안되었지만 총탄이 빗발치는 전시에는 큰 문제였다. 전투에서 탑승한 보병이 승·하차할 때, 적의 사격에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밖에 엔진출력부족과 함께 현가 장치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는 1960년대 중반까지 가까스로 해결되었으나, 서독 육군의 소요를 훨씬 넘는 1만대 발주는 의혹의 대상이 되었다. 결국 서독 언론에 의해 밝혀졌지만, 장갑차 소요 제기 과정에 연관된 관계자에게 제작사가 뇌물을 주었고 정당에도 거액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것이 드러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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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개발된 신형 보병전투차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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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30 보병전투차량은 개념 면에서 시대를 앞선 장갑차였지만, 성능은 서독 육군의 기대에 못 미쳤다. 또한 기동성이 떨어져 당시 독일이 개발 중이던 레오파르트1 전차와 공동작전도 힘들어 보였다. 결국 1960년 1월부터 서독 육군은 신형 장갑차를 다시 개발하게 된다. 신형 장갑차는 12명의 기계화 보병이 탑승하고, 승·하차전투가 가능해야 했다. 20㎜ 기관포를 탑재해야 했으며, NBC 무기에 대한 보호능력을 갖춰야 했다. 이후 서독 내 제작사들에 의해 시제차량이 개발되었으며, 서독 육군은 최종적으로 라인슈탈(Rheinstahl)사의 시제차량을 신형보병전투차량으로 결정하게 된다. 1969년 5월 서독 육군은 이 장갑차에 독일어로 “담비”를 뜻하는 마르다(Marder)를 제식명칭으로 부여했다. 최대 6명의 기계화 보병이 탑승하는 마르다 장갑차는, 20㎜ 기관포를 오버헤드 건(Overhead Gun) 포탑으로 장착했다. 또한 차체 후방에는 7.62㎜ 기관총이 장착된 원격조종포탑이 설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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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병전투차량의 기준을 제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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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다는 이전의 장갑차와 달리 강력한 화력과 함께 높은 방어력을 자랑했다. 경사장갑이 도입된 차체는 기본적으로 소련의 14.5㎜ 중기관총탄을 방어할 수 있었고, 차체전면상부는 20㎜ 기관포탄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되었다. 이전의 HS.30 보병전투차량과 달리 차체 뒤에 마련된 병력실에는, 유압으로 작동되는 대형 문이 설치되어 기계화 보병이 신속하게 승·하차가 가능했다. 병력실 좌우로는 각각 2개의 총안이 설치되었다. 당시 서독 육군이 사용하던 우지 기관단총에 맞게 설계된 총안은, 차량 안에서도 90도 범위 안에서 회전하며 사격을 할 수 있었다. 1970년대 말 부터는 밀란(Milan) 대전차 미사일을 장착해 적 전차에 대한 공격능력도 갖추게 되었다. 1981년 미 육군에 M2 브래들리가 배치되기 전까지, 마르다는 서방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보병전투차량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후 개발되는 서방세계의 보병전투차량에 기준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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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여 년간 주력 장갑차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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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부터 1975년까지 2,100여대가 생산된 마르다 보병전투차량은, 당시 서독 육군 기계화 부대의 핵심 장갑차로 사용되었다. 이후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일선 전력으로 운용되었으며, 배치된 지 30여 년 만에 아프간에서 실제 전투에 사용된다. 지난 2009년 국제안보지원군으로 파병된 독일군은, 마르다 보병전투차량을 이용해 치안유지활동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탈레반과 치열한 교전이 벌어졌으며, 마르다 보병전투차량의 20㎜ 기관포와 뛰어난 기동성을 이용해 이를 제압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프간에 배치된 마르다 보병전투차량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아, 탑승한 보병들은 더위에 시달려야만 했다. 또한 2011년 6월에는 마르다 보병전투차량 한대가, 탈레반이 매설한 200㎏ 상당의 급조폭발물에 공격을 당해 병사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독일연방군이 사용중인 마르다는 2020년까지 신형 푸마(Puma) 보병전투차량으로 교체될 예정이다. 퇴역한 마르다 보병전투차량은 칠레와 인도네시아 그리고 요르단에 판매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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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다 보병전투차량 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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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중량 38.5t / 폭 3.38m / 길이 6.88m / 전고 3.225m / 최고속도 65km/h / 항속거리 460㎞ / 무장 20㎜ 기관포, 7.62㎜ 기관총, 밀란 대전차 미사일 / 탑승인원 9명 (승무원 3명, 기계화 보병 6명) <출처: 독일 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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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대영 | 군사평론가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국방관련 언론분야에 종사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해군발전자문위원 및 방위사업청 반 부패 혁신추진단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