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3일 중국 베이징 텐안먼광창, 파란 가을 하늘아래 중국의 항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을 기념하는 성대한 열병식이 거행되었다. 중국의 최신무기들이 등장한 열병식에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중국의 전략무기인 동펑(东风) 탄도미사일이었다. 이날 중국군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포함해 7종의 미사일 100여기를 공개하였다. 특히 이번 열병식에는 “항공모함 킬러”로 불리는 동펑-21D 대함탄도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냈고,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동펑-26과 동펑-16이 최초로 공개되었다.

동풍은 서풍을 압도한다

1949년 중국 공산당은 중화민국의 국민당 정부를 타이완으로 축출하고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다. 당시 소련은 공산주의 신생 국가였던 중국에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었고, 탄도미사일 기술도 그 중 하나였다. 1958년 4월 중국은 소련이 제공한 R-2 미사일을 모방제작하기 시작했고, 1960년 11월 5일 첫 발사에 성공하게 된다. 중국은 이 탄도미사일에 동펑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동펑은 중국 건국의 아버지 마오쩌둥이 1957년 모스크바에서 한 연설, 동풍압도서풍(东风压倒西风) 즉 동풍은 서풍을 압도한다는 말에서 나왔다. 하지만 중국과 소련의 밀월관계는 오래가지 못했다. 1960년부터 소련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소련은 탄도미사일의 기술 이전과 기술자들의 지원을 금지했고, 결국 중국은 독자적으로 탄도미사일을 개발하기 시작한다.

중국 미사일의 아버지 첸쉬에썬

중국은 동펑-1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성능이 향상된 추진 체계를 장착한 동펑-2 탄도미사일을 새로 개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개발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1962년 3월 최초의 시험발사는 실패로 끝났고, 결국 완전히 새로 설계한 동펑-2A 탄도미사일이 등장한다. 동펑-2A 탄도미사일은 1964년 6월 29일 발사에 성공했다. 2년 뒤인 1966년 10월 27일에는 핵탄두를 탑재한 동펑-2A 탄도미사일이 간쑤성의 주취안 군 기지에서 발사되어, 중국 신장 로프노르의 목표지점에 떨어져 성공적으로 폭발했다. 중국의 동펑 탄도미사일을 진두 지휘했던 사람은 첸쉬에썬(钱学森)이었다. 중국 저장성 항저우 출신의 첸쉬에썬은 1935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로켓제트추진 분야의 전문가로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1955년 중국에 귀국한 이후 중국과학원 역학연구소 창설을 주도하고, 중국의 양탄일성(两弹一星) 즉 원자폭탄과 수소폭탄 그리고 인공위성을 만드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중국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동펑-5

동펑-2A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착수한다. 동펑-5로 알려진 중국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은 1965년 8월부터 개발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기반기술의 개발로 인해 완전한 동펑-5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선보인 것은 1971년 3월이 되어서였다. 같은 해 9월 10일 주취안 군 기지에서 동펑-5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시험발사가 진행되었고 비행시험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후 시험 발사에서 여러 가지 문제로 실패를 거듭했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핵심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탄두의 대기권 재돌입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1980년 들어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되었고, 중국은 1980년 2월 12일 “580 임무”로 알려진 동펑-5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실사격 훈련을 결정한다. 5월 18일 오전 10시 중국에서 발사된 동펑-5 대륙간탄도미사일은 29분여를 비행한 후, 9천㎞ 떨어진 남태평양 해상의 목표지점에 정확히 떨어졌다. 이를 통해 중국은 전 세계에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게 되었음을 알리게 된다.

양안 위기를 일으킨 동펑-15

대만의 주인의식과 국가정체성을 강조하는 리덩후이 총통의 취임으로, 양안관계 즉 중국과 대만의 관계는 급속히 악화되었다. 1995년 리덩후이 총통의 미국방문에 불만을 품은 중국은 1995년 7월 21일부터 28일까지, 총 6발의 동펑-15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타이완해협 인근 중국 쪽 해상에 떨어뜨렸다. 중국이 발사한 동펑-15 탄도미사일은 사정거리 600㎞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이 보유한 동펑 계열 탄도미사일 가운데 가장 명중률이 가장 높았고, 유사시에는 핵탄두까지 장착이 가능했다. 또한 1996년 대만 최초의 직접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3월 8일부터 3월 25일까지 재차 4발의 동펑-15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때 발사된 동펑-15 탄도미사일은 타이완해협을 넘어 가오슝과 지룽 인근해상에 떨어졌고, 탄도미사일 발사와 함께 대규모 군사훈련이 실시되었다. 결국 대만은 준전시상태에 이르렀고, 미 제7함대가 대만에 급파되면서 상황은 진정되기 시작했다.

미 항공모함 노리는 동펑-21

1990년대 양안위기를 거치면서, 중국군은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인 미국의 항공모함을 제거할 무기가 필요함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특히 중화인민공화국 탄생이래 미 제7함대는 중국의 대만침공을 번번히 좌절시켰다. 미 제7함대의 핵심전력인 항공모함은 항공모함 한 척 없었던, 중국군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기였다. 결국 중국군은 지난 1990년대부터 대함 탄도미사일1)의 개발에 나선다. 동펑-21D로 알려진 대함탄도미사일은, 동펑-21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군함을 포착할 수 있는 탐지기가 내장된 기동 탄두 재진입체를 장착한, 동펑-21D 대함탄도미사일은 2015년 9월 3일 열병식에서 최초 공개되었다. 또한 지난 6월 훈련모습이 중국 관영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동펑 탄도미사일을 운용하는 로켓군

동펑 탄도미사일은 중국군의 전략부대인 화전군(火箭軍) 즉 로켓군에서 운용된다. 과거 제2포병로 불리던 부대는 지난해 12월 31일 로켓군으로 새롭게 개편되었다. 1966년 7월 1일 제2포병이 중국군에 새롭게 창설되었다. 당시 저우언라이 총리는 국제정세와 보안문제를 들어 제2포병으로 명명했다. 1978년 5월 덩샤오핑이 제2포병을 적극 육성하면서 현대화되기 시작했다. 비밀에 쌓여있던 제2포병은 1984년 10월 1일 건국 3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둥펑 탄도미사일을 앞세우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1985년 6월 전략 핵 공격임무를 수행하는 부대로 중앙군사위원회의 직속기관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후 제2포병은 우리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총참모부와 중국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지시를 받게 된다. 새롭게 등장한 로켓군은 육·해·공군에 이어 중국군의 제4병종(兵種)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1천여 발의 각종 미사일과 12만 명의 병력을 운용하고 있다.

글 김대영 | 군사평론가
용인대학교 경찰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0여 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국방관련 언론분야에 종사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해군발전자문위원 및 방위사업청 반 부패 혁신추진단 민간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