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공의 길목에 위치한 또 다른 약소국 덴마크

히틀러의 지시에 따라 OKW는 작전부장 요들(Alfred Jodl)의 주도로 ‘베저 강 훈련 작전(Operation Weserubung)’으로 명명된 침공계획을 수립했다. 노르웨이는 국토가 넓기는 하지만 인구가 적어서 일부 요지만 확보하면 쉽게 점령할 수 있는 구조였다. 군사적으로 독일의 상대가 되지 못하므로 이미 전쟁의 결과는 뻔했지만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노르웨이로 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했던 것이다.

육군을 안전하게 수송하고 상륙시킬 임무는 해군의 몫이었지만 영국 해군이 나선다면 독일 원정군은 출항조차 불가능할 수도 있었다. 최대한 은밀하고 신속하게 작전을 펼쳐야 하는데 약 10만 정도로 예정된 침공 부대를 일거에 이동시키기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핵심은 기습적으로 공격을 개시할 선봉부대보다 이후 계속해서 투입될 증원부대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었다.

물론 해군도 최선을 다하고 세계 최강의 공군이 하늘에서 엄호하겠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었다. 대개 상륙작전에 동원되는 어지간한 수송선들은 1개 연대 정도의 지상군을 승선시킬 능력이 있었는데, 이것은 바꿔 말해 수송 중 격침이 되면 거대한 전력이 일순간 사라질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고심 끝에 OKW는 수송로를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고 거리 또한 단축시킬 방안을 생각해 냈다.

독일과 육지로 접해 있고 노르웨이와도 가까운 덴마크를 점령하기로 한 것이다. 이곳을 차지하면 노르웨이로 향한 수송로 측면을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고 유사시 유틀란트(Jutland) 반도 끝에서 출항하면 오슬로(Oslo)나 크리스티안산(Kristiansand)까지의 거리를 절반 정도로 대폭 단축시킬 수 있었다. 단지 독일의 침공 편의를 위해 그 이전까지 아무런 상관도 없던 약소국 덴마크가 전쟁터로 변할 운명에 처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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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주요 요지의 동시다발적인 점령을 계획했다

지상군으로 낙점된 육군의 제21집단(Group XXI)은 이번 작전을 위해 기존의 제21군단을 확대 개편한 부대로, 예하에 총 9개 사단과 약간의 직할부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모두 보병사단이었는데, 험준한 산악지대가 많은 노르웨이 북부의 나르비크와 트론헤임(Trondheim)으로 진격할 2개 산악사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침공이 개시되면 이들 중 7개 사단이 노르웨이로, 나머지 2개 사단은 덴마크로 진격할 예정이었다.

노르웨이는 구조적으로 전선을 구축해 차근차근 점령할 수가 없는 지형이다. 따라서 전쟁 개시와 동시에 각 부대들이 7곳의 요지로 나뉘어 신속히 상륙해 일거에 장악한다는 담대한 계획을 세웠다. 남부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독일 본토에서 약 2,000㎞ 이상 떨어진 북부까지 동시에 공격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방해에 나설 영국의 해군력을 고려할 때 상당한 위험을 감수한 전략이었다.

지상군을 운송하고 상륙시키는 중차대한 임무는 해군 서부작전사령부가 담당했는데, 당시 독일 해군이 보유한 모든 전력이 총동원되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결론적으로 이 작전은 제2차 대전 당시 독일 해군이 전면에 나선 최초이자 최대, 그리고 최후의 공세작전이었다. 또한 약 400여 기의 작전기와 600여 기의 수송기를 보유한 제10항공군단이 하늘에서 이들을 엄호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침공군 사령관은 팔켄호르스트(Nikolaus von Falkenhorst) 대장이었는데 그는 1918년 벌어진 핀란드 내전 당시 참전해 설한지(雪寒地) 전투를 경험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OKW는 정작 예하에 부대가 없다 보니 작전을 준비할 때 각 군에 명령이 아닌 협조 요청을 해야 했다. 문제는 육해공군이 이를 빌미 삼아 툭하면 작전에 관여하려 들어 OKW를 곤혹스럽게 만들곤 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권위가 없는 조직이 주도한 작전의 난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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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와 덴마크의 전력으로는 독일을 상대하기 어려웠다

노르웨이와 덴마크는 아직 중립국이었지만 독일의 침략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영국과 프랑스 편에 붙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당장은 자신들 스스로 침략자를 격퇴해야 했다. 당시 동원령이 발동되면 노르웨이는 6개 사단과 다수의 독립부대를, 덴마크는 2개 사단을 소집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는 침공에 나선 독일의 9개 사단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적어도 표면적인 지상군 전력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더구나 지리적으로 익숙하고 보급과 증원이 유리한 홈코트의 이점을 충분히 누리며 싸울 수 있었다. 특히 험준한 지형은 바다를 건너와 싸워야 하는 독일에 비해 노르웨이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점이었다. 하지만 보유한 장비와 병력의 질적 수준이 독일군에 미치지 못했다. 꾸준히 전쟁을 준비하고 군비를 증강해 온 독일과 달리 이들 국가는 지난 제1차 대전 당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해군과 공군력이었다. 독일도 해군력이 강한 나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양에서 작전을 벌일 수 있는 3척의 순양함을 동원할 능력이 있었던 반면 이들은 전형적인 연안 해군이었다. 덴마크는 해군이라 할 것도 없는 수준이었고 해운 강국인 노르웨이도 해군의 가장 큰 전투함이 만재 배수량 700톤 규모에 불과한 슬레이프너(Sleipner)급 구축함으로 이마저도 4척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독일을 바다에서부터 차단할 능력이 없었다.

공군의 격차는 더욱 극심했다. 당시 독일 공군은 세계 최강을 자부했는데, 이는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덴마크는 항공 전력이 전무했고 노르웨이는 육군과 해군 항공대를 합해 180여 기의 각종 항공기를 보유했지만 그중 전투기나 폭격기 같은 작전기는 60여 기에 불과했고 이 또한 대부분 구시대의 복엽기였다. 독일 침공군을 멀리서부터 차단하기는커녕 본국 상공에서조차 독일 공군과의 맞상대가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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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과 독일은 거의 동시에 노르웨이 군사작전을 감행했다

1940년 3월 31일, 히틀러는 침공을 4월 9일에 실시하라는 명령을 OKW에 하달했다. 이에 맞춰 준비를 착착 진행 중이던 독일은 작전 개시일 하루 전인 4월 8일, 영국에서 타전된 뉴스를 접했다. 영국 해군이 만일을 대비해 노르웨이 연안에 기뢰를 설치할 거라는 소식이었다. 바로 윌프레드 작전이었는데 명목은 노르웨이의 보호였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영국 본토 방어를 위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것이었다.

단지 중립국 해안에서 작전을 펼쳐야 했기에 미리 공표한 것뿐이었다. 이처럼 정작 제2차 대전의 한 꼭지를 장식한 노르웨이 전역에서 먼저 액션을 취한 것은 영국이었다. 추후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영국이 독일의 침공 계획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예견은 하고 있어서 선제 예방에 들어간 것이었다. 이러한 영국의 조치에 대해 사전에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한 노르웨이는 당황했지만 독일은 쾌재를 불렀다.

침략의 명분을 찾기 위해 고심하던 독일에게 더 할 나위 없는 호재였기 때문이다. 독일은 영국의 발표가 있자마자 OKW의 명의로 “영국과 프랑스가 노르웨이와 덴마크를 침략하려 하므로 중립을 지켜주기 위해 이들 국가에 독일군을 진주시키겠다”는 내용을 공표했다. 준비 없인 불가능한 신속한 대응이었다. 실질적으로 독일의 노르웨이 침공은 4월 3일, 주력 부대에 앞서 보급 선박들이 미리 출발하면서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작 영국이 계획을 발표하던 바로 그 순간에 독일은 이미 전쟁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곧이어 윌프레드 작전을 실행하라는 명령을 받은 영국 본국 함대 사령관 포브스(Charles Forbes) 제독이 16척의 잠수함과 12척의 구축함으로 구성된 함대를 노르웨이 연안으로 급파했다. 양측은 상대의 움직임을 인식했지만 정확히 어느 정도 규모인지는 알지 못하는 상태였다. 특히 영국은 독일의 전면 침공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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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남도현 | 군사 저술가
[전쟁, 그리고], [2차대전의 흐름을 바꾼 결정적 순간들], [끝나지 않은 전쟁 6.25] 등의 군사 관련 서적을 저술한 군사 저술가. 국방부 정책 블로그, 군사월간지 [국방과 기술]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현재 무역대행 회사인 DHT AGENCY를 경영하고 있다.

제공 유용원의 군사세계 http://bemi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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